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동네 안과에서 백내장 약물 치료를 받은 가정주부 진모(63·경기도 성남)씨는 3개월 전부터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시야까지 좁아졌다. 백내장이 악화됐다고 생각해서 큰 병원 안과에 간 진씨는 "백내장과 별개로 망막 정맥혈관이 막히면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부종이 생겼다"며 "시력 약화와 시야 축소는 황반부종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가 좁아지면 망막질환일 수 있다. 백내장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망막을 전문으로 보는 안과의사에게 검진받아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눈앞 뿌연 백내장과 증상 달라
백내장이 있으면, 또 다른 노화 증상인 황반부종이 와도 백내장이 악화됐다고 착각하기 쉽다. 망막은 눈에 들어온 외부 물체의 상(像)이 맺히는 영화 스크린과 같은 구실을 한다. 황반은 망막 중앙부에 있다. 황반부종은 망막정맥혈관 폐쇄, 포도막염,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의 공통적인 초기 증상이다. 망막질환 악화를 늦추려면 황반부종 단계에서 빨리 발견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안과 유영철 교수는 "혈관과 신경이 손상되는 망막질환은 백내장과 달리 일단 진행되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눈앞이 뿌옇게 되는 백내장과 달리,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과 함께 시력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하면 황반부종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개업하는 안과의사는 주로 각막질환 전공자이기 때문에, 백내장 환자에게 생기는 망막질환을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백내장 환자는 자신이 느끼는 증상을 정확히 파악해서 주치의에게 알려주고, 필요하면 망막질환 전문 병원이나 종합병원 안과에 가는 게 좋다.
◇항체주사로 증상 개선
백내장은 초기에는 안약으로, 악화되면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반면, 황반부종은 망막에 항체주사를 놓아 부기를 가라 앉히지만 부종의 원인이 완치되지는 않는다. 항체주사를 맞아도 한두 달 후에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성수 교수는 "망막정맥이 막힌 망막정맥혈관 폐쇄라면 5~6회 주사로 시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달에 한 번씩 세 차례 주사를 맞은 뒤, 효과가 있는 경우라면 2년 정도 매달 주사를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포도막염은 인터페론알파주사를 2년간 맞으면 시력 저하를 늦출 수 있지만, 원인 치료는 안된다. 황반부종을 동반한 망막질환 환자 중 주사로 시력이 유지되는 사람은 5명 중 3~4명 꼴이다. 유 교수는 "한 쪽 눈에 망막질환이 생기면 나머지 눈에도 망막질환이 생긴다"며 "다른 쪽 눈에 망막질환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당장 증상이 크게 좋아지지 않아도 치료받아서 시력을 최대한 유지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