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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쉼’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어쩌면 ‘쉼’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6/05/13 07:40
  • 비염은 놔둬도 되는 병? 방치하면 탈모 온다

    비염은 놔둬도 되는 병? 방치하면 탈모 온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대기 중의 꽃가루와 먼지가 늘어나는 이 시기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 유독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진료실에서 탈모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아토피를 동반한 사례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몸의 면역 시스템이 공유하는 일종의 공통된 경로 때문이다. 모발을 생성하는 모낭은 단순히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라 전신 면역 체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관이기에, 비염으로 인한 전신적 면역 불균형은 모발의 성장주기까지 흔드는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된다.최근 연구들은 비염이 초래하는 전신적인 면역 불균형이 모발 건강, 특히 안드로겐성 탈모의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역학 조사는 비염과 탈모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질환 사이의 긴밀한 병태생리학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이러한 연결고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물질이 바로 프로스타글란딘D2(PGD2)이다. 알레르기 반응 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D2는 비염의 전형적인 증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모낭에 도달했을 때 모발 성장을 억제하고 모발이 탈락하는 시기인 휴지기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결정적인 인자로 작용한다. 실제로 탈모가 진행 중인 두피에서는 이 물질의 수치가 정상 두피보다 현저히 높게 측정된다. 비염으로 인해 증가한 전신적 염증 물질들이 혈관을 타고 두피까지 도달하여 모낭 주위에 미세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안드로겐성 탈모의 발생 위험을 1.81배나 높이게 되는 것이다.그렇다면 비염 치료가 탈모 예방에 실질적인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최근 연구는 매우 고무적인 답을 제시한다. 흔히 처방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복용한 그룹에서 탈모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는 비염 증상 완화를 넘어, 탈모를 촉진하는 프로스타글란딘D2의 방출은 억제하고 모발 성장에 이로운 프로스타글란딘E2(PGE2)의 농도는 높여주는 일종의 모낭 보호막 역할을 수행한다.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보면, 항히스타민제 복용 군은 비복용 군에 비해 탈모 위험이 약 77%나 낮게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예방 효과는 약물의 누적 복용량이 많을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용량 의존적’ 양상을 보였다. 누적 복용량이 많은 그룹에서는 탈모 위험 지수가 평소의 약 10분의 1 수준인 0.12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증상이 발현될 때만 간헐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꾸준히 비염을 관리하는 것이 모발 건강을 지키는 데 훨씬 효과적임을 보여준다.임상적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연령대에 따른 반응의 차이다. 30세 미만의 젊은 비염 환자군에서 항히스타민제의 탈모 예방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젊은 시절의 모낭 구조가 약물에 의한 면역 조절에 더욱 기민하게 반응하고 회복 탄력성이 높기 때문이다.아직 젊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비염을 방치하는 행위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탈모를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염으로 인한 전신적 염증 부하는 모낭의 안드로겐 수용체 민감도를 높여 탈모의 진행 속도를 가속한다. 만성 비염을 앓고 있으면서 모발이 가늘어지는 초기 징후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신체가 보내는 긴급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비염이라는 전신 면역 질환을 체계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호흡기 건강은 물론 소중한 모발의 임상적 궤적을 지키는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6/05/11 21:42
  • 월요일, 왜 유독 우울할까

    월요일, 왜 유독 우울할까

    휴가에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혹은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무거우셨던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행복했는데, 일상으로 돌아오자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비어 있는 듯한 느낌. 어떤 이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까닭 모를 한숨이 새어 나왔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휴가 직전보다 오히려 더 피로하고 무기력해졌다고 한다. 이 마음, 그저 휴가가 끝나서 아쉬운 정도의 일이 아니다.휴가 후 증후군,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정신의학에서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여두었다. ‘휴가 후 증후군(post-vacation syndrome)’ 또는 ‘재진입 우울(re-entry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휴가가 끝난 직후 며칠에서 길게는 2주 정도, 의욕 저하와 집중력 감소, 수면 리듬의 교란, 잔잔한 우울감이 함께 찾아오는 일군의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료실에서도 이 호소를 자주 듣는다. 길었던 황금연휴가 끝난 직후, 8월 중순 여름휴가가 마무리된 후에 외래 예약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중요한 점은 이것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력이 부족해서,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이 환경의 큰 변화에 반응하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신호일 뿐이다.여행이 진짜로 주는 선물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풍경도, 음식도, 사진도 아니다. 그것은 ‘잠깐 다른 자기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의무, 역할, 평가, 누군가의 기대, 이 모든 것에서 잠시 풀려난 자기. 평소에는 ‘○○○ 부장’이고 ‘누군가의 부모’였던 사람이, 낯선 도시의 카페에서는 그저 한 명의 여행자가 된다.그러한 자기가 좋았기 때문에 우리는 휴가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자기는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야 한다. 마치 잠시 벗어두었던 무거운 갑옷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입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갑옷의 무게는 휴가 전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잠시 벗어본 가벼움을 기억하는 우리에게는, 그 무게가 이전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우리가 여행에 늘 데려가는 한 사람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어느 겨울, 그는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리브해의 한 휴양지로 떠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야자수 앞에 섰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새파란 바다와 흰 모래뿐이 아니었다. 평소 그를 짓누르던 짜증과 걱정과 작은 두통도 함께였다. 풍경은 분명 바뀌었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은 한 발자국도 옮겨지지 않은 채 거기 있었던 것이다.그가 짚어낸 핵심은 이것이다. 어디로 떠나든 우리는 한 사람을 늘 함께 데려간다.  바로 자기 자신을. 그리고 그 자기를 어떻게 다룰지 모르는 한, 풍경만 바꾼다고 마음이 따라 바뀌지는 않는다.이 통찰은 휴가 후 우울에 대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많은 분들이 휴가 후의 무거움을 ‘여행이 너무 좋아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오래 관찰해온 결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여행 후 우울은 여행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상이 충분히 회복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평소의 일상 속에 작은 회복의 시간들, 예컨대 편안한 저녁, 가까운 사람과의 따뜻한 대화, 잠깐의 산책이 자리 잡고 있다면, 휴가 후의 무게가 그렇게까지 압도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휴가가 일상의 부족함을 잠시 덮어주었던 것뿐이고, 그 덮개가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일상의 빈틈이 더 또렷이 드러나는 것이다.더 자주 떠나는 것이 답일까그래서 환자분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러면 휴가를 더 자주 가면 되지 않을까요?” 마음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행복 연구에서 잘 알려진 개념 중에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뇌는 어떤 새로운 자극에도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같은 종류의 즐거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할수록 그 강도는 점점 줄어든다. 휴가의 횟수를 늘려간다고 해서 그만큼 행복이 비례해 쌓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답은 휴가의 양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일상이 회복의 기능을 되찾도록 만드는 데 있다. 거창한 변화일 필요는 없다. 평일 저녁 10분의 산책, 주말 한 끼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자기 전 가까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이런 작은 회복 의식들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 휴가는 더 이상 도피처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좋은 삶에 더해지는 보너스가 된다.지난 글에서 ‘집은 회복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휴가에서 돌아온 직후의 무거움이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면, 그 무게를 그저 견뎌내려 하지 말고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시길 바란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보내고 있는 가장 정직한 신호일지 모른다.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5/11 07:03
  • ‘우리 아이 영재인가?’ 싶을 때… ‘발달 균형’ 챙기세요

