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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의자에 앉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그 아이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그것은 세월이 만든 것도, 유전자가 정해놓은 운명도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고통의 자국. 의학적으로 ‘발모벽’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아이의 내면이 지르는 비명이 두피 위로 삐져나온 것이다. 성인 탈모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나에게도 아이들의 빈 정수리는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를 좀 봐달라는 마음의 간절한 신호이기 때문이다.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아홉 살에서 열세 살 사이,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그 안에서는 큰 고민이 있다. 머리카락을 뽑기 직전의 참기 힘든 긴장감이 툭 하고 모근이 뽑혀 나가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거짓말 같은 해방감과 만족감으로 변한다. 이 비극적인 보상 회로가 뇌에 새겨지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로 손을 뻗게 된다. 진료를 해보면 그 손길 끝에는 늘 촘촘한 학원 시간표나 교실 안의 외로움, 혹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좌절감이 있다. 아이는 입 대신 손가락으로 자신의 불안을 두피 위에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발모벽의 흔적은 일반적인 매끄러운 원형 탈모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울퉁불퉁하며, 직접 잡아당긴 탓에 끊어진 머리카락 길이가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넘어 눈썹이나 속눈썹까지 손을 대기도 하고, 심한 경우 뽑은 머리카락을 먹기도 한다.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신체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징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이 아이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이미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치료는 습관 교정법을 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그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주먹을 꽉 쥐는 식으로 다른 행동을 끼워 넣는 과정이다. 증상이 너무 심할 때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정교한 의학적 처치보다 강력한 것은 아이를 감싸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제나 학업 압박을 그대로 둔 채 치료에만 매달리는 것은 구멍 난 댐을 손가락으로 막는 격이다. “왜 뽑았니”라는 날이 선 추궁 대신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나지막한 공감이 아이의 손을 머리에서 내려오게 한다.다행히 아이들의 모공은 정직하다. 자신을 해치던 손길이 멈추고 마음의 안정이 채워지면, 두피에는 다시 정직하게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3개월 정도의 집중적인 치료 후 다시 빽빽해진 아이의 정수리를 확인하게 되면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복원해야 할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다.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거나 두피에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어른들이 개입해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결국, 아이의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이의 손을 말없이 따뜻하게 맞잡아주는 어른들의 사려 깊은 마음이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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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경우 가까운 약국을 찾아 “소화제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 소화제는 약국에서 흔하게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분 또한 제각기 다르다. 증상에 맞는 올바른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소화제가 어떻게 분류·권장되는지 유형을 정리해 보겠다.소비자가 “체한 것 같고 소화불량 증상이 있다”고 말할 때, 약사가 주는 소화제의 종류는 그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지 ▲음식은 평소와 비슷하게 먹었는데 체했는지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한지에 따라 소화제 선택이 달라지고 ▲가스가 차면서 복부 팽만이 있는지 ▲위장 경련 등 배가 아픈지에 따라 약의 종류가 추가될 수 있다.첫 번째, 평소보다 너무 많이 먹고 체한 경우다. 명절 연휴나 뷔페, 회식 자리에서 평소 음식량을 초과해 섭취한 날에 명치가 꽉 막힌 듯하고, 음식물이 목 끝까지 차오른 듯한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위장이 스스로 분비할 수 있는 소화효소의 한계치를 넘어설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온 경우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소화효소제다. 소화효소제는 말 그대로 음식물을 전부 소화 시켜주는 약이라서 위장, 소장에 있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모두 처리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흔한 소화효소제로 ‘훼스탈플러스’, ‘베아제’ 등이 있는데, 어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가에 따라 소화효소제 선택도 달라진다. 훼스탈플러스는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나물 종류의 질긴 식이섬유가 많은 한국형 식단 소화에 특화된 약이고, 베아제는 서구형 식단인 기름진 고기에 특화된 약이다. ‘훼스탈골드’는 훼스탈플러스보다 가스 제거 성분이 강화됐고, ‘훼스탈슈퍼자임’은 지방·단백질 소화력이 강화된 약이다. ‘닥터베아제’는 베아제보다 지방 소화효소인 리파제가 2배 강화된 소화제다. 만약 더 강한 소화효소제가 필요하다면 ‘다제스’ 같은 3중 소화제가 더 많은 음식을 소화시켜줄 수 있다.두 번째, 평소랑 똑같이 먹었는데 체한 경우다. 식사량은 평소와 같거나 오히려 적었는데 위가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느낌이 든다면, 소화효소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위장의 ‘운동성 저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위장은 근육으로 이뤄진 주머니다. 연동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액과 섞고 십이지장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이 근육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이를 ‘위 배출 지연’이라고 한다. 