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아이 ‘갑자기’를 들으면 아련해지는 이유

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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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아이 / 사진 = 최유정 인스타그램
얼마 전 아이오아이(I.O.I)가 컴백해 ‘갑자기’라는 노래로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했다. 아이오아이는 2016년 <프로듀스 101>이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져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활동을 한 뒤 해체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해체 후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에서 활동을 이어가다, 최근 10주년을 맞이해 일시적으로 재결합했고,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아이오아이의 컴백에 대중은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영상이나 뉴스의 댓글을 보면 ‘아련하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보니 참 아련하다’, ‘노래의 후렴구를 듣고 있으면 아련한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와 같은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데뷔 10주년이라고 해도, 아직 멤버들의 나이는 여전히 젊은데 ‘아련하다’라. 뭔가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감정이야 개인의 주관적인 것이니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아련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심리학은 ‘정의의 학문’이라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니, 어떤 개념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아련하다’란 단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아련하다’의 사전적 정의조차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과 맥락이 조금 다르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뜻은 ‘또렷하거나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련하다’는 여기에 감정이 더해진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생기는 그리움, 쓸쓸함, 뭉클함 등을 표현할 때 우리는 ‘아련하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도 아련함을 복합 정서로 다루고 있다. 가장 유사하게 생각되는 외국 단어인 향수(노스텔지어) 연구에서는 이 감정을 과거지향적 사고에 더해진 혼합 정서, 즉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가 혼재된 형태로 이해한다.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따뜻함, ‘그때 참 좋았지’라는 회상적인 즐거움, 익숙했던 과거로 잠시 돌아간 듯한 안정감 등의 긍정적인 정서와 함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쓸쓸함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아련함을 굳이 정의 내려 보자면 ‘희미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자기 경험이 따뜻한 애정과 돌아갈 수 없다는 상실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저강도 혼합정서’ 정도로 할 수 있겠다.

이런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아련하다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릴 때 사용된다. 과거의 일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에서 특장점을 가지는 두 가지 자극이 있다. 하나는 냄새이고, 또 다른 하나가 음악이다. 냄새(향)는 다른 감각 정보와 달리 코에서 대뇌피질로 직접 연결된다. 특히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 길을 가다가 태국 음식 냄새를 맡고 태국 여행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냄새가 신경해부학적 구조 덕분에 기억을 불러온다면, 음악은 반복된 경험과 개인적 의미를 통해 그에 버금가는 강력한 기억 단서가 된다. 다양한 연구들이 이 음악의 기억 유발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한 연구에서는 음악이 얼굴 사진보다 더 생생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했다. 또한 대중음악 일부를 들려주었을 때 노래가 익숙하고 개인의 삶과 관련돼 있으며 정서적 각성을 일으킬수록 향수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뇌영상 연구에서도 익숙한 음악이 개인적 기억을 불러일으킬 때 자기 관련 정보 처리와 개인적 의미 부여에 관여하는 내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음악은 단순한 청각 자극에 그치지 않고, ‘이 노래가 내 삶의 어느 시기와 연결돼 있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자전적 기억 단서로 작용한다.

특히 이와 같은 기억 유발 효과는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들은 음악에서 잘 일어난다고 한다. 전 생애의 음악 중에서도 청소년기에 유행했거나 접했던 음악에 대해 더 높은 친숙감과 자전적 기억을 보고했으며, 그 정점이 대략 14세 전후로 나타났다. 즉,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음악이 강한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청소년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불안, 외로움, 스트레스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뇌과학적으로 이 시기는 보상 처리와 사회적 평가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고, 또래와의 관계가 가족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함께 듣는 음악이나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경험이 강한 사회적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는 자기정체성, 또래관계, 정서조절이 중시되는 발달적 시기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음악이 ‘그때의 나’를 불러오는 강력한 자전적 기억 단서가 된다고 해석한다.

그러니 아이오아이의 컴백을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아련함은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어느 시절의 나를 다시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현재의 아이오아이인 동시에, 2016년의 교실과 통학 길, 친구들과 팬덤, 입시와 대학, 그때의 불안과 설렘이다. 물론 이것은 아이오아이를 그 시절에 깊이 경험했던 팬들에게 더 잘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만 해도 당시에는 연구와 육아로 아이오아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으니,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아련함을 느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노래가 특정 시기의 자기 경험과 강하게 묶여 있다면, 그 노래는 시간이 지난 뒤 단순한 음악 이상의 것이 된다. 그 시간은 다시 살 수 없고, 그 시절의 자신도 지금의 자신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이 감정은 단순한 슬픔도, 단순한 반가움도 아니다. 아련함은 지나간 시간이 사라졌다는 아픔이면서, 동시에 그 시간이 내 삶에 분명히 남아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우리가 어떤 노래 앞에서 아련해지는 이유는 그 노래가 오래돼서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우리가 한때 정말로 그 시절을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