    ‘우리 아이 영재인가?’ 싶을 때… ‘발달 균형’ 챙기세요

    최근 어린 시기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음악이나 수학, 언어 등 특정 분야에서 또래보다 빠른 성취를 보이는 아동이 늘어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리 아이도 영재가 아닐까”라는 기대와 함께 조기 교육이나 조기 진급에 대한 고민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이의 발달을 바라볼 때는 단순히 성취의 속도만이 아니라, 발달의 본질과 균형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일반적으로 영재(prodigy)는 특정 영역에서 또래보다 현저히 뛰어난 수행 능력을 보이며 어린 나이에 성과를 나타내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천재(genius)는 단순한 조기 성취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거나 기존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 사고를 보이는 경우를 뜻한다. 또 수재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과 성실성을 통해 높은 성취를 이루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임상과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서로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최근에는 매우 어린 시기부터 또래를 앞서는 학습 능력과 예술적 재능을 보이는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초고도 영재 아동은 유아기부터 수학적 사고나 언어 능력, 음악적 표현 등 특정 영역에서 빠른 발달을 보이기도 한다. 이 가운데는 표준화된 지능검사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거나 학교 교육 과정에서 조기 진급이 논의되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중요한 점은 아동의 발달이 하나의 축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발달은 인지와 언어뿐 아니라 정서, 사회성, 운동 기능 등 다양한 영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 특정 영역의 발달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모든 영역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특히 영재 아동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가 ‘비동시적 발달(asynchronous development)’이다. 이는 인지 능력은 또래보다 앞서 있지만 정서 발달이나 사회성은 반드시 같은 수준으로 따라가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학습 능력에서는 높은 성취를 보이더라도 또래 관계 형성이나 학교 적응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예를 들어 사고 수준은 높지만 감정 조절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좌절 상황에서 과도한 반응을 보이거나, 또래와 관심사가 달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조기 진급 이후 학업 성취 자체보다 정서적 부담이나 또래 관계 문제, 자기 조절의 어려움으로 상담을 받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따라서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육 과정을 앞당기는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장기적인 성취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성장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예술이나 전문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초기 재능 자체보다 장기적인 발달 과정과 환경의 영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재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적절한 교육 환경, 자기 조절 능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특히 자기 조절 능력은 장기적인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단순한 집중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를 견디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빠른 학습 환경에 노출될 경우 단기적인 성취는 가능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영재 아동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속도’보다 ‘균형’이다. 인지 발달이 빠르다는 점은 분명 중요한 강점이지만, 정서와 사회성 발달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기적인 적응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부모는 자녀의 뛰어난 능력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현재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 또래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 실패와 좌절 상황에서도 회복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영유아기와 학령 초기에는 이러한 전반적인 발달 상태가 이후 성장 경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영재 아동의 조기 성취는 분명 의미 있는 특징이다. 그러나 빠른 발달이 곧바로 건강한 성장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발달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영역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는 과정이다. 아이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빠른가”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부모와 교육자의 역할 역시 아이의 능력을 무조건 앞당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이 지속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결국 그것이 아이의 잠재력을 가장 건강하게 실현하는 길이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2026/05/09 18:30
  • [의학칼럼] ‘복통’ 24시간 넘으면 위험… 왜?

    [의학칼럼] ‘복통’ 24시간 넘으면 위험… 왜?

    복통을 소화불량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통증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복강 전체로 퍼지는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충수염은 대장 시작 부위에 붙어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충수 입구가 막히면서 발생한다. 분변석이나 림프조직 비대, 이물질 등에 의해 막히면 내부에 세균이 증식하고 염증이 악화된다. 시간이 지나면 내부 압력이 증가해 혈류가 차단되고, 심할 경우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충수염 통증은 시간 경과에 따라 특징적으로 변화한다. 초기에는 명확한 위치를 짚기 어려운 배꼽 주변 또는 상복부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장 신경이 자극을 받으며 나타나는 통증으로, 단순 체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다.하지만 염증이 진행되면서 통증은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통증 부위가 비교적 명확해지고, 움직이거나 기침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손으로 눌렀다가 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반발통’이 나타난다면 복막 자극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염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시간이 더 지연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증상이 호전된 것이 아니라 충수가 터지면서 압력이 감소한 경우일 수 있다. 이후 복강 내로 염증이 퍼지면서 복부 전체에 심한 통증과 발열이 나타나는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충수염은 통증 양상이 ‘이동하고, 점점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복통은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실제 30대 직장인 A씨는 복통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하루 이상 진통제로 버티다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충수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천공 직전까지 악화돼 있었다. 결국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초기 치료에 비해 입원 기간도 길어졌다. 충수염은 보통 24~48시간 사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연될 경우 복막염 등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치료는 대부분 수술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최소 침습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배꼽 부위에 약 1~2cm 정도의 절개를 한 뒤, 하나의 통로로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삽입해 충수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절개 부위가 적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수술 후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회복이 빠르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용적 만족도가 높아 젊은 환자층에서 선호도가 높다.다빈치 SP 로봇수술은 단일 포트(Single Port)를 이용하는 로봇수술로, 하나의 절개창을 통해 여러 개의 로봇 팔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고해상도 3D 시야와 정교한 관절 움직임이 가능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출혈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염증이 진행된 경우나 해부학적 구조가 까다로운 환자에서 보다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충수염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단일공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 적용이 용이하다. 통증을 참거나 방치하기보다, 증상이 의심되면 빠르게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이관철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이관철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2026/05/08 15:50
  •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약초… ‘감초’는 어떤 역할할까?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약초… ‘감초’는 어떤 역할할까?

    한약재라고 하면 선뜻 생각나는 것이 아마도 녹용과 감초가 아닐까 싶다. 녹용은 가장 익숙한 보약 재료로서의 한약재이고, 감초는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에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속담에 쓰일 정도로 유명한 감초는 정말로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어울릴까?실제로 그러하다. 실제 조사 결과 한약 처방의 60%에 감초가 포함된다고 하니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한의학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감초는 어떠한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어지간한 한약 처방에 빠지지 않는 걸까?감초의 재미있는 점은 생(生)감초와 자(炙)감초의 효능이 다르다는 점이며, 약방의 감초처럼 일반적인 처방에서는 대부분 자감초를 사용한다. 자감초는 한약 처방 속 약재 각각의 부작용을 억제하고 약효를 조화롭게 만든다. 즉 처방의 주요 성분 약재로 작용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약재들의 효능을 더욱 균형을 잡게 만들어준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감초가 다른 한약의 성분 추출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화합물을 형성한다는 근거도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일례로 계지와 감초를 함께 끓이면 계지의 일차성분이 증가하며, 시호소간산이라는 한약의 경우 감초가 핵심 약재인 시호의 성분 추출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존재한다.스포츠로 치면 스타플레이어나 최전방 공격수라기보다는 그 밑에서 온갖 궂은 일을 맡아 팀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며 스타 플레이어들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 어지간한 처방에는 감초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생감초는 효능이 약간 다르다. 생감초는 조금 더 대량으로 쓰여 강한 해독 및 항염증 효과를 낸다. 얼마 전 언급한 적이 있는 부자의 아코니틴 성분은 상당히 강력한 심장독성을 가지는데, 예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부자의 독성을 제어하기 위하여 감초와 배합하여 사용해 왔다. 실제 감초와 부자를 함께 끓이면 부자의 아코니틴 함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감초의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너무나도 익숙한 약재이지만 국산 한약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감초는 건조한 곳에서 주로 재배되어 다습한 우리나라 기후와는 잘 맞지 않는 것.세종대왕 시절부터 감초를 국내에서 재배하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21세기가 된 아직까지도 완벽한 국산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씩 국산 감초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언젠가 약방의 감초가 전부 국산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이런 감초가 최근 누명을 쓴 일도 있다. 요새는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약 먹는다고 하면 한약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는 감초에 천연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발생한 오해, 또는 음해였는데, 감초의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인 무기질 코르티코이드와 양약에서 사용하는 합성스테로이드(당질코르티코이드)는 전혀 다르다.가장 직접적인 비교로 양약에서 사용하는 합성 스테로이드는 도핑 금지 성분이지만 감초는 도핑 금지 한약재가 아니다. 또한 감초만 아니라 마, 콩에도 감초와 같은 천연 스테로이드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니 충분히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감초 사탕이 상당히 많이 섭취되고 있으며, 특히 네델란드의 경우 1인당 연평균 2kg의 감초를 섭취한다고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초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가성 알도스테론혈증이 나타나 고혈압, 저칼륨혈증, 부종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병태가 발생하려면 감초를 하루 100g 이내로 수십 일간만 복용하여 과다 복용, 장기간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감초의 경우 감초 자체만을 집에서 연하게 끓여 차처럼 마셔도 좋지만, 목이 아픈 경우에 도라지 30g, 감초 10g를 물 2리터에 넣고 끓여 차처럼 마시면 좋은 식으로 다른 한약재와 함께 배합하여 차처럼 마시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6/05/04 07:30
  • ‘부기차’ 마시면, 아침 얼굴 부기 정말 빠질까?