이때는 소화효소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장운동 촉진제가 필요하다.대표적인 위장운동촉진제 일반의약품은 마시는 액상소화제와 한방 과립제가 있다. ‘베나치오’, ‘까스활명수’, ‘위청수’, ‘생록천’ 같은 액상소화제에는 위배출지연을 개선하고 위장에서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주며 위장의 염증을 완화하면서 위장 점막을 보호해주는 생약제제들이 들어있다. 한방 과립제도 효과가 좋은데, ‘소체환’이나 ‘향사평위산’ 같은 한방제제 일반의약품을 소화제 알약과 같이 먹으면 좋다.세 번째,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경우다. 음식을 먹기 전이나 조금만 먹었는데도 조기 포만감과 함께 명치 부근이 쓰리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위산이 과다 분비돼 위 점막을 자극하고 있거나, 이미 경미한 위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극적인 위산을 중화시켜 점막을 보호하는 제산제가 일차적인 해결책이 된다.대표적인 제산제로는 ‘겔포스엘 현탁액’, ‘개비스콘 듀얼액선 현탁액’, ‘트리겔 현탁액’, ‘알마겔에프 현탁액’ 등이 있다. 겔포스엘은 제산 작용과 함께 위장운동 촉진 작용이 있는 약이고, 개비스콘 듀얼액션은 역류성 식도염처럼 타는 듯한 식도 불편감에 특히 좋은 약이다. 트리겔 현탁액은 위점막 마취 성분이 포함돼서 위장 통증과 과도한 위산분비 억제에 좀 더 효과가 있는 약이고, 알마겔에프는 기본형 제산제로서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저기에 두루두루 쓰기 좋은 약이다. 네 번째, 배에 가스가 가득 차거나 더부룩하고, 트림 또는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경우다. 소화불량과 함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고 가스가 차서 팽만감이 심하다면 가스제거제 성분이 잘 들어간 소화제를 찾아야 한다.대표적인 가스제거제는 ‘시메티콘’, ‘디메치콘’이라는 성분이 있다. 가스제거제 단일제로 따로 판매하기도 하고, 소화제에 시메치콘이나 디메치콘이 포함된 소화효소제가 있다. 복부팽만이 심한 경우에는 가스제거제가 많이 들어간 소화제를 선택해야 한다.다섯 번째,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나 복통이 있는 경우이다. 배가 아픈 경우에는 ‘스코폴리아’ 성분의 진경제가 함께 들어간 소화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진경제가 함께 포함된 소화제는 배가 아프다고 보채는 아이들이나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 느껴지는 어른들에게 효과가 좋다.그 외에 소화제 중에서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이담제인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이 들어간 소화제가 있는데, 이 성분은 지방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기름진 식사 후 체한데 효과가 좋다. 소화뿐 아니라 기름 성분이 장내 유해균에 의해 가스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복부 팽만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음식물이 장을 매끄럽게 통과해 얹힌 게 내려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소화제 복용 시 주의 사항은 첫째, 소화효소제 알약은 씹거나 부숴 먹지 않는다. 대부분 소화효소제는 위산에 효소가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겉면에 장용 코팅이 돼있다. 부숴 먹으면 위장 안에서 효소가 모두 불활성화돼 효과가 사라진다. 둘째, 알레르기 반응에 주의한다. 판크레아틴 등 많은 소화효소는 돼지나 소의 췌장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혹시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제산제가 포함된 약은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계)나 철분제의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소화제 복용 전 약사와 상담해 두 시간 이상의 투약 간격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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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쓰나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다. 인류의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 예가 있었나 싶다. 스마트폰만 해도 아이폰이 개발된 2007년 이후 5~7년 정도 지난 후에야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에 반해, AI 대중화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는 오픈AI의 ‘챗GPT’ 공개가 2022년 11월이니, AI의 확산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이젠 공부를 할 때나 업무를 할 때나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현재 대학에서도 ‘AI를 잘 사용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덕분인지, 학생들의 과제들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화려한 그래픽과 논리적인 내용 전개. 학생들의 보고서가 전문 학자들의 논문을 속된 말로 뺨치는 수준까지 올라온 느낌이다. 그러면 이즈음에 드는 의문. 실력이 좋은 것은 AI일까, 아니면 학생들인 걸까?확실한 것은 최근 학생들은 AI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AI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AI 도움 없이 문제를 풀도록 했다. 실험 결과 중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AI의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수행이 더 높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AI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 역시 더 높았다는 점이다. 즉, 성적이 좋았던 것은 AI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런 부분은 가볍게 무시하고 스스로의 능력이 좋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자신 능력에 대한 과잉 확신 문제는 AI 사용에 관한 중요한 부정적 증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여러 연구들에서 AI를 많이 사용하며 시험을 준비한 집단에서 실제 시험 성적은 낮게 나오는 반면,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원래 큰 사고는 실력은 없고, 확신이 강한 사람이 친다고 했는데, 어찌 보면 AI를 사용하는 우리가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지점이다.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본래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할 때 본인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어쩌다 우연히 외국인들과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동네 태권도 도장 몇 달 다닌 솜씨를 자랑하며, ‘태권도 마스터’인양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앞에 앉아있던 이탈리아인이 태권도 공인 2단이어서 머쓱한 적이 있었다. 