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자라나 치아 덮는 '치은증식증'

입력 2013.11.20 09:20

고혈압약·호르몬 변화 등 원인 다양

치은증식증 치료 전(왼쪽)과 후 사진
치은증식증 치료 전(왼쪽)과 후. /서울아산병원 제공
니페디핀 성분의 고혈압약을 3년째 복용 중인 이모(38)씨. 언젠가부터 잇몸이 울퉁불퉁해지더니 최근엔 잇몸이 치아를 덮었고, 이도 비뚤어졌다. 치과 진찰을 받으니 고혈압약 부작용으로 잇몸이 커지는 치은증식증이 생긴 것이었다. 치과의사는 "초기에 왔으면 치태만 제거하는 치료로 됐겠지만, 지금은 자라난 잇몸의 치아와 잇몸을 분리해서 병든 조직과 염증 부위를 없애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약 탓에 잇몸 자라날 수도

잇몸(치은)은 원래 음식물만 끼어도 잘 붓는다. 하지만 잇몸이 잠시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부어있으면, 잇몸이 자라나 치아를 덮는 병인 치은증식증이다. 처음엔 잇몸이 조금 붓는 정도다. 잇몸이 계속 부어올라 치아를 덮으면 치태(플라그)가 쌓여서 더 붓고 잇몸뼈까지 녹는다. 그러면 치아가 흔들리고, 제자리에서 이동하며, 결국 빠진다.

치은증식증의 원인은 ①니페디핀 성분 고혈압약 , 딜란틴 성분 뇌전증약, 사이클로스포린 성분 면역억제제 복용 ②치태가 쌓여서 생긴 만성 염증 ③사춘기나 임신기간의 심한 호르몬 변화 등이다. 서울아산병원 치과 김수환 교수는 "세 가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20~30%는 치은증식증이 생긴다"며 "약물 복용에 치태나 호르몬 같은 요인이 겹치면 더 잘 생긴다"고 말했다.

초기엔 치아 표면 긁어내면 돼

잇몸이 조금 부어 있는 초기에는 스케일링과 치근활택술로 잇몸 위에 노출된 치아 상단과 잇몸에 덮인 치아 하단의 치태를 긁어내면 된다. 김수환 교수는 "치태 때문에 염증이 심해지면 잇몸이 빨리 커진다"며 "치태만 없애도 잇몸이 붓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물 때문에 치은증식증이 생겨도, 초기에 치료하면 약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김 교수는 "하지만 치료하고 한두 달이 지나도 잇몸이 계속 부어오르면 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잇몸이 치아를 덮고 울붕불퉁해지면 잇몸을 잘라내야 한다. 치주낭(치아와 잇몸 사이에 주머니처럼 움푹 패어 들어간 염증 부위)까지 생겼을 때는 치아와 잇몸을 째서 치주낭을 긁어내야 한다.

김수환 교수는 "치료받고 나서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평소에 치태가 쌓이지 않게 구강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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