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없애주는 신비의 성분 ‘레티놀’, 자극 줄이고 효과 보려면…

입력 2021.08.30 16:37

[화장품 처방전 ①] 레티놀 편

화장품
레티놀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성분이지만, 부작용 발생도 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이 젊어지기를 꿈꾼다. 그야말로 '동안'이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가장 결정적인 노화의 흔적인 주름을 지우고자 하는 노력도 계속돼 왔다. 인간의 나이테로도 불리는 주름이 없다면 한결 어려 보일 수 있기 때문. 이에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화장품 성분이 '레티놀'이다. 주름을 없애주며, 피부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지녔다. 그러나 강력한 항산화 효과와 함께 부작용 위험이 있으며, 세심한 관리의 필요성도 함께 따라온다. 레티놀에 관해 자세히 알아본다.

◇레티놀, 유전자 발현에 관여해 피부 나이 되돌린다
비타민A의 한 종류인 레티놀은 피부의 표피세포가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직접 합성되지는 않고, 식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여러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주름 개선 ▲미백 ▲피부 표피 두께 증가 ▲피부 노화 개선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 감소 등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성분으로 밝혀졌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은 "레티놀은 세포 증식, 분화, 멜라닌 생성,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며 "그 결과로 피부가 두꺼워지고, 히알루론산 생성을 촉진하는 등 피부에 이로운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티놀을 산화시켜 효과를 약 10배 높인 '레티노익산(retinoic acid)'은 전문의약품으로 주름, 튼살, 흉터 개선 등을 위해 처방되기도 한다.

레티놀은 어떻게 유전자 발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걸까. 국내 최초로 레티놀 안정화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의 한재일 연구원(아이오페 랩)은 "레티놀은 피부에 흡수되면 피부 내 효소들에 의해 레티노익산으로 전환된다"며 "레티노익산은 두 개(RARs·RXRs)의 다른 핵수용체와 결합해 유전자 발현에 관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다만, 레티놀은 빛·공기·수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안정화하기 쉽지 않다"며 "효능을 유지하도록 안정화하면서도, 피부 자극은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레티놀 제품이 대부분 어두운 색깔의 병에 스포이드나 튜브 형태로 담겨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까다로운 제조·유통 단점 때문에 '유도체' 사용하기도
레티놀 제품이 대체로 고가인 것도 레티놀의 변덕스러운 특성 때문이다. 특히 레티놀을 화장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품 제조와 포장 과정 중에 제품이 변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수 설비와 공정이 필요하다. 한재일 연구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레티놀 성분으로 주름개선 기능성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레티놀 성분이 처음 사용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주름개선 효능이 유지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레티놀 제품이 고가인 것은 식약처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인 화장품과는 달리 제조, 보관, 포장, 유통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티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면 레티놀 외에도 '레티노이드' '레티날' '레티닐' 등 여러 명칭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모두 레티놀(비타민A)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지니며,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들을 말한다. 레티놀과 레티놀의 변형된 형태들을 모두 일컬어 '레티노이드'라고 부른다. 레티놀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제품화하기 어려운 성분이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인 형태로 변형된 ▲레티닐 팔미테이트(retinyl palmitate) ▲레티닐 아세테이트(retinyl acetate) 등 유도체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한재일 연구원은 "이러한 유도체들은 일반적으로 레티놀에 비해 자극이 덜하지만, 피부 흡수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동량으로 레티놀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부 자극 흔히 생겨… 농도 서서히 늘려나가야
큰맘 먹고 구매한 고가의 레티놀 제품,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만 남을 수 있다. 우선 제조·유통 단계에서의 관리가 중요한 만큼, 올바른 사용과 보관에도 유의해야 한다. 서동혜 원장은 "레티놀 제품과 의약품은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며, 제품 내부에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레티놀은 사용 기간에 유의하며 밤에 잠들기 전에만 사용하고, 아침에는 꼼꼼히 세안한다. 세안 후에도 약간의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외출하기 전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함께 사용한다. 레티놀 유도체인 레티노산 등이 햇빛과 닿으면 피부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다.

레티놀의 최대 부작용은 '피부 자극'이다. 레티놀 제품의 후기를 찾아보면 피부가 붉게 올라오면서 민감해지는 자극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서동혜 원장은 "레티놀 성분으로 인한 피부 자극감은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본인의 나이, 성별, 피부 상태 등에 따른 적절한 농도를 선택해 사용하면서 익숙해지면 점차 농도를 높여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재일 연구원은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 2주간은 격일로 사용해야 한다"며 "피부 트러블이 없다면 3주 후부터는 매일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눈두덩이와 입가는 다른 조직보다 얇고 피지선이 덜 발달해 예민하므로 피해서 바른다.

레티놀로 인한 피부 자극은 대부분 사용을 중단하면 원래대로 돌아오며, 회복된 후에는 다시 사용해도 괜찮다. 다만, 임산부의 사용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가 있다. 이에 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0년 레티놀을 함유한 화장품에 의한 선천성 기형 유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WHO(세계보건기구) 등 해외에서도 레티놀과 레티놀 유도체를 함유한 화장품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서동혜 원장은 "화장품에 들은 정도의 레티놀은 임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굳이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직구로 구매해 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 제품의 경우 레티놀 함량이 높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고를 때도 레티놀이 성분이 충분히 들었는지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한다. 제품명이나 광고에 '레티놀'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더라도, 레티놀이 아닌 다른 성분으로 주름개선 기능성을 받은 제품도 있다. 레티놀 유도체를 이용한 제품은 같은 양의 레티놀이 들은 제품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둔다. 한재일 연구원은 "산화되기 쉬운 레티놀을 잘 안정화하고, 주름 개선 효능이 사용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을 입증한 제품을 사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