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분노 통제하는 전전두엽… 과부하 걸리면 제 기능 못해 감정 너무 참아도 고위험群 약물치료·감정 조절법 훈련
직장인 박모(46)씨는 옛날부터 '성격이 불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직장에서 부하직원이 자기가 하는 말에 반박을 하거나 상사가 조금만 잔소리를 하면 분노가 치밀었다. 몇 달 전에는 부하에게 급기야 손찌검을 했다. 이후 진심어린 사과를 했지만 한 달도 못 가 또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직장 내 폭행 문제로 해고됐다.
박씨와 같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행동은 단순히 '괴팍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를 '간헐성 폭발장애'로 진단한다. 간헐성 폭발장애는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병인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목표지향적인 사회 분위기, 원만하지 못한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해 생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간헐성 폭발장애는 특정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습적으로 화를 내거나, 반대로 화를 너무 참는 사람들 모두 간헐성 폭발장애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주 2회 폭언, 간헐성 폭발장애 가능성
1주일에 두 번 이상, 3개월 넘게 폭언을 하거나, 1년에 세 번 이상 폭력을 휘두르면 간헐성 폭발장애가 의심된다.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됐거나 한꺼번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노가 생기고, 작은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 악화된다. 간헐성 폭발장애 환자는 편도체와 전전두엽〈그래픽〉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교수는 "편도체가 감정을 느끼면 전전두엽은 그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전두엽에 과부하가 걸려 제 기능을 못해 병이 된다"고 말했다.
분노는 치밀어 오르지만 겉으로 표현을 안하는 사람도 간헐성 폭발장애 고위험군이다. 힐링유심신치유센터 최지환 원장은 "겉으로 화를 내지 않아도 편도체는 그 감정을 모두 느낀다"며 "받아들인 감정이 전전두엽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을 정도로 쌓이면 결국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 잠재우는 법 실천해야
간헐성 폭발장애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우선 편도체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약물 등으로 치료를 한다. 그러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평소 화를 잠재우는 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화날 때 숫자 세기=숫자를 세는 일은 이성에 관여하는 '좌뇌'를 쓰게 해, 잠시 흥분된 '우뇌(감정에 관여)'의 작용을 제어할 수 있다. 상대방 넥타이에 그려진 무늬나 주변에 놓여진 볼펜 개수 등을 세는 것도 좋다.
▷화 유발 대상 보지 않기=아무리 강한 분노도 1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화나게 하는 대상에서 잠시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게 도움이 된다.
▷자기 생각 글로 적기=화를 참기만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 등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하는 발언을 글로 적어 놓고 미리 읽어 연습하는 게 도움이 된다.
▷'화내지 말자' 문구 써놓기=휴대전화 화면이나 책상 위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폭발하지 말자' 등의 문구를 써놓으면 화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 사이에 화를 잠재우는 법을 실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