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헷갈리는 피부암, 고위험군은…"

입력 2023.02.13 07:15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피부암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노미령 교수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호주 수영 선수 맥 호튼. 그는 ‘매의 눈’을 가진 팬 덕에 암을 조기 발견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맥 호튼의 경기를 지켜본 팬은 메일을 통해 그의 가슴에 있는 검은색 점이 전보다 진해지고 커졌다며 피부암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고, 실제 맥 호튼은 검사를 통해 피부암을 진단 받았다. 다행히 그는 제거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었다.

피부암은 여러 암들과 달리 피부에 증상이 직접 드러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조기 발견이 쉬운 것은 아니다. 맥 호튼이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몸에 난 점,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 생긴 점이나 점의 크기·모양 변화에 큰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피부암 환자 중에는 ‘왜 이제 병원을 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암이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다른 암이 그렇듯 피부암도 완치를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암 명의인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를 만나 피부암 증상과 치료, 예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피부암의 종류는?
피부암은 크게 악성 흑색종과 비악성 흑색종 피부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악성 흑색종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으로 다시 한 번 분류되며, 두 종류가 전체 피부암의 약 7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많은 암이 악성 흑색종이다. 기저세포에 발생한 것이 기저세포암, 각질 형성세포인 편평세포에 생기는 것이 편평 세포암이며, 악성 흑색종은 피부 색을 나타내는 멜라닌 세포가 악성화돼 발병하는 피부암이다. 종류에 따라 발생 양상, 진행, 예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피부암의 가장 큰 외부 유해 자극은 자외선 노출이다. 한 번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아닌, 일생에 걸쳐 오랫동안 피부 세포가 자외선 자극을 받으면 여러 유전 인자들이 변화하면서 암이 발생한다. 다만 자외선 노출과 관계없는 손바닥, 발바닥, 손톱, 발톱 등에도 발생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외선 외에도 강한 자극, 지속적인 압력 등 다른 원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암과 비교하면 전이 가능성이 낮은 편인지?
종류에 따라 다르다. 기저세포암의 경우 전이가 극히 드문 반면, 편평세포암이나 악성흑색종은 전이가 가능하다. 전이 가능 여부에 따라 검사법, 치료법 등이 결정되기도 한다.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피부로 전이되기도 하나?
다른 장기에서 암이 발생해 말기 정도에 이르면 피부로 전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이 피부로 전이돼 피부암이 나타난 환자도 많다. 이 경우에는 피부 자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피부암이 아닌 다른 장기에서 피부로 전이된 전이성 피부암이라고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피부암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인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인종의 경우 서양에 비해 피부암 유병률은 낮은 편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양인은 피부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동양인과 피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피부암은 유전 인자에 의한 피부 성질, 즉 멜라닌 세포를 비롯한 피부 속 여러 세포가 자외선에 취약한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피부암 고위험군은?
앞서 말했듯 피부암은 자외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된 사람, 예를 들어 평생 농사를 짓거나 자외선 차단을 하지 않고 오래 야외활동을 한 사람들이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 이외에 면역이 억제된 사람, 자외선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들도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신체 모든 부위에 피부암이 발생하는가?
기저세포암은 자외선 노출이 많은 두경부, 그 중에서도 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편평세포암 역시 두경부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입술, 손·발톱, 손·발바닥 등 어느 부위에서든 생길 수 있다. 악성 흑색종의 경우 발바닥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어 손·발톱, 손바닥 순이다. 이외에도 악성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있는 모든 장기, 예를 들어 입술이나 눈, 두피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두피에 악성 흑생종이 생길 경우 머리카락에 가려져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피부암 의심 증상이 있다면?
대부분 암은 통증, 가려움 등과 같은 증상이 없다. 피부암 또한 염증이 있으면 통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보통 통증이나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없다. 다만 피부암의 경우 피부에 나타나는 징후에 변화가 생긴다. 없던 점이 갑자기 생기거나 모양이 변하고, 한 번 다친 부위가 계속해서 낫지 않은 채 1~2개월 이상 상처가 지속되는 경우 한 번쯤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화면을 가리키는 모습
기저세포암은 자외선 노출이 많은 두경부, 그 중에서도 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점이나 멍과 구분할 수 있을까?
실제로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가 갑자기 점이 생겼다거나 점의 모양이나 크기 등이 이상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 많이 활용하는 것이 점의 비대칭성(asymmetry)과 불규칙한 경계(border irregularity), 다양한 색깔(color variegation), 6mm 이상 크기(diameter), 크기·모양 변화(evolving)를 보는 ‘ABCDE 룰(rule)’이다. 정상적인 점은 대칭적이고 반으로 나눴을 때 동그랗지만 피부암일 경우 비대칭이 확인된다. 또한 경계가 매끈한 일반적인 점과 달리 경계가 애매모호하거나 흐리고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색깔도 다르다. 1개 색상이 균일하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점 안에 2~3개 이상 색이 보이는 경우, 예를 들어 파랗거나 빨갛게 보이고 갈색, 진한 갈색, 검은색 등이 함께 보이는 경우 피부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크기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점의 크기가 1~2mm일 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약 6mm 이상이라면 앞서 말한 변화들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끝으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점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피부암을 진단할 때는 이 같은 기준 중 한 가지가 아닌, 모든 요소에 일정 부분 해당사항이 있는지 확인한다.