    ‘부기차’ 마시면, 아침 얼굴 부기 정말 빠질까?

    퉁퉁 부은 아침 얼굴을 보고 호박즙 한 포를 마시거나 부기 전용으로 칼륨 영양제를 사놓고 드시는 분이 많습니다. 홈쇼핑, 각종 SNS에서는 ‘아침 부기= 칼륨 부족’이라는 인식이 있고, 부기를 제거하기 위해 각종 붓기차, 호박즙, 팥물을 판매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칼륨이 나트륨을 배출해 준다’는 단편적인 생리학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이 의학적 기전의 '효과 크기'와 '용량의 한계'를 교묘하게 지운 채, "나트륨을 배출하니 호박즙, 팥물, 칼륨 영양제면 얼굴 부기도 싹 빠지겠지"라는 과장된 기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오늘은 ‘칼륨 영양제가 아침 붓기를 뺀다’는 상식을 근거를 바탕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부기차, 호박즙, 팥물, 칼륨 영양제를 먹으면 아침 얼굴 부기가 확 빠질까?정답은 X입니다.“원인이 무엇이든, 호박즙이나 팥물에 풍부한 칼륨이 나트륨과 수분을 빼주는 것은 맞으니 먹으면 좋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일부는 맞습니다. 칼륨이 신장에서 나트륨 배출하는 기전은 명확히 입증돼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 부기를 눈에 띄게 뺄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고려사항아침 얼굴 부기의 주된 원인은 '칼륨 결핍'이 아니라, 체액의 재분포 입니다.우선, 칼륨의 효과를 논하기 전에, 먼저 아침에 얼굴이 왜 붓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밤에 평평하게 누워 수면을 취하게 되면, 낮 동안 중력에 의해 다리 쪽으로 내려가 있던 체액이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얼굴, 특히 눈꺼풀과 뺨의 느슨한 조직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즉, 아침의 얼굴 부기는 체내 칼륨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수면 자세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에 가깝습니다.여기에 전날 밤 섭취한 과도한 나트륨(야식)과 알코올이 삼투압 작용으로 체액을 더 강하게 붙잡아두면서 부기가 심해지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저칼륨 식단이 부종을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아침 부기의 주된 원인은 칼륨 결핍이 아닙니다.핵심 근거1.일반인에게는 전신 수준의 체액 변화 효과가 매우 미미합니다.칼륨이 신장을 통해 나트륨을 배출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일반인의 안면 부종을 없애준다는 직접적인 임상 연구는 없습니다. 이를 간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체액량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혈압 데이터를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WHO가 위촉한 BMJ 메타분석, 그리고 2020년과 2025년의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들을 종합하면, 고혈압 환자와 달리 건강한 정상 혈압인이 칼륨 섭취를 늘렸을 때 얻는 혈압 강하 효과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을 만큼 매우 작거나 사실상 0에 수렴했습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6/05/01 08:30
  • 스마트폰이 藥이 되는 경우

    스마트폰이 藥이 되는 경우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4/29 07:40
  • 생우유, 돌 이전에는 피해야 하는 이유

    생우유, 돌 이전에는 피해야 하는 이유

    생후 1년이 되기 전, 아이에게 생우유를 먹여도 되는지 묻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먹여도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아의 소화기와 신장 기능, 그리고 성장 단계에 맞는 영양 요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우유는 생후 12개월 이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전 시기에는 모유나 조제분유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보다 적합한 영양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돌 이전에 생우유를 권장하지 않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생우유는 단백질과 전해질 함량이 높아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영아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일부 아이에서는 생우유 섭취 후 장 점막에 미세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철 결핍성 빈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생우유 자체의 철분 함량이 낮고 흡수율도 제한적이어서,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철분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산양유의 경우 엽산 함량이 부족해 드물게 거대적혈모구성 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그렇다면 돌 이전 시기에는 무엇을 먹이는 것이 적절할까.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 모유 또는 조제분유를 중심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적절하다. 알레르기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가수분해 분유와 같은 저알레르기 분유를 고려할 수 있으며, 유당불내증이 의심될 때는 유당 제거 분유가 대안이 된다. 두유 제품 역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철분과 칼슘이 충분히 강화된 제품인지 확인하고 전문가 상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생후 12개월 이후 생우유를 도입할 때에도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섭취량은 약 500~700mL, 즉 2~3컵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며, 과도한 섭취는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생우유는 어디까지나 보조 식품이므로 다양한 고형식과 함께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도입 초기에는 피부 발진이나 구토, 설사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새로운 음식은 한 번에 한 가지씩 시도하는 것이 안전하다.정리하면, 돌 이전에는 생우유 대신 모유나 조제분유를 기본으로 하고, 이유식은 철분이 풍부한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돌 이후에도 생우유는 적정량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활용해야 한다.생우유는 아이에게 유익한 식품이 될 수 있지만, 그 가치는 ‘언제, 어떻게’ 먹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식이 선택 하나가 아이의 성장과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연령에 맞는 영양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원장2026/04/28 16:30
  • 허허벌판인 정수리 풍성하게 할 방법, ‘여기’에 있다

