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짜도 또 생긴다’ 반복되는 엉덩이 종기,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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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진료부장
수년째 엉덩이와 사타구니 주변에 발생하는 만성 종기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20대 후반 직장인 A씨. 처음에는 단순한 여드름이나 모낭염인 줄 알고 집에서 압출을 하거나 약국 소염제로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기가 터진 자리 주변으로 또 다른 종기가 이어져 생겼고, 통증 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다. A씨의 진단명은 단순 종기가 아닌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이었다.

엉덩이,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접히는 부위에 뾰루지나 종기가 생기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집에서 손으로 짜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짜고 약을 발라도 같은 자리에 종기가 반복해서 생기고 피고름이 터진다면 일반적인 종기가 아닌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화농성 한선염은 피부 속 땀샘 중 하나인 아포크린샘(대한선)이 있는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흔히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청결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진짜 원인은 면역학적 이상과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낭 입구가 각질 등으로 막히면서 분비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고여 세균 감염과 면역 반응을 일으켜 피부 깊은 곳에 반복적인 농양을 형성하고 이차적으로 아포크린선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한선염은 초기에 단순 모낭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항문 주위 등 피부가 접히는 곳에 단단하고 통증이 있는 멍울로 시작되며, 나아졌다가도 같은 자리에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 멍울이 터지면서 고름이 나오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피부 아래로 마치 터널 같은 통증성 통로(누관)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피부에 딱딱하고 흉측한 흉터가 남으며 고름에서 심한 악취가 동반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한선염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할 경우 치료가 까다로워져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항생제나 소염제, 비타민A 유도체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하며, 최근에는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을 위해 염증 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를 사용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이미 만성적인 고름 통로가 형성되었거나 흉터가 심한 경우에는 병변 부위를 절개해 고름을 빼내거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염증이 있는 조직 전체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예방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흡연과 비만은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모낭 폐쇄를 유도하므로 환자에게 금연은 필수적이며, 비만 역시 피부가 접히는 부위의 마찰을 늘리고 땀 분비를 촉진하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병변 부위를 손으로 짜거나 만져 이차적인 세균감염을 일으키거나 염증을 주변으로 퍼뜨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통풍이 잘 되는 넉넉한 옷을 입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며 샤워 후 물기를 잘 말려 접히는 부위를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엉덩이나 항문 주변에 생기는 종기를 부끄럽다는 이유로 숨기거나 자가 치료로 방치하다가 병을 키워 오시는 분들이 많다. 한선염은 조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인 만큼, 짜도 짜도 같은 자리에 종기가 다시 생긴다면 망설이지 말고 대장항문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

(*이 칼럼은 이정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