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정세영·경희대 약대 교수
삼대(三代)가 모여 사는 저희 집에서 가족들에게 퀴즈를 하나 냈습니다. 상금으로 거금 10만원까지 걸었죠. 문제는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건강음료의 차이점이 뭘까?” 였습니다. 건강기능식품법 제정에 참여했던 저에게 가족들의 대답은 재미있긴 했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은 주로 나이 들어 허약해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것’, ‘건강식품은 피로하거나 체력이 떨어진 사람이 먹는 것’, ‘건강음료는 스포츠 드링크나 이온음료’, 건강기능식품은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식품과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요즘 약처럼 선전하며 팔리는 것’ 이라는 ‘놀라운’ 대답들이었기 때문이죠.
건강기능식품법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2004년 2월부터 실시됐으니, 이미1년 반이 지났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는데도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기만 모양입니다.
우선 용어 정리 좀 해 볼까요?
‘건강보조식품’은 과거 ‘식품위생법’만 존재 하던 시절에 효능을 표시 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적으로 효능이 있다고 널리 알려진 일부 식품에 대해, 제한적으로 건강증진을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라고 정부가 허용해 준 제품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실행되면서 이제까지 팔아오던 제품을 일시에 못 팔게 하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고, 소비자들도 시장에서 갑자기 건강보조식품이 자취를 감춰 버리게 되면 사고 싶어도 구입할 수가 없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한시적으로 건강기능식품에 포함시켜준 제품 들입니다.
‘한시적’이라는 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3년간 대학이나 연구소에 연구를 맡겨 그 기능과 안전성을 재평가 한 뒤, 그 결과가 좋을 때에만 계속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 사이에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올 예정이니 주목해 볼 만 하죠.
‘건강기능식품’은 관련법률 제1장 제3조에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정제, 캅셀, 분말, 과립, 액상, 환 등의 형태로 제조 가공한 식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동시에 ‘약과 같이 질병을 예방 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약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건강기능식품은 정상인과 환자의 중간에 해당하는 ‘반(半) 건강인’이 병에 걸려 환자가 되지 않도록, 혹은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된다 하더라도 환자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연장시켜서 가능한한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인 것입니다.
쉬운 예로 ‘글루코사민은 건강기능식품으로 관절의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라는 효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운동선수나 과도한 노동으로 관절을 혹사 하거나 나이가 들어 관절이 노후해진 경우에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낡은 베어링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미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 처방에 따른 관절염 치료제를 복용해야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많은 일반인들에게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통증이 심하거나 걷기가 몹시 불편하여 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의사로부터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 그 지시에 따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 그 관절염 전(前) 단계의 불편함이나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글루코사민을 장기 복용함으로써 관절염으로의 진행을 늦추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최근 여러 전문 단체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나름대로 서열을 매기거나, 신뢰성 여부를 판정하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조차 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해 ‘건강식품’, ‘건강음료’ 등 실제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평가에 다수 포함돼 국민들에게 혼동만 더 해 준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복잡하다구요? 쉽게 판별하려는 법도 알려 드리죠.
제품표면에 ‘영양기능정보’가 붙어 있는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가 제품명 윗부분에 명확히 적혀 있는지를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이 밖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으로는 동충하초, 아가리쿠스버섯, 다시마, 일반 버섯류 등을 차, 청량음료, 기타 추출물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것들로서 이들은 ‘일반 식품’ 입니다. 이런 일반 식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해 전혀 보증한 바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단순한 (건강) 식품’일 뿐 입니다.
자, 이제 한번 집에 있는 다양한 건강 식품 중에 진짜 ‘건강기능식품’을 골라내 보세요. 의외의 결과를 보시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저희 집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