    허허벌판인 정수리 풍성하게 할 방법,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정수리 탈모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돌아오는 대답은 “정수리는 심어도 티가 안 난다” 또는 “모발 이식 효과가 떨어지니 약이나 먹으라”는 말일 때가 많다. 심지어 모발 이식을 전문으로 한다는 곳에서도 정수리 수술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정수리라는 부위가 가진 독특한 구조와 원리를 오해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정수리 모발 이식이 난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원리만 제대로 알고 접근한다면 그 어떤 부위보다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우선 정수리 수술을 고민할 때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가마의 회오리 결’이다. 우리 머리 꼭대기에는 머리카락이 한 점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며 퍼져 나가는 고유한 흐름이 있다. 이것을 의학적으로는 복잡하게 부르기도 하지만, 쉽게 말해 ‘머리카락 소용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소용돌이는 머리카락들이 서로 비스듬하게 누우면서 차곡차곡 겹쳐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 위에 기와를 얹을 때 서로 겹치게 놓아 빈틈을 막는 것과 같은 원리다.수술할 때 이 회오리 결을 무시하고 빈 곳을 메우는 데만 급급해서 머리카락을 일렬로, 똑바로 심으면 어떻게 될까?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빛이 그대로 통과하면서 하얀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천 가닥을 심었음에도 여전히 비어 보이는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원래 가진 가마의 흐름을 정교하게 분석해서 머리카락이 서로의 지붕이 되어주도록 층층이 겹치게 심으면, 똑같은 양을 심어도 훨씬 빽빽하고 풍성해 보이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정수리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비밀이다.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정수리가 가진 ‘블랙홀’ 같은 면적의 문제다. 정수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부위이며, 탈모가 진행될수록 그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앞머리는 얼굴이라는 테두리가 있어 조금만 심어도 금방 표가 나지만, 정수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과 같다. 그래서 한정된 뒷머리 자원을 전략 없이 쏟아붓다가는 소중한 머리카락만 낭비하고 결과는 미흡할 수 있다. 따라서 정수리 수술은 무조건 많이 심는 ‘양의 승부’가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두피를 가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설계의 승부’가 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풍성함은 개별 머리카락이 서로 겹치며 층을 이루는 데서 나온다. 이런 효과를 노려야 단순히 모발 개수만 늘릴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정수리의 머리숱을 복원할 수 있다.여기서 많은 환자가 불안해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술 후 기다림의 시간이다. 정수리 수술을 받은 분들은 보통 수술 후 6개월이나 1년이 되었을 때 “아직도 비어 보여요”라며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정수리의 풍성함은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라난 머리카락이 충분히 길어져서 옆 머리카락 위로 누워야 비로소 두피를 가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갓 자라난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은 두피를 가려주는 힘이 약하다. 통계적으로 정수리 이식의 진가는 머리카락이 10센티미터 이상 길어지며 서로 엉키고 층을 이루는 수술 후 1년 반, 즉 18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조급해하면 실패한 수술이라 오해하기 십상이다.또한, 정수리는 주변 머리카락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정수리 탈모는 어느 한 부위만 뻥 뚫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부위와 연결되어 서서히 넓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식한 부위만 덩그러니 섬처럼 남지 않도록 주변 머리카락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수술 후에도 꾸준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기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식한 머리는 빠지지 않지만, 그 사이사이의 원래 머리카락이 빠지면 결국 전체적인 풍성함은 줄어들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정수리 모발이식은 ‘안 되는 수술’이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영리하게 접근해야 하는 수술’이다. 가마의 회오리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전략, 그리고 머리카락이 길어질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삼박자를 이룰 때 비로소 다시 빽빽해질 수 있다.정수리는 심어도 소용없다는 주변의 말에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정수리가 가진 고유한 결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다시 재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설계도만 있다면 잃어버린 풍성함은 반드시 돌아온다. 정수리 탈모는 극복할 수 없는 저주가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과 정교한 설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전일 뿐이다. 이제는 거울 속 비어 있는 정수리를 보며 한숨짓기보다, 나만을 위한 완벽한 회오리 결을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정수리 복원의 여정은 나의 가마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본인의 정수리 상태가 고민이라면,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본인의 가마 결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풍성함은 머리카락의 개수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자라나는 모발의 흐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4/27 21:41
  • [의학칼럼] “스트레스 쌓이면 머리가 조이는 이유”

    [의학칼럼] “스트레스 쌓이면 머리가 조이는 이유”

    “요즘 머리가 조이는 느낌으로 계속 아파요.”신경과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표현이다. 많은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지만, 통증의 양상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머리를 띠로 두른 것처럼 조이는 느낌, 뒷목이 뻣뻣하면서 함께 아픈 증상은 대표적인 ‘긴장성 두통’에 해당한다.긴장성 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 유형 중 하나로, 특별한 구조적 이상 없이 근육과 신경의 긴장 상태에서 발생한다. 특히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무나 인간관계, 수면 부족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목과 어깨, 두피 주변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통증이 유발된다.근육 긴장은 단순히 뻐근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근육이 오랜 시간 수축된 상태로 유지되면 혈류가 감소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축적된다. 동시에 근육과 연결된 신경이 자극되면서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머리를 조이는 듯한 둔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특히 현대인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긴장성 두통이 더 쉽게 발생한다. 고개를 앞으로 내민 자세나 어깨를 움츠린 자세는 목 주변 근육을 지속적으로 긴장시키고, 두통 발생을 촉진한다. 여기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근육과 신경의 긴장이 더욱 심해져 통증이 악화된다.긴장성 두통의 특징은 통증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한쪽만 심하게 아픈 편두통과 달리, 양쪽 머리 전체가 무겁고 조이는 느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경우는 드물지만, 오래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치료의 핵심은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단순히 진통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근육과 신경의 긴장을 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온찜질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은 목과 어깨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중요한 치료 요소다.평소 자세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에는 모니터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30~40분마다 목과 어깨를 풀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호흡 운동은 자율신경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두통이 반복된다고 해서 모두 긴장성 두통은 아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구토, 시야 이상,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긴장성 두통은 생활습관 조절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스트레스는 피하기 어렵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신체 반응은 관리할 수 있다. 머리를 조이는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참고 넘기기보다, 몸이 보내는 긴장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절히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습관 변화가 두통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이 칼럼은 구경모 안양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구경모 안양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2026/04/27 13:11
  • “나는 형편 없는 엄마예요”… 그녀의 고백, 대체 왜?

