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회사 절반이 “한국보다 해외 시장 선호”… 배경엔 ‘신청비 4500만 원’

입력 2025.03.14 13:20

식약처, “안전성 철저히 검토… 빠른 심사 위한 인력 확보 비용”
“수수료 부담되지만 한국 시장의 높은 규제 자체가 레퍼런스”라는 의견도

세포배양식품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포배양 식품(배양육)의 허가 '심사' 비용은 싱가포르 0원, 미국·유럽 0원. 하지만 한국에서는 ‘4500만 원’이다.

세포배양 식품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심사 수수료가 국내 시장 활성화에 장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산업계 동향을 파악했다. 본지에서 설문지를 제작하고, 한국세포배양식품협회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10개사가 답변을 제출했고, 모두 “수수료가 부담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서는 이전까지 검증한 적없는 신소재여서, 심사 인건비·운영비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 수수료 받는 국가 거의 없어… 우리나라와 대조적
우리나라가 '세포배양식품원료'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고 허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기준·규격도 발표했지만, '한시적'인 인정이다. '세포배양식품원료'를 '식품 원료'로 보는, 전 세계 몇 없는 국가들의 규제를 따져봤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특이점은 '수수료'였다. 지난 6일 바이오미래식품산업협의회 주최 세미나에서 비영리 싱크탱크 'GFI(Good Food Institute)'는 '글로벌 세포배양 식품 규제 동향'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스위스만 '필수로' 수수료를 받았다. 싱가포르·미국·유럽연합·영국·이스라엘 등은 심사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스위스만 상황에 따라 최대 5000만 원을 부과했다. 호주·뉴질랜드는 수수료 없이 허가 신청이 가능하지만, 60~20만 호주 달러(5만~1억 8000여 만원)를 내면 빨리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했다.

국가별 규제
그래픽=김민선
◇"4500만 원 수수료, 너무 과해"
4500만 원. 세포배양식품 회사 대다수는 신기술을 핵심 자원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중소 기업인 걸 고려하면 매우 큰 액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사 100%가 '수수료가 경제적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A기업은 "세포배양 식품과 같은 첨단 식품은 규제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 이미 수억 원 규모의 독성·알레르기·영양성 시험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런 개발 비용 외에 신청 수수료로만 4500만 원이 추가되는 것은 특히 초기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이다"고 했다.

국내에서 다른 식품, 심지어는 의약품 허가 수수료와 비교해도, 4500만 원은 유독 비싼 편이다. 세포배양식품원료가 아닌 다른 한시적 원료 식품을 신청할 땐 수수료가 10만 원이고, 건강기능식품은 190만 원이다. 안전성, 유효성 등을 식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확인하는 의약품 중에서도 생물의약품 허가 수수료는 803만 원, 희귀의약품은 441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이마저도 아주 최근인 '올해' 내부 심사 역량을 강화하고 허가 기간 단축한다는 이유로 증액한 것이다. 세포배양식품 허가 심사 수수료는 2018년 규제가 행정 예고 됐을 당시 이미 책정됐다. 또 한국세포배양식품협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수수료가 이렇게 높은 이유와 사용 용도를 식약처로부터 설명받은 적이 없다.

◇수수료 비싼 이유? '심사 인건비'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본지 취재 결과, 식약처는 4500만 원 수수료의 용도에 관해 "인류가 섭취한 경험이 없는 원료의 철저한 안전성 검토를 위한 것으로, 심사원 인건비·외부 전문가 자문 수당·운영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라며 "특히 인건비 비율이 높은데, 업계가 요구하는 신속한 심사를 위해 전문적인 심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사료했다"고 했다.


적절한 가격인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단순 인건비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포배양 식품 관련 규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B교수는 "식약처 사정도 이해된다"면서도 "감안해도 수수료가 매우 높은 편인데, 처음부터 한시적 식품 원료로 허가하면서 임시로 외부 인력을 활용하게 된 방식이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중앙대 식품생명공학과 이희석 교수도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희재 교수는 "세포배양 식품 같은 신소재 식품의 심사는 일반 식품은 물론 의약품과도 비교하기 어렵다"며 "의약품은 부서 안에 전문 인력이 있는 등 조직화됐지만, 현재 신소재 식품은 심사하려면 그때마다 새로운 인력을 충당해 기존 식품 원료 인증 절차보다 더 많은 검토와 회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얼마가 들지 모르니 예산도 따로 편성할 수 없다"고 했다.

◇세포배양 식품 기업 50%, "한국보다 국외 시장 선호"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김민선
비싼 수수료가 국내 시장 활성화를 막는 건 아닐지, 설문조사로 업계에 물어봤다. 20%가 '비싼 수수료' 탓에 국내 기업 우선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꼭 수수료 탓이 아니더라도, 절반이 국내 시장을 우선 순위로 두지 않았다. 국내 기업인 만큼 국외 시장으로 먼저 뛰어드는 건 부담이 큰 걸 고려하면, 꽤 높은 수치다. 이유로는 "규제가 글로벌 기준과 비교했을 때 다소 과하다", "경제 활성화를 고려한 합리적 규제안 도출이 필요하다", "시장 형성·인허가 승인 시기 지연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비용에 맞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하는데, 자료 제출·검토 기간만 270일로 늘리고 과정 설명 없이 기간에 비례한 증액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미국, 싱가포르 순으로 해외 시장을 선호했다. 가장 선호한 국가인 미국은 기업에서 안전성 기준을 세워 당국에 입증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당국에서는 기업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안전성을 살피므로 따로 심사를 할 필요가 없어, 수수료도 낮거나 없다.

국내 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한 다섯 개 사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향한 신뢰도가 높았다. 이유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은 식품 관련 규제가 명확하고 빠르게 정비돼 있는 국가로, 세포배양 식품에 대한 법·제도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시장의 높은 규제 수준을 통과한다면, 그것 자체가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서 내수 시장 확장과 산업화 기반으로 생산 역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등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가 규제는 빠르게 정비한 편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 싱가포르 다음 두 번째로 발표했다.

◇수수료 조정 가능성, 단기적으로는 없어
향후 수수료는 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석 교수는 "시장이 커지고, 허가 건수가 늘어나면 지금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 연합 등처럼 식약처 내부에서 조직이 확장되거나, 전문 자문기관을 둬 심사 체계에 대한 확장과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기업은 "규제 절차의 투명성과 엄격함은 유지하되,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수료를 조정하거나,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혁신 기업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향후 수수료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식약처에 물어봤다. 식약처는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지속해서 합리적으로 검토해 갈 것"이라며 "안전성 평가 기술의 발전, 국제적인 규제 동향 등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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