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바람 없는 여름에 가장 위험하다

  • 김하윤 기자
  • / 사진 셔터스톡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도움말 유빈(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 2015.08.12 11:10

    팔꿈치를 만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팔꿈치를 만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痛風)이란 이름이 붙은 병. 발가락, 손가락, 무릎 관절이 아프고 혹이 생긴 것처럼 부어올랐다가 급기야 모양 자체가 기괴하게 변형될 수 있다. 통풍이 가장 위험한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통풍이란?
    몸속에 요산(퓨린이 간에서 대사되고 생기 는 찌꺼기)이 과다하게 쌓여서 몸에 문제 를 일으키는 병. 극심한 통증의 관절염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관절 속 쌓인 요산이 덩어리져서 관절을 붓게 만들거나 모양 자체를 변형시키고, 콩팥을 망가뜨리 는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쌓인 요산, 여름에 발작 위험
    통풍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작처럼 관절염, 관절 모양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증상 자체는 예고가 없지만, 수십 년간 혈중 요산이 과포화된 상태가 이어졌다는 배경이 있다. 혈중 요산 수치는 남성과 폐경 여성의 경우 7mg/dL 미만, 폐경 전 여성은 6mg/dL 미만으로 유지돼야 정상이다. 이보다 높아도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수십 년간 아무 증상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이를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라 한다. 이 상태로 지내다가 갑자기 과식, 수술, 금식 및 다이어트 등을 하면 혈중 요산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 등에 쌓여서 발작처럼 통풍을 유발한다.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농도가 높은 상태를 오래 유지할수록 통풍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이 통풍으로 이어질 위험은 여름에 가장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여름(6~8월)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2014년의 경우 봄(3~5월), 가을(9~11월), 겨울(12~2월)에 비해 여름 환자가 6~18% 높았다. 여름에 발작이 가장 많이 생기는 이유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땀을 통해 몸속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면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기 쉽다.

    비만과 과음하는 습관이 요산 수치 높인다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요산이 너무 많이 생기거나, 요산이 정상적으로 생겨도 배설이 잘 안 되거나,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될 때다. 요산은 건선, 비만 같은 병이 있거나 운동 과다, 과음, 퓨린이 많이 든 음식 과잉섭취 등의 생활습관을 유지할 때 과도하게 생성된다. 요산 배설이 잘 안 되는 것은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고혈압,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중독증 같은 질병 탓일 수 있다. 약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아스피린, 이뇨제 등이다.

    발작처럼 나타나던 통풍, 방치하면 만성화
    통풍은 흔히 4단계의 진행 과정을 거친다. 각 과정에서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될 수 있다. 1단계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다. 요산 수치가 높을수록 통풍 위험도 커지긴 하지만 고요산혈증이 있다고 반드시 통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요산혈증 환자 중 실제 통풍이 생기는 비율은 요산 수치가 9mg/dL 이상인 고요산혈증 환자 중 통풍이 생기는 비율은 1년간 5% 정도다. 고요산혈증은 통풍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2단계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이다. 대부분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발뒤꿈치, 무릎, 손목, 손가락, 팔꿈치 중 한 군데가 심하게 아프고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퉁퉁 붓는다. 관절에서 열이 나기도 한다. 처음 나타나는 통 풍은 주로 밤에 발생한다.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짧게 는 수 시간, 길게는 수 주간 계속되지만, 대부분 치료를 안 해도 증상이 저절로 완화된다. 정신적·육체적 스트 레스를 갑자기 받으면 나타나기 쉽다. 고혈압, 비만, 고 지혈증, 당뇨병 같은 질환도 위험을 높인다. 외상, 음 주, 수술, 과식, 출혈, 감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의 상황적 요인이 있었거나 혈중 요산 농도를 올리는 이뇨 제, 항결핵약, 시클로스포린 등을 복용하거나 헤파린 정 맥주사를 맞으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3단계는 간기 통풍이다. 첫 통풍이 나타났을 때 어느 정 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저절로 완화된다. 이후 6개월 에서 2년 정도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다. 이 탓에 그 냥 두고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없 다고 병이 나은 게 아니다. 아무 증상이 없어도 관절액 을 뽑아 검사해 보면 요산 결정이 나올 수 있다.

