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하나?

입력 2008.10.02 11:48   수정 2008.10.02 16:30

도대체 어떤 사람이 왜 자살을 하나?

◆왜 스스로 목숨을 끊나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로 인한 고통, 복잡하고 괴로운 가정·경제적 문제, 말기암이나 극심한 통증 등 건강문제, 자신의 능력 등에 대한 절망감과 죄책감 등 자살을 결심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내가 죽을 테니 너희도 고통을 당해봐라”는 식의 타인에 대한 복수심이나 적개심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동기가 직접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자살의 60~80% 정도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의사들은 설명한다. 외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15~20%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며, 2~3% 정도는 자살에 ‘성공’한다.

우울증 환자는 전국민의 5%(여자 5~9%, 남자 2~3%) 정도며, 전국민의 20% 정도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정된다. 그 밖에 알콜중독증, 정신분열증, 강박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인 문제도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 교수는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치료 가능한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게 아니라 뇌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감소해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므로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들

자살은 결심한 사람들은 자살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최후의 탈출구지, 최선의 해법이 아님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살자의 80% 정도는 주위 사람에게 자살의사를 넌지시 표현하거나 직접적으로 밝힘으로써 ‘구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의 위험 징후는 다음 12가지로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자살 위험을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등 조처를 취하는 것이 좋다.

①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②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해하며 지쳐 있다.

③자신의 죽음이 가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④자살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⑤초조해하고 불안해하다 갑자기 차분해지고 편안해 한다.

⑥최근 가족의 죽음이나 건강 상실 등 힘든 일이 있다.

⑦가족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

⑧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하며 의기소침해 한다.

⑨식사, 성, 수면 등 생물학적 욕구가 현저히 줄었다.

⑩알코올 의존이 있다.

⑪별거나 이혼, 사별로 혼자 살고 있다.

⑫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자살’도 예방·치료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자살의사를 넌지시 또는 직접적으로 내비치면 피하지 말고 자살의 동기와 방법 등을 꼬치꼬치 캐물어 자살에 관한 생각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며 “충분히 말을 들어주고 정서적으로 공감해준 뒤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평가해 주면 자살 결심을 돌이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당사자에겐 자살기도가 병의 결과임을 설명하고 전문의에게 상담·약물 치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즉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유명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동료 의사의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판단, 즉각 입원시키려 했으나 입원실이 없어 다음날 아침 입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날밤 그 교수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전우택 교수는 “급성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결심은 수시간 내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므로 응급 입원의 대상이 된다”며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혼자 내버려두지 말고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자살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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