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암 극복기] 방광암과 싸우는 신장전문의 김순배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통증 극심한 방광 항암치료…재발방지 위해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암 완치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국내 사망원인의 1위로 사망자의 28.6%(2014년)는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암을 이기려면 조기 발견과 치료, 체계적인 관리, 재발방지가 관건이다.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풍부한 의학적 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자신의 암을 어떻게 일찍 발견해 치료, 관리할까? <헬스조선>은 암 투병 중인 이들에게 좀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호부터 '의사의 암 극복기'를 연재한다. 첫 번째로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를 만나봤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김순배 교수는 1960년생으로 올해 57세다. 2014년 4월 방광암 수술을 받았고, 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초기(1기)로 판명됐다. 하지만 암 조직의 악성도가 높은 편(분화가 덜 된 암)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예방적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산 타는 것을 좋아하는 '등산 마니아'다. 방광암 수술을 받기 전까지 히말라야를 네 번 등반했고, 수술 후 10개월 만인 2015년 2월에도 에베레스트 전망대 칼라파타르(5550m)에 올랐다. 2012년 10월에는 철인3종 경기를 완주했다.

 

얼굴이 좋아 보입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1년에 4회씩 방광경검사를 받고, 5월과 11월에는 주기적으로 예방적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때를 제외하면 컨디션은 무척 좋습니다. 항암치료는 주 1회씩 3주간 방광 내 관을 삽입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기간에는 환자 진료 보는 게 무척 힘듭니다.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중간에 자꾸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 기간만 견디면 다음 치료받기 전까지 약 다섯 달은 무척 건강하게 지냅니다.

암을 발견하기 전까지 히말라야도 등반하고 철인3종 경기도 완주하면서, 누구보다 건강하게 생활했습니다. 암을 의심하게 된 이유와 발견 과정은 어떠했나요?
2014년 4월 새벽,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는데 소변이 안 나왔습니다. 한참을 아랫배에 힘을 주고 나니 갑자기 소변이 쏟아져나왔는데, 변기에 혈뇨(血尿)와 굳은 혈액 덩어리가 있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제 전공분야가 이쪽이라서 50대 이상 남자에게서 통증 없이 눈에 보이는 혈뇨가 있으면 대부분 신장암이나 방광암이라고 학생들에게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이죠. 그로부터 3개월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신장은 정상이었기 때문에 방광암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뒤 암을 진단받으면 대개 퍼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죽음'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나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이전에는 의심 증상이 아예 없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방광암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견인 혈뇨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광암을 의심했으면 초음파 대신 CT(컴퓨터단층촬영)로 검사했을 터인데, 방광암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제가 늘 보던 질환을 제가 놓친 겁니다.
방광 초음파와 방광경으로 검사한 결과,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하기 전까지 보름 정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어떤 고통보다 더 컸어요. 평소에 주일에만 교회 나가고 기도도 열심히 안 하고 살았는데, 이후로 기도도 열심히 했습니다.

조직검사 후 1기 판정이 났을 때 큰 안도감이 들었겠어요.
'이제 살았구나'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수술받고 4개월 후인 2014년 8월에는 아산재단과 병원이 후원하는 미얀마 의료봉사에 다녀왔습니다. 몸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무리라고 생각됐지만, 그냥 갔습니다.

수술 후 치료와 검진은 규칙적으로 받고 있나요?
예방적 항암치료를 처음에는 수술 1개월 후 한 번, 다음 두 번은 3개월 간격으로 받았고, 요즘은 6개월마다 받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암의 악성도가 심한 경우여서 항암 치료를 오래 받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암은 대개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하기 때문에 5년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제 환자 중에 방광암이 재발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고, 치료의 고통보다는 재발의 고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래 받으려고 합니다.

방광암의 치료 과정이 특히 고통스럽다고 들었습니다.
요도에 끼는 관인 소변줄로 약을 넣고 나면 밤새 방광 부위에 통증이 있고, 소변이 나올 때는 피가 섞이고 탁하면서 방광조직이 덩어리째 나옵니다. 서서 소변을 보면 어지러워서 앉아서 소변을 보고, 소변을 봐도 바로 또 보고 싶고, 그러다보니 못 일어나고 변기에 앉아서 잘 때도 잦았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2~3일은 정상근무가 불가능해서 항상 금요일 오후에 투여받고 바로 귀가했습니다. 집에서 진통제만으로는 조절이 안 돼 수면제를 같이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마약도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중독될까봐 겁이 나서 안 먹었습니다. 주사를 맞고 1~2시간 후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남은 약이나 염증유발 성분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좌욕은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좌욕이 번거로워 방광 위에 찜질기를 올려놓고 누워 있었습니다.

