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암 환자에 좋다”는 말에 속았다간 영영 후회할 수도

입력 2024.07.02 08:50
일러스트
헬스조선DB
지난달 13일, 암을 낫게 해준다는 부당 광고로 사슴태반 줄기세포 함유 제품을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약 4년간 불법으로 제품을 밀수해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이득을 취했는데요. ‘항암작용’ ‘암세포 사멸 유도 효과’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시중에 암 환자를 ‘혹’하게 하는 검증되지 않은 식품들이 많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식품 섭취를 경계하고 건강하게 영양 보충해야 합니다.

오늘의 암레터 두 줄 요약
1. 암 치료 효과 내세운 검증되지 않은 식품 경계해야 합니다.
2. 균형 잡힌 식사로 하루 필요 열량 채우세요.


심리적 압박에 효과 과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식품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구매 피해가 생기는 이유는 정보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암에 걸리고 나면 여러 가지 정보에 노출됩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암 치료에는 뭘 먹는 게 좋다더라’, ‘누가 이거 먹고 나았다더라’ 등의 유혹적인 이야기에 솔깃해지기도 하고 직접 자료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암 및 항암 관련 온라인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암 환자들은 ▲전문가·의사(44%) ▲동료 환우(24%) ▲온라인 커뮤니티(18%) ▲유튜브(14%)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신력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합니다. 암이라는 질병이 주는 두려움이 크다 보니, 암 치료에 좋은 것을 먹어야겠다는 강박감과 꼭 낫겠다는 절박함 등의 감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대학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암 진단 후, 표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특정 건강식품을 섭취하는 암 환자가 많다”며 “이때 해당 식품에 대한 효과를 과신하며 증상이 좋아진 이유를 음식 섭취에서 찾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암 환자가 무분별하게 각종 건강식품을 섭취하다보면 오히려 건강 상태가 나빠지기 쉽습니다. 명승권 교수는 “암을 더 빠르게 치료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나 영양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면 주요 장기의 손상을 초래하고 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식품을 섭취하기 전에 꼭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식품 섭취 자제해야
어떤 식품을 특히 주의해야 할까요? 먼저, 건강기능식품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상에서 자연 식품 섭취로 채우지 못하는 영양소 보충을 돕는 식품으로 ▲멀티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글루코사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정한 절차에 따라 그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 마크를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식약처 인증을 받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영양소 보충’이 주기능입니다. 암 치료에 쓰이는 약이 아닙니다. 명승권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을 증명한 연구들은 대개 임상이 아닌 동물 연구에 그치거나 연구 모집단이 작은 경우가 많아 그 효과를 완전히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건강보조식품입니다. 앞서 말했던 사슴태반 줄기세포나 차가버섯, 야채수 등이 속합니다. 이런 식품들은 대부분 의학적인 근거가 없을뿐더러 무분별하게 섭취하다가는 간이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암 환자에게 치명적입니다. 명교수는 “암 환자는 암 완치를 목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며 “태반이나 녹용, 겨우살이 등의 식품을 대상으로 한 검증된 임상연구가 존재하지 않으며,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한 연구들의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학술 연구의 출판 편향 문제가 암 환자의 건강기능식품·건강보조식품 섭취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고 명 교수는 설명합니다. 명승권 교수는 “대부분의 학술 연구는 긍정적이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들 위주로 발행된다”며 “특정 식품의 효과가 없다거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결과가 잘 산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증상 개선에는 도움 되기도
그래도 꼭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해야겠다면 암 자체를 개선하는 효과가 아닌 암으로 인한 피로나 체력 저하 등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는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원료를 사용하고 의료진이 처방한 제품을 섭취하세요.

대전대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유화승 센터장(대한통합암학회 회장)은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 공격적인 치료를 받으면 체력 저하나 만성 피로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며 “녹용을 비롯한 식약처 인증을 받은 한약재는 암 환자의 피로 개선 및 면역력 회복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 무분별한 섭취는 금물입니다. 유화승 센터장은 “녹용은 성장 호르몬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암 환자가 과량 섭취하면 종양 성장을 촉진해 암을 증식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방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암 환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유 센터장은 “뭐든지 의료진과 상의해 적절한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일산차병원 양한방 암 통합진료센터 한방내과 홍성은 교수는 “태반은 조직 세포의 신진대사를 높여 신체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어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으며 시중에는 먹는 형태의 영양제로도 출시돼 있다”며 "태반 주사를 맞거나 복용한 경우, 피로가 회복되고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환자 사례가 있으나 아직 태반 제제의 효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태반 원료를 선택할 때 안정성 검사 및 유통 과정 등을 국가에서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혈압약이나 항응고제를 섭취하는 환자의 경우, 태반 섭취를 조심해야 해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섭취 후 면역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먹고 난 뒤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가 정답
암 환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밥은 규칙적으로 반 공기에서 한 공기 정도 ▲적색육이나 가공육보다 두부, 콩, 달걀 등으로 단백질을 곁들이고 ▲채소 반찬은 매 끼니 두 종류 이상 다양하게 ▲과일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맵거나 짜거나 타지 않게 조리해서 드세요! 가장 기본적이지만 암을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최선의 식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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