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협심증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그런데 다리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대표적이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해당 부위 뼈세포가 괴사하는 것이다. 냉장고에 오래 둔 귤이 한쪽 부분부터 물러지면서 파랗게 곰팡이가 피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대퇴골두는 우리 몸에서 가장 길고 큰 뼈인 대퇴골(허벅지뼈)의 맨 위쪽에 당구공처럼 달린 동그란 뼈다.
강남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최승균 과장은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이 손상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대퇴골 골절 등 외상(trauma)으로 인해 혈류가 물리적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잦은 음주 또는 스테로이드 약제의 장기간 복용 등으로 인한 만성적 혈관 손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를 방치하면 심한 통증이 생기고, 괴사된 부위가 체중으로 인해 무너져 내리면서 고관절 자체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인구 10만명 당 2~3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다. 하지만 20~30대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발병 평균 나이가 47세에 불과하다. 예방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필수다. 대표적인 의심 증상 네 가지는 ▲한쪽 서혜부(사타구니 부위)가 자주 시큰거리거나 ▲똑바로 걸을 때는 괜찮은데, 방향전환을 할 때 고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차에 타거나 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꼈거나 ▲평소 잘 되던 양반다리 자세가 언제부터인가 불편하고 잘 안 되는 것이다.
최승균 과장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초기에 진단한다면 수술 없이 관리하면서 지낼 수 있으나, 말기로 진행된 채 발견된 경우 다른 대안이 없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만 한다"며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20년 내외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젊은 환자들에게는 추가 수술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초기(1단계·2단계)에는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경과를 지연시킬 수 있다. 중기 및 말기(3단계·4단계)에는 감압술, 절골술, 줄기세포 이식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시도한다. 대퇴골두가 완전히 괴사돼 관절이 심하게 파괴된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한편 최승균 과장은 "초기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환자라면 뼈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점프 동작이 잦은 농구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 장시간의 등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