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을 다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나로서는 당연한 철학이었다. 지난 30년간 한결같이 마음을 치료하면 모든 건강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정신 우위’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암환자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 요즈음 그것이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신이 건강해지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옳지만, 몸이 나빠지면 당연히 정신도 따라서 나빠질 수 있었다. 정신 건강이 몸의 건강보다 우월하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빚어낸 오랜 시간의 오류였다.
건강을 지키려면 통합적으로 사고하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사에 모든 것을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 특히 질병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어디가 아픈지에 따라 가야 하는 진료과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고, 질병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인식도 이분법적이다.
이 시각만바꿔도 우리는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 몸은 정신, 신체, 환경 등 그 어느 것 하나 떼놓고 따로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접근도 통합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뉴스타트 건강법’과 일본의 ‘서식 건강법’은 이러한 철학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건강법이다.
두 건강법은 배경이 되는 종교관 자체가 다르다. 뉴스타트 건강법은 기독교적인 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서식 건강법은 불교적 가치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둘은 매우 비슷하다.
서식 건강법의 4대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정신의 안정’인데, 이것은 뉴스타트 건강법에서 강조하는 ‘신에 대한 믿음과 절제’와 일맥상통한다. NEWSTART의 알파벳 여덟 글자 가운데 두 번 겹치는 글자가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알파벳 ‘T’로서 Temperance(절제)와 ‘Trust inGod(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만큼 정신적인 요소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양과 신체 및 피부 건강을 중시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피부가 건강하고, 팔이나 다리를 잘 움직여야 신체가 건강하다. 또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고, 피부가 생기 있으며 팔과 다리의 움직임도 활기차다.

사소한 증상에 귀 기울이자
암이 무서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암이 증상도 없이, 예고도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부터는 손 쓸 여지가 없이 급격히 진행돼 마침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우리의 증상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면,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증상이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가 증상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는 의미기도 하고, 우리 몸의 경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기도 하다.
몸 컨디션이 나빠지고 병이 오는 것은 얼굴색이나 특정 증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를 가볍게 여기거나, 모른 척하거나, 약으로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데만 치중하기 때문에 병이 깊어진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졌느냐”라거나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는 등의 말을 듣는다면 이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말을 듣고 고가의 화장품을 사거나, 피부과 시술을 받는 것은 극약 처방이다. 자연스러운 낯빛이야말로 내 몸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도화지기 때문이다.
낯빛과 함께 우리가 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을 꼽으라면 ‘설사’다. 우리가 설사병이 걸려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는 우선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를 처방할 것이다. 또 장내에 유해한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설사를 한다는 것은 장(腸) 안에 유해한 세균이나 독소가 들어왔으니 이를 한시라도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체의 건강한 자연치유력을 인위적인 지사제로 막게 된다면 밖으로 배출시켜야 할 세균이나 독소들이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체내에 머물게 만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여기에다가 유해한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장내의 유익한 정상 세균까지 죽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대장암 등과 같은 무서운 병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다.
설사가 나오면 그대로 놔두되, 탈수를 막기 위한 생수와 부족해지기 쉬운 약간의 염분 및 비타민C를 먹으면서 설사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설사는 저절로 그치게되는데, 이는 우리 몸안속의 해로운 균이나 물질이 다 배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이 날 때도 마찬가지다. 감기에 걸리면 오한이 들면서 몸이 떨리고 열이 나는데, 이때 병원에 가면 보통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열이 난다는 것은 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 기전이다.
그러므로 열만 억지로 떨어뜨리면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인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로 열이 올라가는 경우는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 당연히 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말이다.
소중한 사람의 낯빛을 챙기세요
우리는 감기나 몸살 같은 경미한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말고,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몸의 ‘소리’에 잘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서 증상을 빠르게 회복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좋은 공기를 맡고, 좋은 물을 마시면서 몸의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는 큰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몸에 좋다는 비싼 영양제나 항산화제 등을 사 먹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용가치가 높은 일이다. 암에 효과 있다는 것은 비싸면 비쌀수록 엉터리일 가능성이 크다. 신이나 자연은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결코 비싸게 만들어 놓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 지금부터라도 매일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의 낯빛을 살피고 낯빛으로 인사해 보자. 매일 관심을 갖다 보면 상대방의 낯빛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고, 이는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갑은 왜 갑이고, 을은 왜 을인가
암 발병에는 심리적 로드맵이 있다

박진생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외국인을 위한 정신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사회 계층, 국가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talfl와 정신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연인들이여, 싸워보고 결혼하라》, 《사랑의 중심에서 나를 찾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