    4단계는 만성 결절성 통풍이다. 첫 통풍이 나타났을 때 부터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면 아무 증상 없는 간기를 지나 다시 통풍 발작이 일어날 확률이 크다. 다시 발작 이 생기면 이때부터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더 오래 지 속되며 통증이 사라지는 속도도 느려진다. 게다가 첫 통 풍과 다르게 여러 개의 관절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첫 통풍이 만성으로 발전하는 데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 연골, 활막(관절 주머니의 속을 싸고 있는 막), 인대 등 까지 요산이 쌓이고 귀, 손, 무릎, 발 등에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생겨서 장갑도 못 끼고 신발도 신기 어려워진 다. 첫 통풍이 생긴 후 20년 정도 지나면 관절이 크게 손상돼 불구가 될 수 있다. 요산 결절을 덮고 있는 피부 는 팽팽하게 당겨져서 궤양이 잘 생긴다.

    2014년 계절별 통풍 환자 수
    2014년 계절별 통풍 환자 수

    운동은 적당히, 커피·물은 자주 마시기
    여름 통풍 위험을 낮추려면 몸속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수분이 빠지면 혈액이 끈적해져 혈중 요 산 농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탈수를 막고 갈증날 때 요 산 수치를 높이지 않는 음료를 잘 선택해 마시는 게 중 요하다. 탈수를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는 운동이다.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운동하지 말고, 등과 머 리에서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만 하는 게 좋다. 운동이 과도하면 근육 세포 안에 있는 요산의 전 단계 물질인 ATP가 빠르게 분해되는데, 이 물질이 분해되면 요산 수 치가 올라간다.

    갈증 해소를 위해 마시는 음료도 문제다. 물 아닌 청량 음료, 과일주스에는 단맛을 내는 과당이 많다. 이 과당 은 혈액에 쌓인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 아서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인다. 여름이라고 시원한 맥주 를 찾는 경우도 많은데, 이 또한 위험하다. 맥주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 몸속에서 분해된 뒤 흡수되면 요산 수 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 땐 물을 마시고, 음 료를 마시고 싶다면 설탕·시럽·프림이 안 들어간 커피 를 마시는 게 좋다.

    통풍에 대한 그밖의 궁금증
    Q 스치기만 해도 무릎과 손가락이 아파요. 통풍 같아서 병원에 갔는데, '가짜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가짜 통풍은 통풍과 다른 것인가요?
    가성통풍(假性痛風)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은 통풍과 거의 똑같아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달라서 '가성'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통풍은 요산 결정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면, 가성통풍은 주로 칼슘인산화 결정이 원인입니다. 칼슘 결정이 관절에 쌓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칼슘 결정이 왜, 누구에게 잘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Q 통풍 있으면 맥주나 고기를 금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병원에서 "요즘엔 약이 좋으니 모든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먹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음식을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과거에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철저히 자제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육류, 어패류, 맥주죠. 하지만 최근에는 요산 수치를 확실히 낮춰 주는 약이 개발됐습니다. 약을 잘 쓰면 요산 수치를 3~5mg/dL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덕분에 환자가 까다로운 식이요법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식이요법을 철처히 해야 합니다.

    Q 통풍은 음식에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문제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자꾸 운동을 권하더군요. 왜 운동이 필요한가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통풍 환자 중 상당수는 고혈압, 당뇨병, 콩팥병 같은 병이 있습니다. 이는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심혈관질환 예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라서 이를 권하는 것이지요.

    Q 요산 수치가 높아도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 발작이 생겼을 때만 약을 먹으면 되겠죠?
    안 됩니다. 고요산혈증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소에 꾸준히 관리해서 정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병입니다. 그래야 갑작스런 발작과 만성통풍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 갑자기 통풍 발작이 생겨서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을 급히 먹었어요. 그런데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급성 통풍 발작이 왔을 때 혈중 요산 수치에 변화가 생기면 증상이 오래가고 심해집니다. 평소 약을 안 먹어 요산 수치가 높던 환자가 급성 통풍 발작이 왔을 때 약을 먹으면 갑자기 요산 수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발작이 악화됩니다. 발작이 났을 때 원래 먹던 통풍 약을 계속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평소 약을 먹지 않았다면 통풍 발작이 완화된 다음에 약 복용을 시작해야 합니다.

    Q 통풍의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평소 식이요법이 어려운데, 통풍이 생겼을 때 수술로 치료할 수 없을까요?
    통풍은 평소에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을 먹어서 혈중 요산 수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수술은 통풍 치료법이 아닙니다.

    Q 통풍이 생겨서 급히 병원에 갔어요. 검사해 보니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이라고 했는데, 요산 수치가 낮아도 통풍에 걸릴 수 있나요?
    평소 혈중 요산 수치가 높다가 급성 통풍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요산 수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급성 통풍은 평소 요산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