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감소로 자궁 감염 위험 높아
피부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누런 고름이 차는 것처럼, 자궁에도 염증으로 인한 고름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고름 자궁'이라고 한다. 산부인과를 찾는 전체 환자의 0.5%가 고름 자궁을 앓을 정도로 드문 질환이지만, 노인의 경우 13.6%까지 많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고름 자궁이 노인에게 많은 이유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적기 때문이다.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분비량이 줄면, 자궁 입구에서 점액이 적게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자궁 입구의 점액은 질이나 항문 주변에 있는 에스케리키아 대장균,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균 같은 유해균이 자궁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며 "점액이 적게 분비되면 균이 자궁 속으로 쉽게 침투한다"고 말했다.
유해균이 들어왔더라도 증식·활동을 안 하면 염증반응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인은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든 탓에 침투한 균이 쉽게 증식·활동한다. 박정열 교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자궁 내막 근육이 수축하면서 자궁 입구가 잘 막힌다"며 "자궁 조직에서 나온 액체 형태의 분비물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자궁 안에 고여 있는데, 여기서 유해균이 쉽게 증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 고름이 생긴다. 고름이 차 있으면 자궁 조직이 짓물러 천공이 생길 수 있고, 염증 부위가 넓어져 복막염으로 이어지거나,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름 자궁이 난소암·자궁내막암·자궁경부암 신호인 경우도 있다. 인도나 태국 등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고름 자궁 환자 중 부인과 암을 앓고 있는 사람이 최대 72%였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배효숙 교수는 "암 덩어리가 자궁 입구를 막아서 자궁 분비물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고름 자궁으로 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름 자궁을 앓고 있어도 환자 중 절반은 아무런 증상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증상이 있더라도 복통·구토·질 출혈 등을 주로 겪기 때문에, 산부인과가 아닌 소화기내과·대장항문과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배효숙 교수는 "골반염을 앓은 사람이 복통·오한·발열이 나타나면 고름 자궁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름 자궁으로 진단되면, 주사기 등을 이용해 자궁 속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를 복용해 치료한다. 폐경 이후 여성이라면 매년 한 번씩 초음파 검사를 받아 고름 자궁 등 자궁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