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에 바이러스 감염… 입 비뚤어지고 눈 안 감겨 2주간 약물로 염증 치료, 3주부턴 얼굴 근육운동·전기치료
직장인 조모(35)씨는 지난해 11월 양치질을 하다가 오른쪽 입술 끝으로 물이 샜다. 병원에 간 조씨는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고, 안면신경 염증을 줄여주는 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빨리 낫지 않았다. 조씨의 어머니는 안면신경마비에 좋다는 독초인 미나리아재비 잎을 구해왔다. 조씨는 약을 끊고 이 잎을 빻아 손목에 붙였다가 화상만 입었고, 아직까지 얼굴은 굳어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안면신경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생긴다. 얼굴 좌우 중 한쪽만 굳으면서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이 특징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이상훈 교수는 "구안와사 환자가 집에서 임의로 독초, 부항 등 민간요법을 쓰면 치료는 안 되고 후유증만 남는다"며 "발병 후 시기 별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 없이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를 민간요법에 의지하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발병 후 단계별로 약물치료·물리치료 등을 잘 받아야 후유증 없이 낫는다. 사진은 안면신경 손상 정도를 보는 검사.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뇌졸중과 구분이 중요
안면신경마비는 뇌졸중으로 인한 얼굴 마비와 구별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이외의 다른 신체 이상은 없지만 뇌졸중은 얼굴 마비와 함께 팔다리 마비, 발음 장애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눈을 치켜 떴을 때 이마 주름으로도 알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마비된 쪽 이마에만 주름이 안 잡히고, 정상 쪽에는 주름이 잡힌다. 뇌졸중은 주름이 모두 잡힌다.
◇시기별 치료법
▷발병 2주간 약물치료=안면신경마비 발생 후 2주 간은 염증과 신경 손상이 계속되기 때문에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1~2주간 처방해서 진행을 막는다. 항바이러스제를 같이 쓰기도 한다. 한방은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침(사암침 등)과 '풍'을 제거하는데 쓰는 강활, 독활 등이 들어간 한약을 처방한다. 신경근전도 검사로 안면신경 손상 정도를 파악한다. 이 검사로 병의 회복 속도와 후유증 여부 등을 파악한다.
▷발병 3주 후 물리치료=발병 3주 후부터는 안면신경 손상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이 때부터 풍선 불기 등 마비된 쪽 얼굴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한다. 집에서도 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전기로 안면신경을 자극하거나 물리치료사가 손으로 얼굴 근육을 마사지해준다. 문인석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로 얼굴을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면 얼굴 근육이 얇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신경이 회복돼도 얼굴을 제대로 못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방은 얼굴에 침을 놓아 기혈순환을 촉진해 신경이 되살아나도록 한다. 이상훈 교수는 "안면신경마비는 시간이 지나야 낫는 병"이라며 "그동안 후유증을 줄이는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병 8주 후 보톡스 요법=안면신경마비의 80%는 두 달 내외로 회복이 된다. 그러나 안면신경 손상이 심한 20% 정도는 회복 기간이 더 걸리거나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이마·눈꺼풀·입술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거나 입을 움직일 때 눈 주변이 같이 움직이는 것이 대표적 후유증이다. 후유증이 있을 때는 물리치료와 함께 보톡스 요법을 시도해 본다. 일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는 "마비가 오지 않은 쪽 얼굴에 보톡스를 주사해 근육의 힘을 줄이면 마비된 쪽 얼굴 근육에 힘이 생겨서 양쪽 대칭이 맞게 된다"고 말했다. 눈과 입이 같이 움직이는 후유증이 오면 마비된 쪽 얼굴에 보톡스를 주사해 잘못된 근육의 움직임을 차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