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치매 발병률 3배… 약물치료 필수

[메디컬 포커스] 무증상성 뇌경색

김영인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김영인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68세 여성이 "뭐든지 깜박깜박 잊어버리는데 치매가 아닐까"라며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 신경학적 검사를 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기억력 검사 결과는 경도인지장애로 나타났다. 뇌MRI(자기공명영상)을 찍어보니 무증상성 뇌경색이 발견됐다. 사진의 흰색 부분이 뇌경색 지점이다. 이 여성은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어떤 증상도 경험하지 않았다"며 놀랐다. 환자의 경도인지장애는 무증상성 뇌경색 때문에 왔다고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영향은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여성에겐 무증상성 뇌경색이 급성 뇌경색이나 치매로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 아스피린과 뇌대사개선제를 처방하고 외래 치료를 받도록 했다.

무증상성 뇌경색은 발병 당시 환자에겐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MRI 사진에서만 발생시기를 알 수 없는 만성 허혈성 병변이 관찰되는 경우다.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 감퇴, 목 부위 통증, 손발저림 같은 증상 때문에 병원에 와서 뇌 MRI를 찍어보고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병 당시 환자가 뇌경색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전형적인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부위에 생겼기 때문이다. 환자가 당초 병원에 올 때 호소하던 증상은 무증상성 뇌경색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증상성 뇌경색은 고령자일수록 많이 발생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일반적인 뇌경색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더 많이 발견된다.

무증상성 뇌경색 MRI 사진

무증상성 뇌경색이 발견됐는데 당장 큰 불편이 없다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급성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고, 치매 발병률도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무증상성 뇌경색을 겪은 사람은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제 약물 처방 등 급성 뇌경색 발병을 예방하는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무증상성 뇌경색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2년에 한 번 뇌MRI를 찍어서 이전의 뇌 상태와 비교해 봐야 한다.

최근 종합건강검진센터에서 뇌 MRI를 찍었다가 무증상성 뇌경색이 발견되서 신경과로 의뢰되는 환자가 많다. 검진 결과만 보고 환자 본인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서 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 예방치료 방침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환자 임의로 약을 사먹지 말고,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 면담한 뒤에 치료법을 결정하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