    “나는 형편 없는 엄마예요”… 그녀의 고백, 대체 왜?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어요.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어서 답장이 없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상사가 제 말에 별 반응이 없었어요. 저를 안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짜증을 냈는데, 그날 밤 내내 ‘나는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모두 그럴듯하다. 상대가 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은 것이 불쾌감의 표현일 수도 있고,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상대가 단지 바빴을 수도 있고, 상사의 시큰둥한 반응도 피곤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짜증 한 번 냈다고 곧바로 형편없는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울해지면 사람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해석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사실처럼 믿는다. 우울증에 걸리면 기분만 가라앉는 게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바뀐다.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왜곡된 생각의 습관을 일컬어 ‘인지 오류’라고 한다. 이름은 다소 딱딱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생각의 버릇이다. 가장 흔한 인지 오류는 흑백논리다. 완벽하면 성공이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실패라고 여긴다. 작은 실수에도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한다’ ‘모든 게 망가졌다’고 믿는 것 역시 흑백논리에 뿌리를 둔 생각이다.재앙화 사고도 흔하다. 작은 문제를 곧바로 최악의 결말로 연결하는 것이다. 건강 검진 결과가 조금 좋지 않으면 큰 병일 것 같고, 누군가의 표정이 어두우면 관계가 곧 끝날 것처럼 느낀다. 한두 번의 실패를 근거로 ‘나는 원래 늘 이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잉 일반화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저 사람은 분명 나를 싫어할 거야’라고 믿는 것은 독심술이다. 주변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일을 지나치게 자기 탓으로 끌어오는 것은 개인화다. ‘반드시 ~ 해야 한다’고 자신과 타인을 몰아붙이는 ‘해야만 해’ 사고도 흔히 나타난다.인지 오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우울증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인지 오류를 갖고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반복되고 굳어져 일상 전체를 지배할 때 생긴다. 자신이 자주 빠지는 생각의 함정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 흑백논리, 재앙화, 과잉 일반화, 개인화, 독심술, ‘해야만 해’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름들을 기억해 두면 마음이 잘못된 방향으로 미끄러질 때 붙잡아 줄 안전장치가 된다.“지금 내가 또 흑백논리로 보고 있구나” “증거 없이 짐작하고 있구나” “최악의 가능성만 키우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아, 이것이 인지 오류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과 자기 자신 사이에 작은 거리가 생긴다. 그 거리 덕분에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교정할 수 있게 된다.하지만 이런 인지 오류는 대개 혼자 생겨나지 않는다. 그 밑바닥에는 오랫동안 굳어진 믿음이 깔린 경우가 많다. 자동으로 떠오르는 인지 오류보다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둔 것이 있다. 오래 굳어진 신념 체계다.‘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작은 반대나 무관심도 견디기 어려워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것을 삶의 조건처럼 붙들고 있으니, 늘 불안하다. 인정에 대한 집착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무엇을 하든 성공해야 하며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도 마찬가지다. 완벽해야만 가치 있다고 믿으니, 피할 수 없는 실수조차 자기 존재 전체의 무가치함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고, 새로운 시도 자체를 피하게 된다. ‘모든 일은 내가 계획한 대로 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좌절을 견디지 못하게 만든다.불안을 키우는 신념도 있다. ‘내가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문제가 생긴다. 나는 늘 걱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걱정이 준비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걱정 자체가 삶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신념 체계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에 의해 형성된다.“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해.”“나는 언제나 착한 사람이어야 해.”“모든 것이 완벽해야 해.”“세상은 언제나 공평해야 해.”물론 그 바탕에 있는 욕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고,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그것이 현실에서는 늘 그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백 퍼센트 맞추어 살아야 한다고 믿으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비난하게 된다. 결국, 살아갈 힘마저 잃게 된다. 우리가 인지 오류에 자주 빠지는 이유도, 실은 이런 오래된 신념 체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신념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온 삶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규칙이 지금의 나를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지, 아니면 더 괴롭게 하는지는 다시 점검해볼 수 있다. 내가 오랫동안 옳다고 믿어온 것이 실은 나를 아프게 하고 있을 수도 있다.우울증 치료는 결국 잘못된 생각의 습관을 알아차리고, 오래된 신념을 점검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믿음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각 대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완벽해야 한다’ 대신 ‘실수해도 괜찮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라고 해보자. ‘올바르게 되지 않으면 나는 견딜 수 없다’ 대신 ‘괴로워도 나는 견딜 수는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우울증은 일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어두워진 상태다. 치료란 그 렌즈를 조금씩 벗겨 내는 과정이다. 내가 오래 믿어온 생각이 정말 맞는지 물어봐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살리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더 아프게 만들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6/04/27 07:01
  • 'K뷰티의 얼굴' 마스크팩, 제대로 쓰고 있나

    'K뷰티의 얼굴' 마스크팩, 제대로 쓰고 있나

    지난 3월말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2026 미국피부과학회(AAD Annual Meeting)가 열렸다. 미국 피부과학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피부과학회로 전 세계에서 2만 명 이상의 피부과 전문의 및 의료 관계자가 참여하는 행사다. 학회장 내에는 하루에 다 살펴볼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부스가 설치되는데 제약뿐 아니라 AI 피부 측정기, 레이저 등 기업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금년에는 특히 한국 기업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제이시스, SNJ, 레이저옵텍, 원텍 등 한국 레이저 기업이 부스를 설치했으며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미국피부과학회에서는 다수의 화장품 관련 강의도 진행이 되는데 금년에는 유독 한국 스킨케어에 대한 소개가 많았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피부과 전문의들의 강의에서 한국의 K-뷰티 관련 내용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한 강의에서는 한국 스킨케어의 강점으로 피부 노화에 대한 예방, 피부 장벽에 대한 강화, 시너지 효과를 보이는 제품의 복합 사용, 자극을 줄이는 마일드한 포뮬레이션 사용 등 네 가지로 압축해 강점을 설명함으로써 한국 스킨케어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이유를 소개하였다.피부에 적절한 보습을 유지하는 것은 피부노화에 대한 예방과 피부장벽 보호에 필요하다.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가 마스크 팩이다. 마스크팩의 기원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여러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해 왔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우유, 꿀, 알로에 등을 사용한 피부 관리를 하고 락틱산을 이용해 자연적인 각질 제거를 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고대 점토(clay), 진흙 등을 이용한 팩을 사용하여 피부 정화 및 피지 조절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마스크 팩은 야외 운동을 마친 후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위해 샤워할 때 바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1일 1팩하는 문화로 만들어졌고, 팩과 더불어 사용되는 에센스 성분을 다양화시켜 미백, 주름, 진정, 리프팅 등의 제품으로 세분화 되어지기도 했다. 마스크 팩 하나로 K 뷰티의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진 제품이기도 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외 활동이 늘면 마스크 팩의 사용량도 늘어난다. 급격하게 늘어난 자외선 속에서 사람들은 간편한 홈케어 방법으로 마스크 팩을 선택한다. 짧은 시간 안에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철에는 마스크 팩도 조금 더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렇다면 마스크 팩은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을까? 스킨케어 루틴에 추가해야 할까? 마스크팩은 일부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부 보습과 장벽 강화에 도움을 주고, 피부 노화 징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추가로 마스크 팩을 사용할 때 피부에 필요한 유효성분을 바른 후 피부에 덮고 바로 씻어내지 않기 때문에 피부에 흡수될 시간이 충분하여 피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마스크 팩의 사용이 습진이나 여드름 같은 질환 치료를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건조함이 심해져 따겁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마스크 팩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피부 보습을 높이기 위한 정기적인 스킨케어 루틴 및 갖고 있는 피부질환의 치료 계획과 함께 올바르게 사용하면 피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마스크 팩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많은 마스크팩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수 있다. 건성 또는 민감성 피부라면 히알루론산, 세라마이드, 글리세린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히알루론산은 수분을 유지하여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주고 세라마이드는 피부 장벽을 강화해주며 글리세린은 피부를 매끄럽고 부드럽게 가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오트밀 성분은 피부를 진정시켜주고 녹차 추출물은 염증을 줄여준다. 지성 또는 여드름성 피부라면 알파 하이드록시산(AHA), 베타 하이드록시산(BHA) 등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AHA성분 중 하나인 글리콜산이나 BHA의 대표성분인 살리실산 등은 각질 제거 효과가 있어 모공을 깨끗하게 하고 피부결을 매끈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분을 바른 후 마스크팩으로 덮은 후 너무 오랜 시간 덮어두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용 시 따겁거나 화끈거림이 있다면 바로 떼어내고 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또한 사용 후 알로에나 히알루론산과 같은 가벼운 보습 성분을 추가하면 과도한 건조를 방지하면서도 유분기를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다. 피해야 할 성분은 무엇일까? 일부 마스크 팩 성분은 피부 고민에 따라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 알러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향료나 에센셜 오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향료 및 에션셜 오일은 피부를 자극하거나 알레르기성 발진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라면 사전에 조심하는 것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감성 피부의 경우, AHA 또는 BHA와 같은 각질 제거 성분이나 비타민 C 성분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마스크 팩에 중복되는 성분이나 이미 다른 스킨케어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미 스킨케어 루틴에 각질 제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비슷한 성분의 마스크팩을 추가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마스크 팩이 피부에 해로울 수 있을까? 자극적인 성분이 함유된 마스크팩을 사용하거나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성분의 마스크 팩을 사용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되어 자극, 건조함, 심지어 트러블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각질 제거 마스크 팩의 경 너무 자주 사용하거나 매우 민감한 피부라면 자극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마스크 팩을 사용할 때는 손가락 끝으로 피부에 부드럽게 발라주는 것이 좋고 새로운 마스크 팩을 사용하기 전에 피부의 작은 부위에 먼저 테스트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스킨케어 매장에서는 정품을 구매하기 전에 샘플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샘플을 먼저 사용해 본 후 정품사용을 하는 것도 피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팁이다. 또한 마스크 팩 사용 전 라벨에 적힌 사용 설명서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팩은 피부를 덮고 20~30분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라벨에 설명된 마스크 팩을 피부에 얼마나 오래 붙여두어야 하는지, 주의사항이 무엇인지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해지고 섬세해진 마스크 팩의 세분화된 발전으로 인하여 K-뷰티는 믿고 사용하는 제품이 되었다. 더 좋은 제품을 잘 사용함으로써 세계인이 사용하는 마스크 팩이 되길 바란다.
    칼럼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2026/04/24 20:00
  • 구원을 빙자한 광기… 도쿄의 아침을 멈춘 검은 비닐봉지

