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망막 보고 치매 진단... 발병 예측까지

입력 2020.11.19 07:30

베타아밀로이드 양으로 뇌 변화 분석

안과 검사 사진
최근 망막을 관찰하는 것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쓰이지만, 정확한 신경학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뇌 촬영 장비를 사용해야만 한다.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조영제가 방사성 물질이어서 필요한 때마다 자주 검사하기도 어려웠다. 치매의 조기진단이 중요해지면서 조기진단이 가능한 새로운 진단법에 관한 연구가 다수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망막을 관찰하는 것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에 쌓인 노폐물, 눈의 '망막'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시다스 사나이어 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은 인지기능 저하로 치매가 의심되는 40세 이상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망막 아밀로이드 영상(RAI)'을 통해 참가자들의 망막 내 베타아밀로이드 축적량을 측정한 후,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나타나는 '해마'의 크기와 비교했다. 그 결과, 망막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을수록 해마의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가장 먼저 쌓이는 곳이다. 처음에는 해마에만 생겼다가 뇌 전체로 번진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뇌에 쌓여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눈'에서 이를 관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를 주도한 마야 코론요하무이 박사는 "망막은 비침습적 영상 촬영이 유일하게 가능한 중추신경계"라며 "망막 뒤쪽은 다른 부위보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망막 아밀로이드 영상 촬영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 치매를 미리 진단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캐나다 퀸스대 연구팀이 성인 117명을 대상으로 망막 안저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25.4%에서 눈 망막에 노란색 점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성인은 4.2%만이 노란색 점을 갖고 있었다. 이는 '드루젠'이라고 불리는 노폐물의 일종으로, 뇌의 혈류가 줄어든 영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 조기진단 기술, 치료약 개발에도 도움 될 것
치매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한 영상 검사로는 ▲자기공명영상(MRI) ▲단일광자방출촬영(SPECT)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이 있다. MRI나 CT 등 기존 검사법으로는 뇌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여겨지는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PET 검사는 뇌 속 어느 위치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어느 정도로 축적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치매 진단 검사로 많이 활용돼 왔다.

이번 연구는 치매 조기진단을 확대할 수 있어 향후 치매 치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경과 이준홍 교수는 "기존에는 뇌 속의 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보기 위해 PET라는 값비싼 검사를 해야 했다"며 "최근에는 혈액검사 등으로 아밀로이드 축적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연구팀이 혈액검사를 통한 치매 조기진단이 기존 검사법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이다.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전에 미리 진단해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진단 기술은 치료약 개발에도 도움을 준다. 이준홍 교수는 "새로운 치매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의 효과를 즉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이런 이유로 치매 조기진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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