방광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이라고 하던데, 교수님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암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게 있나요?
방광암은 담배나 화학물질이 원인인데 그런 것을 접한 적은 없습니다. 오래 소변을 참는 것도 원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평소 외래진료 중에 환자가 밀려 소변을 참은 적이 많은데 이런 나쁜 생활습관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2015년(수술 후 10개월 뒤) 에베레스트 전망대 칼라파타르(5550m)에 오른 김 교수. 고도가 높아 기압이 낮은 관계로 얼굴이 부어 있다.
2015년(수술 후 10개월 뒤) 에베레스트 전망대 칼라파타르(5550m)에 오른 김 교수. 고도가 높아 기압이 낮은 관계로 얼굴이 부어 있다.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광검사가 흔히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저도 일반 건강검진에서 하는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있을 때 방광암 검사를 하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서 2014년 1월 건강검진에서 혈뇨가 없었는데 그해 4월에 방광암이 진단됐기 때문에 혈뇨가 없어도 방광암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방광암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광경이지만 통증이 심하므로 단순히 건강진단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건강검진할 때 일반적으로 하는 복부초음파보다는 복부골반 CT를 권하고 싶습니다. CT는 방사선을 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검사가 더 정확히 이뤄집니다. 여성에서는 난소암이나 자궁암도 진단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하는 40세 이상의 나이에서는 CT를 찍는 것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아서 권장하고 싶습니다.

방광암 환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항암제로 사용하는 BCG가 결핵균을 가공한 것이어서 뭐 그렇게 아프랴 생각했는데 제가 실제 겪어보니까 무척 아팠습니다. 방광암이 재발을 잘 해서 '방광을 태운다'고 표현될 정도로 정상 방광세포를 미리 다 없애는 느낌입니다. 모두 다 이렇게 아파하느냐고 비뇨기과 외래에 물어보니 많은 분이 통증이 심해 예방적 항암치료를 포기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무척 아프기는 하지만 방광암이 잘 재발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치료받고 있습니다. 다른 방광암 환자들도 참고 항암치료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 8월(수술 후 1년 4개월 뒤) 중국 황산 서해대협곡에 오른 김 교수.
2015년 8월(수술 후 1년 4개월 뒤) 중국 황산 서해대협곡에 오른 김 교수.

암을 겪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사람을 볼 때 경제상황, 교육정도, 사회지위 등으로 사람을 판단한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은 세상에는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는 말을 실감해요. 환자를 대하는 자세도 '의사 대 환자'의 관계보다는 '환자 대 환자'로 느낄 때가 많아졌습니다.

교수님 하면 산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등산을 사랑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등산 자체가 운동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니까요. 정상에 오르는 쾌감을 느끼는 것, 철 따라 변하는 경치를 구경하는 것,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등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등산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등산을 목표로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험 안 보면 공부 안 하듯이 목표가 있어야 꾸준히 운동하게 돼요.

앞으로도 산행을 계속 할 계획인가요?
방광암수술 전 히말라야를 네 번 다녀왔는데, 그 뒤 다시 안 가기로 안사람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수술하고 나니 무척 가고 싶어졌어요. 히말라야는 직접 가본 사람 아니면 그 느낌을 알 수 없습니다. 요즘 말로 '헐~'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그래서 안사람에게 너무 가고 싶다고 다시 사정해 수술 후 10개월 뒤인 2015년 4월에 결국 한 번 갔다 왔습니다(사진①). 그해 8월에는 중국 황산도 갔고요(사진②). 마음 같아서는 또 가고 싶은데 안사람이 보내줄지 모르겠네요. 국내 산행은 계속 다닐 겁니다. 기자도 히말라야에 같이 오르면 딱 좋은데. '기자가 직접 겪는 히말라야 체험기' 괜찮지 않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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