    구원을 빙자한 광기… 도쿄의 아침을 멈춘 검은 비닐봉지

    1995년 3월 20일, 도쿄의 월요일 아침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은 붐볐고, 사람들은 익숙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도쿄 도심의 주요 지하철 노선 다섯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열차 안으로 들어온 남성이 검은 비닐봉지를 내려놓고 우산 끝으로 찌른 뒤 황급히 내렸고, 문이 닫힌 열차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사람들은 눈이 보이지 않았고 숨이 막혔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공포는 급격히 확산됐고,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승강장까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같은 일이 여러 노선에서 동시에 반복되면서 도쿄 한복판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비닐봉지 안에 있던 물질은 사린 가스였다.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화학물질로,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 근육 경련과 호흡부전을 일으킨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특히 치명적이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사망했고 6300명가량이 부상을 입었다.이 사건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다섯 개 노선에서 동시에 실행된 조직적 테러였다. 범인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한 명이 열차 안에서 사린 가스를 살포하고, 다른 한 명이 역 앞에서 도주를 도왔다. 이들이 속한 집단은 당시 일본 사회에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종교 단체, 옴 진리교였다.수사가 진행되면서 일본 사회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주요 실행범 가운데는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일본 최상위권 대학 출신 인물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라 화학 물질을 제조하고 운용하는 핵심 인력이었다. 실제로 옴 진리교는 자체 화학 연구소를 운영하며 사린 가스를 생산했고, 이전에도 생물학 무기를 실험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사회 혼란을 극대화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궁극적으로 국가 전복까지 노리는 것이었다.이 비극의 중심에는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있었다. 그의 삶은 거절된 자아의 서사에 가까웠다. 시각 장애와 경제적 결핍 속에서 성장한 그는 자신의 한계와 좌절을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적 핍박으로 인식해 갔다. 의과대학 진학을 통해 인정받고 싶었으나 신체적 한계에 가로막혔고,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도 반복된 실패로 좌절됐다. 현실에서 거절당한 자아는 결국 현실 바깥의 과대망상으로 밀려갔다.그는 종교와 오컬트, 명상과 종말론을 뒤섞어 자신을 선택된 메시아로 격상시켰다. 자신을 따르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교리는 종교의 언어를 빌렸지만, 실제로는 세상을 향한 복수의 논리에 가까웠다. 개인의 뒤틀린 자기애적 망상이 주변의 동조와 복종을 얻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한 개인의 기이한 믿음에 머물지 않는다. 집단적 신념이 되고, 현실을 파괴하는 폭력으로 변한다.정신의학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개인의 병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 인간의 피해 의식과 과대망상이 집단에 의해 강화되고, 그 집단이 다시 구성원의 판단 능력을 잠식해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기의 비현실적 신념은 추종자의 반복적 확인을 통해 사실처럼 굳어지고, 그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세계는 적으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비판은 배신이 되고, 의심은 제거의 대상이 된다. 윤리적 판단은 이념에 종속되고, 폭력은 도덕적 행위로 둔갑한다.특히 이 사건의 비극은 이런 과정의 핵심에 엘리트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식은 비합리성을 교정하는 도구로 여겨지지만, 겸손과 함께 작동하지 않을 때 오히려 오만으로 변한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 경제 붕괴와 고베 대지진 이후의 충격 속에 놓여 있었다. 과학도, 제도도, 기존의 성공 공식도 삶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설명해주지 못하던 시기였다. 바로 그 틈을 교주의 절대적 맹신이 파고들었다.이들은 공중부양이나 초능력 같은 사기극에 속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질문에 즉답을 주는 닫힌 체계에 매혹됐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죽음과 미래, 실패 같은 문제 앞에서 “모른다”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할수록 절대적 해답은 더 강한 유혹이 된다. 복잡한 현실보다 완결된 서사가 심리적으로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이 사건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는 언제나 단순한 답을 파는 이들이 등장한다. 복잡한 현실을 선과 악, 우리와 그들로 정리해주는 목소리는 불안한 사람들에게 쉽게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타인에 대한 증오를 정의로 포장하는 순간, 위험은 이미 시작된다.정신 건강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허함, 세상이 흑과 백이 아니라 수많은 회색 지대로 이루어져 있음을 견디는 인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제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남겨두는 감각이다. 이런 능력이 무너질 때 인간은 확신에 취약해지고, 확신은 폭력의 언어를 띠기 쉽다.도쿄 지하철역의 비닐봉지는 오래전에 치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을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내면의 사린 가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이름으로 기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잔향이 우리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전에, 우리는 다시 인간의 얼굴을 마주 보아야 한다. 도쿄의 그날 아침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더 위험했다.
    칼럼이광민 마인드랩공간정신과 원장2026/04/20 06:01
  • ‘이 약’ 먹었다면 절대 운전대 잡지 마세요

