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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평생 걷는 즐거움’ 지키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관리법

    [의학칼럼] ‘평생 걷는 즐거움’ 지키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관리법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관절 건강이다.외래 진료실을 찾는 많은 어르신이 무릎이 아플 때 “나이가 들어서 으레 그러려니”하며 파스나 진통제로 버티다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은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해서는 안 되는 명백한 질환이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점차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지면서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병으로 우리 몸의 체중을 가장 많이 견뎌야 하는 무릎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연골에는 혈관과 신경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으며, 닳아 없어지는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통증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연골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뼈와 뼈가 부딪히고 염증이 발생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퇴행성관절염은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무릎이 무겁고 뻣뻣한 느낌이 들며 평지보다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그러다 중기에 접어들면 연골이 닳아 뼈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해지면서 움직일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나고, 이유 없이 무릎이 붓거나 물이 차기도 한다. 연골이 거의 다 마모된 말기에는 가만히 쉴 때나 밤에 잠을 잘 때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다리 모양이 ‘O자형’으로 변형되어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다행히 관절염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대처하면 수술 없이도 증상을 호전시키고 관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그리고 흔히 연골주사라 부르는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을 우선 시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연골이 완전히 마모된 말기라면 인공관절치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손상된 관절을 특수 제작된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로, 통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다시 정상적인 보행을 가능하게 해준다.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 습관 개선이 필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인데, 체중이 1kg 증가할 때마다 무릎이 받는 하중은 3배에서 5배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무릎에 무리를 주는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계단 반복해서 오르내리기 등의 동작은 피해야 한다. 대신 무릎 주변의 근육, 특히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허벅지 근육이 튼튼하면 무릎 관절로 가는 충격을 흡수하여 연골 손상을 막아주는 든든한 천연 보호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으로는 ▲물속에서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평지 걷기 등을 추천한다.무릎 통증은 내 몸이 보내는 적색경보다. ‘며칠 쉬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 칼럼은 조현우 강서K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조현우 강서K병원 원장2026/07/13 16:01
  • 인지력 개선 위한 영양제, 딱 정해드립니다

    인지력 개선 위한 영양제, 딱 정해드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방금 뭘 하려고 했더라?’하며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꾸 잊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증상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억력·인지력 개선으로 정식 허가한 건강기능식품 원료와 의약품 성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보자.뇌 건강을 논할 때 첫 번째로 주목받고 있는 성분은 ‘포스파티딜세린’이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인간의 뇌와 신경 조직에 매우 고농도로 존재하는 성분으로,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의 주성분인 인지질의 일종이다. 식물성 원료 중에서는 대두(콩)에 비교적 많이 함유돼 있어, 일반적으로 대두에서 추출해 건강기능식품 고시형 원료로 제조한다.포스파티딜세린은 식약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부수적으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으로부터 피부 건강을 유지하고 피부 보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지력 개선을 위한 일일 권장 섭취량은 300mg이다. 제품에 따라 1~2알씩 하루 2번 식후에 섭취하면 된다.우리의 뇌세포막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이처럼 노화로 인해 딱딱해지는 뇌세포막의 인지질과 콜레스테롤 비율을 정상화해 뇌세포막 본연의 유동성을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막의 유동성이 회복되면 뇌세포 간의 신호 전달이 다시 원활해진다. 또한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방출을 자극해 두뇌 활성화를 돕고, 뇌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신경성장인자(NGF)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과학적 기전을 갖고 있다.뇌 건강에서 두 번째로 주목받고 있는 성분은 ‘은행잎추출물’이다. 뇌가 제 기능을 하려면 산소와 영양소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세혈관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 탁월한 기능성을 발휘하는 고시형 원료가 바로 은행잎추출물과 오메가3(EPA·DHA 함유 유지)다.은행잎추출물은 식약처로부터 ‘기억력 개선·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은 원료다. 일일 섭취량은 플라보놀 배당체로서 28~36mg이다. 제품에 따라 보통 1알씩 하루2번 섭취하면 되는데, 포스파티딜세린과 은행잎 추출물이 같이 들어간 제품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은행잎 추출물은 혈관 벽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NO)의 생성을 촉진해, 뇌를 비롯한 전신 미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든다. 동시에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뇌세포·혈관 세포의 손상을 예방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뇌 내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밀도를 유지하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효율 또한 높여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뇌 건강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성분은 오메가3다. 섭취량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기능성이 달라지는데, 기억력 개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루 900~2000mg의 고용량을 섭취해야 한다. 참고로 500mg은 혈행·중성지질 개선, 600mg은 건조한 눈 개선에 도움을 준다.오메가3 성분 중 특히 DHA는 뇌 신경세포막 인지질의 핵심 성분이다. DHA는 세포막의 투과성과 신호 전달 속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해 뇌의 무결성과 신경 기능을 견고하게 지탱한다. 추가적으로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이자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네 번째로 일반의약품 성분 중에서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저하에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조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삼40%건조엑스’와 ‘은행엽건조엑스’ 복합 성분이다. 은행엽 성분이 뇌혈류를 개선하고 산소 공급을 확대해 준다면, 인삼 성분은 뇌세포 대사를 직접적으로 촉진하고 면역·스트레스 저항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두 성분을 함께 섭취하면 작업 기억과 장기 기억을 포함한 기억력 강화와 전반적인 인지 기능 개선에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집중력·주의력 저하, 기억력 감퇴는 물론, 현기증과 같은 말초 동맥 순환장애 증상 개선에도 효과적이다.다섯 번째는 신경계를 지탱하는 ‘신경비타민(B1·B6·B12)’이다. 뇌세포와 신경교세포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타민군을 신경비타민이라고 부르는데, 메코발라민(활성형 비타민 B12)은 뇌의 신경구조를 지지하고 신호 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신경교세포의 미엘린수초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성분이 부족하면 기억력 저하, 손발 저림, 통증 민감성 등이 나타난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설사 등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부족해지기 쉽다.벤포티아민(활성형 비타민 B1)은 뇌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핵심 비타민이다.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돼야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명 ‘머리가 잘 돌아가게 해주는 비타민’으로 통한다. 피리독신(비타민 B6)은 메코발라민과 마찬가지로 신경교세포의 미엘린수초를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 생화학적으로 비타민 B6는 스핑고리피드 합성에, 비타민 B12는 메틸-CoA 합성에 관여하며 신경 구조를 완성한다. 비타민 B1, B6, B12 영양제는 하루 1알 복용하면 된다.뇌영양제 섭취 시에는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기억해둬야 한다. 은행잎 추출물(은행엽건조엑스)과 오메가3 등은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성분들이다. 평소 심장질환이나 혈전 예방 등의 목적으로 병원에서 아스피린, 혈액순환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이들 영양제를 병용했을 때 출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피부에 유독 멍이 잘 들거나, 이유 없는 코피, 잇몸 출혈, 혹은 대변이 검게 나오는 등의 위장관 출혈 증상이 관찰된다면 은행잎이나 오메가3 성분의 섭취를 중단하거나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두 번째 주의사항은 위장관 부작용이다. 포스파티딜세린이나 오메가3 같은 지질 기반 성분에 예민한 사람은 메스꺼움, 소화불량, 속 더부룩함, 니글거림 등의 위장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장 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복에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식사 직후에 바로 섭취하는 것이 부작용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기억력과 인지력 개선 영양제는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제품이다. 본인의 증상과 복용 중인 약물을 면밀히 살피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강기능식품·의약품을 잘 선택해 올바르게 섭취함으로써 건강한 황혼의 두뇌를 지켜보자.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7/13 07:00
  • 아이오아이 ‘갑자기’를 들으면 아련해지는 이유