-피부암 병기는 어떻게 나뉘나?
전이가 발생하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의 경우 암이 진행돼 임파선에 전이되면 3기로 분류한다. 임파선 외에 다른 장기로 전이한 경우에는 4기다. 1~2기와 3~4기에 따라 치료 방식이 달라진다. 피부에 국한되는 기저세포암은 병기를 나누기 어렵다.

-어떤 검사가 시행되는가?
눈으로 피부암을 의심하는 것이 아닌 조직학적으로 암이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피부 조직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3mm 또는 5~6mm씩 피부를 절개한 뒤 병리 슬라이드를 보면서 암 세포 여부를 확인하고 피부암 진단을 내린다.

-최근에는 AI와 같은 기술도 활용하고 있는데?
AI를 사용해 여러 가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기술들이 생겼다. ABCDE룰처럼 모양만 봐도 검사 필요성 정도는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에게 생긴 증상이 병원을 가야 할 정도인지 자가진단하고 싶을 때 활용해볼 수 있다. 그러나 확진을 위해서는 결국 조직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피부암 치료법은?
어떤 암이든 원발성 병변은 수술적인 제거가 원칙이다. 1~2기에는 국소적으로 피부에만 국한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제거하고, 3~4기로 진단되면 수술과 함께 항암 치료도 실시할 수 있다. 기저세포암은 대부분 수술만으로도 완치되지만,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의 경우 전이된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어떤 수술들이 시행되나?
암 수술은 암 세포를 정상 세포와 함께 충분히 절제하는 게 원칙이다. 피부암 역시 팔·다리, 몸통에 발생한 경우에는 주변에 정상 피부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광역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문제는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의 경우 얼굴에 많이 발병하고 그 중에서도 얼굴 중간 부위에 잘 생긴다는 점이다. 얼굴 중심부에 광역 절제술을 시행하면 흉터가 많이 남을 수 있고 심하면 코 자체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피부암은 ‘모즈미세도식수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모즈미세도식수술은 암을 완전히 절제하고 주변 정상 피부는 최대한 보존해, 추후 복구·재건할 때 흉터나 기능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수술 방법이다. 광역절제술은 병변 주변 정상 피부를 최소 0.5~1cm씩 제거하지만, 모즈미세도식 수술은 우선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제거한 뒤 현미경을 이용해 병변이 남았는지 360도로 확인한다. 이후 병변을 표시해 남아있는 부분만 다시 한 번 절제한다. 모즈미세도식수술의 경우 병변이 남았는지 확인해가며 수술하기 때문에, 광역절제술에 비해 재발률이 낮고 완치율은 높다.

-피부 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나?
광역절제술을 실시해도 1차적으로는 이식하지 않고 봉합한다. 봉합이 어려우면 주변 피부를 끌어당길 수 있고, 이마저 안 될 경우 다른 피부를 절개해 이식하는 수술을 고려한다. 다만 결이 다른 부위의 피부를 얼굴에 이식하면 흉터가 많이 보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얼굴에 수술한 경우에는 피부 이식을 권하지 않는다.

-피부암은 생존률이 높은 편인가?
기저세포암은 제거만 잘 하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악성 흑생종이다. 악성 흑색종의 경우 4기에는 1년 생존율이 10%도 안 될 정도로 악성도가 높은 암이다. 다행히 최근 10년 사이에 면역항암제와 같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고, 생존률도 매우 높아졌다. 악성 흑색종 종류에 따라 다르겠으나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50% 이상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악성 흑색종은 유독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은 건가?
암 중에서도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암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암도 있다. 암종에 따른 여러 특성 때문이다. 자외선에 의해 발생하는 악성 흑색종의 경우 여러 항원·항체들이 많아 면역 세포에 잘 반응하고, 상대적으로 면역항암제에도 잘 반응한다. 악성 흑색종은 면역항암제를 가장 먼저 시도한 암이기도 하다.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기저세포암은 수술 후 국소적으로 재발하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다. 편평세포암이나 악성 흑색종은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한 뒤 추적 관찰해보면 1년 이내에 갑자기 임파선이 커지거나 다른 부위에 전이된 경우가 있다. 이를 원격 전이라고 한다. 편평세포암 환자나 악성 흑색종 환자는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상 의학적 검사를 통해 전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피부암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암이든 초기 상태에서는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치료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암이 진행·전이되면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해진다. 피부암은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피부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이상한 징후가 나타났을 때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 검사 필요성을 묻는 것만으로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은 피부암의 가장 큰 유해 자극이다. 어렸을 때부터 또는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면 피부암 발생률도 확실히 낮출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노미령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장을 맡고 있으며,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 등 피부암과 양성 피부 종양, 상처·흉터, 혈관종, 혈관 기형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피부암학회 대회협력이사, 대한피부연구학회 이사, 대한피부레이저학회 이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동안 수많은 피부암 환자를 치료해온 노미령 교수는 환자 치료와 함께 피부암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 질환의 원인과 치료방법 등을 찾는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