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시절 장거리 육상 선수였던 직장인 양모(49)씨는 바쁜 회사생활에 미뤘던 마라톤을 올봄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보름 정도 집 앞 공원에서 조깅으로 몸을 만든 그는 지난달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그만 갑작스런 요통으로 중도에 포기하고 구급차 신세를 지고 말았다. 의사는 양씨에게 “퇴행성 디스크가 급작스런 충격으로 튀어 나온 급성 디스크탈출”이라며 “자기 디스크가 약해진 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뛰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사한 봄꽃이 핀 도로를 따라 걷기운동이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걷기나 마라톤 운동은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과 달리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임재현 나누리병원 의무원장은 “달리는 동작은 온몸을 써야하는 전신 운동으로 이 과정에서 척추와 관절이 큰 부담을 받는다”며 “바른 자세와 각자 체력에 맞는 페이스 조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걸을 때 척추와 관절에는 자신 몸무게의 2배에 달하는 하중이 가해진다. 이 하중은 달릴 때는 3~4배 정도로 증가한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달린다면 평소의 6~8배까지 하중이 증가한다. 따라서 양씨처럼 자신도 모르게 디스크가 약해진 사람들에게는 달리기나 걷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운동 부상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나누리병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 스포츠 활동에 따른 부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환자 의 13.8%(688명)로 2008년 같은 달(7.5%)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부상 종류로는 척추부상(62.2%)과 무릎, 발목 등 관절 부상(37.8%)이 많았다.
임 원장은 “스포츠 손상 환자들의 상당수가 부상을 가볍게 여기지만 이런 부상이 누적되고 몸에 일찍 퇴행이 온 사람이라면 가벼운 스포츠 손상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며 “척추와 관절 부상은 초기라면 큰 수술 없이도 고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술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릴 때 척추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바른 자세는 시선을 전방 18~20m에 두고 머리를 똑바로 들고 허리를 편 자세로 엉덩이와 상체를 일직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달릴 때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며 팔은 몸통에 붙이고 90도 정도 굽혀 앞뒤로 움직인다. 양 발은 11자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보폭을 지키면서 달린다. 걷기를 할 때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시선은 약 10~15m 정도로 달릴 때 보다 약간 짧은 정도로 두고 보폭은 평소 걸음보다는 좀 크게 한다.
건강한 마라톤을 위해서는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후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코스를 고른다. 달리는 도중 조금이라도 요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욕심을 버리고 즉시 대회를 포기해야 한다.
한편,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달리기를 삼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양씨와 같은 퇴행성 디스크 환자나 관절염 환자가 그렇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회사원이나 쪼그려 앉아서 일을 많이 하는 주부 역시 곧바로 무리한 걷기나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척추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속에서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가급적 허리에 부담이 적은 운동으로 먼저 허리 근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