태권도 종주국의 국민이라는 점이 나에게 태권도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생긴 촌극이었다.이렇듯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자아(self)를 확장하고 싶은 기본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자아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자아를 집단으로 확장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런 과정에서 확장된 자아의 능력을 본인의 능력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그뿐 아니다. 우리는 어떤 정보가 매끄럽고 쉽게 이해되는 느낌을 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깊이 따지지 않은 채 “내가 잘 알고 있다”거나 “내가 이해했다”고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처리 ‘유창성 오류’라고 한다. 일타 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을 때는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가서 들춰보면 실제로 이해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처리 유창성 오류’의 대표적인 예다. 처리 유창성은 내가 아닌 타인의 능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위의 예에서 강의가 쉽게 이해됐다면 그것은 강사의 능력이지 나의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리 유창성이 나의 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높인다.또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는데, 특히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그 정보를 얻은 출처에 대한 기억이 더 약하다. 혹시 친구에게 “야, 너만 알고 있어. 사실은…”이라며 최신 소문을 전했는데, “야! 그거 내가 말해준거잖아!”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서는 기억하지만, 그 기억이 어떻게 머릿속에 입력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이에 더해, 만일 자신이 그 기억 속 정보에 손을 댔다면, 그 정보의 출처를 자신의 머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어디에선가 읽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출처 기억 오류로 인해 어디서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소실되고 다른 상황에서 우연히 그 문장이 떠오르면, 그 문장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것으로 믿어버린다. 역시 타인의 결과물을 자신의 능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잘못 오해하는 경우가 된다.이런 점에서 AI 능력을 내 능력이라고 믿어버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자아를 확장해 왔고,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살아왔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의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세우는지에 있다.능력은 결과물의 화려함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를 스스로 설명하고 수정하며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AI를 잘 사용하는 시대를 넘어, AI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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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남성 흔한 질환,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밤에 두세 번 이상 화장실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배뇨 장애가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 남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나이 들어서 그렇다”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남고, 밤마다 화장실을 찾는 야간뇨가 반복되더라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방광 기능 저하나 신장 기능 악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약물치료와 수술 사이, 새로운 치료 대안 등장현재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고 증상을 관리한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어지럼증, 역행성 사정 같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전립선 절제 수술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신 또는 척추마취 부담, 입원과 회복 기간, 장기간 소변줄 유지 등으로 고령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이처럼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면서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그 중간 단계 치료로 ‘유로리프트(Urolift·전립선결찰술)’가 주목받고 있다.◇유로리프트, 막힌 요도를 구조적으로 넓히는 시술유로리프트는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특수 임플란트를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양측으로 고정하여 요도를 넓혀주는 방식이다. 막혀 있던 요도를 구조적으로 확장해 배뇨를 개선하는 치료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발생 위험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시술 시간은 약 10~20분 정도로 비교적 짧고 국소마취로도 시행할 수 있다. 