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건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최대 드럭스토어가 한 달간 '비건 뷰티 캠페인'을 실시하고,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자체 비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목원대학교 화장품공학과 양재찬 교수는 "비건 화장품은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일 뿐 피부에 특별한 이점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건 화장품, 유기농·천연 화장품과 달라
비건 화장품은 화장품 제조 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말한다. 비건 화장품을 천연 화장품, 유기농 화장품과 비슷한 맥락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엄연히 다르다. 천연 화장품은 화학적 합성 원료가 아닌 동식물 및 동식물 유래 원료를 95% 이상 함유한 것을 말한다. 유기농 화장품은 동식물성 원료를 포함해 유기농 원료를 10% 이상 함유한 것이다. 화장품 속 동물성 성분에는 동물의 지방에서 추출한 글리세린, 동물의 피부와 조직에서 추출한 콜라겐, 꿀벌이 만든 꿀과 벌집 왁스 추출물, 우유 또는 산양유에서 추출하는 카제인, 양털에서 추출하는 라놀린 등이 있다. 천연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은 이런 원료들을 포함한 반면, 비건 화장품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미용 효과 떨어지고, 알레르기 일으키기도
비건 화장품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반 화장품보다 더 순하거나 기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양재찬 교수는 "비건 화장품은 아직 기존 화장품 정도의 미용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성분의 개발이 미흡하다"며 "비건 화장품은 성분 특성상 미용 효과와 화장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의 미용 효과만을 고려하면, 비건 화장품이 완벽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비건 화장품 속 식물성 원료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도 있다. 양재찬 교수는 "꽃가루가 알레르기 유발 원인 물질인 것처럼, 식물성 성분이어도 본인에게는 알레르기나 자극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비건 화장품이라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성분을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건 화장품에도 화학적 합성성분과 보존제가 첨가된다. 따라서 비건 화장품일지라도 전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극소 부위 피부에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사용범위를 늘려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부작용 위험 더 크다는 말은 '근거 부족'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진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말은 근거가 부족하다. 피부 세포나 인공피부 등을 이용한 동물 대체실험, 인체적용 실험 등을 통해 안정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7년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제15조 2항이 공표돼 비건 화장품뿐만 아니라 일반 화장품 역시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양재찬 교수는 "부작용은 어떠한 종류의 제품이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존재한다"며 "비건 화장품이 특히 더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인증마크뿐 아니라 전성분 확인 후 구매
비건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비건 인증기관과 전성분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성대학교 화장품학과 장영아 교수는 "현재 국내 화장품 법상 비건 화장품에 관한 규정이 따로 지정돼있지 않다"며 "비건 인증기관마다 인증절차와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비건의 범위와 일치하는지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미국의 PETA, 영국의 비건소사이어티, 한국의 한국비건인증원 등 다양하다. 이 기관들은 각각 다른 동물성 성분의 기준과 인증절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인증마크 여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성분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재찬 교수는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피부에 유익한 성분을 찾아 합리적으로 화장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