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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 동안 졸린 게 단순한 춘곤증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질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발병 원인을 잘 모르고 춘곤증이라고 무시하거나, 치료법을 오해해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수면무호흡증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자는 동안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뇌는 깊은 수면에서 저절로 깨어나 '수면 중 각성' 상태가 된다. 신체는 잠을 자지만 뇌는 깨어 있는 것. 하지만 본인은 푹 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원인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알아채기 힘들다. 이 병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잠잘 때 공기를 불어 넣어 주는 양압기, 양악수술, 구강내 장치 등으로 치료한다. 수면무호흡증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다. 뚱뚱하면 잠잘 때 기도가 압박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살을 빼면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오해하고 치료받지 않지만 일단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면 살을 빼도 병은 완치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비정형적 우울증봄철에 신체적인 이유 없이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없어지면 춘곤증이다. 하지만 식욕까지 좋아지면 '비정형적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을 겪지만, 우울증의 35%를 차지하는 비정형적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늘고 불면증이 없으며 낮에도 잠이 많이 온다. 주로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비정형적 우울증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를 4~9개월 복용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치료되면서 주간 졸림증도 사라진다. 치료 도중 낮에 졸린 증상을 일시적으로 없애려면 각성제를 추가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한다.◇기면증기면증은 말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혹은 운전을 하는 등의 특정 행동을 하다가 느닷없이 잠이 오는 증상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1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40~50대가 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70% 정도이고,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나 평생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30% 정도다. 30~40대에 증상이 처음 나타나면 스트레스나 과로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면증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잠이 온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잠깐씩 낮잠을 자면 증상이 다소 완화된다.◇수면박탈초등학생 자녀가 봄에 짜증이 늘고 학교에서 수업에 관심을 잃고 졸면 흔히 적응장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방학 때 수면습관이 남아서 생긴 수면박탈이다. 주말에 푹 자게 한 뒤 졸음과 짜증이 사라지면 수면박탈이고, 푹 잔 뒤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적응장애 가능성이 있다. 수면박탈인 경우, 일단 일찍 자게 해서 수면 시간을 충분히 늘려 준다. 졸거나 짜증을 내는 증상이 사라지면 취침 시각을 전날 밤과 30분 이상 차이나지 않게 조금씩 늦춰가면서 적정한 수면 시간을 찾는다.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면 수면리듬이 깨져 다시 수면박탈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말에도 수면시간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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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극으로 우울증 등 뇌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약이란 전기 자극을 가해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뇌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경두개 직류자극기(tDCS)’ 같은 기기가 대표적이다. 경두개 직류자극기(tDCS)는 착용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뇌 전기자극 치료는 100년이 넘은 치료다. 최근 뇌지도 획득이 가능해지면서 뇌 담당 영역을 알 수 있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경두개 직류자극기는 국내 와이브레인, 뉴로핏, 왓슨앤컴퍼니 등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회사에서 잇달아 출시를 하고 있다. 우울증 개선 등의 치료 보조 목적으로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일반 소비자가 집중력 향상·스트레스 완화·수면 개선 등을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뇌에 전류 흘려보내 뇌 기능 높여 뇌 속에는 8억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신경세포 사이 전기신호 전달에 의해 수많은 정보들이 처리된다. 