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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정세영·경희대 약대 교수
삼대(三代)가 모여 사는 저희 집에서 가족들에게 퀴즈를 하나 냈습니다. 상금으로 거금 10만원까지 걸었죠. 문제는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건강음료의 차이점이 뭘까?” 였습니다. 건강기능식품법 제정에 참여했던 저에게 가족들의 대답은 재미있긴 했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은 주로 나이 들어 허약해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것’, ‘건강식품은 피로하거나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먹는 것’, ‘건강음료는 스포츠 드링크나 이온음료’, 건강기능식품은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식품과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요즘 약처럼 선전하며 팔리는 것’ 이라는 ‘놀라운’ 대답들이었기 때문이죠.
건강기능식품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2004년 2월부터 실시됐으니, 이미1년 반이 지났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는데도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기만 모양입니다.
우선 용어 정리 좀 해 볼까요?
‘건강보조식품’은 과거 ‘식품위생법’만 존재 하던 시절에 효능을 표시 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적으로 효능이 있다고 널리 알려진 일부 식품에 대해, 제한적으로 건강증진을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라고 정부가 허용해 준 제품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실행되면서 이제까지 팔아오던 제품을 일시에 못 팔게 하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소비자들도 시장에서 갑자기 건강보조식품이 자취를 감춰 버리게 되면 사고 싶어도 구입할 수가 없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한시적으로 건강기능식품에 포함시켜준 제품 들입니다.
‘한시적’이라는 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3년간 대학이나 연구소에 연구를 맡겨 그 기능과 안전성을 재평가 한 뒤, 그 결과가 좋을 때에만 계속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 사이에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올 예정이니 주목해 볼 만 하죠.
‘건강기능식품’은 관련법률 제1장 제3조에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정제, 캅셀, 분말, 과립, 액상, 환 등의 형태로 제조 가공한 식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동시에 ‘약과 같이 질병을 예방 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약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건강기능식품은 정상인과 환자의 중간에 해당하는 ‘반(半) 건강인’이 병에 걸려 환자가 되지 않도록, 혹은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된다 하더라도 환자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연장시켜서 가능한한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인 것입니다.
쉬운 예로 ‘글루코사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관절의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라는 효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운동선수나 과도한 노동으로 관절을 혹사 하거나 나이가 들어 관절이 노후해진 경우에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낡은 베어링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미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 처방에 따른 관절염 치료제를 복용해야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많은 일반인들에게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통증이 심하거나 걷기가 몹시 불편하여 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의사로부터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 그 지시에 따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 그 관절염 전(前) 단계의 불편함이나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글루코사민을 장기 복용함으로써 관절염으로의 진행을 늦추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최근 여러 전문 단체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나름대로 서열을 매기거나, 신뢰성 여부를 판정하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조차 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해 ‘건강식품’, ‘건강음료’ 등 실제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평가에 다수 포함돼 국민들에게 혼동만 더 해 준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복잡하다구요? 쉽게 판별하려는 법도 알려 드리죠.
제품표면에 ‘영양기능정보’가 붙어 있는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가 제품명 윗부분에 명확히 적혀 있는지를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이 밖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으로는 동충하초, 아가리쿠스버섯, 다시마, 일반 버섯류 등을 차, 청량음료, 기타 추출물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것들로서 이들은 ‘일반 식품’ 입니다. 이런 일반 식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해 전혀 보증한 바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단순한 (건강) 식품’일 뿐 입니다.
