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오다리수술을 24년간 집도해 오면서 많은 환자가 ‘11자 다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집도수를 더해가며 수술 방법을 변화시켜왔다. 환자들이 원하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수술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수술을 희망해 귀가시킨 적도 있었고, 수술을 꼭 해야 하는 환자가 수술대에 눕기를 포기해 돌아갔지만 몇 년 후 인공관절을 하고 다시 찾아와 그날을 후회하는 환자도 있었다.
의사로서 환자가 찾아와 수술을 시켜달라는 경우 수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근위경골절골술을 적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구분해 수술을 만류해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릎 붙여주세요 선생님”
휜다리 환자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제 평생소원이 무릎이 붙어서 걷다가 무릎 안쪽이 쓸려서 아픈겁니다” 많은 사람이 수술 전에 무릎을 붙여달라고 말한다. 아래 사진을 함께 보자.
| 외반슬(엑스다리)인데 무릎이 벌어진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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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는 무릎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물론 11자 다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나를 찾아왔고 수술을 진행했다. 오른쪽 사진은 수술 후 사진과 x-ray 사진이다. 무릎은 과거보다는 간격이 줄었지만 붙지 않고 벌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오다리인 것이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다리의 정렬은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X-ray 상에서는 엑스다리이다.
정렬을 맞출 때 0˚가 기준이지만 예쁜 다리의 기준은 ±∠2˚ 또는 여유 있게 보는 의사들은 ±∠3~4˚ 까지도 허용한다. 내가 수술하는 기준은 ±∠2˚ 이내이다. 즉 위의 사진의 환자는 기준에 맞춰 약간 안쪽으로 각도를 두었음에도 무릎은 붙지 않았던 환자이다. 만약 여기서 각을 더 틀었더라면 환자 무릎이 붙었을 것이고, 만족스럽게 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외측 관절염이 발생해 재수술을 하거나 인공관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 내반슬(오다리)인데 다리가 붙은 환자
반대로 내반슬, 즉 수술 전에 뼈 모양은 오다리 상태인데 무릎이 붙어 있는 환자들도 존재한다. 비교적 다리에 살이 많은 사람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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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자는 대개 무릎 통증 때문에 찾아오는데 통증을 없애려면 엑스다리를 만들어야 하는 불가피한 선택에 놓이게 된다. 엑스다리가 되더라도 통증을 없앨 것이냐? 통증을 참고 견디며 미용적인 것을 사수할 것이냐? 대개는 통증을 없애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 회전변형 환자들의 휜다리
휜다리 수술에 있어서 체크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회전변형 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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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변형이라 함은 차렷 자세로 섰을 때 무릎이 정면을 보는 것이 아니고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간 상태를 말한다. 이런 환자들은 걸을 때 안짱다리로 걷거나 팔자로 걷게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휜다리 커뮤니티에는 수술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리만치 오픈했다. 우리나라에서 필자가 오픈한 만큼 정보를 주는 곳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쌓여있다. 이유는 환자들에게 모든 정보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오히려 내가 제공한 정보 때문에 소통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수술 후 회전변형에 대해 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느냐고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다. 내가 생각하는 휜다리 수술은 환자의 기존 행동양식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회전변형 수술을 하려면 흔히 말하는 철통을 차서 뼈를 틀어야 한다. 4개의 핀이 뼈를 통과해야 하고 뼈를 틀어줘야 한다. 심하게 회전된 환자들은 회전변형을 통해 수술을 하는 것이 맞지만 틀어진 각도가 작은 경우의 환자들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도 적응증에 해당하는 기준이 있다. 환자들이 해달라는 것, 오히려 의사가 먼저 꺼내어 수술비를 올릴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 환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 회전변형 수술을 하게 된 환자 중에 일부는 또다시 민원이 들어온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걸을 때 굽혀지는 각도가 틀어졌으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환자 스스로가 바뀌어진 걸음에 적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수술 결과의 문제점을 찾아내려 한다. 대학병원이 아니어서일까? 그건 본원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회전변형을 권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가 휜다리 수술을 하고자 하는 목적이 삶의 만족을 위해서인데 수십 년 걷던 방식을 수술 후에 단시간에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한번 수술을 하고 나면 돌이키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휜다리수술은 수술 후의 인체 변화에 대해 예측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집도한 9300여 케이스는 그 오차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술 전, 바깥쪽 근육이 발달한 환자, 안쪽, 또는 뒤쪽 근육이 발달한 환자가 수술 후 체중의 부하가 변화되면서 다른 쪽 근육이 발달하거나 퇴화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또, 변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수술 후 다시 오다리가 되거나 엑스다리로 변화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되면 추가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한민국에서 휜다리수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집도를 했고 25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수술대를 마주했지만 아직도 신비스러운 인체의 변화는 풀어야 하는 숙제로 느껴진다.
이 글은 휜다리수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필자가 경험한 사례들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았다. 물론 위에 설명한 무릎이 붙지 않는 경우나 수술 후 X다리가 될 경우들은 다 합쳐도 전체 수술한 환자들 중에 0.4%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의 경우이기는 하다. 하지만 확률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수술실에 들어갔던 그때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사지연장술의 올바른 이해, 그리고 환자를 생각하는 올바른 수술 • 관절염 통증에서 해방되기 위한 흰다리수술(근위경골절골술) • 미용적 흰다리수술에 대한 8,000case 집약된 노하우 • 평생의 스트레스 단지증에 대한 수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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