
약 한 알도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까 걱정하는 임산부에게 천식은 너무도 무서운 병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할 뿐 아니라, 천식약이 조산 또는 사산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식을 앓는 임산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임산부 5% 천식 겪어… 약물 치료 필수
천식은 특정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기관지가 염증에 의해 심하게 좁아져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반응이라 원인과 중증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임산부의 경우 천식 유병률이 1~5%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행히 임신 중 천식을 앓는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임산부의 천식 치료 지침을 따르면 큰 문제 없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산부도 천식에 걸리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부작용 걱정 때문에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김태범 교수는 “천식 환자들이 임신이 되면 약물의 부작용을 걱정해서 병원 방문을 잘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혹여 생길 수 있는 약물의 부작용보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산모의 천식이 악화되면 임신성 당뇨, 조산, 질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태아는 사산, 자궁 내 성장 지연, 조산, 저체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태아 부작용 높인다는 보도 ‘허점’ 있어
지난 11일 임신 중 천식약을 사용하면 조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한 보도다. 해당 연구는 영국 스완지대학 보건과학대학 수 조던 박사팀이 10년간 출산 자료를 분석한 논문에 기반한 것인데, 임산부 천식 환자가 ‘코르티코스테로이드’라는 천식약을 사용했을 때 조산 위험이 33% 높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경구용 약으로 복용했을 때만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 경구용 약은 주로 중증 환자가 복용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흡입용 약으로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 김태범 교수는 “해당 보도에는 흡입용 약과 경구용 약을 구분하지 않은 허점이 있다”며 “논문을 보면 흡입용 약의 조산 위험은 약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 대상의 중증도가 고려되지 않았다. 약을 사용한 환자의 천식 중증도가 약을 사용하지 않은 천식 임산부보다 심했다면, 연구의 결과를 약의 영향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수 조던 박사팀도 이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김태범 교수가 2015년 우리나라 임산부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천식 치료는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지 않았다.
수 조던 박사팀의 연구의 핵심은 임산부 천식 환자는 천식 약을 지속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직접 “이 연구의 결과는 임신 중 천식약을 계속 사용한 임산부가 중간에 약을 끊은 임산부보다 조산과 사산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