고령 환자나 항응고제·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환자가 시술 직후부터 배뇨 개선을 체감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치료로 평가된다.60대 직장인 박모 씨 역시 몇 년째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밤마다 세 번 이상 화장실을 오가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낮 동안 피로가 누적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비뇨의학과 진료를 통해 유로리프트 시술을 받은 뒤 배뇨 증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야간뇨로 인한 불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전립선 치료,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의료진’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내시경 시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방법 선택에서 의료진의 경험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도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섬세한 구조를 갖고 있어 반복적인 내시경 조작이나 과도한 압박이 누적될 경우 염증이나 흉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요도 협착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립선비대증 환자 중 상당수가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유로리프트는 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절제 수술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전립선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술 자체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진단부터 시술, 이후 경과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 의료진인가’를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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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신체 사고를 떠올린다. 추락이나 기계 사고 같은 장면이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산업안전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결과 산업현장의 사고 중심 신체 산재는 과거보다 줄어드는 흐름을 보여 왔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산업재해를 바라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산재, 바로 정신 산재다.우리는 지금 ‘초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경쟁을 넘어 이제는 인간과 AI의 경쟁까지 이어지는 시대다. 쉼 없이 달려야 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늘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는다. 마음이 쉴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피로는 결국 직장과 산업 현장으로 이어진다. 직무 스트레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직장 내 갈등과 감정 소진도 흔해졌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적응의 문제로 여겼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진다.”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본다. 직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20억 근무일이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5천만 명이 1년 동안 일하지 못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손실은 약 1조 달러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2016년에 비해 2024년에 약 7배 가까이 증가했다.실제로 진료실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회사에 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느 대기업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닌데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지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판단이 느려진다. 작은 실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그 실수는 때로 사고로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마모되면 제동 거리가 길어진다. 위험을 인식해도 멈추는 시간이 늦어진다.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그래서 산업재해를 줄일 방안은 장비와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제 기업 경영에도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직원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안전한가. 직원의 마음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의 안전과 생산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지치면 조직의 공기는 쉽게 거칠어진다. 작은 말이 갈등으로 번진다. 오해가 쌓이고, 신뢰가 약해진다. 반면, 마음이 안정된 직원은 집중력이 높다. 판단이 분명하며, 동료와의 관계도 부드럽다.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조직에는 활력이 생긴다. 그래서 산업안전의 개념도 이제 신체 안전을 넘어 정신 안전으로 확장되고 있다.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친 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 변화가 가능해진다. 기업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면, 사람의 힘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5달러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기업이 직원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6.5달러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도 보고된다.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마음이 지친 일터는 결국 위험해진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결국 산업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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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연구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다. 연구진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하며, 그들의 건강과 관계, 직업, 그리고 삶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런데 이 연구가 내린 결론은 조금 의외였는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 예컨대 돈이나 성공, 명성이 아니었다.우리는 사람보다 화면과 더 오래 산다연구는 처음 724명의 참가자로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인터뷰하고, 건강 상태와 삶의 변화들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고, 연구에는 그 자녀 세대와 손주 세대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3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 일이 잘 풀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지금의 문제들이 정리되면 그때는 가족들과도 더 웃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을 돌아보면 인간관계가 늘 삶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했을 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58일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4851일을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보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행복의 비밀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하버드 연구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건강과 행복을 예측한다.” 