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슬포슬 부드러운 ‘감자 샐러드’ 만들려면 [주방 속 과학]

입력 2024.02.18 12:00
감자 샐러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자샐러드는 감자를 으깰 때, 온도에 따라 질감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감자샐러드를 먹고 싶다면 반드시 감자가 뜨거울 때 강판에 갈아야 한다.
감자는 펙틴이라는 고리형 다당류 안에 전분 알갱이가 뭉쳐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감자를 익히면 점점 펙틴이 연해지고 전분 알갱이들은 물을 흡수해 전체적으로 질감이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연할 때 강판에 갈거나, 체에 내리면 부드럽게 세포가 분리된다. 그러나 감자가 식으면 다시 빠르게 펙틴이 뻣뻣해지고, 세포들은 서로 붙어 견고해져 체에 내리기 어려워진다. 무리하게 으깨면 세포막이 파괴돼 전분 알갱이가 터지면서 전분이 밖으로 나와 끈적끈적하고 질척한 질감으로 바뀐다.

마찬가지 이유로 감자가 뜨거울 때 양념하는 게 좋다. 식으면 펙틴 때문에 감자 표면이 단단해져 양념이 안으로 침투하기 어려워진다. 설사 양념이 표면을 뚫고 들어가더라도 전분 알갱이끼리도 견고해져 가운데까지 양념이 배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미국 요리과학자 J. 켄지 로페즈 알트(J. Kenji López-Alt)는 감자가 뜨거울 때 양념해야 더 맛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감자가 뜨거울 때와 식었을 때 녹색 색소로 양념한 뒤 감자 속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뜨거울 때 양념한 감자는 가운데까지 녹색 색소가 퍼져있었고, 식힌 뒤 양념한 감자는 표면에만 양념이 국한돼 있었다.

혹여 질감이 떡 같은 으깬 감자샐러드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감자를 익힌 후 식었을 때 체가 아닌 푸드프로세서나 믹서기에 돌리면 된다. 잘게 잘릴수록 세포가 파괴돼 호화된 전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떡이나 치즈 같은 농도로 질감이 바뀐다.

한편, 포슬포슬한 으깬 감자샐러드를 먹고 싶다면 감자를 고를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감자는 크게 전분입자가 큰 분질감자와 작은 점질감자로 나뉘는데, 분질감자로 조리해야 익었을 때 잘 부서진다.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비중이 다르므로 소금과 물을 1:11 비율로 섞은 소금물에 띄어보면 된다. 비중이 큰 분질감자는 가라앉고, 비중이 작은 점질감자는 위로 뜬다. 감자를 익히기 전엔 큼직하게 잘라 차가운 물로 씻어주면 빠져나온 전분이 씻겨나가, 포슬포슬한 질감을 더 살릴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씻으면 오히려 펙틴을 적절히 분해할 때 필요한 효소도 씻겨나가 감자가 아예 부드러워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