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니 우울하다, 나만 이런 걸까?

입력 2025.04.13 15:03
우울해하는 여성의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봄이 오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우울감이 몰려오는 이유는 뭘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봄에 우울증 환자가 많이 증가한다. 봄철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뜻하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스프링 피크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봄철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과 관련이 크다. 특히 겨울에서 봄이 되면서 급격한 일조량의 변화가 감정 기복을 심하게 만든다. 햇볕은 건강한 에너지를 충전시켜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지만, 일조량과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호르몬 불균형이 유발돼 감정 기복과 충동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충동적인 행동까지 벌이게 될 수 있다.

봄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감 ▲식욕 저하 ▲의욕 저하 ▲불면증 ▲부정적 사고 ▲자살 충동이다. 맑고 쾌청한 날씨와 다르게 기분이 우울하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저하된다. 매사에 흥미가 없고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 죽음에 대한 생각에까지 빠진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잠이 많아지고 몸이 무거워지는 겨울철 우울증과 달리 봄철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불안감과 초조함”이라고 말했다. 다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화사한 봄에 자신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자괴감과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봄철 황사나 극심한 미세먼지, 꽃가루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또 꽃가루는 염증 반응을 활성화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억제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에는 입학, 졸업, 취업, 인사이동 같은 삶에서의 변화가 많이 생긴다. 이런 시기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타인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나경세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기를 잘 넘기기도 하는데,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경우 지나치게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조기 진단과 재발 방지 치료가 핵심이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을 하는 것도 봄철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나 교수는 봄철 우울증 극복을 위해 스스로가 계절 변화에 취약함을 인지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기를 권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일상 패턴을 잘 찾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낮에 활동하고, 잘 때가 되면 자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는 노력을 하면서 전문가 진료를 받으면 봄철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