    아이오아이 ‘갑자기’를 들으면 아련해지는 이유

    얼마 전 아이오아이(I.O.I)가 컴백해 ‘갑자기’라는 노래로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했다. 아이오아이는 2016년 <프로듀스 101>이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져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활동을 한 뒤 해체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해체 후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에서 활동을 이어가다, 최근 10주년을 맞이해 일시적으로 재결합했고,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얻었다.아이오아이의 컴백에 대중은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영상이나 뉴스의 댓글을 보면 ‘아련하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보니 참 아련하다’, ‘노래의 후렴구를 듣고 있으면 아련한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와 같은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데뷔 10주년이라고 해도, 아직 멤버들의 나이는 여전히 젊은데 ‘아련하다’라. 뭔가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감정이야 개인의 주관적인 것이니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아련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심리학은 ‘정의의 학문’이라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니, 어떤 개념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아련하다’란 단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아련하다’의 사전적 정의조차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과 맥락이 조금 다르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뜻은 ‘또렷하거나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련하다’는 여기에 감정이 더해진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생기는 그리움, 쓸쓸함, 뭉클함 등을 표현할 때 우리는 ‘아련하다’고 말한다.심리학에서도 아련함을 복합 정서로 다루고 있다. 가장 유사하게 생각되는 외국 단어인 향수(노스텔지어) 연구에서는 이 감정을 과거지향적 사고에 더해진 혼합 정서, 즉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가 혼재된 형태로 이해한다.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따뜻함, ‘그때 참 좋았지’라는 회상적인 즐거움, 익숙했던 과거로 잠시 돌아간 듯한 안정감 등의 긍정적인 정서와 함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쓸쓸함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아련함을 굳이 정의 내려 보자면 ‘희미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자기 경험이 따뜻한 애정과 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저강도 혼합정서’ 정도로 할 수 있겠다.이런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아련하다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릴 때 사용된다. 과거의 일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에서 특장점을 가지는 두 가지 자극이 있다. 하나는 냄새이고, 또 다른 하나가 음악이다. 냄새(향)는 다른 감각 정보와 달리 코에서 대뇌피질로 직접 연결된다. 특히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 길을 가다가 태국 음식 냄새를 맡고 태국 여행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냄새가 신경해부학적 구조 덕분에 기억을 불러온다면, 음악은 반복된 경험과 개인적 의미를 통해 그에 버금가는 강력한 기억 단서가 된다. 다양한 연구들이 이 음악의 기억 유발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한 연구에서는 음악이 얼굴 사진보다 더 생생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했다. 또한 대중음악 일부를 들려주었을 때 노래가 익숙하고 개인의 삶과 관련돼 있으며 정서적 각성을 일으킬수록 향수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뇌영상 연구에서도 익숙한 음악이 개인적 기억을 불러일으킬 때 자기 관련 정보 처리와 개인적 의미 부여에 관여하는 내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음악은 단순한 청각 자극에 그치지 않고, ‘이 노래가 내 삶의 어느 시기와 연결돼 있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자전적 기억 단서로 작용한다.특히 이와 같은 기억 유발 효과는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들은 음악에서 잘 일어난다고 한다. 전 생애의 음악 중에서도 청소년기에 유행했거나 접했던 음악에 대해 더 높은 친숙감과 자전적 기억을 보고했으며, 그 정점이 대략 14세 전후로 나타났다. 즉,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음악이 강한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심리학적으로 청소년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불안, 외로움, 스트레스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뇌과학적으로 이 시기는 보상 처리와 사회적 평가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고, 또래와의 관계가 가족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함께 듣는 음악이나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경험이 강한 사회적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는 자기정체성, 또래관계, 정서조절이 중시되는 발달적 시기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음악이 ‘그때의 나’를 불러오는 강력한 자전적 기억 단서가 된다고 해석한다.그러니 아이오아이의 컴백을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아련함은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어느 시절의 나를 다시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현재의 아이오아이인 동시에, 2016년의 교실과 통학 길, 친구들과 팬덤, 입시와 대학, 그때의 불안과 설렘이다. 물론 이것은 아이오아이를 그 시절에 깊이 경험했던 팬들에게 더 잘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만 해도 당시에는 연구와 육아로 아이오아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으니,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아련함을 느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노래가 특정 시기의 자기 경험과 강하게 묶여 있다면, 그 노래는 시간이 지난 뒤 단순한 음악 이상의 것이 된다. 그 시간은 다시 살 수 없고, 그 시절의 자신도 지금의 자신과는 조금 다르다.그래서 이 감정은 단순한 슬픔도, 단순한 반가움도 아니다. 아련함은 지나간 시간이 사라졌다는 아픔이면서, 동시에 그 시간이 내 삶에 분명히 남아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우리가 어떤 노래 앞에서 아련해지는 이유는 그 노래가 오래돼서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우리가 한때 정말로 그 시절을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6/07/10 21:00
  • [의학칼럼] 맥주 마시고 반복되는 여름 통풍,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이유​

    [의학칼럼] 맥주 마시고 반복되는 여름 통풍,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이유​

