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뭉티기'와 한우 생고기

(교수 프로필 사진
김학연 공주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뭉티기'는 경상도 사투리로 고기를 '뭉텅뭉텅' 썰어낸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대구의 한 시장을 방문해 언급한 음식인 '뭉티기'가 최근 입소문을 타고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뭉티기는 대구의 10가지 향토음식 중 하나로, 특히 그에게 뭉티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사회생활 시절 소주와 함께 고단한 일상을 달래주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자본과 산업인력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식문화가 발전했으며, 술과 관련된 다양한 음식들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육회와 뭉티기라고 한다.

한우 생고기는 당일 도축된 한우의 저지방 고단백 부위(우둔살, 사태살 등)를 사용하며, 하루 이상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성을 갖게 되었다. 생고기만의 특별함으로 단연 ‘쫄깃함’을 말한다. 이러한 쫄깃함의 비밀은 바로 도축 후 사후강직이 일어나기 전에 소비하기 때문이다. 생고기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접시를 거꾸로 들어도 찰떡처럼 찰기있게 붙어 있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신선한 한우 생고기는 수입산 쇠고기나 타축종과도 차별화되는 한우만의 특별 메뉴이기도 하다. 한우 생고기는 도축 직후 바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산 쇠고기는 현지에서 도축된 후 포장, 수입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근본적으로 유통될 수 없다. 국내산 육우 또한 지방산 함량 및 비율에 따른 맛의 차이가 있어 한우 생고기를 더 선호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고기의 전체적인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게 있으나, 맛과 풍미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지방산 함량이다. 2017년 경상국립대학교 주선태 교수의 ‘한우고기 지방의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 구명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우의 올레인산 함량이 수입산 쇠고기에 비해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레인산은 단일불포화지방산으로 우리 몸에서 저밀도 단백질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혈관벽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역할뿐만 아니라, 감칠맛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한우 생고기는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먹기 때문에, 이러한 맛의 차이를 더욱 사실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육회와는 달리 양념을 이용해 버무려먹지 않고, 간단한 기름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제대로 신선하기 때문이다.

한우 생고기를 즐기는 문화는 늘어나고 있으나, 당일 도축과 사후강직 전 신선한 상태로 소비되어야 하는 특성으로 보관 및 운송이 어려울 수 있다. 필자는 한우의 도축 이후 생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며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먼저, 원활한 신선육의 유통을 위한 전기장 과냉각 유통 시스템 활용이다. 최근 다양한 식품을 빙결점 이하의 온도에서 얼리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하는 저온 과냉각(super-cooling)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다. 식육은 도축 이후 보관 온도에 따라 사후강직의 특성이 달라지며, 저온 환경(4℃ 이하)에서는 사후강직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의 활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후강직이 일반적인 온도에 비해 천천히 진행되게 된다. 전기장 과냉각 시스템을 접목해 신선육을 보관·운송한다면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하고 빙결되지 않은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국 각지에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과냉각 유통과정 중 신선육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체치환포장(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MAP)을 접목하는 것이다. 일반 진공포장의 경우 기체를 제거하는 진공 과정에서 식육이 물리적으로 압착되기 때문에 신선한 식육의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산소가 내부에서 차단되어 육색이 암적색인 미오글로빈(myoglobin)형태로 유통되는데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선홍색의 옥시미오글로빈(oxymyoglobin)형태로 유지하기는 적절한 보관조건이 필요하다. MAP 포장은 포장용기 내의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비율을 조절해 포장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충격이 덜하고 식육을 선홍색으로 유지시키면서 유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우 생고기는 맛이 뛰어나다는 점뿐만 아니라 생으로 먹기 때문에 우둔부위 등 저지방 고단백 부위를 주로 이용한다. 이 부위에 대한 소비량이 증가하게 된다면 구이용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저지방 고단백 부위에 대한 소비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 뭉티기와 같은 한우 생고기의 비구이용 저지방 고단백 부위 활용이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K-Food가 되어 지역적 브랜드 가치 향상은 물론 한우의 비구이용 부위 소비 방안과 한우 농가의 소득 향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