자, 이제 한번 집에 있는 다양한 건강 식품 중에 진짜 ‘건강기능식품’을 골라내 보세요. 의외의 결과를 보시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저희 집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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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신문사 건강 담당기자로 일하며 가장 뿌듯한 일은 건강과 운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붐을 일으킨 것입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에선 1997년 국내 최초로 주제별 ‘섹션 신문’을 발행하면서 당시까지 주(週) 1면이던 의학-건강면을 주(週) 4~5면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신문사들도 앞다퉈 의학-건강지면을 늘였고, 1~2년쯤 뒤엔 방송사들도 매일 9시 뉴스에 건강 정보를 포함시킬 정도가 됐습니다. 어찌 보면 현재의 건강-웰빙 열풍은 2000년을 전후한 신문-방송의 이 같은 노력에 힘 입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운 좋게도 그 가장 시발점에 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쓴 건강 기사를 화제로 삼고, 실천하는 것을 보면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직장인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조금 걱정되는 상황들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자주 도움을 받는 모 병원 홍보과 직원 중 한 사람은 수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매일 아침 10km 정도씩을 달리며, 주말엔 매번 20~30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지난 2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지금도 무박(無泊) 산행 등을 즐기고 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심취한 모 대학병원 교수의 운동량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출퇴근을 뛰거나 자전거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 모임이 있으면 동료나 비서에게 미리 양복을 모임 장소에 가져오게 부탁한 뒤, 자신은 뛰어서 그곳까지 간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운동광(運動狂)’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몇년 새 운동광이 폭증했습니다. ‘죽음의 거리’라는 42.195㎞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마다 미어 터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춘천 마라톤은 인기가 너무 좋아, 참가하려면 엄청난 ‘빽’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제게 ‘청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피트니스 센터는 다시 성업(盛業) 중이며, 밤에 거리를 나가보면 불을 환히 밝힌 피트니스 센터에서 런닝머신 위를 뛰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한결 같이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온 몸이 찌프듯해서 견딜 수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운동을 할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등 여러 가지 기분 좋은 호르몬들이 마약처럼 사람을 중독시키기 때문인가 봅니다.
물론 운동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생활 습관병(성인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연장시킵니다. 자동차나 리모콘 등 각종 기계 전자장비들이 인간의 육체활동을 대신하고, 과거 임금님이나 먹던 산해진미를 매일 먹어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단축됩니다. 그러나 운동의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적당할 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상만사에 지나쳐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절대 선’처럼 보이는 운동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관절이나 근육 등 몸을 직접적으로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포를 노화시키고 생명을 단축시킵니다.
지나친 운동이 안 좋은 직접적 이유는 유해산소(또는 활성산소) 때문입니다. 달리기를 하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해산소라는 물질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세포노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입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항산화제’ 또는 ‘항산화 작용’이란 단어를 많이 듣게 되는데, 비타민C로 대표되는 항산화제는 이 같은 유해산소의 작용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동을 하면 유해산소의 나쁜 작용을 막아주는 인체의 항산화력(抗酸化力)도 어느 정도 증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적당이만 운동하면 세포의 손상이나 노화 없이 운동의 좋은 효과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운동이 지나쳐 인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너무 많은 유해산소가 발생하면 운동의 좋은 효과는 없어지고, 오히려 나쁜 효과만 나타나 세포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
지나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잘 증명돼 있습니다. 스페인 연구팀이 90분간 운동한 사람에게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해산소로 인한 세포손상이 21% 증가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창생 연구’에선 지나친 운동을 한 그룹의 수명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보다 약간 짧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지나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소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의사들이 “운동하라”고 말할 때 항상 ‘적당히’라는 부사를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가 적당할까요? 여기에 관해선 일치된 견해가 없습니다만 대략 하루 300kcal 정도의 운동량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는 체중 70kg인 성인이 30분 정도 뛰거나, 1시간 정도 걸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입니다. 하버드 동창생 연구에서도 1주일에 2000~2500kcal 이상 운동한 그룹의 수명이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이렇게 볼 때 마라톤은 건강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권장할 만한 운동이 결코 아니며, 지나친 산행이나 골프 여행 등도 오히려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주 2000~2500kcal의 운동량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좀 더 부지런을 떨고, 열심을 내서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운동량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운동광들은 열심히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과 활력뿐 아니라 자기 만족감과 쾌감까지 얻을 수 있다고 운동을 예찬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은 만고(萬古)의 진리입니다. 그들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절대 선(善)’ 운동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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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세기경이면 한반도에서는 신라, 백제, 고구려의 삼국이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을 시점입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이때쯤 신라의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위인지 거북인지를 타고 일본에 건너가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즈음 지구 저편 세계의 주도권은 그리스에서 로마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의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던 그리스 의학은 그리스가 로마에 흡수되면서 새로이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아니 의술이 뛰어났던 그리스의 의사들이 로마의 의학을 지배해버렸다고 말하는 편이 옳은 표현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2세기경 로마에서는 한 그리스 출신 의사에 의해 현재의 그것과 별 다름이 없는 인체해부학적 지식들이 속속 밝혀져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뒤를 이어 서양의학을 체계적으로 통합 정리한 인물, 무려 천오백 년이란 세월을 앞서간 서양의학의 대부, 갈레노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그리스 의학의 법통을 이은 선구자 갈레노스는 서기 130년에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던 소아시아의 그리스 식민도시 페르가뭄에서 태어났다.