    “날이 더워지면 유독 발가락 마디가 욱신거려 소염제를 먹으며 버텼는데, 최근에는 약도 잘 듣지 않고 발을 땅에 디디기조차 힘들 만큼 아파요”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많은 환자가 통풍을 일시적인 염증 정도로 생각해 진통제를 복용하며 버티곤 한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는데도 원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관절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실제로 통풍은 초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와 충분한 수분 섭취,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질환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작이 반복되는데도 약에만 의존하면 체내 요산 수치 관리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특히 급성 통풍 발작이 자주 반복되거나 약을 복용해도 불편감이 남는다면 단순 염증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혈액검사나 초음파, 영상 검사를 통해 관절 주변 상태와 요산 결정 침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원인 해결에 도움이 된다.통풍을 정형외과적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통증의 강도가 아니다. 반복되는 염증이 관절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있는지, 관절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여름철에는 땀 배출이 많아지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다. 이 경우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맥주나 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음료 섭취가 늘어나면 통풍 발작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통풍 환자에게 여름은 유난히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다.특히 땀을 많이 흘린 뒤 밤사이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이 갑자기 붉게 붓고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 양말이나 이불이 스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예민해지는 경우,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관절이 이전보다 뻣뻣하게 느껴지는 경우에는 상태를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이러한 변화가 반복된다고 해서 모두 심각한 관절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랜 기간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요산 결정이 관절 주변에 쌓이면서 움직임이 불편해지거나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덩어리 형태의 요산 결절이 생겨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통풍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발작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요산 수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재발을 줄이고 관절을 보호하는 데 있다. 통증이 없을 때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며,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모든 환자가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약물 치료와 요산 조절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관절 기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요산 결절이 신경을 압박하는 등 특수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여름철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당분이 많은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정기적인 검사와 꾸준한 관리가 더해진다면 통풍으로 인한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많은 환자가 통풍을 ‘잠깐 아프다가 지나가는 병’으로 생각하지만, 반복되는 발작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이 자주 재발하거나 관절 움직임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참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박준식 새움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준식 새움병원 원장2026/07/10 14:45
  • [의학칼럼] 여름 햇빛에 뿌예진 시야, 노안 아니라 백내장일 수도

    [의학칼럼] 여름 햇빛에 뿌예진 시야, 노안 아니라 백내장일 수도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 유난히 눈이 부시고 시야가 뿌옇게 느껴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40~50대라면 나이 들어 노안이 왔나 보다 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안경이나 돋보기를 써도 시야가 맑아지지 않는다면 백내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노안일까, 백내장일까노안과 백내장은 초기 증상이 겹쳐 헷갈리기 쉽지만 원인이 다르다.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져 주로 가까운 것이 잘 안 보이는 변화이고, 백내장은 수정체 자체가 혼탁해져 원근에 관계없이 시야가 전반적으로 뿌옇게 흐려지는 질환이다.구분해 보면, 노안은 주로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이지만 시야 자체는 대체로 맑은 편이고, 돋보기나 안경으로 근거리 시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반면 백내장은 원근에 관계없이 안개가 낀 듯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흔하게 나타나며 특히 야간에 심해진다. 이 경우에는 돋보기나 안경을 써도 뿌연 느낌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두 질환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증상만으로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 원인은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여름철 자외선, 눈에도 부담이 된다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지만, 자외선 노출이 누적되면 수정체 단백질의 변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외선도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 당뇨병, 눈 외상, 흡연,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철에는 야외 활동 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와 챙이 있는 모자로 눈을 보호하고, 당뇨가 있다면 혈당 관리에도 신경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자외선이 강한 시기에는 눈부심과 시야 흐림을 호소하며 서울 지역 안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본원에서도 여름철이면 이런 증상으로 내원해 백내장을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언제 수술을 고려할까백내장은 초기에 일상에 큰 불편이 없다면 경과를 지켜보며 생활 습관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혼탁이 진행돼 야간 운전 시 빛 번짐이 심하거나, 시야 흐림으로 취미·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등 일상 불편이 커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인공수정체의 종류나 수술 시기는 환자의 눈 상태와 생활 습관, 직업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40~50대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고, 여름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김석환 더원서울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석환 더원서울안과 원장2026/07/10 14:24
  • [의학칼럼]여름방학 라섹·렌즈삽입술 전 꼭 확인할 것은

    [의학칼럼]여름방학 라섹·렌즈삽입술 전 꼭 확인할 것은

    여름방학은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이 시력교정술을 고려하는 시기다. 학기 중보다 일정 조정이 수월하고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방학 기간에 맞춰 수술 날짜부터 정하기보다는 눈 상태를 장확히 검사하고, 라섹과 렌즈삽입술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라섹은 각막 표면의 상피를 제거한 뒤 레이저로 각막 실질을 절삭해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각막 절편을 만들지 않지만 수술 후 상피가 회복되는 동안 통증이나 이물감 혹은 눈부심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시야가 선명해졌다 흐려지는 변동이 생길 수 있어 학업이나 업무 복귀 시점을 여유 있게 계획하는 것이 좋다.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절삭하지 않고 눈 안에 특수 렌즈를 삽입해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각막 형태를 보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각막이 얇거나 근시·난시 도수가 높아 레이저 교정술 적용이 어려운 경우 고려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안정성을 입증해 온 ICL은 미국 FDA 승인까지 마친 'EVO ICL' 모델로 발전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 EVO ICL은 렌즈 중앙부 홀 설계를 통해 눈 속 방수 흐름을 고려한 것이 특징으로, 각막을 절삭하지 않는 교정 방식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수술 전에는 렌즈의 특성과 적용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고도근시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눈 속 공간, 각막내피세포 상태, 전방 깊이와 동공 크기 등을 확인해야 하며, 수술 후에도 안압과 렌즈 위치 등을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수술 전 검사에서는 현재 시력과 굴절도뿐 아니라 각막 두께와 모양, 동공 크기, 안구건조증 여부, 망막과 시신경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콘택트렌즈는 각막 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의료진이 안내한 기간 동안 착용을 중단한 뒤 검사해야 한다. 최근 1년 사이 안경 도수가 계속 변했다면 굴절값이 안정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회복 기간은 수술 방식과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다르다. 라섹은 보호용 렌즈를 제거한 뒤에도 시력 안정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시험, 여행, 운전처럼 선명한 시야가 필요한 일정과 충분한 간격을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렌즈삽입술은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초기에는 눈부심이나 빛 번짐, 건조감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정해진 검진 일정을 지켜야 한다.시력교정술은 회복이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각막 상태와 근시 정도, 안구건조증, 눈 속 구조뿐 아니라 직업, 운동 여부, 방학 중 예정된 일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검사 결과 한 가지 수술이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다른 수술이 자동으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각 방법의 장점만 비교하기보다 예상되는 회복 과정과 불편감, 수술 후 관리 방법을 충분히 설명 받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수술 후에는 눈을 비비거나 물이 직접 들어가는 행동을 피하고 처방된 안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선글라스나 모자로 눈을 보호하고, 통증이 심해지거나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충혈이 지속될 경우 예정된 검진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이 칼럼은 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2026/07/09 13:33
  • 남의 성공을 100% 축하해주기 어려운 이들에게

    남의 성공을 100% 축하해주기 어려운 이들에게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7/08 10:45
  •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아미랑]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아미랑]

    암 치료를 하는 의료진은 매일 두려움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환자들을 마주합니다. 헬스조선 아미랑은 강릉아산병원 유방외과 윤광현 교수 칼럼을 연재해 '암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치료를 견디게 했는지, 무엇이 환자를 다시 삶으로 돌아가도록 했는지 등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칼럼기고자=강릉아산병원 외과 윤광현 교수2026/07/08 09:00
  • [의학칼럼] ‘짜도 또 생긴다’ 반복되는 엉덩이 종기, 정체가 뭐야?

