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수술 4000건 '국내 최초'… 생존율 3배 넘게 끌어올린 비결은?

입력 2022.10.19 09:22

삼성서울병원 식도암 팀

식도암 수술, 다학제 진료로 접근
최소침습술로 조직 최대한 보존
합병증 위험 줄어들고 생존율 향상

전담 중환자실·삶의 질 연구소 운영
치료 이후 일상생활까지 돌봐

김홍관 교수 "수술법 계속 진화
식도 제거 없이 치료하는 법 모색"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 교수가 경부식도 모형을 들고 식도암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삼성서울병원 식도암 팀이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했다. 병원 개원 이후 28년 만에 거둔 성과로, 근 10년 동안엔 성장세가 가파르게 증가해 매년 200여 건 수술이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600여 건의 식도암 수술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식도암 환자 3명 중 1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받은 셈이다.

식도암은 5년 생존율이 약 20%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데,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살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미국암협회(ACS)에서는 46%로 증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70%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장 김홍관 교수는 "질 높고 안전한 환자 맞춤형 수술로 전체 생존율을 높이려고 노력해왔다"며 "이제는 수술 후 환자 삶의 질까지 높일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식도암 수술 난도 높아

식도암 수술은 굉장히 까다롭다. 장기 특성상 암이 생기면 길을 따라 퍼질 수 있어 식도 전체를 잘라내고 위장을 목까지 올려 이어 붙여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목·가슴·복부 세 군데를 넘나들며 수술해야 한다. 횡격막 틈새로 식도 모양으로 성형한 위장을 끌어올려 붙인다.

세 군데를 넘나든다는 그 자체도 어려운데,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 심장, 폐, 기관지, 큰 혈관 등 주요 장기와 밀접해있기 때문. 고정된 장기라 연결된 주변 혈관도 잘 정리해야 한다. 팽팽하고 길쭉하게 연결돼있던 장기다 보니 계획보다 1㎝만 더 잘라서 당겨 꿰매면 터질 수도 있다. 그만큼 환자에겐 버거운 수술이다. 수술 시간이 길고, 온갖 합병증 발병 위험도 비교적 크다. 김홍관 교수는 "난도가 높은데, 흔한 수술은 아니다"라며 "그만큼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의사에게 수술받아야 하며, 수술 후에도 원활한 회복을 위해 세밀하고 전문적인 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식도암은 세계 암 사망률 6위에 오를 정도로 경과가 좋지 않다. 초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해도 수술조차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건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좋다. 최근 5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0.17%에 불과하다. 국내 평균 식도암 수술 후 사망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4.7%다. 삼성서울병원의 5년 상대 생존율도 매우 높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받은 3000명의 생존 결과를 분석했더니, 근치적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는 5년 상대 생존율이 70.2%에 달했고, 5년까지 생존한 환자들의 이후 생존율도 86.4%로 확인됐다.

수술 전후 세심한 관리로 생존율 높여

삼성서울병원은 식도암 수술 생존율을 어떻게 높인 것일까? 김홍관 교수는 "모든 수술은 두 가지 과정을 나눠 모두 챙겨야 한다"며 "첫 번째는 수술을 안전하게 해 수술 직후 성적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술을 한 후 관리를 잘해 합병증을 줄여 전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먼저 수술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을 갖추고, 최소침습수술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식도암을 직접 진료하는 폐식도외과를 비롯해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중환자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의견을 나눈다. 또한, 식도는 여러 장기 사이에 있다 보니 몸을 실제로 열어서 수술하는 개복 수술이 기본인데, 삼성서울병원은 구멍 4~5개 정도만 내 기계를 삽입해 치료하는 최소침습술을 중심으로 시행한다. 최소침습술로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일례로, 목을 개복하면 호흡과 관계된 근육이 망가져, 후에 환자가 숨을 잘 못 쉬거나 기침·가래 등을 잘 못 뱉어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편함이 커진다.

수술 후 관리를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폐식도암 수술 환자 전담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선 중환자 담당 흉부외과 교수가 상주해 수술 후 환자 상태를 밀착해 살피고 관리한다. 더 나아가 식도암 생존자 삶의 질 향상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식도암은 수술 후 위장관 구조에 영구적인 변화가 생겨, 삼킴장애·역류·설사·영양결핍·체중감소 등 다양한 증상으로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먹고 삼켜야 하는지 등 영양 교육과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술 후에도 최대한 정상적인 식이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환자 삶의 질 연구소'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방법을 찾는 여러 연구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맞춤형 치료법 찾는 연구 진행 중

삼성서울병원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김홍관 교수는 "아무래도 식도암 수술을 많이 하는 만큼, 수술 후 환자들이 겪는 고통도 누구보다 많이 보고 있다"며 "불필요한 수술은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식도암 초기 환자에서 수술 없이 다른 치료를 해 식도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식도암 초기 환자 중 점막하층에도 암이 발견되면 수술을 권유하는 게 표준인데, 이땐 식도를 절제할 수밖에 없다. 굳이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항암방사선치료만 추가해도 수술에 필적한 치료 성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어, 식도 제거 없이 치료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전국 9개 식도암 치료전문 병원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다기관 임상연구가 삼성서울병원 주도로 진행 중이다.

또 수술법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침습도를 최소한으로 줄여 환자의 회복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박성용 교수는 세계 최초로 구멍을 하나만 뚫어 수술을 진행하는 싱글포트 로봇 식도절제술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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