갈레노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조용하다’란 뜻이었는데 수학자이며 건축가였던 아버지 니콘은 아들이 17세가 되자 아스클레피우스 학파에 보내 의학수업을 시켰다. 갈레노스는 20세부터는 스미르나, 코린트, 알렉산드리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의학지식을 흡수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알렉산드리아는 당시 해부학의 중심지로 이름이 높은 곳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갈레노스는, 요즘으로 치면 국가대표 축구팀의 주치의와 비슷한, 인기 직종인 검투사 담당 의사가 되었다. 갈레노스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3년 연속 계약을 연장하며 임상경험을 쌓았는데, 일부 학자는 갈레노스가 검투사들의 상처를 돌보며 심장이나 다른 장기의 구조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31세가 된 갈레노스는 황제의 주치의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세계의 중심 로마로 떠난다. 객지 로마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갈레노스는 동향 출신 철학교수가 황달에 걸렸을 때 스스로를 추천하여 치료를 담당하였다.
그가 유명한 교수의 병을 낫게 하고 예후를 델피의 신탁처럼 정확하게 알아맞히자 황제의 사위, 숙부 등도 갈레노스의 환자가 되었고, 철학을 좋아하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그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확신에 넘친 잘난 척하는 태도로 아무 학파의 치료법이나 마구 섞어서 사용하는 갈레노스를 다른 의사들은 몹시 싫어했다. 당연히 로마의 주요 의학파에 속한 의사들은 갈레노스의 주치의 임명을 극구 반대했다. 동료들에게 배척당한 갈레노스는 때마침 유행한 페스트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로마에서 페스트가 물러 간 수 년 후 또다시 황제의 초청을 받고 돌아와 주치의가 되었다. 갈레노스는 일정한 의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며 어느 학설이든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솔직히 인정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동물의 해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백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중 22권이 남아 있다.그리스어로 된 그의 이 저술들은 양도 많지만 거의 모든 분야의 의학을 망라하고 있다. 일례를 들면, 천 수백 년 후‘해부학의 아버지’베살리우스나‘혈액순환설’의 하비에 의해 도전받게 되는 갈레노스의‘혈액과 심장에 관한 학설’은 매우 논리적이어서 이것으로 여러 가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즉, 동맥혈과 정맥혈의 성질이나 들숨과 날숨의 성질을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음식물, 혈액의 흐름, 체온, 신체의 체계 등과 이들 상호간의 관계, 혈액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며 여러 물질을 운반한다는 점 등을 인정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도 더 앞선 서기 2세기에 이 정도의 의학지식을 가진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갈레노스의 의학이 교회가 인정하는 절대의 진리로서 융통성 없는 낡은 체제에 의해 가르쳐졌다. 갈레노스의 학설과 다른 이론을 주장하는 자는 교회의 권위에 반역하는 자로 고발되어 파문되거나 화형에 처해졌다. 서기 201년에 죽은 갈레노스가 역사에서 근대의학의 발전을 저해한 인물처럼 인식되는 데는 이런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막상 영문도 모를 당사자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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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술은 마시는데 그래도 살이 빠지네요.”(홍모씨·여·29).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밤 중에 꼭 뭘 먹어야만 했는데, 요즘은 밤에 음식 생각 않고 푹 잘 수 있어서 좋아요.”(곽모씨·남·36).
“지난 3주 동안은 운동은 전혀 못해서 선생님한테 야단 맞을 각오하고 왔는데, 검사해 보니 지방이 2kg이나 빠졌네요?”(이모씨·남·35).
특별히 요구하는 운동도 없다.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음식도 없다. 억지로 배고픔을 참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살은 빠진다?
21세기를 사는 인류에게 맞게 ‘진화’한 다이어트법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신인류(新人類)다. 먹고 살기 위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만 했던 200만년 전 태초의 인류나, 육체 노동량이 상당했던 불과 50년 전의 인간과는 다르다. 첨단 기술 문명 덕분에 움직일 필요가 없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단맛과 고소한 기름이 흐르는 음식은 넘쳐난다. 사회는 술을 권하고, 회식도 끝까지 쫓아다녀야 출세한다. 운동할 시간도 없지만, 사실 취미도 없다.