    [의학칼럼] ‘짜도 또 생긴다’ 반복되는 엉덩이 종기, 정체가 뭐야?

    수년째 엉덩이와 사타구니 주변에 발생하는 만성 종기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20대 후반 직장인 A씨. 처음에는 단순한 여드름이나 모낭염인 줄 알고 집에서 압출을 하거나 약국 소염제로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기가 터진 자리 주변으로 또 다른 종기가 이어져 생겼고, 통증 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다. A씨의 진단명은 단순 종기가 아닌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이었다.엉덩이,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접히는 부위에 뾰루지나 종기가 생기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집에서 손으로 짜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짜고 약을 발라도 같은 자리에 종기가 반복해서 생기고 피고름이 터진다면 일반적인 종기가 아닌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화농성 한선염은 피부 속 땀샘 중 하나인 아포크린샘(대한선)이 있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흔히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청결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진짜 원인은 면역학적 이상과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낭 입구가 각질 등으로 막히면서 분비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고여 세균 감염과 면역 반응을 일으켜 피부 깊은 곳에 반복적인 농양을 형성하고 이차적으로 아포크린선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한선염은 초기에 단순 모낭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항문 주위 등 피부가 접히는 곳에 단단하고 통증이 있는 멍울로 시작되며, 나아졌다가도 같은 자리에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 멍울이 터지면서 고름이 나오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피부 아래로 마치 터널 같은 통증성 통로(누관)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피부에 딱딱하고 흉측한 흉터가 남으며 고름에서 심한 악취가 동반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또한 한선염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할 경우 치료가 까다로워져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항생제나 소염제, 비타민A 유도체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하며, 최근에는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을 위해 염증 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를 사용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반면 이미 만성적인 고름 통로가 형성되었거나 흉터가 심한 경우에는 병변 부위를 절개해 고름을 빼내거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염증이 있는 조직 전체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예방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흡연과 비만은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모낭 폐쇄를 유도하므로 환자에게 금연은 필수적이며, 비만 역시 피부가 접히는 부위의 마찰을 늘리고 땀 분비를 촉진하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병변 부위를 손으로 짜거나 만져 이차적인 세균감염을 일으키거나 염증을 주변으로 퍼뜨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통풍이 잘 되는 넉넉한 옷을 입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며 샤워 후 물기를 잘 말려 접히는 부위를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엉덩이나 항문 주변에 생기는 종기를 부끄럽다는 이유로 숨기거나 자가 치료로 방치하다가 병을 키워 오시는 분들이 많다. 한선염은 조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인 만큼, 짜도 짜도 같은 자리에 종기가 다시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대장항문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이 칼럼은 이정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이정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2026/07/07 11:20
  • 최고의 한방 해열제, 석고

    최고의 한방 해열제, 석고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갈증이 심해지며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가 무겁거나 쉽게 지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증상이 심해지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 안에 열(熱)이 과도하게 성한 상태로 이해한다. 이러한 열을 다스리는 대표적인 한약재가 바로 석고(石膏)이며, 석고를 대표적으로 활용한 처방이 백호탕(白虎湯)이다.석고는 이름 그대로 '돌'에서 얻는 광물성 한약재이다. 주성분은 천연상태의 함수황산칼슘(CaSO₄·2H₂O)으로, 흰빛을 띠는 결정성 광물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돌을 한약재로 사용한다고?"라며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공진단을 감싸고 있는 금박도 광물성 한약재이며, 한약재까지 가지 않아도 소금 역시 광물(암염)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된다. 당연히 사람이 복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의 규정에 의해 정제와 가공을 거친다는 것은 기본이다.석고는 성질이 매우 차갑고(大寒), 맛은 맵지 않고 달면서도 담백하여 강하게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으로 유명하다.한의학에서는 약재마다 따뜻한 성질과 차가운 성질이 있다고 보는데 인삼이나 계피처럼 몸을 덥히는 약이 있는가 하면, 석고, 지황, 지모처럼 강한 열을 식혀주는 약도 있다. 석고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청열(淸熱) 약재로 꼽힌다. 몸속에 과도한 열이 쌓여 고열이 나고 얼굴이 붉으며, 땀은 많이 나는데 갈증이 심하고 찬물을 찾는 증상이 나타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폐와 위(胃)의 열을 내려 답답함을 줄이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된다.이러한 석고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처방이 바로 백호탕이다. 백호탕은 『상한론』에 수록된 처방으로, 석고와 지모, 감초, 갱미 네 가지 약재로 구성된다. 처방 이름이 어딘가 무협지에서 봤을 법한, 상당히 독특하다. 사신(四神) 가운데 서쪽을 상징하는 흰 호랑이인 '백호'는 오행에서 가을과 금(金), 그리고 서늘함을 의미한다. 즉 뜨거운 열기를 단숨에 제압하는 백호의 기세를 처방의 효능에 비유한 것이다.다만 백호탕은 단순히 더운 날씨를 견디기 힘든 사람을 위한 처방이 아닌, '양명경열(陽明經熱)'이라고 하는 강한 열이 몸속에 가득한 상태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처방이다. 열이 심하고, 땀을 많이 흘리며, 갈증 때문에 찬물을 계속 마시고 싶고, 얼굴이 붉으며, 맥이 힘차게 뛰는 증상이 수반될 때 처방한다.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탈수와 함께 심한 갈증이 나타나는 열사병 상태와 유사하다.석고가 포함된 처방들은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통해 복용해야 하는 처방이며 소위 생맥산과 같이, 여름에 차처럼 음용하면서 먹어도 손색이 없는 여름철 보약은 아니다. 몸이 허약하여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 손발이 차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차가운 성질의 석고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석고와 부합하여 백호탕 등 석고가 들어간 처방을 복용하더라도, 증상이 개선되면 즉시 복용을 멈춰야 한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6/07/07 09:55
  • 모발 이식 하면 ‘탈모약’ 끊어도 될까?

    모발 이식 하면 ‘탈모약’ 끊어도 될까?

