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건 가까운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집도, 시술 건수 기준 세계 1위인 이춘택 원장(이춘택병원)은 최근 특허청에서 새 정합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았다. '정합'이란 수술 환자의 뼈 위치를 로봇에게 알려주는 과정인데, 이 원장은 기존에 90개이던 정합 포인트를 23개로 줄임으로써 10분 이상 걸리던 정합시간을 3분으로 단축시켰다. 그는 지난 2008년에도 30분 이상 걸리던 로봇의 뼈 절삭 시간을 9분 이내로 줄이는 새 수술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절삭 경로 단순화와 3배 빠른 칼날 회전으로 세상에서 가장 빨랐던 그의 로봇 인공관절수술이 새 정합법의 개발로 더 빨라지게 된 것이다.
"1시간 쯤 걸리던 로봇 관절수술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됐습니다. 수술 시간이 길수록 회복은 느려지고 합병증 가능성은 커지는데, 1분이 아까운 수술 시간을 30분 이상 줄였다는데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춘택 원장(오른쪽)이 로봇관절연구소에서 로봇의 수술각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국제학회에서 '닥터 LCT'로 불리는 이 원장은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전파하는 '마스터'다. 수원에 있는 그의 병원에서 진행되는 한 달 일정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해외 의사가 40명 가까이 된다. 올해만도 7명의 해외 의사가 연수를 받았거나 연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수술 환자를 보내 주는 바람에 이춘택병원은 별도의 해외 마케팅 없이도 2011년 135명, 2012년 138명, 2013년 127명(10월말 현재)의 해외 환자를 수술 또는 치료했다. 척추나 인공관절 같은 정형외과 수술은 회복기간이 길어 해외 환자 유치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관이 유치하는 해외 환자는 대부분 하루 이틀에 가능한 건강검진이나 회복이 빠른 성형수술 환자다. 이 원장은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로봇 수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해외 환자를 유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인공관절수술과의 인연은 내 인생 최대의 축복입니다. 로봇수술법 개발에 몰두하면서 쏟은 실패와 성공의 과정 자체가 소중한 나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로봇 수술을 처음 접했던 2002년엔 이미 손으로 1000건 이상의 인공관절수술을 집도해 눈 감고도 수술을 할 수 있을만한 상태였다. 당시만해도 로봇 수술은 손 수술보다 더 많이 째야했고, 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로봇 수술보다 손 수술이 더 편했겠지만 이 원장은 당시 2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로봇을 구입하고 로봇관절연구소를 세워 연구에 몰두했다.
"밀리미터 단위로 뼈를 자르고 가공해야 하는 인공관절수술은 의사가 숙련되기까지 아주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미숙련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이 잘못되거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로봇 수술에 매달렸습니다. 로봇 수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숙련되지 않은 의사도 '완벽하게'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원장은 더 작게 째서,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수술하는 수술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해 10년 만에 4~6㎝만 째서 1시간 이내에 끝마치는 수술법을 완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