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꼼수’… 어린이용 SNS가 비난 받는 이유

입력 2021.10.01 09:50

충격에 약한 10대, SNS 때문에 우울·좌절감 겪기도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
페이스북이 최근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개발 계획 발표 직후 이어져온 정치권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페이스북이 논란 끝에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개발 계획 발표 직후부터 이어져온 미국 정치권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페이스북의 어린이용 SNS 개발은 어린 사용자를 겨냥한 ‘꼼수’에 불과할까. 전문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만들어진 전용 SNS는 실용성과 접근성 모두 떨어지는 단순한 채널 확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 중단… 비난 의식한 듯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개발 계획을 밝힌 뒤 약 6개월 만으로, 페이스북 측은 성명을 통해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이 올바른 일이라고 믿지만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신 10대 청소년의 안전과 부모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데 계속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연방 법률상 13세 이하 어린이의 인스타그램 사용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싶은 어린이들이 나이를 속이고 가입·활동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페이스북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부모 통제 하에 인스타그램을 가입·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 버전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계획 단계였던 만큼 정확한 서비스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부모가 직접 자녀의 계정을 관리·감독할 수 있으며 성인과 달리 광고 노출이 없는 형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직후 현지에서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SNS의 강한 중독성과 정서 발달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서비스로 사용자 수를 늘리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이 자체 조사를 통해 SNS가 아동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 연구진은 2019년, 2020년 조사에서 10대 소녀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불안·우울감이 증가했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사용 가능성 낮아… 근본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전문가 또한 어린이용 SNS의 실용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가 개발·출시돼도 어린이가 사용할 가능성이 낮고, 어린이용 서비스에서 차단된 유해 콘텐츠나 광고 역시 우회 경로를 통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몇 번의 검색만으로 미성년자가 불법 콘텐츠나 광고를 접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아이들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된 벽을 뚫어내는 데 익숙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전용 서비스만 개발해 사용하라는 것은 의미도 실효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측의 설명대로 어린이들이 성인 계정으로 몰래 접속하는 것이 문제라면, 어린이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성인 계정 접속’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차단·해결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어린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른들의 지도·감독 없이 자유롭게 성인 SNS를 사용하게 된 원인부터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충격에 약한 10대, SNS 때문에 우울·좌절감 겪기도
SNS 과사용에 따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정서적 문제는 물론, 자해·자살이나 의도적·비의도적 범죄 문제까지 늘고 있다. 배승민 교수는 “SNS를 이용한 집단 따돌림, 디지털성범죄 등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이 온라인상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 아동이 겪는 좌절감,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문제 또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잘못된 방식으로 SNS 사용에 빠지는 이유는 그 시기에 나타나는 심리적 성향과 깊게 관련돼 있다. 10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인관계나 집단 형성에 대한 욕구가 강한 데다,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로 인해 SNS에서 벌어진 작은 다툼에도 큰 충격을 받으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집착하는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친구와 SNS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이를 쉽게 잊지 못하고 기억 속에 오랜 시간 상처로 남겨두는 식이다. 심한 경우 SNS상에서의 다툼이 원인이 돼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을 겪기도 한다. 특히 여아는 남아에 비해 관계·소통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보니, 이 같은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일부는 외모·외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진을 실제처럼 여겨 심한 상대적 박탈감·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배 교수는 “어린 학생들은 조작된 게시물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거짓을 진실로 믿고 박탈감을 느끼거나 그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금지’ 아닌 ‘사용 규칙’ 지도 필요
문제는 대다수 어린이가 문제가 생겨도 어른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SNS가 비록 개인 공간이라고 해도, 보호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성인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SNS를 가급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배승민 교수는 “스마트폰만 쥐어준 채 이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자녀가 스스로 SNS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규칙을 만들어주고, 또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SNS 사용 지도·관리가 강제적인 SNS 사용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조치는 반발심만 키울 뿐, 오히려 부모의 눈길이 닿지 않는 SNS상에서 부모와 충돌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충격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SNS 사용을 중단시키기보다, 식사 시간에는 SNS를 하지 않는다거나 아이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고, 사용시간·데이터 이용량을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하고 실천해보도록 한다. 규칙을 정할 때는 반드시 연령과 성별, 성격 등 아이가 가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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