    모발 이식을 마친 뒤에도 환자들은 자주 묻는다. “이제 탈모약은 끊어도 되나요?”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오래 고민했고, 비용과 시간을 들였고, 회복 과정도 지나왔으니 이제는 탈모 치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로서는 수술이 하나의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은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모발 이식은 탈모 치료의 끝이라기보다, 탈모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정리하는 치료에 가깝기 때문이다.많은 사람이 모발 이식 후 탈모약을 먹는 이유를 ‘심은 머리가 빠지지 않게 하려고’라고 생각한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후두부에서 옮겨온 모낭은 대체로 남성형 탈모의 영향을 덜 받는다. 실제로 더 중요한 문제는 이식한 머리가 아니라, 그 주변에 원래 남아 있던 머리카락이다. 남성형 탈모는 수술했다고 멈추지 않는다. 앞머리를 심어도 정수리의 탈모는 계속 진행될 수 있고, 헤어라인을 보강해도 중간부 모발은 시간이 지나며 가늘어질 수 있다. 그래서 수술 직후에는 좋아 보였던 결과가 몇 년 뒤에는 다시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일이 생긴다.이때 약물치료의 의미가 생긴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형 탈모에서 오래 사용된 대표적인 약이다. 남성호르몬이 DHT로 바뀌는 과정을 줄여, 유전적으로 민감한 모낭이 점점 가늘어지는 속도를 늦춘다. 모발 이식 후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군에서 비복용군보다 생착률, 모발 밀도, 만족도가 더 좋았다는 연구들도 있다. 한 전향 비교 연구에서는 수술 후 1년간 탈모약을 복용한 군이 비복용군보다 생착률과 모발 밀도 증가에서 우세했다. 그렇다고 모발 이식을 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젊고, 가족력이 강하고, 정수리나 중간부에 아직 남아 있는 모발이 많다면 약물치료의 이득이 크다. 이런 경우 약은 이식모를 위한 치료라기보다 앞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는 기존 모발을 지키기 위한 치료다. 반대로 나이가 비교적 많고, 탈모 진행이 오래 안정되어 있으며, 이식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약 없이 경과를 보는 선택도 가능하다. 또 탈모 없이 단순히 이마가 넓거나 헤어라인 모양을 교정하는 목적의 모발 이식 역시 탈모약 복용은 필요 없다. 같은 모발 이식이라도 환자의 나이, 탈모 속도, 가족력, 남은 모발의 양에 따라 수술 후 관리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약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 탈모약하면 많은 환자가 성기능 부작용을 먼저 떠올린다. 성욕 감소, 발기 기능 변화, 사정량 변화 등이 보고되어 있고, 드물게 기분 변화에 대한 논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서 미루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탈모는 계속 진행된다. 시작 전 상태를 확인하고, 복용 후 변화를 관찰하고, 불편감이 생기면 용량이나 복용 간격, 약제 변경, 중단 여부를 조정하면 된다. 충분히 알고 대처할 수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DHT 억제 효과가 더 강해 진행이 빠른 탈모나 피나스테리드 반응이 부족한 경우 고려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모발의 성장기 유지와 굵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젊은 남성형 탈모 환자 상당수에게 약물치료는 모발 이식 수술 결과를 더 오래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의무처럼 적용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술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탈모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해하는 일이다. 모발 이식은 이미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치료이고, 약물치료는 앞으로 비어갈 부분을 늦추는 치료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수술 후 약을 먹는 일이 덜 억울해진다.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머리카락 몇 가닥이 더 나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고개를 피하지 않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덜 신경 쓰고, 바람이 불어도 머리를 붙잡지 않고, 물이나 땀에 젖어도 괜찮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모발 이식과 약물치료는 결국 그 목적을 위해 함께 쓰이는 도구다. 수술했으니 약이 필요 없다는 말도, 약을 먹지 않으면 수술이 의미 없다는 말도 아니다. 좋은 치료는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지금 남아 있는 모발과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보며,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권하는 것. 모발 이식 후 탈모약에 대한 대답도 결국 거기에서 시작된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6/07/06 21:03
  • ‘러브버그 레시피’ 등장… 식용곤충 시대, 정말 오는 거야?

    ‘러브버그 레시피’ 등장… 식용곤충 시대, 정말 오는 거야?

    러브버그 활동 시기를 맞아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구 트위터)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갑자기 러브버그의 식용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구한 이들이 경험담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정도 가둬 뱃속을 비운 뒤 먹어야 신맛이 덜 난다”, “날로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시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멸치와 함께 볶고 라임즙으로 맛을 낸 러브버그’의 레시피까지 등장했다. 진화의 관점에서 곤충과 새우는 모두 절지동물에 속해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친척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곤충이 조리 방식에 따라 새우나 갑각류와 비슷한 풍미를 낸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곤충을 먹고 비슷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다양한 곤충을 식재료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역시 누에 번데기를 먹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지금도 통조림 제품을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멕시코에서는 개미알인 에스카몰레(escamole)가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나무 뿌리 주변에서 흙째 캐내어 체로 내리면 반투명한 흰색의, 쌀알 크기의 알을 얻는다. 버터에 볶거나 오믈렛에 넣어 먹는데 코티지치즈와 맛과 질감이 비슷하다. 나비와 나방 235종, 딱정벌레 344종, 개미, 벌, 말벌 313종 등 전 세계적으로 일이천 종의 곤충을 먹는 가운데 놀랍게도 바퀴벌레의 자리마저 있다. 따라서 러브버그를 먹는 것도 아주 낯선 일만은 아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곤충을 일상적인 식재료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현재 육류 생산은 막대한 물과 사료를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많아 환경 부담이 크다. 또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축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위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곤충은 지속 가능한 대안 단백질로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식용곤충 시장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식용 곤충 판매액은 271억원으로, 2020년 240억 3,000만원 대비 12.5%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 10종이 식용으로 등록돼 있다.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사람에게 필요한 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을 적절한 비율로 함유한 완전단백질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메뚜기는 100g당 철분 비율이 8~20mg으로, 철분이 풍부한 쇠고기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전반적으로 식용 곤충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재료이며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 B12, 리보플라민 등의 비타민도 갖췄다. 다만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러브버그 같은 야생 곤충을 먹는 건 아무래도 자제하는 게 좋다. 이처럼 곤충은 두루 유용한 식재료지만 곧 모두가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 보기는 어렵다. 영양과 건강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모든 음식을 그 두 가지 기준으로만 선택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 주춤하고 있지만 이미 대량생산 중인 식물성 대체육이나 개발 중인 배양육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게 언제든, 곤충을 밥상에 올릴 시기가 누구의 예상보다 빠르게 올 것만은 확실하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6/07/06 07:00
  • 불면의 역설… 잠은 왜 애쓸수록 달아날까

