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고등학생이 “손을 다쳐 고통스럽다”며 119안전신고센터에 전화를 했다. 신고 접수 후 서울 은평구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허탈했다. 스테플러 심에 손가락을 살짝 찍힌 가벼운 부상이었기 때문이다. 출혈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응급실에 가겠다는 학생의 의지가 강해 결국 병원으로 이송했다. 응급실에서는 진찰 후 연고만 발라준 뒤 곧바로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처럼 119구급차가 필요 없는 환자에게 쓰이는 사례가 많다. 119구급차를 이용해도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병원에 데려다 주는 ‘공짜 택시’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119구급대원은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날마다 위급한 척 해 구급차를 상습적으로 이용해 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다”며 “술에 취해 모기·개미에 물려 따끔하다고 ‘황당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신고가 접수된 후 전화로 설득되지 않으면 119구급차가 출동해야 한다. 환자가 원하면 응급실까지 이송해야 한다. 구급대원이 신고자의 겉모습이나 혈압·맥박 등만 보고 신고자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데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119구급차의 악용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민 혈세는 낭비된다. 119구급차 평균 이용 부담액은 약 32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대한응급의학회 자료) 119구급대 이송이 가장 많은 술취한 사람의 경우 비응급 환자가 대부분인데, 술취한 사람의 이송 건수는 연간 5만 건을 넘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60억 원이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