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 어렵다… 제약업계 “비만약의 알츠하이머 임상 효과 주목해 볼만”

입력 2025.01.03 07:15
업계 전망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그래픽=김민선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목소리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103명의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024년 대비 10%p 이상 감소한 반면, 유사할 것이라는 의견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높은 환율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당뇨·비만약과 표적단백질 분해·ADC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이로 인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시사했다. 특히 주목되는 데이터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위고비)’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쓰기 위한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있다.

◇자금 조달·고환율 우려… 87% "구조조정 계속될 것"
조사 결과,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응답은 총 33%로, 지난해(47.2%) 대비 14.2%p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응답은 44.7%로 전년(32.6%) 대비 12.1% 증가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약 40명은 기술 수출 증가 예상을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았으며, 기술 수출 논의 중인 대상은 다국적 제약사가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지적됐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지목한 응답은 지난해 50건 대비 67건으로 증가했다. 고환율에 대한 부담도 35건으로, 전년(11건) 대비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약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로 해외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고환율로 인한 R&D(연구개발)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R&D 투자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42%)'고 응답한 관계자가 '확대 계획이 있다(39%)'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시장 평가는 구조조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조조정이 지난해 다 마무리됐다고 응답한 업계 관계자는 4%에 불과한 반면, 구조조정이 올해에도 계속된다는 응답은 87%로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바이오텍의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환율이 R&D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며, 바이오텍의 보유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외 금리 인하 소식 지연 등으로 여전히 자금 조달 환경은 어렵다"며 "올해에도 바이오텍의 자금 조달 소식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5년 주목받는 신약 그래픽
2025년 주목받는 신약/그래픽=김민선
◇"투자 확대 많아질 가능성… 오포글리플론·세마글루타이드 주목"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올해 제약·바이오 관련 투자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가장 주목되는 투자 흐름의 변화로는 인수·합병(M&A) 증가가 37%로 가장 많았으며, 유통시장 투자 심리 개선이 30%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에 인수·합병 증가와 투자 심리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주요 임상시험 결과로는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오포글리플론'의 임상 3상 시험과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병 임상 3상 시험이 있다. 두 신약은 모두 올해 중 임상 3상 시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만약 해당 임상들이 성공한다면, 베타 아밀로이드 타겟 항체가 아닌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GLP-1 작용제 수요가 대폭 확장되며 성장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경구 제형의 편의성을 해결하면서 만성질환·퇴행성 뇌 질환 분야로까지 적응증이 확장된다면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결과 가장 유망한 질환 분야로는 ▲대사질환(당뇨병·비만) ▲뇌 질환 ▲종양학이 거론됐으며, 5년 내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약 분야로는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항체-약물접합체(ADC) ▲GLP-1 수용체 유사체 ▲이중항체 순으로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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