    불면의 역설… 잠은 왜 애쓸수록 달아날까

    밤 열두 시가 넘어도 식지 않는 여름밤.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다. ‘지금 잠들면 다섯 시간은 잘 수 있다.’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뜨니 세 시. ‘네 시간….’ 마음이 급해진다. ‘자야 해, 자야 해.’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애를 쓰는 밤일수록, 잠은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난다.잠을 ‘너무 자려고 하는’ 병진료실에서 불면을 호소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침대에 일찍 눕고, 조명을 바꾸고, 좋다는 차를 마시고, 수면 영상을 틀어놓는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괴로워한다.정신의학에는 ‘정신생리성 불면(psychophysiological insomnia)’이라는 진단명이 있다. 오늘도 잠들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 잠들려고 애쓰는 그 긴장 자체가 몸을 깨워버려 불면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름이 붙어 있을 만큼 흔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잠을 ‘못 자는’ 병이라기보다, 잠을 ‘너무 자려고 하는’ 병에 가깝다.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의지가 너무 강해서 생기는 일인 셈이다.잠은 스위치가 아니다왜 이런 역설이 벌어질까. 잠은 마음먹는다고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은 몸과 마음의 긴장이 충분히 가라앉았을 때, 조건이 무르익으면 저절로 찾아오는 상태다.그런데 ‘오늘은 꼭 자야 해’라는 다짐은 뇌에 전혀 다른 신호로 전달된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는 순간, 뇌는 시험 전날처럼 바짝 깨어난다. 의학에서는 이를 ‘과각성(hyperarousal)’이라고 부른다. 잠들려는 노력이, 뇌에는 깨어 있으라는 명령이 되는 것이다. 애쓰면 애쓸수록 잠이 달아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역설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정신과 의사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은 잠을 손 가까이 내려앉은 비둘기에 비유했다. 비둘기는 신경 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곁에 머문다. 그러나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그는 불면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정반대의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잠들려고 애쓰는 대신, 차라리 눈을 뜨고 깨어 있어 보라고. 잡으려는 손을 거두자, 역설적으로 비둘기가 다시 내려앉았다.우리 삶에서 애쓸수록 달아나는 것들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삶에는 애쓸수록 달아나는 것들이 잠 말고도 더 있다.행복이 그렇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자꾸 확인하고 행복해지려 조바심을 낼수록,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사랑이 그렇고, 마음의 평온이 그렇다. ‘편안해져야 해’라고 다그치는 순간 마음은 더 굳어진다.세상의 일에는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애쓸수록 잘되는 일과, 애쓸수록 달아나는 일. 공부와 운동과 일은 대체로 앞의 것이다. 노력한 만큼 쌓이고, 붙잡은 만큼 손에 남는다. 그러나 잠과 행복과 사랑은 뒤의 것이다. 이것들은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졌을 때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에 가깝다.우리가 밤마다, 그리고 삶에서 자주 불행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둘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달아나는 종류의 일에, 붙잡는 방식의 노력을 들이미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더 깊이 빠진다. 살면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었기에, 잠 앞에서도 더 열심히 노력해버리는 것이다.수면을 곁으로 부르기 위해, 내려놓는 연습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작은 연습을 권하고 싶다.먼저, 침대에서 ‘자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이다. 누운 지 20분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버티는 대신 차라리 일어나라. 어두운 거실에서 지루한 책을 뒤적이다가, 졸음이 다시 찾아올 때 침대로 돌아가면 된다. 침대는 잠과 씨름하는 링이 아니라, 잠이 찾아왔을 때 맞이하는 자리여야 한다.둘째, 시계를 침실에서 치우는 것이다. ‘이제 몇 시간 남았다’는 계산이야말로 각성의 가장 좋은 연료다. 셋째,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자야 한다’에서 ‘쉬면 된다’로. 잠이 오지 않아도 어두운 방에 편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 몸은 상당 부분 회복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어주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제야 잠이 슬며시 찾아오곤 한다.결국 잠자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노력을 내려놓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손을 뻗는 대신 손바닥을 펴고 가만히 기다리는 일. 어쩌면 잠은 매일 밤 우리에게 그 연습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오늘 밤, 당신은 무엇을 붙잡으려 애쓰다 잠들지 못하고 있는지요?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7/03 21:03
  • “읽기 느린 아이, 무조건 연습시키기 전에 확인할 것 있다”

    “읽기 느린 아이, 무조건 연습시키기 전에 확인할 것 있다”

    난독증은 흔히 ‘책을 잘 읽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충분한 교육 환경과 반복 학습에도 불구하고 읽기와 쓰기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면 단순한 학습 부진이 아니라 난독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난독증은 지능이나 교육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언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학습장애다.난독증은 단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져 읽기 속도와 정확성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어휘 습득과 배경지식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난독증이 지적 능력 저하나 시력·청력 이상, 교육 기회의 부족만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약 5% 내외에서 관찰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의 약 7%가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읽기 능력이 낮다고 해서 모두 난독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읽기 부진은 지적장애나 경계성 지능, 주의력결핍, 언어발달 지연,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난독증은 이러한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특이적 읽기장애’라는 점에서 구별된다.난독증 아동은 읽기를 회피하거나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또래보다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경우가 많다. 글을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이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맞춤법 오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언어 발달이 늦거나 음운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끝말잇기와 같은 언어 놀이를 어려워하는 모습이 함께 관찰될 수 있다.난독증은 뇌의 언어 처리 네트워크와 관련된 기능적 차이로 설명된다. 특히 좌측 대뇌반구의 언어 처리 영역에서 음운 처리와 글자-소리 연결, 읽기 자동화 과정의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따라서 난독증은 학습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기반을 가진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난독증 진단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구조화된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낱말 읽기와 무의미 단어 읽기, 문장 및 문단 읽기 이해 능력을 평가하며, 특히 무의미 단어 읽기 검사는 암기한 단어가 아닌 실제 해독 능력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음절과 음소를 구분하는 능력, 음운 기억, 소리를 조작하는 능력 등 음운 처리 능력을 함께 평가해 읽기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난독증은 언어 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난독증 아동의 약 절반은 발달성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는 언어 발달 지연을 함께 경험한다. 쓰기 어려움도 흔하게 나타나지만, 이는 읽기 문제에서 비롯된 이차적인 결과인 경우가 많다.치료는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훈련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읽기 훈련과 음운 인식 훈련, 언어치료가 기본이 되며,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보조기술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 시간 연장이나 구술평가 등 학습 지원을 병행하면 아이의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다.가정에서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소리 내어 함께 책을 읽고, 오디오북이나 자막을 활용하며, 리듬과 운율을 이용한 언어 놀이를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이의 어려움을 ‘노력 부족’으로 여기기보다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난독증은 아이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다. 적절한 평가와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는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읽기의 어려움은 출발선이 다를 뿐이며,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장2026/06/29 17:20
  • [의학칼럼] 갑자기 심해진 비문증, 망막박리 초기 신호일 수도