돈이나 명성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되고, 정신적·신체적 노화도 더 늦게 나타났다. 사회적 계층이나 지능, 심지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보다도 인간관계가 장수와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이 결과를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즉,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이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의미다. 월딩어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happiness)이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연구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행복은 대개 순간적인 감정에 가깝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반면 웰빙은 삶 전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자면 행복은 파도와 같다.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반면 웰빙은 바다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종종 순간적인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지만,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웰빙, 즉 삶의 안정적인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웰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구조에 가깝다. 가장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그리고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로부터도 더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로움은 만성질환, 기억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도 외로움이 지속되면 삶 전체의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라는 것이다.행복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렵다흥미롭게도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예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Dance’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춤추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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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전부 알기 어려운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6개의 뼈가 1톤가량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망막의 1억3000만 개의 세포는 세상 그 어떤 카메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상을 포착해줍니다. 1.4kg밖에 안 되는 작디작은 뇌 속에는 50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고, 하루에 10만 번 이상 펄떡펄떡 뛰는 심장도 있습니다.인간이라는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신비하고 기적입니다. 인간의 육신이 죽어서 남기는 것은 비누 서너 장을 만들 수 있는 지방과 코크스(구멍이 많은 고체 탄소연료), 성냥개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황뿐이라는 유물론적인 세계관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코크스, 황과 같은 것들이 인간의 모든 생애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인간 생명 기적의 중심에는 생체 방어 기구가 있습니다. 생체 방어 기구, 즉 면역 체계가 조화롭게 구성돼 있기에 우리 몸에 침투하는 균을 막아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간이 정신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가장 자연스러운 치료 방법은 인간이 가진 이런 본질에 입각한 치료법일 겁니다. 인체가 기본적으로 가진 면역력을 최대한 증강시키는 겁니다. 병이 가벼울 때는 의학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자연 치유력을 존중하는 치료가 좋습니다.감기에 걸리면 저는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고, 잘 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하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독한 감기라 하더라도 하루 만에 이겨내기도 하고, 길어도 며칠을 넘기지 않습니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7일 정도면 낫는 병입니다. 약을 먹으나 자연치유에 의지하거나 치료 기간은 동일하다는 뜻입니다.똑같은 방법을 암을 치료하는 데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속에 암세포가 있더라도 암에 걸리기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 수명 또한 연장된다면 암세포가 몸에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암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잘 달래어 같이 잘 사는 것은 암과 싸워 이겨낼 신통한 방법이 없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잘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치료일 겁니다.공존의 지혜를 익히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겁니다. “왜 암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나요? 전부 없애주세요!” 완전히 없앨 수만 있다면 당연히 완전히 없애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암 치료를 위한 첫 번째 방법도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통해 일차적으로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는 겁니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회복이 빠른 음식을 먹고, 마음을 편안히 먹는 일이 필요합니다.