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잘 하는데 시키면 어려워해… '말 실행증'입니다"

입력 2021.11.15 08: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언어재활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

 

언어 발달이 지연된 소아가 많다. 언어 발달 문제 중에서도 ‘말 실행증’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다른 언어 문제들과는 치료법이 달라서 감별이 필요하다. 말 실행증인 걸 모르고 놔뒀다가는 대인관계 및 사회성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많지가 않다. ‘언어재활 명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를 만나 말 실행증에 대해 알아봤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말 실행증이 정확히 무엇인가?
의도를 갖고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걸 말한다. 무의식적이거나 자연적인 말을 할 때는 문제가 없다가도, 상대방의 질문·지시에 대한 답을 하거나 어떤 의도를 갖고 말을 하고자 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말을 더듬는 식이다.

예를 들어 바깥에 나갔을 때 무의식적으로 “춥다”는 말은 자연스레 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춥다’라고 말해보라”거나 “지금 날씨가 어때?”라고 물었을 땐 “춥다”는 말 대신 “어… 추… 다…”, “추… 따…”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좀 더 구체적인 증상은?
소아 말 실행증의 경우 만 3세가 넘었는데도 다음과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의심할 수 있다. 첫째, 같은 단어를 매번 다르게 얘기한다. 둘째, 소리가 대체되거나 변형된다. 셋째, 긴 단어보다 짧은 단어를 더 잘 말한다. 넷째, 리듬이나 억양 같은 운율의 이상을 보인다. 다섯째, 이런 증상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더 심해진다. 토끼라는 단어를 ‘토기’, ‘도기’, ‘또키’ 등으로 발음하고, 매번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증상들은 발음장애나 언어지연 등과 혼재돼 나타나기 때문에 말 실행증을 감별하는 게 쉽지가 않다.

발음장애 때문에 치료받는 아이들 중  말을 만드는 혀나 인두 등 구강 구조에 문제가 없는데도 6개월~1년이 지나도 큰 차도가 없으면 말 실행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엄마 나 핸드폰 보고 싶어”라는 말은 잘 하는데 치료실에서 시키면 “엄… 나… 해… 아…”처럼 문장을 구사하는 걸 힘들어한다.

-말 실행증을 굳이 감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치료법이 다르다. 말 실행증을 치료할 땐 올바른 방식으로 발음하는지, 입과 혀의 움직임이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계획한대로 정확히 말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구강이나 발화에 필요한 근육 강화 훈련은 필요하지 않다. 발음장애나 언어지연 등의 치료와는 목적이 다른 것이다. 말 실행증은 ‘의도를 갖고 말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반에는 주 3회 이상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해서, 일반적인 언어치료와 꼭 구별해야 한다.

-말 실행증은 왜 생기나?
소뇌가 발달하는 시기, 미세운동이 발달하는 2~3세에 협응 운동이 잘 안 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발달 속도는 개인차가 있는데, 이 시기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말 실행증으로 이어진다. 사물 등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게 최근에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고 인지하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 기회가 영상 매체 때문에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말 실행증의 원인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말 실행증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워낙 다양하다. 성인이 말 실행증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뇌질환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인이 말 실행증이 있으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꼭 실시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가 어렵진 않나?
발견된 초기에 치료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언어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3세부터 발음이 완성되는 6세까지는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그러면 예후가 좋다. 초반에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강도 높게 치료받기를 권한다. 조기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게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다. 소아든 성인이든 말 실행증이 있으면 스스로 답답해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말은 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이 곁에서 “조금 더 노력해봐” “왜 차도가 없니”라는 식으로 비난하면 환자의 치료 의지가 확 꺾여서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보호자 교육이란?
우리 병원에서는 말 실행증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보호자가 치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놨다. 진료실에서는 보호자에게 말 실행증이 무엇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어느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어떻게 훈련을 받는지 등을 직접 보면 보호자의 이해도가 올라간다. 그러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조금 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가정에서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는 방법도 교육한다. 언제 칭찬을 해야 하는지, 왜 오류를 지적하면 안 되는지 등을 익힐 수 있다.

-가정에서 특히 지켜야 할 것은?
말 실행증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 말 실행증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말을 잘 들어주고, 적절히 교정해주고, 생각과 표현을 자율적으로 많이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 소아의 경우 미디어를 보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속 보여주기 보다는, 미디어를 생각과 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도록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성인 말 실행증도 소아와 비슷한가?
성인은 실어증과 발음장애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환자 본인은 너무 힘든데, 언어장애 평가에서는 증상이 경미하다고 나와 답답해하기도 한다. 성인 말 실행증도 보호자가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을 더듬지 않도록 글씨나 사물을 제시하면 명확히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런 방법은 치료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입, 턱을 움직여서 발음하는 방법을 정확히 보여주고 따라하게 하거나, 오류를 잡아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말 실행증이 의심된다면 언어치료실이 구비돼 있는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또 어떤 치료를 시행하나?
성인의 경우 뇌를 자극하는 자기장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말이 막혔던 부분이 자기장 치료 후에는 발화가 잘 되는 효과를 본다. 약물을 쓰거나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등 복합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환자 및 보호자가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보호자는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환자는 초기부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가지면 예후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이 공동의 목표를 세워서 순차적으로 꾸준히 시행하면, 말 실행증은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유승돈 교수는
언어·인지(치매) 재활, 뇌졸중 재활, 희귀근육질환 재활, 소아재활 분야 명의다. 대한재활의학회 학술이사, 대한노인재활학회 교육이사, 한국재활로봇학회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소아발달의학회 및 대한노인재활의학회 교과서를 집필했고, 대한임상통증학회, 대한신경근골격초음파학회, 대한재활의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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