신인류의 유전자는, 그러나 구석기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춥고 배고픈 날’에 대비해 비축하는 데만 익숙하다. 결코 그런 날은 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끊임없이 살이 찐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선 어떻게든 비만을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신인류에 맞게 혁명적으로 식탁을 바꿔야 한다.
신인류를 위한 다이어트 혁명은 다음 순서로 이뤄진다. 첫째, 내 몸의 ‘신호’에 익숙해 지면서, 자연스럽게 적정 식사량을 유지한다. 둘째, 저지방고단백 음식을 남성은 하루 75g 이상, 여성은 하루 60g 이상 지금보다 더 많이 섭취한다. 대신 탄수화물은 지금보다 줄인다. 셋째,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저녁 식사는 하되, 당질(밥, 빵, 면)을 안 먹는 것이다.
결국 탄수화물을 지금보다 덜 먹고 단백질을 지금보다 더 먹으면 된다는, 의외로 간단한 결론이다. 하지만 밥이 주식인 사람들에게 저녁식사에 밥을 먹지 말라고? 농사 짓고 걸어서 다녔던 40년 전만해도 저녁 밥 한 공기 먹는 게 맞았다. 그러나 신인류여! 우리는 움직이질 않으니 체격은 커졌어도, 에너지 소비는 엄청나게 줄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바로 연료로 쓰지 않으면 고스란히 저장되는 탄수화물은 줄이고,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더 먹어서 건강도 다지고 기초대사량도 늘리는 것이다.
신인류를 위한 다이어트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체중감량이 목표가 아니라 건강이 궁극적 목표며, 평생 유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결코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고 돈도 안 든다. 내 몸을 이해하고, 거기서 보내는 생리적 신호를 다스리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므로, 배고픔을 참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복잡한 칼로리 계산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에게 꼭 맞는 ‘토종’ 다이어트 방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실제로 아는 만큼 뺄 수 있다. 지금은 신인류를 위한 다이어트 혁명이 일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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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 정도로 전체 수명의 1/3 가량을 잠을 자면서 소비한다고 할 수 있다. 수면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 다음날의 힘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만, 때로는 밤새 좋지 않은 꿈이나 어렴풋이 기억나는 수많은 꿈을 꾸면서 밤새 고생하여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피로가 지속되고 머리가 맑지 않으며 심하면 이러한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어 몸의 컨디션이 나빠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 동안 수면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는 피로회복을 위해서는 수면을 취하는 절대적인 시간보다는 깊이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의 질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양질의 수면, 즉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소음, 온도, 침구류 등과 같은 수면 외적인 환경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수면 내적인 부분으로 개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밤새도록 꿈속을 헤매어서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상쾌하지 않고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경우가 있다.
꿈은 수면의 단계 중 얕고 깊은 수면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빠른 눈의 운동(rapid eyes movement, REM)이 나타나는 수면 상태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통 7~8시간 자는 동안 1시간~1시간 반 간격으로 4~5회 정도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잠잘 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규칙적으로 꿈을 꾼다고 할 수 있지만 꿈을 꾼 후에 10분만 깊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꿈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깊은 잠을 자지 못할 경우에는 이것을 기억하고 꿈을 자주 꾸는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물과 정신이 서로 접촉하게 되어 꿈이 생기며 인체 내 장부(臟腑) 상태에 따라 꿈의 내용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고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특히 밤새 좋지 못한 꿈을 많이 꾸는 것을 ‘다몽증(多夢症)’이라 하는데, 인체의 정신사유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심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심장이 실(實)하면 꿈에 걱정스럽고 놀랍고 괴상한 것이 보이며 심장이 허약하면 꿈이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다몽증은 다만 불쾌한 꿈을 많이 꾸는 것뿐 아니라 대부분 불면, 불안, 초조,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과 같은 여러 증상들을 동반하게 되므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장을 중심으로 다른 장기의 상태를 살펴서 부족한 기운은 보충하고 좋지 않은 기운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침 치료를 할 경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꿈과 관련된 증상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본다. 첫째는 꿈이 많아서 숙면할 수 없는 ‘다몽(多夢)’, 두 번째는 수면 중 무서운 악몽을 자주 꾸어 숙면할 수 없는 ‘다염(多魘)’, 세 번째는 수면 중 앉거나 혹은 일어나서 말을 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몽유(夢遊)’로 나눌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의 허실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데, 특히 심(心), 간(肝), 담(膽)이 허해지면 다몽(多夢), 다염(多魘), 몽유(夢遊) 등이 생기는데, 증상을 통하여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꿈이 많고 남자는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꿈에 자주 보이고, 수면이 부족한 느낌과 피로감을 호소하게 되는 다몽(多夢)은 혈기(血氣)가 적어져서 심기(心氣)가 허해진 원인이기 때문에 익기안신탕(益氣安神湯), 보혈안신탕(補血安神湯) 등으로 치료한다.