암 치료를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가진 면역력을 극대화해서 암에 잘 견딜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증강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물론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역을 강화해 암에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는 나을 수 있다는 확신, 스트레칭, 체조, 필라테스 같은 운동, 항암력을 높여주는 식품,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약이나 식품, 신앙, 아로마 치료, 웃음 치료, 눈물 치료, 암 가족 치료 등도 치료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이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건 가족 간의 사랑과 회복, 마음의 평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환자들에게 ‘JTP’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JTP란 기쁨(Joy), 감사(Thanks), 기도(Pray)의 영어 첫 글자만 딴 겁니다. 일상생활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면 암으로 인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생명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모든 일상에서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이런 삶의 재발견을 통해 진정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 암에 걸리기 전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심신이 기쁨을 느끼면 세포가 춤을 춥니다. 그러면 면역력이 저절로 높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만 걸려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면역력 관리를 잘했다면 덜 아프게 됩니다.인체가 가진 면역력은 면역증강제로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육체와 영혼의 건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면역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많이 웃고 사랑하셔서 면역력을 한껏 올려보시길 바랍니다.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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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시야가 전반적으로 뿌옇고 빛이 번져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수정체 혼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의 시작일 수 있으며,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백내장은 눈 속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탁해지며 빛이 망막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수정체의 혼탁 범위가 작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비감이 떨어지고, 색이 빛바래 보이거나, 야간에 불빛이 퍼져 보이는 변화가 뚜렷해진다. 이러한 단계에서 이른 시기에 백내장 수술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수정체 혼탁이 과도하게 진행되기 전에 수술을 시행하면 과정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초기 수정체의 혼탁이 곧바로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시력 저하 정도와 생활 불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미세 절개와 초음파 수정체 유화술의 발전으로 회복 기간이 단축되는 추세지만, 수술 이후의 관리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인 백내장 수술 후 주의사항에는 정해진 점안약을 사용하는 것, 눈을 비비지 않는 것, 일정 기간 격렬한 운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을 피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세안이나 샤워 시 눈에 물이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수술 직후에는 시야가 맑아졌다고 느끼더라도, 염증 반응이나 안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인공수정체에 눈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눈부심이나 이물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된다. 다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시야가 갑자기 흐려질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수술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공수정체를 지지하는 후낭이 혼탁해지는 현상으로, 흔히 후발성 백내장으로 설명된다. 글자가 다시 겹쳐 보이거나 밝은 빛 주변에 번짐이 심해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외래에서 레이저 시술을 통해 혼탁 부위를 열어주는 방식의 야그 레이저 후낭절개술이 시행된다. 시술 이후에도 염증 반응이나 안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백내장은 수술을 통해 혼탁을 제거할 수 있지만, 눈 건강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 차단 안경을 착용하고, 혈당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기본적인 눈 건강 관리법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눈 상태를 보다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시력 저하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보다는, 현재 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백내장은 비교적 치료 방법이 정착된 질환이지만, 수술 시기 판단과 수술 이후 관리 그리고 후낭 혼탁 발생 확인까지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수정체 혼탁의 진행 정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변화가 느껴질 때 즉시 대응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시야의 질이 나빠졌다면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수술 여부뿐 아니라 이후의 관리 계획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백내장은 치료와 관리가 함께 이어질 때 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모든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이 칼럼은 김동주, 김민한, 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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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교정술의 주요 선택지로 언급되던 라식·라섹·스마일라식 등 레이저 시력교정술의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각막 