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골이 들어오면 괜히 짜증이 난다. 봄만 되면 왜 그리 피곤한지 모르겠다. 동해안으로 푄 현상이 발생하면 하루 전부터 편두통으로 고생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환절기에는 천식 발작으로 입원하곤 했다.
어디 저자뿐이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단기적인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날씨가 오랜 세월 축적되면서 형성된 기후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후는 사람들의 기질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날씨와 건강과의 관계는 느슨해진 듯 여겨질지 몰라도, 자연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몸은 일정 기후가 오래 지속되거나 일정 기상 현상이 반복되는 주기가 짧아질 때 면역력을 잃기 쉽다. 이는 비단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조로움과 끊임없는 변화, 그 둘의 중간 지점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기도 하다.
28년째 공군 기상 분야에서 일해 온 현역 공군 대령이면서 기상예보 전문가이자 날씨 칼럼니스트인 반기성씨는 때로는 무서운 폭풍으로, 때로는 따사로운 햇살로 다가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날씨의 양면성과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동적인 자세는 무엇인지, 친절하고도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엄마는 굴 따러 가고 아기만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노래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는 동요 가사도 충분한 기상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바닷바람은 호흡기에 좋은 자극이 되고, 갑상선 균형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고, 파도소리가 전해주는 알파파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므로 바닷가의 기상 조건은 아기가 얼마든지 웃으며 잠들 수 있는 쾌적한 조건인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기상 변화에 따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건강 관련 문제들을 낯익은 시 구절과 함께 알기 쉽고 재밌게 정리했다.
날씨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다미원 刊, 255쪽, 9800원).
/이지혜기자 wigrac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