둘째 자다가 놀라거나, 악몽을 꾸고 잠꼬대를 하거나, 소위 가위 눌린다는 증상 등의 다염(多魘)은 간(肝)이 사기(邪氣)를 받아 심담(心膽)이 허해져서 오는 것으로 별리산(別離散), 거담청심탕(祛痰淸心湯) 등으로 치료한다.
셋째 자면서 꿈속에 나타나는 것을 앉거나 누워서 혹은 일어나서 말과 동작으로 표현하는 몽유(夢遊)는 심담(心膽)이 모두 허하여 생기는 것으로 장담보심탕(壯膽補心湯)으로 치료한다.
특히 부인이 자면서 귀신과 교접하는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칠정(七情), 즉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충격이 심혈(心血)을 손상시켜서 오는 것으로 평소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은둔하길 좋아하고, 혼자 말하고 웃고 혹은 울고 하는 증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복신산(茯神散), 귀비탕(歸脾湯) 등으로 치료한다.
그 외 집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한약재 중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약해진 심장의 기능을 북돋을 수 있는 멧대추씨(酸棗仁), 측백나무 열매의 씨(柏子仁), 대추(大棗), 연꽃열매(蓮子肉) 등을 구해서 평소에 꾸준히 차로 마시면 증상개선에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증상은 정신적인 부분과 관련이 깊고 스트레스에 의해서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평소의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체조 등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기고: 허성·광동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과장·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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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 계열의 식욕억제제(비만치료제) 생산이 지난 3년간 38배 가량 증가하고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는 식품의약안전청의 발표가 있었다. 마약류 계열의 식욕억제제는 남용할 경우 중독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 증가세가 멈추지 않아 향후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금지 약물을 사용한 식욕억제제를 수입하여 사용하다가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급속하게 살을 뺄 욕심으로 약물을 과다 사용해 어지러움, 손떨림,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의사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몸짱 열풍과 비만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식욕억제제의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식욕억제제는 어떤 약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날씬한 몸매를 위해 비만 치료에 나서는 사람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치료가 쉽지 않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방법에 매달려 체중을 줄이려고 애쓰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몸이 망가진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만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안전하게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다. 비만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음식 섭취를 억제하는 식욕억제제와 지방 흡수억제제가 그것이다. 이중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식욕이 왕성하여 열량 섭취가 많은 사람의 경우 식욕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식욕을 억제시킴으로써 식사량을 줄이고, 에너지 섭취의 감소를 유도하여 살을 빼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 받아 시판중인 식욕억제제는 크게 시부트라민,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사용 기간별로 구분이 되는데 장기 사용할 수 있는 시부트라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사용하도록 허가돼 있다. 여기서 단기간은 3개월 이내를 말하며 이들 약품은 약물 의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정신성약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3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점점 더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만치료제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6개월 이상 체중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량되지 않을 때 사용하게 된다.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에는 안절부절, 불면증, 손떨림, 두근거림, 메슥거림, 변비, 입마름, 두통, 불면증 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식욕억제제는 교감신경 자극효과가 있어 혈압이나 맥박을 높일 수 있으며 일부 약들과 병용할 때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주의해서 사용해야 되는 환자는 고혈압, 신장 및 간 기능 장애 환자, 최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사람 등이며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부정맥, 뇌졸중이 있거나, 수유부, 청소년,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약물사용을 금하고 있다.
최근 그 효능이 검증되지 않거나, 사용 금지 약물이 함유된 중국산 비만 치료제나 불법 수입 비만치료보조제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의의 처방을 받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의해야 하겠다.