보존을 우선 가치로 두는 렌즈삽입술(ICL)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각막을 절삭하는 방식과 달리, 특수 렌즈를 홍채 뒤쪽에 위치시키는 접근은 각막 구조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과거에는 레이저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검토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고도근시·고도난시뿐 아니라 각막 조건을 고려해 처음부터 렌즈삽입술을 우선순위에 두고 비교·상담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은 단순히 “각막을 깎지 않는다”는 특징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눈의 전방 깊이, 수정체와의 거리, 각막 내피세포 수, 안압 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렌즈삽입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사전 검사 과정을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닥터아이씨엘안과는 렌즈삽입술을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철저하고 디테일하게 구축했다. 이에 수술 전 단계에서 3차원 기반 안구 측정 장비를 활용해 전방 깊이와 렌즈 삽입 공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수술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표준화했다. 단순 시력 수치뿐 아니라 눈의 구조적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특히 해당 의료진은 국제 학회에서 안내렌즈 관련 교육과 지도를 담당하는 엑스퍼트 인스트럭터(최상위 전문 교육자)로 활동하며, 다년간 축적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 프로토콜을 정립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병증 관리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수술 여부는 개별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이 자주 질문하는 부분 중 하나는 수술 후 느낄 수 있는 이물감이다. 렌즈삽입술 후의 이물감은 대개 회복 초기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렌즈 자체가 눈 표면에 직접 닿아 생기는 감각이라기보다, 수술 후 항생제·소염제 점안과 회복 과정에서 각막·결막 표면이 다소 건조해지거나 예민해지면서 건조감·따가움·뻑뻑함 등이 ‘이물감’으로 인지되기 때문이다. 각막을 절삭하는 라섹과 달리 각막 상피의 재생 과정을 필수로 동반하는 수술은 아니라는 게 차이로 언급되지만, 수술 직후에는 개인차에 따라 염증 반응과 눈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손 위생·점안 관리 등 청결 유지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레이저 교정과의 비교 역시 자주 이뤄진다. 라섹은 각막을 재형성하는 방식으로 시력 개선 효과가 입증되나, 각막 두께가 얇은 경우 적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반면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은 각막을 보존하면서도 고도 근시 교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두 수술은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보다 눈의 구조적 조건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레이저 시력교정술과의 비교에서도 최근에는 렌즈삽입술의 구조적 우위가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라식·라섹 등 레이저 수술은 각막을 깎아 변형시키는 방식이기에 각막이 얇거나 안구건조증이 심한 경우, 혹은 특정 유전자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엄격히 제한된다. 특히 건조한 환경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직업군이라면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제약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가역성’에 있다. 레이저 수술은 한 번 절삭한 각막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방식인 반면,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온전히 보존한다. 만약의 경우 렌즈를 제거하기만 하면 언제든 수술 전 상태로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은, 안전성 측면에서 렌즈삽입술이 우수한 선택지로 평가받는 결정적인 이유다.렌즈삽입술을 고려할 때는 수술 자체보다도, 수술 전 평가와 사후 관리 체계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안내렌즈의 크기 결정, 삽입 위치, 고도근시 관리 등은 장기적인 안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술은 단기간의 시력 개선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눈의 구조적 특성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 택해야 한다. 각막을 보존하는 방식이 필요한지, 레이저 교정이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정밀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며,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방법을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이 칼럼은 이동훈 닥터아이씨엘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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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를 설명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호르몬’과 ‘유전’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을 공격하고, 정해진 유전적 시나리오에 따라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는 논리는 탈모를 이해하는 가장 견고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을 보면, 이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가득하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형제라도 탈모의 속도가 판이하고, 동일한 약물을 처방해도 누구는 기적적인 회복을, 누구는 거의 무반응을 보인다. 이 부분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탈모는 모낭이라는 개별 조직의 고립된 결함인가, 아니면 모낭이 뿌리내린 환경 전체의 붕괴인가.최근의 연구들은 후자, 즉 환경에 주목한다. 모낭을 식물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의 치료는 식물의 유전자를 개량하거나 성장 촉진제를 주입하는 데만 매몰돼 있었다. 정작 식물이 자라는 ‘토양’의 질은 간과해 온 것이다. 여기서 토양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다. 두피는 매끈한 피부 조직이 아니라 수많은 세균과 곰팡이가 뒤섞여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정원이다. 