전기신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인지기능 저하나 우울증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핵의학과 정용안 교수는 “미량의 전류를 뇌에 흘려주면 뇌 세포가 활성화되고 뇌 신경전달물질이 변하면서 뇌의 기능이 좋아진다”며 “인지기능 향상, 집중력 향상 등 다양한 효과에 대한 보고가 되고 있지만 우울증 개선 효과가 가장 연구가 활발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3년 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우울증 전기 자극 치료가 항우울제 만큼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고 말했다.항우울제가 뇌의 대사를 변화시켜서 효과를 낸다면, 경두개 직류자극기는 해당 뇌 영역에 직접 전기 자극을 가해 뇌를 조절한다. 뇌전증 등에 쓰이는 ‘경두개 자기장 자극기’ 역시 비슷한 방식이지만, 자기장 자극기는 기기 자체가 너무 무겁고 커서 병원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반면, 전기 자극기는 소형화가 가능해 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정용안 교수는 “병원에 오지 않고 환자가 집에서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두개 직류자극기, 일반 소비자용도 나와경두개 직류자극기는 우울증 개선에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이 나와있지만 아직 보험 적용은 안 되는 상태다. 인지기능 향상, 뇌졸중 후유증 개선, 두통 개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연구 중이다. 의료기기가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기기도 있다. 2mA 미만의 전류가 흐르면 부작용 위험이 없어 일반 소비자가 쓸 수 있다. 정용안 교수는 “강한 전기 자극은 의식소실, 경련 등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의사 처방과 모니터링 하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왓슨앤컴퍼니 정영진 상무는 “일반 소비자용 경두개 직류자극기는 머리띠처럼 쓰면 이마에서 미세전류를 뇌의 전두엽으로 흘려보낸다”며 “하루 1~2회 30분 사용하면 집중력 향상·기억력 강화·스트레스 완화·수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에 따라 두통·피부 발적·찌릿함 등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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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과정은 신비하면서도 고귀하다. 임신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정상적인 임신을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도 까다롭고, 단계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열 달 동안 자신의 몸 안에 아이를 품어야 하는 여성은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 증가 추세 국내 난임 시술 환자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국민관심진료행위(검사/수술 등) 통계에 따르면 난임 시술 환자는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1만2569명에서 12만3322명으로 약 9.8배 증가했다.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 임신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는 “흔히 노산이라고 하는 고령 임신은 만 35세 이상의 여성의 임신을 의미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생식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자연임신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또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이 생길 확률도 커지고, 젊은 여성에 비해 체중 관리도 잘 안 되기 때문에 임신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자연임신 방해하는 자궁·난소 질환 요즘은 20~30대 젊은 여성들 중에서도 자궁근종, 난소낭종 같은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는 양성질환이기는 하지만 혹의 크기나 증상의 정도에 따라 자연임신을 방해하기도 한다.자궁근종이나 난소낭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수술인지 여부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임신 전에 무턱대고 수술부터 했다가 임신이 어려워지거나 임신 후에 산모와 아이의 상태가 위중해질 수도 있고, 수술이 필요한데 미루고 있다 임신 중에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최세경 교수는 “특히 자궁근종은 임신 중에 변성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 통증이 조기진통인지 분만진통인지 감별이 어려워 산모가 힘들어한다”며 “자궁, 난소에 혹이 있다면 임신 전후 정기적인 검진으로 꾸준히 관찰하고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혈압·당뇨·갑상선 질환 등은 산전 확인 필수그렇다면 건강한 임신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환은 무엇일까? 고령 임신에 해당한다면 먼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 검사가 필수다. 특히 당뇨는 기형아 발생은 물론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 반드시 잘 조절해야 한다. 또 유산이 잘 되는 산모 중에는 갑상선 질환을 가진 경우도 많이 발견된다. 