    ‘이 약’ 먹었다면 절대 운전대 잡지 마세요

    이번 달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대폭 상향되고,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의 범위가 넓고 엄격해졌다. 향정신성의약품 뿐만 아니라, 흔하게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쉽게 구매하는 일상적인 약물들도 단속·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운전할 때 어떤 약물을 주의해야 하고,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약품 종류별로 알아보자.첫 번째, 신경안정제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안정제, 항불안제, 공황장애 약, 수면제, 프로포폴 등을 복용하면 그 날은 운전을 하면 안 된다.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 분류에 들어가는 이 약물들은 뇌에서 정신을 억제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로 만든다. 약물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뇌의 집중력, 주의력, 그리고 상황을 명료하게 인식하는 각성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뇌가 몽롱해지고 손발로 이어지는 운동 신경이 둔화되면, 급정거나 보행자 출현 등 도로 위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은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인 신경안정제가 처방돼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약들은 매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약 복용 기간에는 계속 운전을 할 수 없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장내시경을 비롯해 각종 시술·수술 등으로 수면 마취를 했다면 당일에는 운전대를 잡지 말도록 한다. 처방용 수면제 졸피뎀처럼 반감기가 짧은 약은 8시간 동안 운전하지 않으면 된다.두 번째, 향정신성의약품인 식욕억제제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비만치료제 ‘펜터민’, ‘큐시미아’ 같은 식욕억제제 알약은 흥분성 약물로 분류되는데,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시야 흐림, 손떨림, 불안감, 충동성 증가를 유발한다. 이는 난폭운전이나 차선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세 번째, 감기약이다. 콧물, 재채기, 알레르기 비염 등에 처방되는 약이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는 항히스타민제 계열 일반의약품 감기약도 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히스타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콧물, 재채기 등이 심해지는데, 항히스타민제는 이 반응을 막아서 과도한 콧물, 재채기 등을 멈추게 한다. 다만, 히스타민은 뇌에서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주의와 집중을 관장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를 막으면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항히스타민제 감기약의 경우 약의 종류마다 뇌에 들어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운전을 해야 한다면 가장 방해가 되지 않는 약으로 선택하면 된다. 하루 3회 먹는 1세대 감기약은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뇌기능을 방해하는데 반해, 하루 1~2회 먹는 2세대 감기약은 1세대에 비해 뇌로 훨씬 적게 들어가고 뇌기능 방해도 적다. 2회 복용하는 감기약보다 1회 복용하는 감기약이 더 뇌기능을 방해하지 않고, 하루 1회 복용하는 감기약 중에서도 펙소페나딘 성분이 가장 뇌기능 방해가 적다.네 번째는 근육이완제다. 전문의약품 또는 일반의약품 근육이완제는 근육뿐 아니라 몸 전체를 나른하게 할 수 있다. 아픈 부위의 근육만 선택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중추신경계를 통해 전신의 근육 긴장도를 전반적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동반돼 나른함, 무기력함, 어지러움, 졸음이 몰려올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는 발목의 힘, 핸들을 꺾는 팔의 민첩성 등 운전에 필요한 즉각적인 운동 반사 신경이 둔화되므로, 운전 시 반응 지연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이들 약물 외에도 현재 복용 중인 약들이 운전에 방해가 되는지 알아보려면 약 봉투를 확인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부분 조제약 봉투에 ‘운전주의’가 표시돼있다. 약 봉투에 운전주의가 하나라도 표시돼 있다면 그 날은 운전하면 안 된다. 만약 약 봉투에 표시되지 않았다면 약사에게 물어보거나 진료 단계에서 의사에게 운전을 해도 되는 약인지 물어보면 좋다.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감기약, 근육이완제 등이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두고, 약사에게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약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4/17 09:30
  •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4/15 07:40
  • 탈모약 ‘성기능 부작용’이 두려운 당신에게

    탈모약 ‘성기능 부작용’이 두려운 당신에게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 남성성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탈모 환자들의 가장 큰 비극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부작용이 두려워 치료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놓쳐버리는 데 있다. 성 기능 저하나 우울감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치료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의학적 데이터는 이 해묵은 숙제에 대해 매우 명쾌하고 과학적인 해답을 제시한다.안드로겐성 탈모는 유전과 남성 호르몬인 DHT가 결합해 모낭을 서서히 굶겨 죽이는 질환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하는 방식을 표준으로 삼아왔다. 문제는 전신 혈류를 타고 도는 먹는 약의 특성상, 아주 낮은 확률일지라도 전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52주간의 임상 기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연구팀은 0.25% 농도의 바르는 피나스테리드 스프레이를 1년 동안 매일 사용한 146명의 남성을 추적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정수리 부위의 모발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바르는 약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앞머리와 M자 부위에서 훨씬 더 드라마틱한 변화가 관찰됐다. 앞머리 영역의 모발 수는 제곱센티미터당 평균 32.3가닥이나 늘어났는데, 이는 정수리의 증가 폭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왜 정수리보다 앞머리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해답은 모발 성장의 메커니즘에 있다. 앞머리 쪽 모낭은 DHT 억제 신호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해부학적으로 앞쪽 두피 피부가 상대적으로 두꺼워 약물이 침투하고 머무르는 데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머리카락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가늘고 힘없던 모발의 지름이 굵어지며 건강한 성모(Terminal hair)로 변모했다는 사실은 모낭의 퇴화 과정이 역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전성이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일 스프레이를 뿌렸음에도 발기부전, 성욕 감퇴, 여유증 같은 전신 부작용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오직 6.2%의 환자에게서 가벼운 두피 가려움이나 붉어짐이 나타났을 뿐이며, 이마저도 치료 중단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바르는 피나스테리드가 혈중 DHT 농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두피 국소 부위의 DHT 수치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핀포인트 타격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물론 연구의 한계도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과거에 성 기능이나 기분 장애 병력이 있었던 이들을 제외하고 진행되었기에, 해당 병력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가진 남성이라면 바르는 피나스테리드는 먹는 약의 가장 강력하고 안전한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탈모 치료는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을 이어가야 할 마라톤이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페이스 유지와 안전이다. 치료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거나 두렵다면 그 경주는 결코 끝까지 완주할 수 없다. 0.25% 바르는 피나스테리드는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줄 가장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무기다. 이제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치기보다, 146명의 환자가 1년간 몸소 증명해 준 이 데이터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치료의 길로 들어설 때다. (*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4/13 22:41
  • [의학칼럼] 양방향 척추 내시경이 바꾼 허리 치료의 패러다임

    [의학칼럼] 양방향 척추 내시경이 바꾼 허리 치료의 패러다임

    대한민국 성인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요통. 그중에서도 척추관 협착증이나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은 중장년층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척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등 뒤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이 불가피했지만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은 이제 절개의 공포에서 환자들을 해방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치료가 있다.수술과 시술의 경계를 허물다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척추 수술이라고 하면 5~10cm가량 피부를 절개하고 근육을 벌려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근육 손상과 다량의 출혈을 동반했으며, 환자들의 회복 기간 또한 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 절개 수술이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정상 조직의 손상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다.양방향 척추 내시경은 이러한 기존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최소 침습 치료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허리에 약 7~10mm 정도의 작은 구멍 두 개를 뚫고, 한쪽에는 고화질 내시경을,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삽입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마치 우리가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듯, 한 손으로는 병변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상된 조직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시술처럼 간편하면서도 수술만큼 확실한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이 치료의 핵심이다.고화질로 보고, 정밀하게 제거하는 양방향 내시경의 힘양방향 내시경의 가장 큰 장점을 뽑으라면 시야의 확장이다. 내시경을 통해 병변 부위를 8~10배가량 확대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육안이나 일반 현미경보다 훨씬 선명하다. 신경과 혈관, 근육 조직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구분할 수 있어 정상 조직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터진 디스크나 두꺼워진 황색인대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또한, 기존의 단일공(단방향) 내시경 수술이 좁은 시야와 기구 움직임의 제한으로 인해 까다로운 협착증 치료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양방향 내시경은 수술 기구의 가동 범위가 넓어 협착증은 물론 재수술이 필요한 난치성 질환까지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고령 환자 및 기저질환자에게 전하는 희망외래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만성질환 때문에 발길을 돌리곤 한다. “이 나이에 전신마취를 견딜 수 있을까?”, 또는 “당뇨랑 고혈압이 있는데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이다.양방향 척추 내시경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최적의 대안이 된다.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 하에 진행되어 심폐 기능이 약한 고령 환자도 신체적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또한 절개 부위가 미세해 출혈이 거의 없고 감염 위험이 획기적으로 낮다. 수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고, 입원 기간 역시 1~2일 내외로 짧아 일상 복귀가 매우 빠르다. 실제로 수술 다음 날 환한 미소로 병동을 걷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이 술기가 가져온 의료 현장의 변화를 실감하곤 한다.척추 치료의 완성은 숙련도와 정확한 진단, 그리고 환자의 삶에 대한 이해장비가 좋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은 아주 좁은 공간 내에서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기구를 조작해야 하는 만큼, 집도의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손기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환자마다 척추의 퇴행 정도와 통증의 원인이 제각각이기에 MRI 등 정밀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또한 척추 치료의 변하지 않는 본질, 그것은 바로 환자의 삶을 먼저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할 때 단순히 MRI 영상 속의 터진 디스크나 좁아진 척추관 만을 보지 않고 이 환자가 평소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이 통증이 그 소중한 일상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먼저 묻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고충을 깊게 이해하여 양방향 수술을 통해 이전의 건강하고 통증 없는 삶을 환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이다.(*이 칼럼은 조창희 신세계서울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신세계서울병원 조창희 원장2026/04/13 13:22
  • 내 첫사랑은 정말 아름다웠을까?

