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돈 요오드 살균력 강해 바이러스 내성 없이 사멸시켜

입력 2015.06.24 06:30

알코올 세정제로 못 없애는 에볼라·독감 바이러스 죽여
감염병 전파 차단하는 효과… 가글·세정제 등 다양한 제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위생이다. 전문가들은 손 씻기, 감염원 접촉 피하기 등 개인별 위생 수칙을 지킬 것을 권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메르스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지만 손에 남아 있다 코나 입을 만졌을 때도 전염된다"며 "손을 자주 제대로 씻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예방법이다"고 말했다. 손 씻기 같은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성분이 있다. 바로 '포비돈 요오드'다. 1980년대만 해도 상처 소독에 많이 썼지만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에 밀려 가정에서는 사라진 일명 '빨간약'의 주성분이 포비돈 요오드다.

◇세균·바이러스의 단백질 파괴

가정에서는 사라졌지만 포비돈 요오드는 병원 수술실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수술 전 의사들이 손을 씻고 환자의 수술 부위를 닦기 위해서다. 포비돈 요오드는 그만큼 살균력이 강하다. 한국먼디파마 의학부 심정호 전문의는 "포비돈 요오드는 손세정제의 주성분인 알코올보다 죽일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종류가 더 많고 효과도 더 빨리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비돈 요오드가 죽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이러스는 감기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해 조류독감, 헤르페스, 풍진, 홍역, 볼거리, 독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의 원인) 등이다. 메르스의 사촌 격인 사스바이러스는 물론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살균효과도 뛰어나 에볼라바이러스에 포비돈 요오드인 베타딘을 뿌렸더니 단 15초만에 에볼라바이러스가 사라졌다. 베타딘 제조사인 먼디파마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200만명 분의 베타딘을 기증하기도 했다.

살균력이 강력한 포비돈 요오드로 손을 씻으면 감염질환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살균력이 강력한 포비돈 요오드로 손을 씻으면 감염질환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외피 두꺼운 바이러스, 알코올로 못 없애

에볼라나 독감, 홍역, 소아마비, 아데노바이러스는 알코올 손세정제로는 없앨 수 없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유행할 때 아무리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닦는다고 해서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이들 바이러스의 핵심 유전물질이 알코올로는 뚫기 어려운 단단한 외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비돈 요오드는 단백질 구조를 끊는 힘이 강해 단단한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도 짧은 시간에 공격할 수 있다. 알코올이 들어간 세정제는 약이 아닌 '의약외품'이지만, 포비돈 요오드는 약으로 분류돼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

포비돈 요오드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내성의 우려가 없다.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의 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이 과정에서 내성이 생기는데, 포비돈 요오드는 바이러스를 단백질 구조를 끊어 아예 파괴해 버린다.

◇치료제 아니지만 전파 막는 효과

포비돈 요오드가 다양한 바이러스에 살균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 약을 바이러스 치료제로 쓸 수는 없다. 심정호 전문의는 "포비돈 요오드가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설사는 해결할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포비돈 요오드를 쓰면 노로바이러스가 전파·감염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비돈 요오드가 다양한 바이러스의 살균에 효과를 보이면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 먼디파마는 베타딘을 가정용 손세정제, 인후 스프레이, 가글액, 질세정제, 습윤드레싱제 등으로 만들었다. 외국에서는 여드름용 연고와 코 스프레이도 있을 정도로 두루 쓰인다. 1969년 미국의 달탐험선 아폴로 11호가 지구에 귀환했을 때 혹시 모를 외계의 생명체를 멸균하기 위해 아폴로 11호를 닦았던 약도 베타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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