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속 대장균이 콩팥 손상까지… 소아에게 ‘햄버거병’ 무서운 이유

입력 2020.06.26 15:55

안산 유치원서 집단 식중독 발생

대장균 사진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손상된 적혈구는 신장에 찌꺼기처럼 끼어 신장 기능을 망가트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 원생이 100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대변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아이가 44명이다. 장출혈성대장균은 감염되면 일명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안산 유치원에서는 14명에게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나타났으며, 5명은 콩팥 투석이 필요한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리면 절반은 급성 콩팥 손상으로 인해 투석 치료가 필요하고, 5%는 손상된 콩팥이 회복이 되지 않아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명 햄버거병, 용혈성요독증후군이란

이번 집단 식중독 사건의 원인균은 '장출혈성대장균'이다.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면 ▲심한 경련성 복통 ▲오심 ▲구토 ▲미열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배변에 피가 섞인 혈변을 보기도 한다.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발병하는 합병증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이다.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발전하면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콩팥 기능 부전 ▲중추신경계 증상을 일으킨다. 또 백혈구 수치가 높아지고,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발병 또는 유행 시 24시간 내 신고해야 하는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그 전보다 환자 수가 늘어 매년 1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연희 교수(소아신장전문의)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높아져 검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아는 뚜렷한 치료법 없어, 심하면 '투석'까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면 1~2주 증상이 지속되다 호전된다. 그러나 5세 미만 어린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 이연희 교수는 "성인은 설사를 동반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리면 독소를 뿜는 병원균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며 "그러나 소아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독소 배출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어 항생제 사용은 금기이며, 이외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이어지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장출혈성대장균이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 혈소판 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손상된 적혈구가 콩팥에 찌꺼기처럼 끼면 콩팥 기능까지 손상된다. 콩팥 기능 손상이 심하면 영구적으로 회복이 안돼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이연희 교수는 "장출혈성대장균이 환자의 몸 안에서 많은 독소를 생성할수록, 이 독소로 인한 혈관 침범이 심할수록 증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현재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과 용혈성요독증후군 치료는 보존적인 치료로써 수분, 전해질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액 공급이 우선된다.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행되면 수혈이나  콩팥 투석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변본 후에는 반드시 손 씻기고, 육류 충분히 익혀 먹어야

장출혈성대장균은 대부분 충분히 가열하지 않은 소고기 가공품에서 발견되지만, 드물게 오염된 채소류 등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위생관리가 어려운 소아 집단 시설에서는 사람 간 사람 감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원생의 동생, 부모 등이 전염됐다. 이연희 교수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아이들이 화장실을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출혈성대장균은 가열하면 사라지므로 육류 제품은 충분히 익혀서 먹고, 날것으로 먹는 채소류는 깨끗한 물로 잘 씻어 먹어야 한다.

한편 보건당국은 감염경로 확인을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치원 측이 원생 간 전파 가능성을 제기하자, 학부모 측은 급식이 원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 측은 당시 식재료를 남겨놓지 않아 원인 추적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어린이들 수치를 비교분석하고 식재료에 대한 추적도 다방면으로 하면서 결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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