    내 첫사랑은 정말 아름다웠을까?

    ‘요즘 MZ세대는 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캠퍼스를 둘러보면 여전히 많은 청춘들이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한때 우리 학과의 어느 남학생이 공개 고백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밴드 동아리를 하는 학생이었는데, 공연 마지막에 한 곡을 그녀에게 바치면서 고백을 했단다. ‘용감하네! 청춘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고백에 사용된 노래 제목을 듣고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DAY6의 ‘예뻤어’라는 곡이었다.세심한 독자라면 이 노래를 몰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맞다. 과거형이다. 실제 노래 가사는 헤어진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우리의 사이가 다 끝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때를 떠올려 보니 그때 너는 참 예뻤다’라고 말하는 가사다. 새로운 사랑을 고백하는 상황과 어울리는 내용의 노래는 아니었던 셈. 그래도 공개 고백은 성공했고, 여전히 알콩달콩 관계를 잘 이어가고 있단다.첫사랑의 기억은 언제나 아름답다. 굳이 첫사랑까지는 아닐지라도 이젠 끝나버린 예전의 관계를 떠올리면 아련한 마음이 남는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땐 참 좋았지. 좋은 사람이었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이 공감이 ‘예뻤어’라는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게 했으리라. 그런데 정말 지난 사랑은 아름다웠고, 옛 연인은 정말 예뻤을까?헤어짐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헤어지기 직전에는 이별을 감수할 만한 정도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별 직후 친구들을 붙잡고 옛 연인의 험담을 하는 것도 필수 코스.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죽일 만큼 미웠던 그 연인이 아름답던 옛사랑의 아련한 그 사람이 되어버린다. 대부분 이런 신비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낭만을 깨는 듯한 발언일 수 있지만, 대부분 과거의 연인 관계는 이후에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기억은 고정형이 아니다. 인지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저장소라는 개념을 빌려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물리적 저장소보다도 못하다. 예전에 즐겨 들었던 노래 CD를 일종의 저장소인 신발 상자에 넣어 침대 아래에 고이 넣어놨다면, 십수 년 뒤에 열어보았을 때 그 CD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기억 속에 넣어놓은 추억들은 그렇게 고이 유지되지 못한다. 일부는 잊히기도 하고, 일부는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특히 기억의 내용은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에서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화 기억이란 개인이 직접 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연인과 첫 데이트 할 때의 기억, 봄 햇살을 함께 맞으며 손을 잡고 길을 걸었던 기억, 함께 인기 있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기억, 새로운 맛집을 찾아 가다가 길을 잃어 헤매던 기억 등이 해당된다. 이에 반해 의미 기억은 사실, 지식, 개념에 대한 기억이다. 벚꽃은 봄에 피는 꽃이라던가,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던가 하는 정보들이 저장돼 있다. 두 개의 기억은 별개의 체계라고 알려져 있다. 간혹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면서도 막상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들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화 기억은 상실됐어도 의미 기억이 보존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그런데 일화 기억에는 생생하고 자세한 정보들이 많이 포함돼 있을 테고, 이를 계속 머릿속에 저장해 놓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일화 기억들이 의미 기억처럼 변화한다. 옛 연인과의 세세한 기억들은 조금씩 흐려지고, 그 대신 ‘나의 청춘을 그 사람과 함께 했었지’ 정도의 사실 정보로 바뀐다.이 와중에 정서가 끼어든다. 정서와 기억의 관계는 긴밀하다. 간혹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정서가 개입해서 그렇다.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던 기억, 너무나도 행복했었던 기억 등 강한 정서가 함께 발생한 기억들은 매우 생생하게 기억되고 잊히지도 않는다.이렇게 생각하면 옛 연인과 헤어질 때의 아픔은 더 생생할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나쁘게만 남아 있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우리의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작동한다. 안 좋았던 정서와 연결된 사건들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잊히지 않는 것은 다시는 그런 위험 상황에 처하지 말라는 경고의 역할을 하기에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정적인 정서가 계속 마음에 가득 차 있으면 어떨까? 아마도 매일 저녁으로 안 좋았던 감정의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면, 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부정적인 정서를 강하게 경험하게 하되, 오래 지속되지는 않도록 조절한다.간혹 헤어짐에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맞는 말이다. 부정적인 정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 강도가 매우 약해지고, 그 결과 그 정서와 연결되었던 기억들도 그 중요도가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헤어진 옛 연인은 헤어진 직후 ‘죽일 만큼 나쁜 사람’에서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부정적인 정서와 기억들은 희미해지고, 좋았던 정서와 기억들만 남아서 ‘그래도 좋았고 예뻤던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연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의 기억들이 미화되는 경향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필자만 해도, 중·고등학교 시절들을 떠올리면 그때는 지금처럼 중·고등학생의 삶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도 학업의 부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불안했던 나의 청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킬 때에 엄청난 미화가 발생했을 터다. 결국 기억은 과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다시 쓰이는 과정이다.옛 연인은 예뻤다. 이 사실을 굳이 부정하고자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 내 기억이 미화되는 것은 더 밝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지, 과거에 얽매어 머무르기 위함은 아니다. 그러니 그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옛 연인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 덕분이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6/04/13 09:30
  • [의학칼럼] 고령 척추수술, 더 이상 위험한 치료 아니다… 회복 빠른 이유는

    [의학칼럼] 고령 척추수술, 더 이상 위험한 치료 아니다… 회복 빠른 이유는

    고령이라 척추수술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점차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척추수술이 큰 절개와 긴 회복 기간을 동반하는 치료로 알려져 고령 환자들에게 특히 부담이 컸다. 이로 인해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로 통증이 심해도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실제로 진료 현장에서는 “나이가 많아서 수술은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걱정하는 마음에서 수술을 말리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과 기능 저하를 방치할 경우 오히려 일상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하지만 최근에는 최소침습 척추수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는 수술법이 도입되면서 통증 부담과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대표적인 방법이 양방향 내시경 척추수술(BESS)이다. 약 1cm 내외의 작은 절개를 통해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삽입해 병변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확대된 화면을 보며 정밀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주변 근육 손상이 적어 고령 환자에서도 비교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고령 환자에게 흔한 척추 질환으로는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가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통로가 좁아지면서 다리 저림이나 보행 장애를 유발하고, 허리디스크는 탈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보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척추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중요한 점은 척추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 기저질환, 신경 압박 정도 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최근에는 고령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시행 가능한 수술 환경이 마련되면서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또한 최소침습 척추수술의 경우 절개 범위가 작고 조직 손상이 적어 통증이 비교적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일부 환자는 수술 다음 날 보행이 가능한 사례도 있어 고령 환자에게 중요한 ‘일상 복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물론 모든 척추 질환이 수술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수술 치료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다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걷기 어려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것은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변의 우려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기능 상태와 통증 정도를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을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령 환자의 척추수술은 더 이상 무조건 피해야 할 치료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통증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이 칼럼은 홍순우 새움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홍순우 새움병원 원장2026/04/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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