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은 간경변·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최적의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식받는 사람과 간을 기증하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2010년 이후 혈액형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도 간이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이라고 한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는 "면역 억제 약물와 혈장교환술의 발달로 기증자와 수혜자간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이 가능해졌으며, 수술했을 때 성공률과 생존율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팀이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서 교수팀이 시행한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원래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피가 몸에 들어오면 몸속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핏속에 덩어리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사망할 수 있다. 때문에 혈액형이 불일치 할 때는 간 기증자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없애는 주사제를 수술 3주 전에 맞아야 한다. 이 주사를 맞으면 3개월 정도 골수에서 항체가 새로 만들어지는게 억제된다. 기존 혈액에 남아 있는 항체는 혈장교환술을 통해 제거한다. 혈장교환술은 환자의 혈액을 빼낸 뒤 원심분리장치를 통해 특정 성분을 제거하고 다시 환자 몸에 투여하는 시술이다. 다른 장기도 혈액형 부적합 이식술을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간이식이 가장 활발하다.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재생능력이 뛰어나며, 면역반응 부작용을 자체적으로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으려면 수술 성공률이나 생존율을 고려해 병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 수술 성공률은 수술 중이나, 수술 1개월 이내에 합병증 등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을 뜻한다. 생존율은 수술 받은 환자 중 생존한 환자의 비율이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서석원 교수팀은 2015년부터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22건 시행했다. 수술 성공률과 생존율은 96% 이상이었다. 대학병원 평균 수치(80~90%)보다 높은 비율이다. 수술 중 사망은 한 건도 없었다. 중앙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단기간에 우수한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2016년 이식의료기관 부문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