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포경수술 '득보다 실' 많아

입력 2009.02.17 16:06
신생아 포경수술을 둘러싸고 부모와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 '신경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생아 포경수술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 끝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상태.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산부인과 등에서는 출산 직후 남자 아기들의 포경수술을 부모들에게 권하고 있다.

일산백병원 조인래·조성용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신생아의 5~10%가 포경수술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미국소아과학회(AAP)가 '신생아의 포경수술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우리나라 신생아 10명 중 1명 꼴로 포경수술을 받고 있다는 것. 신생아 포경수술 비율은 미국(65.3%) 캐나다(35%) 등은 높으나 독일이나 일본은 1% 미만으로 낮다.

신생아 포경수술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3가지를 꼽는다.

첫째,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 신생아가 늘었다. 방광이나 신장에 이상이 있거나 포피와 귀두의 유착이 심하면 수술을 해줘야 한다. 포피 끝이 지나치게 좁아 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있어도 포경수술을 꼭 해주어야 한다. 자칫 방치하면 귀두가 썩는 사태까지 생길 수 있다.

둘째, 신생아 포경수술이 좋다는 소신을 가진 의사들이 여전히 꽤 있다. 찬성하는 의사들은 포경수술을 하면 음경암이나 요로 감염은 물론 성기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에이즈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병원의 수익에 도움이 된다. 포경수술은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병원으로선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1인당 5만~2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신생아 포경수술이 불법 진료나 과잉 진료가 아니다. 그밖에 외국인 부부나 국제 결혼한 경우 산부인과에서 출산 직후에 포경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의료계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신생아 포경수술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송승훈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어차피 해야 할 남성 수술이므로 통증을 못 느끼는 신생아 시기가 적합하다고 봤지만, 그런 말은 타당치 않다. 신생아 포경 수술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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