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주부, 매일 먹는 약 12種… 부작용에 病 더 생길라

입력 2016.12.07 04:00

[H story] 노인 약 복용, 이대로 좋은가
갖가지 만성질환에 약 장기 복용… 다약제 복용률 82%, 일본의 2.3배
비슷한 성분 약 중복 처방도 문제, 약 종류 늘수록 부작용 위험 커져

주부 김모(72)씨는 고혈압약부터 위장약까지 매일 12종류의 약을 먹는다. 김씨는 50대 중반부터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생길 때마다 정형외과에 가거나 약국에 가서 소염진통제를 사서 수시로 복용했다. 5년 전부터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4년 전부터는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많은 약을 먹고 있지만, 지인에게 '어떤 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약을 구매해 복용하다보니 하루에 먹어야할 약이 12종이 됐다.

노인 약 복용, 이대로 좋은가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런데 3개월 전부터 점차 속쓰림과 어지럼증 증상이 심해지더니, 최근에는 계단을 걷던 중 낙상(落傷)을 세 차례나 겪었다. 김씨는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종합병원을 찾아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김씨는 의사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평소 겪고 있는 어지럼증·피로감·속쓰림 등 증상이 질환 탓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복용한 약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김씨는 고혈압 치료를 위해 소염진통제와 항혈전제를 이미 복용하고 있었는데, 관절염 치료를 위해 동일한 약을 또 처방받아 함께 복용하는 상태"라며 "필요 없이 같은 약을 중복으로 먹어 출혈성 위궤양이 생겼고,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나 속쓰림 등 증상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10개가 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비단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3개월 이상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는 1인당 5.3개이다. 입원 환자의 경우 18개, 외래환자는 평균 6개의 약을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 노인은 상대적으로 많은 약물을 복용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5종류 이상 약물을 먹는 '다약제 복용' 비율이 82.4%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는 호주(43%)·일본(36%)·영국(13%)과 비교했을 때 2~6배 수준이다.

노인들이 많은 양의 약물을 복용하는 이유는 장기간 약물 치료를 받아야하는 만성질환을 2~3가지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에 따르면, 노인 1만2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2%가 3가지 이상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노인들은 만성질환으로 먹어야하는 약 자체가 많은데 여기에 위장 증상이나 전신 통증, 불면 등도 잘 생겨서 수시로 약국을 들러 별도로 약을 사먹는다"며 "기운이 없다고 보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까지 챙겨먹다보니 하루에 먹는 약이 10가지가 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들이 겪는 만성질환의 경우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약효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 여러 병원이나 약국을 전전하며 약을 중복으로 처방받는 일명 '약국·병원 쇼핑'도 노인들의 과도한 약물 복용의 원인이 된다.

노인의 과도한 약물 복용은 약물 부작용 위험을 높이고, 이로 인한 낙상 등 2차 위험을 유발한다. 학계에 따르면 약물을 두 종류 섭취할 경우 낙상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10%이지만, 4개는 38%, 7개는 82%로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미국응급의학회지). 특히 노인들의 경우 노화로 약물의 흡수 속도가 느리고, 약의 대사 작용을 하는 간의 기능이 퇴화함에 따라 약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약물은 신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노화로 신장의 크기와 혈류량이 줄어 약물 배출도 잘 안된다. 이렇게 되면 약이 체내에 오래, 고농도로 남아 똑같은 양의 약을 먹어도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서 부작용 위험이 더 커진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노인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제외하고 약을 최소한으로 해서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하게 처방된 약을 줄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노인 환자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지난 10월 '제7회 보건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된 일본 사례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기침·설사 등의 증상이 있던 85세 노인이 기존에 복용하던 약 27개 중 궁극적으로 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 3개만 복용하게 한 결과, 기침·설사 등의 증상이 없어지고 7일 만에 스스로 식사를 할 정도로 인지·신체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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