    [의학칼럼] 갑자기 심해진 비문증, 망막박리 초기 신호일 수도

    눈 앞에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갑자기 많이 보이거나, 번개가 번쩍이는 것처럼 빛이 보인다면 단순 피로나 노화로 인한 증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특히 시야 한쪽이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가려지거나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망막박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망막박리는 치료 시기에 따라 시력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지는 질환망막은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으로, 카메라의 필름처럼 빛을 받아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망막이 여러 원인으로 원래 위치에서 떨어지는 상태를 망막박리라고 한다. 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시세포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박리 범위와 진행 정도에 따라 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될 때는 가능한 한 빠르게 안과 진료를 받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비문증과 광시증, 놓치기 쉬운 초기 신호망막박리는 갑자기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이 비문증과 광시증이다. 비문증은 날파리나 실, 검은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며, 광시증은 실제 빛이 없는데도 번개가 번쩍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모두 망막박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광시증이 반복된다면 망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시야 가장자리부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커튼이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생긴다면 망막박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진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도근시와 외상, 주요 위험 요인망막박리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 중 하나는 고도근시다. 안구가 길어질수록 망막이 얇아지고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노화에 따른 유리체 변화, 눈 외상, 과거 안과 수술, 가족력 등이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망막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진단과 치료, 상태에 따라 달라져망막박리는 산동 안저검사를 통해 망막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망막 단층촬영이나 안구초음파 등을 시행해 박리 범위와 황반 침범 여부를 평가한다. 검사 과정에서는 망막에 찢어진 부위가 있는지, 박리가 어느 범위까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망막열공만 발생한 단계라면 레이저 치료가 고려될 수 있으며, 이미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위와 원인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유리체절제술, 공막돌륭술, 가스 주입술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치료 방법은 환자의 눈 상태와 병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까지 박리가 진행된 경우에는 치료 후 시력 회복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망막박리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기 쉽지만, 평소와 다른 시야 변화가 느껴진다면 반드시 안과 검진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허장원 더원서울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허장원 더원서울안과 원장2026/06/26 11:04
  • 생양배추 다이어트, 갑상선 망가뜨릴 수 있다

    생양배추 다이어트, 갑상선 망가뜨릴 수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의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양배추입니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아 샐러드나 즙 형태로 매일 챙겨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생양배추를 매일 먹으면 갑상선이 망가진다’, ‘갑상선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실제로 양배추를 비롯한 십자화과 채소에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 과정에 영향을 주는 ‘고이트로겐’이라는 성분이 함유 돼 있습니다. 1928년 진행된 동물 실험에서는 토끼에게 양배추를 주식으로 주었더니 갑상선종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88세 여성이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과인 생청경채를 매일 1~1.5kg씩 수개월간 먹은 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점액수종 혼수상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례가 의학 저널에 보고되기도 했습니다.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먹는 생양배추도 갑상선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음식일까요? 오늘은 양배추 생식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근거로 파헤쳐 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생양배추 다이어트는 갑상선에 나쁘다?정답은 △ 입니다.핵심 근거1. 과거 양배추가 갑상선 비대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계기는 1928년의 토끼 실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료의 대부분을 양배추로만 채운 극단적인 조건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88세 중국 여성의 사례 역시, 혈당 조절을 위해 매일 1~1.5kg의 생청경채를 수개월간 먹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인간의 일반적인 식단 체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2016년에 발표된 연구(Felker, 2016)는 이를 수치로 정리해줍니다. 이 연구가 검토한 과거 인체 실험에서, 갑상선의 방사성 요오드 흡수는 고이트린 194μmol을 섭취했을 때 억제되었지만, 77μmol 수준에서는 전혀 억제되지 않았습니다. 즉, 갑상선의 요오드 흡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데에만도 최소 194μmol의 고이트린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들에는 고이트린을 유발하는 전구물질(프로고이트린)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해당 연구의 채소별 함량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100g 섭취만으로 위험 역치에 근접하거나 넘을 수 있는(100μmol 초과) 채소는 러시아 및 시베리아 케일, 일부 방울양배추, 일부 콜라드 등 극소수 품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하는 상업용 브로콜리, 브로콜리 라브, 무청, 일반 케일 등 대다수의 십자화과 채소들은 100g당 프로고이트린 함량이 10μmol 미만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프로고이트린 1 μmol은 이론적으로 고이트린 최대 1 μmol로 전환되며, 실제 인체에서는 전환이 100%에 못 미쳐 그보다 적게 작용합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 2026/06/26 09:15
  • 의료기술 혁신,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말할 때

    의료기술은 더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를 위해 발전해 왔다. 새로운 의료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우리의 평가는 분명했다. 환자에게 더 정확한 진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더해지고 있다. 바로 "이 기술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의료는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영상의학과에서 사용하는 MRI와 CT 같은 첨단 영상진단 장비는 뛰어난 성능만큼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MRI는 초전도 자석을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액체 헬륨을 사용한다. 헬륨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희소 자원으로 의료뿐 아니라 반도체,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최근에는 공급 안정성과 자원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 현장에서도 헬륨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또한 MRI는 퀜칭(Quench, 액체 헬륨이 기화해 유출되는 현상)에 대비해 헬륨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퀜치 파이프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장비 설치와 운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MRI는 높은 진단 성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원 관리와 시설 운영 측면에서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장비인 셈이다.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MRI 기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 도입된 헬륨 프리 MRI는 완전 밀폐형 마그넷 구조를 적용해 기존 MRI보다 훨씬 적은 양의 헬륨만으로 초전도 자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퀜치 파이프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장비 설치 과정의 제약을 일부 줄일 수 있게 됐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진단 성능을 희생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정확한 진단과 환자 안전이다.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자원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이제 의료기술의 혁신은 단순히 더 높은 성능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정확한 진단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진단의 정확성, 검사의 안전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기술이 자원과 에너지를 얼마나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의료기술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이 칼럼은 김지혜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지혜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2026/06/25 07:30
  •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시야 선명도·연속성 높이려면?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시야 선명도·연속성 높이려면?

