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물치료, 신중하게 해야한다

얼마 전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 계열의 식욕억제제(비만치료제) 생산이 지난 3년간 38배 가량 증가하고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는 식품의약안전청의 발표가 있었다. 마약류 계열의 식욕억제제는 남용할 경우 중독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 증가세가 멈추지 않아 향후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금지 약물을 사용한 식욕억제제를 수입하여 사용하다가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급속하게 살을 뺄 욕심으로 약물을 과다 사용해 어지러움, 손떨림,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의사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몸짱 열풍과 비만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식욕억제제의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식욕억제제는 어떤 약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날씬한 몸매를 위해 비만 치료에 나서는 사람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치료가 쉽지 않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방법에 매달려 체중을 줄이려고 애쓰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몸이 망가진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만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안전하게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다. 비만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음식 섭취를 억제하는 식욕억제제와 지방 흡수억제제가 그것이다. 이중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식욕이 왕성하여 열량 섭취가 많은 사람의 경우 식욕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식욕을 억제시킴으로써 식사량을 줄이고, 에너지 섭취의 감소를 유도하여 살을 빼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 받아 시판중인 식욕억제제는 크게 시부트라민,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사용 기간별로 구분이 되는데 장기 사용할 수 있는 시부트라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사용하도록 허가돼 있다. 여기서 단기간은 3개월 이내를 말하며 이들 약품은 약물 의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정신성약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3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점점 더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만치료제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6개월 이상 체중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량되지 않을 때 사용하게 된다.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에는 안절부절, 불면증, 손떨림, 두근거림, 메슥거림, 변비, 입마름, 두통, 불면증 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식욕억제제는 교감신경 자극효과가 있어 혈압이나 맥박을 높일 수 있으며 일부 약들과 병용할 때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주의해서 사용해야 되는 환자는 고혈압, 신장 및 간 기능 장애 환자, 최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사람 등이며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부정맥, 뇌졸중이 있거나, 수유부, 청소년,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약물사용을 금하고 있다.

최근 그 효능이 검증되지 않거나, 사용 금지 약물이 함유된 중국산 비만 치료제나 불법 수입 비만치료보조제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의의 처방을 받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의해야 하겠다. 

<비만 약물치료의 원칙>

1. 약물치료는 비만으로 진단되어 체중 감량이 필요할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며 미용을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2. 먼저 식사조절, 운동 등의 비약물 요법을 3~6개월 동안 시행하여도 체중이 감소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3. 약물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비만 치료는 식사, 운동, 약물의 3박자가 잘 들어맞는 경우다.

4. 비만 약물치료는 반드시 의학적 감시 하에 적응증과 부작용을 확인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5.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허가된 약물을 사용한다. 비만 치료약제는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된 것을 사용한다.

6. 약물치료는 최소한의 용량으로 약제에 따른 적정 기간 동안 사용한다.

7. 약물요법은 단일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복합 제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8. 약물치료를 하고 4주 후에도 2kg 이상 체중이 감소되지 않으면 약에 대한 반응이 없다고 판정할 수 있다.

9. 한 달에 2~4kg 정도로 천천히 살을 빼는 것이 안전하다.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내는 경우는 부작용도 크고 요요현상도 잘 나타난다.

10. 처방전 없이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 일부 시중에 유통중인 약 중에는 가짜약으로 판명되거나 인체에 유해한 사용 금지된 약물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기고 : 한지혜/을지의대 을지병원 비만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