산전에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아울러 임신 전 기본적인 피검사만 해도 빈혈, 간질환, 콩팥 질환 여부 등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풍진, 간염 등의 항체 보유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과 난소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임신 3개월 전 엽산 복용… 표준 체중 유지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엽산 400㎍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은 태아의 뇌 발달을 돕고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데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되지 않는다. 영양제로 복용해야 한다. 특히 비만하거나 당뇨가 있는 산모라면 기본 용량의 10배를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건강한 임신 준비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건 체중 관리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적정한 체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과체중도 위험하지만, 저체중도 조산이나 임신 합병증과 연관성이 있다. 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힘쓴다.흡연은 산모도, 남편도 절대금물이다. 흡연하는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정자의 운동 상태가 좋지 않고, 흡연하는 산모들에게는 태반 조기 박리, 임신중독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최세경 교수는 “고령 임신이든, 질환을 가진 상태의 임신이든 정해진 날짜에 병원을 찾아 잘 조절하고 관리하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당뇨나 갑상선 질환 같은 경우는 약 조절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에 의존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Tip. 임신 전 여성 건강 체크리스트1.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등 산전 확인 필수2. 임신 전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건강 확인3. 임신 3개월 전에는 엽산 복용4. 과체중 저체중 모두 NO! 표준 체중 관리5. 흡연은 산모도, 남편도 금물6. 정기적인 병원 진료와 상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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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금단 현상을 줄이는 데 케토식 식단이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국립 알코올 중독 연구소를 포함한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절반인 23명은 케토 식단을 지키도록 하고, 나머지 대조군은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1주일에 한 번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케톤과 에세테이트 수치를 측정했으며, 금단 현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의 양도 평가했다.연구 결과, 케토식 식단을 지킨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알코올 금단 현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케톤과 아세테이트 수치를 분석한 결과 염증 수치도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같은 연구팀이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케토식 식단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쥐의 알코올 소비량을 줄였다.케토식 식단(케토제닉 식단, Ketogenic diet)은 가장 대표적인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말한다. 몇몇 전문가들이 다이어트, 혈압 저하에 추천하며 각종 질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다. 그러나 케토식 식단은 가벼운 부작요으로 피로,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신장 손상 가능성도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를 의사와 상담한 후 시도하는 게 좋다.연구팀은 논문에서 "알코올 중독자는 뇌의 갑작스러운 케톤체 소비로 인해 금단 현상을 느끼는 것으로 추측했고, 케토식 식단을 통해 케톤체를 보충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가정했다"며 "더 많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알코올 중독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를 지닌 연구"라고 말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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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다 보면 배꼽 속 검은 때가 눈에 밟힌다. 하지만, 태아와 산모를 잇던 탯줄이 떨어지면서 남은 흔적인 배꼽은 외부와 장기가 바로 연결되던 곳이라 마음껏 파기 두려울 수 있다. 균이라도 감염되면 큰 병이 생길 것만 같다. 실제로 배꼽을 파면 복막염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배꼽 때, 파도 될까?안 파는 게 좋다. 배꼽과 배꼽 주변 피부는 다른 부위에 비해 조직이 얇아 상처가 나기 쉽다. 세균이 침입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배꼽 때는 세균이 쉽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긴 하지만, 인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박테리아라 제거하지 않아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작다. 