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턱 작아 사랑니 누운 형태 10명 중 5명은 뽑아야 안전 임산부는 염증 치료만 받아야
사랑니는 통상적으로 10명 중 5명 가량이 뽑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뽑기를 꺼려해 낭종이나 염증 같은 합병증을 얻는 경우가 꽤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이 2014년에 발표한 '매복 사랑니 합병증 연구'에 따르면, 잇몸 안에 완전히 묻혀 있는 매복 사랑니가 낭종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최대 23%에 달했다. 이대목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김진우 교수는 "사랑니는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사랑니 염증이 다른 부위로 전파돼 기도(氣道) 협착 같은 심각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빼야 할 사랑니를 빼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염증이나 낭종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사진에서 빨갛게 표시된 사랑니는 2번째 어금니와 맞닿아 있어 염증을 유발, 발치가 꼭 필요한 상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간질간질한 느낌·갑작스러운 통증 있다면 발치 필요
동양인은 총 28개의 치아 개수에 비해 턱이 작기 때문에 사랑니의 60~80%는 비정상적으로 옆으로 누운 형태이다<사진 참조>. 이중 발치를 꼭 해야하는 경우는 누워 있으면서 앞에 어금니(2번째 어금니)에 맞닿아 있고, 아예 턱뼈에 심하게 묻혀 있을 때이다. 일산병원 치주과 김영택 교수는 "사랑니가 잇몸 안에 매복된 경우는 그 부위가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틈에 의해 세균이 침투될 가능성이 높아 충치나 치주염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보통 사랑니를 뽑아야 할 때는 ▲잇몸 끝 쪽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고 ▲양치할 때 잇몸 끝 쪽에서 간헐적으로 피가 나고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고 ▲혀로 만졌을 때 부은 느낌이 들 때 등이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명훈 교수는 "손가락이나 치실을 이용해서 사랑니가 위치한 부분을 만지거나 자극을 주게 되면 아프고 딱딱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30세 이전에 뽑아야 합병증 예방
사랑니 발치가 가장 적합한 시기는 30세 이전이다. 30세가 지나면 사랑니 뿌리가 깊고 단단해지기 때문에 발치도 쉽지 않을 뿐더러 치아를 뽑는 수술 강도가 세져 주변 조직의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30세 이전에 X레이 등으로 진단해서 사랑니가 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클 경우 발치하는 것이 좋다. 30세 이후에는 사랑니 상태와 염증 유무를 파악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랑니를 발치 하지 않을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합병증은'함치성낭종'과 '치관주위염'이다. 함치성낭종은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낭(齒囊·치아주머니)'에 물이 차는 경우를 말한다. 서서히 턱뼈를 녹이거나 다른 치아의 위치를 변화시켜 턱뼈 골절이나 골수염, 양성종양을 유발한다. 또한 치아 주변에 고름이 생긴 치관주위염은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고름이 목 등으로 퍼져 각종 악안면부의 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명훈 교수는 "함치성낭종은 유방암이나 갑상선암처럼 아무 증상없이 천천히 커지는 특징이 있다"며 "초반에 통증이 있다가 좀 지나면 나아지기도 하다보니 '괜찮은가보다'하고 방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잇몸 위로 곧게 나왔다면 안 뽑아도 돼
반면 사랑니가 아예 잇몸 위로 곧은 상태로 나왔다면 굳이 발치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턱이 크고 골격이 큰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3번째 어금니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사랑니가 뼈 안에 매복된 경우에도 코 주변 공기주머니인 상악동과 아래턱 신경, 어금니에 닿지 않는다면 발치하지 않아도 된다. 단, 정기적인 검진으로 사랑니가 자라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사랑니를 발치해선 안 되는 군(群)도 있다. 임산부와 항암치료를 받는 이들이다. 명훈 교수는 "사랑니 발치는 국소마취나 전신마취를 해야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임산부와 항암치료 중인 사람은 염증 치료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