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리포트] 주스 식이요법의 허와 실

'주스 식이요법=건강법'을 공식처럼 아는 사람이 많다. 과일이나 채소로 즙을 낸 '착즙주스' 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있다. 몸에 좋은 과일과 채소만 섭취하니 '해독주스', '해독요법'이라 하며 몸이 좋아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스 식이요법을 맹신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독(獨)이 된다. 3년 전 유행하기 시작해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는 주스 식이요법의 허점을 파헤쳤다.

해독주스

허점 1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

착즙주스는 재료를 압착해 만든 것으로, 마셨을 때 입안에서 까끌까끌한 느낌이 없다. 찌꺼기는 버리고 즙만 먹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고체가 아닌 액체로 섭취하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의 흡수율은 높을 수 있지만, 식이섬유 섭취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착즙 뒤 버리는 찌꺼기에 재료 대부분의 식이섬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섬유질(纖維質)이라 입안이 까끌까끌하다. 과일이나 채소를 먹었을 때의 식감도 섬유질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먹었을 때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영양분으로 흡수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식이섬유를 섭취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이섬유는 '제7의 영양소'라고 불릴 만큼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먼저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식이섬유는 장(腸)으로 가서 유산균의 먹이가 된다. 면역력을 높이고 배변 등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의 생존을 돕는 것이다. 실제로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좋은 유산균의 일종으로 알려진 비피더스균(Bifido Bacterium)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식이섬유에는 대장(大腸) 운동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대변이나 대장에 오래 머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대변에서 발생하는 각종 독성물질이 대장에 영향을 미쳐서다. 반대로 대장이 빠르게 움직여 대변이 빨리 통과되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그만큼 낮아진다. 또한 식이섬유는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하고, 대변양을 늘리는 성질도 있어 변의 양이 적어서 생기는 변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식이섬유는 비만·당뇨병·심장병 예방,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착즙주스는 중요한 영양소인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건강한 음료라고 하기 힘들다.

하루에 식이섬유는 얼마나 먹어야 할까?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식이섬유 권장 섭취량은 1000kcal당 12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27~40g을 먹으라고 말한다. 사과 100g에는 1.5g, 키위 100g에는 1.64g, 생브로콜리 100g에는 2.68g, 말린 미역 100g에는 43.43g, 강낭콩 100g에는 19.15g의 식이섬유가 각각 들어 있다. 단, 식이섬유를 하루에 60g 이상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다한 식이섬유가 복통·설사를 일으키거나, 장을 막을 수도 있다.

 

해독주스

허점 2

해독은커녕 병 악화될 수도

많은 착즙주스 가게에서 '착즙주스를 마시면 해독이 된다' '특정 질환에 좋다'고 광고한다. 다이어트나 해독을 위해 하루 종일 주스만 마시게 하는 특정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채소나 과일즙만 하루 종일 마신다고 해독이 되고 병이 낫는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일시적인 다이어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밥 대신 착즙주스를 계속 먹거나 착즙주스 다이어트를 하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섭취량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져서 저혈압·탈모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동 교수는 "실질적으로 우리 몸에서 해독을 담당하는 기관은 간과 신장"이라며 "착즙주스를 마신다고 해서 간이나 신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라면 착즙주스는 마시면 안 된다. 다른 간식 대신 적당량의 과일을 먹는 건 도움이 되지만, 액체인 주스는 위에서 장으로 통과하는 시간도 빠르고 흡수도 빠르다. 이렇게 되면 혈중 당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당뇨병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직접 먹는 양보다 주스로 마실 때는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 과식 역시 혈당상승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좋지 않다.

신장질환이 있어도 착즙주스는 조심해야 한다. 바나나, 수박, 사과, 양파가 많이 들어간 주스는 칼륨 함량이 높아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혈액에 칼륨이 지나치게 많은 '고칼륨혈증'이 합병증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많은 양의 칼륨이 들어간 주스를 갑자기 마시면 고칼륨혈증에 좋지 않다.

또한 고지혈증치료제(스타틴)나 혈압약(칼슘채널차단제), 부정맥치료제(드로네다론), 항히스타민제(펙소페나딘) 등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도 주스 요법은 피하는 게 좋다. 주스 요법에 곧잘 들어가는 과일인 자몽 때문이다. 자몽에는 '나린긴'과 '나린게닌'이란 성분이 있는데, 이 두 성분은 간에서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자몽주스 100mL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나린긴은 23mg이, 나린게닌은 2.7mg이 들어 있다.

 

해독주스

당뇨병 있으면 과일도 먹으면 안 되나요?

과일에 있는 당(糖)은 기본적으로 혈당을 높게 만들고, 주스 형태는 혈당을 높이는 정도가 심해 당뇨병이 있다면 아예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과일 자체는 조금씩 먹는 게 도움이 된다. 대한당뇨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50~100kcal(오렌지 1개 정도)의 과일은 당뇨병 개선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 과일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가 콜레스테롤 등의 혈중 지질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50~100kcal의 과일은 혈당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해독주스

Solution

하루에 종이컵으로 한 잔, 혹은 직접 씹어서 먹어라

그렇다면 과일 또는 채소를 착즙한 주스는 몸에 나쁠까? 정답은 'NO'다. 착즙주스 자체는 설탕으로 범벅된 탄산음료나 오렌지 향만 넣은 가짜 오렌지주스보다 몸에 훨씬 좋다. 단, 밥 대신 섭취하거나 과도하게 먹을 때는 몸에 나쁘다. 특정 약을 먹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해독이 된다고 맹신할 필요도 없다.

고기동 교수는 "착즙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하루에 종이컵으로 한 잔 정도 먹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종이컵 한 잔은 110g 정도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가능하다면 주스로 마시지 말고, 직접 입으로 씹어서 먹자. 씹어서 먹게 되면 먼저 영양분 손실이 거의 없다. 다른 가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화기관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과식도 막을 수 있다. 포도로 착즙주스 한 잔을 만들려면 거의 한 송이에 가까운 양이 필요하다. 주스 한 잔은 금방 마시지만, 한 송이를 먹으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씹어서 먹으면 천천히, 조금씩 먹게 된다.

씹는 행위 자체는 건강에도 좋다. 도호쿠대학 와타나베 마코토 교수팀이 70세 이상 고령자 116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가지고 있는 치아의 개수가 적고 씹는 힘이 약한 사람일수록 치매가 심했다. 실제로 정상 판정을 받은 그룹은 평균 14.9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 치매 예비군으로 판정받은 그룹은 평균 13.2개, 치매 의심군은 평균 9.4개였다. 씹는 행위는 대뇌의 운동피질(의지로 움직이는 근육운동을 통제하는 부분)을 자극해 뇌의 노화를 막아준다.

채소가 질겨서 먹기 힘들다면?

65세 이상의 노인은 채소를 먹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식이섬유로 인한 질긴 식감 때문이다. 이때는 채소를 잘게 다진 뒤 볶거나 삶는 등 익혀서 먹자. 당근이나 호박, 파프리카, 양배추 등은 잘게 다져 익혀 먹어도 그냥 씹어 먹는 것과 큰 차이 없다. 오히려 작아진 식이섬유 조직이 몸속에서 노폐물을 더 잘 흡착해가기도 한다. 단 채소에 든 비타민C는 열에 약해 파괴될 수 있으니, 채소를 익혀 먹을 때는 생과일 등으로 비타민C를 보충해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