그래도 배꼽 때가 거슬린다면, 소독한 솜이나 면봉에 로션을 묻히고 가볍게 닦아주면 된다. 샤워 후 배꼽 때가 불어났을 때 닦으면 더 잘 닦인다.배꼽을 파면 복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복막염은 복강 속 장기를 둘러싼 얇은 막인 복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배꼽 아래에는 근육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근막)이 복막을 덮고 있어 배꼽을 파다 상처가 생기더라도 복막에 염증이 생기기는 어렵다. 복막염은 보통 복강 속 장기에 구멍이 생겼거나, 혈액 속 액체 성분이 나와 복강 안에 고인 복수에 세균이 증식했을 때 주로 나타난다.속설이 생긴 이유로는 배꼽을 후비면 아프기 때문일 수 있는데, 그 통증은 배꼽으로 인한 문제라기보다 주변 피부 특성 때문이다. 배는 표면이 피부와 지방층, 근육, 복막으로 이뤄졌는데, 배꼽 주변 부위는 다른 부위에 비해 특히 이 구조가 얇다.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기 쉽다.한편, 배꼽이 평소보다 많이 튀어나오고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면 배꼽탈장을 의심해야 한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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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지 않고 왜 둘러갈까. 스물 한 개의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첫 번째 ‘소나무숲길’ 앞에서 잠시 주춤한다. 우회는 근대와 현대의 습성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미덕은 언제나 직진과 상승이다. 멀리 보고 곧장 질러가는 것, 높이 보고 수직으로 치솟아 가는 것, 그게 거의 모든 이들의 바람이다. 주변을 배회하는 건 낙오와 실패의 징후다. 북한산을 둘러가기로 한다. 우이령 초입에서 덕성여대 근처 솔밭근린공원으로 향하는 3.1㎞ 길은 이름값 하듯 소나무들의 군집이다. 많은 이들이 이 곳, 소나무 가득한 1코스에서 우이령에 갈음하는 21코스까지 둘레길 완주를 희망한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타원의 길. 이 길을 다 돌고나면 좋은 일이라도 생길까. ◇한 바퀴 돌면 이번 생의 잘못이 씻기고…히말라야였던가. 아시아 대륙의 복판에는 설산(雪山)이었다가 성산(聖山)이었다가 하는 산들이 여럿이고 그 산들 주위론 전설들이 눈발처럼 흩날린다. 사연들 중엔 하늘로 우뚝, 수천 미터를 치솟은 신비의 산 둘레를 도는 트래킹에 얽힌 이야기들도 있다. 이런 식이다. 살면서 산 주위를 한 바퀴 돌면 이번 생에 저지른 잘못이 씻긴다. 깨끗이, 흔적 없이. 이번엔 백팔 번뇌로부터의 유추일까. 사는 동안 108회, 산을 돌고 또 돌면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 윤회가 끊긴다. 한 바퀴도, 백팔 바퀴도 쉽지 않다. 모질게 마음먹지 않으면 이루기 힘들다. 그러나 보답은 심대하다. 살면서 저지른 잘못이 사라진다. 악덕의 소거는 과거로 소급해, 침묵의 순례 중에 윤회의 악순환까지 끊긴다는 것 아닌가. 이번 생의 초월을 위해, 찬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산을 도는 이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숭고하다. 나도 히말라야 순례를 꿈꾼다. ◇정복을 꿈꾸는 이들, 그들을 내치는 산들그런데 궁금했다. 산은 왜 에두르는 이들만 축복하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이들이 죄업을 씻고, 성자가 됐다는 전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다. 오직 둘러가는 사람들에게만, 눈 덮인 성산은 초월의 기회를 준다. 산을 오르는 일에는 무슨 문제가 있나. 산을 휘감는 일에는 왜 문제가 없나.자신을 오르는 이들에게 산은 냉혹하다. 극심한 현기증을 선사하고(고산병), 죽을 지경의 호흡 곤란을 건넨다(저산소증). 내려가라, 내려가라, 내려가라 한다. 산을 오르는 일은 산을 거스르는 일이다. 정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산은 관대하지 않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인간들을 향해, 산은 매서운 한기(寒氣)와 노골적인 노여움을 한꺼번에 뿜어댄다. 오르려는 자는 대등해지려는 자다. 거대한 산은 오만한 이들에게 침범을 허(許)하지 않는다. 내치고, 떨구고, 파묻는다. 에두르는 자, 휘도는 자는 낮아지려는 자들이다. 경건한 눈빛으로, 눈 덮인 정상을 쳐다만 볼 뿐, 오르려하지 않는 사람들. 돌고, 돌고, 돌 뿐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 없이 돌면서 스스로를 낮추고, 낮추는 동안 자아를 버린다. 죄를 씻는다. ◇기 쓰지 않아도 좋은… 둘레길 산책의 묘미사유할 것인가, 노동할 것인가. 오래 전 프랑스의 한 신문은 미국에 출장 가 아침마다 뛰어대는 대통령에게 물었다. 산책은 사유, 조깅은 노동…. 문명의 선배인 유럽인들은 그렇게 실용의 미국인, 조깅의 미국인들을 조소했다. 산책과 사유로 일궈낸 유럽의 전통을 왜 욕보이는가, 신문은 꾸짖었다. 꾸짖건 말건 그들의 일이지만, 나도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서서 비슷한 질문을 두어 번 던졌다. 두를 것인가, 오를 것인가. 산책할 것인가, 등산할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그래서 스스로를 낮출 것인가, 올릴 것인가…. 해탈 아니어도, 사유 아니어도 둘레길 산책엔 커다란 묘미가 있다. 월요일의 일상처럼 기를 쓰지 않아도 그만이다. 채우는 대신 비운다. 거스르지 않고 따른다. 자연과 도시가 맞닿은 경계를 천천히 거니는 즐거움은 또 어떤가. 질타당하기 쉬운 좌고우면(左顧右眄)을, 둘레길은 권한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40~50분 걸었을까. 다단한 삶을 휘감듯, 3.1㎞의 길지 않은 첫 번째 둘레길을 유영하고 나니 그새 솔밭근린공원이다. 천 그루의 소나무가 빽빽한 듯 휘영하다. 너무도 한가해 절경에 뒤질 것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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