    나이가 들면서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백내장’은 중장년층에게 가장 흔하게 찾아오는 퇴행성 안질환 중 하나다. 초기에는 단순한 노안으로 오인해 방치하기 쉽지만, 수정체 혼탁이 진행될수록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해도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가독성이 떨어져 일상생활 전반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과거의 백내장 수술이 단순히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원거리나 근거리 중 하나의 초점만 맞추는 단초점 방식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의학 기술은 노안과 근시, 난시까지 동시에 교정하여 수술 후 안경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프리미엄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진화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안과 업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차세대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렌즈가 바로 알콘(Alcon) 사의 ‘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Clareon PanOptix Pro)’다.◇높은 빛 효율, 야간 빛 번짐과 흐림 현상 최소화기존의 다초점 렌즈는 구조적 특성상 야간 운전 시 빛 번짐(Halo)이나 눈부심(Glare), 혹은 어두운 곳에서 시야가 다소 흐려지는 대비감도 저하 현상이 한계로 지적되곤 했다. 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는 이러한 기존 다초점 렌즈의 취약점을 광학 기술(ENLIGHTEN NXT)을 통해 정교하게 보완한 것이 핵심이다.새로운 광학 설계를 통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 에너지의 활용 효율을 기존 대비 약 94%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반대로 시야를 방해하는 빛 산란은 약 50% 줄였다. 빛 손실이 줄어들고 효율이 높아진 만큼, 환자들은 저조도 환경이나 야간에도 한층 더 밝고 또렷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빛 번짐이나 눈부심으로 인해 일상에 큰 불편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1.6%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시각적 안정성이 입증됐다.◇연속적인 시야 확보,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중간거리 시력 강화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의 또 다른 강점은 ‘연속적인 시야의 자연스러움’에 있다. 에너지 브릿지(Energy Bridge) 기술이 반영되어 원거리부터 중간거리, 근거리까지 시선이 이동할 때 끊김 없이 부드러운 시야 전환을 제공한다.특히 컴퓨터 모니터 작업, 자동차 계기판 및 내비게이션 확인, 요리 등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중간거리(60cm~1.5m)’ 영역의 선명도를 향상시켰다. 이로 인해 수술 후 스마트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운전을 하거나 모니터를 바라볼 때 초점이 자연스럽게 맞춰져,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시야의 질과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성공적인 시력 교정의 핵심, ‘퍼스널 인공수정체’ 접근법아무리 우수한 성능을 가진 프리미엄 인공수정체라 할지라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백내장 수술은 평생 단 한 번 진행하는 수술이며, 한 번 삽입한 인공수정체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한 반영구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신 렌즈의 이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안구 구조, 난시 여부, 망막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검안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직업, 야간 운전 빈도, 취미 생활(골프, 독서, 스마트폰 사용량 등) 등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히 고려한 ‘퍼스널 인공수정체’ 매칭이 이루어져야만 수술 후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만약 최근 들어 시야가 부쩍 흐려지거나 복시 현상, 빛 번짐 등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고, 본인의 눈과 삶에 가장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우기를 권장한다.(*이 칼럼은 성열석 알파서울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성열석 알파서울안과 대표원장2026/06/24 17:37
  • [의학칼럼]여름이라 찜찜한데, 녹내장 수술 미루면 안 될까?

    [의학칼럼]여름이라 찜찜한데, 녹내장 수술 미루면 안 될까?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기도 한다. 눈이 침침하거나 피로하다고 느껴도 노화로 넘기기 쉬운데,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많은 환자가 녹내장을 안압이 높은 질환으로만 알고 있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여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당뇨, 고혈압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시신경과 시야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력검사에서 글자가 잘 보인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어렵다.녹내장 진료를 받으려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수술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녹내장 치료는 보통 안약 치료에서 시작하며, 상태에 따라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안약이나 레이저 치료만으로 안압 조절이 충분히 안 되거나 시야 손상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여름철에는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커지는 환자도 많다. 더운 날씨와 땀, 강한 자외선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늦어지거나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내장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계절이 아니라 안압 상태, 시신경 손상 정도, 시야 변화,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다.녹내장 수술은 눈 속의 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만들어 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섬유주절제술이나 녹내장 배출장치 삽입술 등이 있으며, 환자의 눈 상태와 진행 정도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수술은 시력을 좋아지게 하는 목적보다는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다만 여름철 녹내장 수술 후에는 생활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처방받은 안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사용하고, 눈을 비비거나 누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수영장, 사우나, 찜질방처럼 물과 열, 습기가 많은 환경은 일정 기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에는 강한 햇빛과 먼지 자극을 줄이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휴가나 장거리 이동 계획이 있다면 수술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녹내장 수술 후에는 초기 안압 변화와 회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원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 직후 병원 방문이 어렵거나 물놀이 일정이 잡혀 있다면 회복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녹내장 수술은 계절보다 환자의 안압 조절 상태와 시신경 손상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수술 자체보다 회복기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녹내장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안약, 레이저, 수술 중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안압과 시야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위험 요인이 있거나 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들었다면 꾸준히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2026/06/24 14:20
  • [의학칼럼] 시력교정 고민? '스마트노바라식' 전 확인할 점

    [의학칼럼] 시력교정 고민? '스마트노바라식' 전 확인할 점

    여름을 앞두고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사용의 불편함 때문에 시력교정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땀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안경이 흘러내리거나, 물놀이와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렌즈 착용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시력교정술은 계절보다 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패턴, 회복 관리 가능성을 먼저 살펴 결정해야 한다.스마트노바라식은 각막에 큰 절편을 만들지 않고, 2mm작은 절개창을 통해 시력교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막 두께, 근시와 난시 정도, 눈물막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같은 시력이라도 각막 모양이나 안구건조 정도가 다르면 적합한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정밀 검사가 중요하다.◇여름철 시력교정, 회복 관리까지 고려해야여름에는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생활 관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놀이, 장거리 여행, 야외 운동 일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술 후에는 의료진이 안내한 기간 동안 눈을 비비거나 강한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하며, 수영장이나 바닷물처럼 눈에 오염 자극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은 일정 기간 주의가 필요하다.또한 자외선이 강한 계절에는 외출 시 선글라스나 모자를 활용해 눈 자극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휴가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수술 전 상담에서 회복 기간과 내원 일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복기 주의사항을 지킬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작은 절개 방식과 안구 움직임 보정스마트노바라식에서 주목되는 요소 중 하나는 작은 절개 방식과 눈의 움직임을 고려한 보정 기능이다. 사람의 눈은 수술대에 누우면 미세하게 회전하거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난시 교정 축이나 레이저 조사 위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계획과 실제 수술 과정의 차이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스마트노바라식에 적용되는 보정 기능은 수술 중 눈의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하고 레이저 조사 위치를 맞추는 데 활용된다. 다만 이러한 기능이 모든 결과를 동일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시력 안정 과정은 각막 상태, 난시 정도, 눈물막 상태, 생활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안구건조와 빛 번짐, 수술 전 확인 필요시력교정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안구건조와 야간 빛 번짐이다. 스마트노바라식은 각막 표면에 큰 절편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되지만, 수술 후 일시적인 건조감이나 이물감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평소 렌즈 착용 시간이 길거나 냉방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에는 수술 전 눈물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야간 빛 번짐 역시 수술 방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공 크기, 난시 정도, 각막 형태, 눈물막 안정성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전 검사에서 눈의 구조와 시기능을 충분히 평가하고, 예상 가능한 불편감과 회복 과정을 미리 설명 받는 것이 필요하다.여름철에는 시력교정술 문의가 늘지만, 중요한 것은 계절이 아니라 본인의 눈 상태와 회복 관리 가능성이다. 스마트노바라식 역시 정밀 검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장점과 한계, 주의사항을 함께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여름철 시력교정을 고려하고 있다면 단순히 빠른 회복만 기대하기보다 수술 전 검사와 수술 후 관리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김상명 하늘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상명 하늘안과 원장2026/06/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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