이들은 피지 분비를 조절하고 외부 유해균의 침입을 막아내며 피부 장벽이라는 방어선을 구축하는 보이지 않는 파수꾼들이다.탈모가 진행 중인 두피를 들여다보면 정교한 정원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 특정 균주가 비정상적으로 득세하거나 전반적인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메마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단순히 탈모에 따라오는 현상이 아니다.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미세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 신호는 모낭의 성장주기를 갉아먹으며 머리카락을 조기 휴지기로 몰아넣는다. 결국, 모낭은 어느 날 갑자기 기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척박하게 오염되면서 서서히 숨이 끊어지는 과정을 겪는 셈이다.흥미로운 사실은 이 변화의 물결이 두피라는 국소적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신 보고들은 탈모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정상군과 확연히 대조된다는 점을 증명해내고 있다. 우리 몸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상주하는 내장 기관은 전신 염증의 관제탑이다. 장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여기서 발생한 염증 신호는 혈류를 타고 온몸을 유랑하다 가장 취약하고 민감한 조직인 모낭을 공격한다. 이른바 ‘장-두피 축(Gut-Scalp Axis)’의 존재는 탈모가 결코 머리끝에서만 일어나는 지엽적인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이런 통합적 관점은 치료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치료가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성장을 강제로 시키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모낭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두피 염증을 낮추고 장벽을 복구하며 미생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유도하는 과정은 단순한 보조 요법이 아니다. 모낭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조건이다.결국 머리카락은 신체의 안과 밖이 교류하며 빚어낸 생태계의 지표다. 한 가닥 모발의 굵기는 유전자의 명령만큼이나 두피의 청결도와 장내 환경의 안정성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 탈모라는 현상을 모낭 내부의 문제로 가두는 좁은 시야를 거두고,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 잃어버린 모발을 되찾는 진정한 열쇠는 모낭이라는 점(Point)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이루는 균형이라는 면(Plane) 위에 놓여 있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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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람이 차지만 그래도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밥상이다. 어느새 밥상에는 봄 제철 나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봄을 알리는 여러 가지 맛 좋은 제철 나물은 여럿이지만 그 중 한약재와 착각할 수 있는 것들도 제법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방풍나물이다. 방풍나물은 갯기름나물(식방풍)을 말하는데 봄철 연한 잎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도 좋고, 고기를 싸서 먹거나 겉절이, 장아찌를 해 먹어도 좋다. 그런데 간혹 이 갯기름나물(식방풍)을 두고 한약재인 방풍과 헷갈려 풍을 막아준다고 하며 설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풍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한약재인 방풍은 식방풍과는 다른, 미나리과 방풍속에 속하는 방풍의 뿌리를 말하며 봄철 향기 그윽한 갯기름나물(식방풍)은 아예 다른 종의 식물이다. 한약재 방풍(防風)은 풍(외부의 자극)을 막아준다는 의미인데, 그 이름 그대로 항염증, 면역조절 작용, 항알레르기작용, 항산화, 해열 등의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진통, 항관절염 작용도 뛰어나다. 이러한 방풍의 효능을 가장 잘 살린 처방으로는 옥병풍산이 있다.한의학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잘 나는 자한증(自汗症)을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보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첫 번째 처방이 방풍이 주로 들어간 옥병풍산이다. 옥병풍산은 황기, 백출, 방풍 단 3가지 약재로만 구성된 처방인데 그 효과만큼은 무엇보다도 뛰어나 중국에서는 COPD, 천식, 폐렴 치료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약이며 최근에는 알레르기비염,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 질환에도 이용된다.그럼, 우리가 나물로 먹는 식방풍(갯기름나물)에는 아무런 효능도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식방풍은 한의학에서는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기침, 감기, 두통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갯기름나물이라는 이름답게 coumarins과 에센셜오일이 풍부하며 이를 바탕으로 심폐 보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연구 결과 아세틸콜린 및 히스타민 유도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가 즐겨 먹는 잎 부위에는 항-비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이런 방풍나물(갯기름나물)과 방풍과 같은 헷갈리는 봄철 나물이 또 있다. 바로 두릅나무의 새순인 두릅(참두릅)과 땅두릅의 뿌리인 독활이다. 땅두릅의 새순 역시 식용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두릅과 땅두릅 역시 종이 다르다.우리가 아는 두릅은 두릅나무의 상단 혹은 중간에서 자라는 새순이라면 땅두릅의 새순은 뿌리에서 자라 땅으로 올라오는 새순을 말하는데 이 땅두릅의 뿌리를 독활이라는 한약재가 된다.독활은 거풍, 제습, 활혈, 진통의 효과를 지닌 관절 통증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약재로서 허리 통증이나 하지 통증에 상당히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고 노인들의 허리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의 대표 처방인 독활기생탕의 군약(대표약)으로 쓰인다.반면, 참두릅의 경우에는 별달리 약재로 쓰인 기록은 딱히 없으나 간혹 참두릅과 땅두릅의 정보가 혼용되어 두릅에 대한 설명에 독활의 정보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하지만 비록 방풍나물에 풍을 막아주는 효과가 없고, 참두릅이 독활과 같은 약리적인 효과는 없다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약이 되는 훌륭한 제철 음식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봄철 밥상에서 충분히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