<비만 약물치료의 원칙>
1. 약물치료는 비만으로 진단되어 체중 감량이 필요할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며 미용을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2. 먼저 식사조절, 운동 등의 비약물 요법을 3~6개월 동안 시행하여도 체중이 감소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3. 약물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비만 치료는 식사, 운동, 약물의 3박자가 잘 들어맞는 경우다.
4. 비만 약물치료는 반드시 의학적 감시 하에 적응증과 부작용을 확인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5.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허가된 약물을 사용한다. 비만 치료약제는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된 것을 사용한다.
6. 약물치료는 최소한의 용량으로 약제에 따른 적정 기간 동안 사용한다.
7. 약물요법은 단일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복합 제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8. 약물치료를 하고 4주 후에도 2kg 이상 체중이 감소되지 않으면 약에 대한 반응이 없다고 판정할 수 있다.
9. 한 달에 2~4kg 정도로 천천히 살을 빼는 것이 안전하다.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내는 경우는 부작용도 크고 요요현상도 잘 나타난다.
10. 처방전 없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 일부 시중에 유통중인 약 중에는 가짜약으로 판명되거나 인체에 유해한 사용 금지된 약물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기고 : 한지혜/을지의대 을지병원 비만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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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새로 문을 연 세브란스병원에 가 보셨습니까.
▲ 이지혜 사회부기자
일부러 구경하러 병원 가기는 민망한 일이고, 그렇다면 새로 지은 병원이 나오는 영화는 어떠세요?
지금 개봉중인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사랑니>의 배경이 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입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엄정화는 ‘세브란스병원’ 로고가 박힌 가운을 입고 정신과 의사로 등장합니다. 단순하고 과격하지만 여자에겐 쑥맥인 노총각 형사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치는, 깐깐하고 도도한 정신과 여의사라네요. 환자인 정경호, 윤진서는 병동에서 사랑을 싹 틔우구요. 여하간 영화 곳곳에 세브란스를 ‘암시’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네, 제가 아직 영화를 못 봤습니다.)
극중 병원 관련 부문 시나리오 감수는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가 직접 맡았답니다. 사실 의학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확한 사실 전달은 매우 중요하죠.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의학 드라마 <ER>은 사실 고증이 정확하기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가 극중 환자의 증상이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보고는 곧바로 병원에 간 덕분에 뇌 종양을 조기 발견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니까요.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이 워낙 하버드의대 출신인 점도 있겠지만, 제작진이 의학적 사실 전달에 아주 까다롭게 신경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촬영을 위해 병실을 억지로 비우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병원에서도 강도 높은 주의를 요하는 ‘최전선’ 아닙니까. 환자의 안전이 우선인 병원에선 이런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인 것이 당연하지요.
영화 촬영 장소 제공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했던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여명에 달하는 영화 스텝들이 병원을 누비고 다니는데, 병원 업무에 지장이 없게 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 놨습니다. 그래서 새 병원이 정상 가동 되기 일주일 전에 몰아서 촬영을 끝낸다는 전략이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면 예정보다 늦어지기도 하는 법이니, 덕분에 이 관계자는 매일같이 새벽에 출근하고 자정 넘어 퇴근을 해야 했답니다. 불철주야 열심으로 뛴 이 친구, 영화가 끝나고 흐르는 자막 한 줄 ‘스페셜 땡스’로 위안 삼으려 했는데 그나마 이름이 잘못 나왔다고 못내 아쉬워하더군요.
영화 촬영지로서 새 세브란스병원 인기는 높았습니다.
개원을 전후로 각종 영화사와 촬영지 헌팅팀(이런 곳이 따로 있는 줄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에서 불이 나게 전화가 걸려 왔으니까요. 병원으로서도 싫지 않은 일이죠. 돈 안 들이고 광고를 할 수 있으니. 게다가 요즘엔 PPL(Product Placement·영화나 드라마 속에 특정 제품이나 장소를 노출시켜 간접 광고 효과를 거두는 마케팅 전략)이 유행 아닙니까.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몰려드는 러브콜을 받았으니, 병원으로선 내심 쾌재를 부를 일이지요. 그렇지만 개원 1주일 만에 몰려드는 입원 환자로 병실이 부족해지고, 새 병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영화 3편으로 일단 마무리 지었습니다. 나머지 촬영팀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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