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 '포경수술' 어찌 하오리까?

입력 2009.07.16 16:19

혈우병 환자들은 포경수술을 어떻게 할까?

혈우병 환자들은 포경수술을 어떻게 할까?

우리나라 남자 어린이는 대개 초등학교 3~4학년 이후에 부모 손에 이끌려 비뇨기과에서 포경수술을 받는다. 포경수술은 대부분 위생적인 이유로 시술하지만, 무조건적 시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도 많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는 포피(包皮)가 후퇴해도 귀두가 노출되지 않거나 귀두 노출시 고통이 따르는 등 포경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혈우병은 핏속에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하여 조그만 출혈에도 피가 제대로 멎지 않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우리나라에는 2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혈우병 환자가 포경수술을 받지 못하는 까닭은 이 수술이 특별히 지혈이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이다. 외과 수술을 받을 때는 출혈 부위를 실로 묶거나 전기소작기로 지져서 지혈해야 하는데, 성기에는 미세한 실핏줄이 많아서 훨씬 까다롭다. 또 성기는 우리 몸의 다른 조직과 달리 연조직이라 압박 지혈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혈우병 환자의 포경수술은 이처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동네 의원에서 할 수 없고 완벽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큰 병원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 포경수술에 위험 부담을 무릅쓰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혈우병 환자도 포경수술을 받을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가 꼭 포경수술을 받고 싶다는 환자의 간절한 요구에 “수술을 해 보겠다”고 승락한 것. 그는 국내에서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혈우병 환자의 포경수술법을 꼼꼼히 배우기 위해 곧 터키로 갈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는 할례 풍습에 따라 어린 나이에 포경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포경수술법에 많은 논문이 나오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렇듯 어렵게 수술한다고 해도 일반인에 비해 10배나 되는 비용도 문제다. 일반인은 20~30만원 정도면 되는 수술이지만 혈우병 환자는 200~300만원을 내야 한다. 포경수술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수술 중 사용하는 지혈제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혈우재단 사무국 이대근 과장은 “혈우병 환자는 수술을 받으려면 혈액응고인자제제를 주사로 계속 맞아서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 번에 최소 3병을 맞아야 하고, 수술전 뿐 아니라 수술 후에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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