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고 일주일 만에 20kg 급증”… 10년간 음식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왜 이런 일이?

입력 2025.03.04 16:16

[해외토픽]

애니 홀랜드 사진
애니 홀랜드(24)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음식을 직접 섭취한 지 10년이 넘었다./사진=더 선
호주 20대 여성이 10년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각)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애니 홀랜드(24)는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음식을 직접 섭취한 지 10년이 넘었다. 홀랜드는 12세부터 어지럽고 자주 기절하고 소화 장애를 겪었다. 홀랜드는 “12살에 시작한 증상은 15살 때 심해졌고 18살에 원인 질환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그에게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autoimmune autonomic ganglionopathy)’을 진단했다. 면역계가 건강한 신경 세포들을 공격해 홀랜드의 증상은 계속 악화하자, 홀랜드는 여러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그중에는 대장을 300cm 절제하는 수술도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소화 기관이 제대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홀랜드가 영양분을 섭취하고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완전비경구영양법(total parenteral nutrition)’뿐이다. 정맥주사를 통해 필수 영양분을 주입받는 방식이다. 홀랜드는 “사람들에게 먹지 못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에게 음식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차이에서 비롯되는 고립감이 엄청나다”며 “여러 사람들이 어울리는 식사 자리에 참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홀랜드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계속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고, 이로 인해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함에도 일주일 만에 20kg이 찌기도 했다.

정맥주사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홀랜드 모습./사진=더 선
홀랜드는 “정맥주사로 영양분 공급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사소한 감염조차 패혈증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헌신적인 의료진을 만나서 지금까지 투병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홀랜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며 완전비경구영양법 연구비를 모금 중이다. 그는 “매주 이것 하나만으로 181만~272만 원을 쓴다”며 “현재 아주 적은 인력으로 이 질환을 연구하고 있는데 더 좋은 환경에서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홀랜드가 겪고 있는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은 자가면역질환인 자율신경병증(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면역계가 자율신경계를 공격하면서 여러 증상을 겪는다.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함께 심혈관, 호흡, 소화, 생식기관, 체온조절, 동공 조절 등의 기능을 조절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자율신경계 이상이 발생하면 자율신경계가 담당하는 모든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은 자주 기절하고, 누웠다 일어날 때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을 보인다. 이외에도 땀이 나지 않거나 동공이 풀리거나 소화 기능 이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이 발병하는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환자도 매우 적어 체계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도 않았다. 환자들은 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는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통증을 완화하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투여하기도 한다. 면역 글로불린은 혈액의 백혈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이다. 면역 글로불린 주사는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홀랜드처럼 소화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완전비경구영양법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완전비경구영양법은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정맥주사를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비타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미네랄 등이 포함된 영양수액을 주입받는다.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은 완치되지 않지만, 일부 환자들은 증상이 줄어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기도 하다. 증상 악화를 막으려면 제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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