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대생 안 돌아올 것… 증원으로 부실 교육 우려”

입력 2024.07.03 09:28

권복규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 의기협 포럼에서 밝혀

권복규 교수
사진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이금숙 기자
"급격한 의사 증원은 학습 생태계를 흔들 것입니다"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의 말이다. 그는 2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한 자리에서 "의학 교육은 대형 강의실에 많은 인원을 앉혀놓고 강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마네킹 등 교구에다 주사를 놓거나 환자라고 가정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소규모 맞춤 교육이 필요한 분야"라며 "교육에 품이 많이 드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고 의사를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학 교육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의사를 사회에 내보내야 해서 힘들고 혹독한 편"이라며 "고3때보다 의대생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정도로 공부 양이 많은 데다, 실험·실습 등의 교육도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갑자기 1500명 증원을 하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올해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에서는 휴학도, 유급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해의 절반의 시간을 수업 받지 못했으며, 지금 돌아와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을 해도 못 따라갈 양이고, 국가시험을 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권 교수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 의사 배출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의학 교육의 질은 국제적 기준(WFME, WHO 등)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까다롭다. 내년에 증원에 유급 인원까지 의대생이 크게 늘어나면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고 예측했다. 어떻게든 강의는 하겠지만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대형 강의 위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권복규 교수는 “의사 증원에 대한 엄밀한 계획 없이 대학에 증원 희망 숫자를 적어내라고 한 것부터가 졸속 행정”이라며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서서히 의대 증원을 하고 또 필요에 따라 줄여나가면 될 일을 정부가 겁박하듯 몰아붙여 일을 이 사태까지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요즘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필수의료과를 가면 파산하고 감옥갈 수 있다는 인식들이 있다. 워라밸을 따지는 지금 세대의 경우 과거와 달리 의대 교수직에 대한 선망도 없어졌다. 권 교수는 “의대 증원의 배경이 된 필수의료의 붕괴는 의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또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