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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사소한 말,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진 않았는가

    당신의 사소한 말,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진 않았는가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대개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이번에는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인권을 침해당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내 존엄과 자유가 무시된 적이 있었는가? 성별·장애·출신지 때문에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 사람은 이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조금 더 일상적인 장면을 떠올려 보자.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 정도는 다 겪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는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가 짜증 섞인 톤으로 대꾸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적은 없는가. 이런 경험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타인에게 “나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남긴다.이 지점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존중 부족이 곧바로 인권 침해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인권 침해는 존중의 결핍에서 시작된다.그리고 존중의 결핍이 일정한 조건을 만나면 그것은 실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차별이 개입될 때, 권력관계가 작동할 때, 혹은 모욕과 배제가 반복될 때다.예를 들어 성별·장애·출신지·종교·나이와 같은 이유로 의견을 무시하거나 기회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사람을 특정한 조건 때문에 낮게 평가하고 배제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게 된다.이러한 인권 침해는 차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권력관계 속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직장에서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지속적으로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그렇다. 권력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무시는 개인의 감정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이제 질문을 나에게 돌려보자.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가. 나는 혹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한 적은 없는가. 나는 무심코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은 없는가. 의도가 없었더라도 내가 던진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 보자.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가?”라는 질문이 더 구체적이다.사람은 본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자아 중심성이라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상대의 자리에서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인권은 법 이전에 관계의 문제이며,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태도의 문제다. 인권은 거창한 선언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드러난다. 오늘 하루 내가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말을 상대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들어보라. 그 말은 여전히 따뜻하게 들리는가. 이 작은 성찰이 반복될 때 존중은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고, 그것이 인권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출발점이 된다.(*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6/03/19 00:22
  •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이 커지는 사람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이 커지는 사람들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겉보기엔 화려한 인생이지만 마음속은 늘 비어 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공통적으로 “누군가와 사랑을 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해지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관계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한 여성 환자도 그랬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외모 덕분에 늘 연애는 끊이지 않았지만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랑이 시작되면 세상이 다 내 것이 된 것처럼 행복하다가도 작은 실망과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졌다.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줄 남자를 만나기 원했으나 번번이 실망과 좌절을 겪었다. 상대방의 연락이 늦어지거나 관심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불안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왠지 날 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늘 불안했어요.”“그래서 확인하고 의심하고 그를 시험하게 돼요.”확인하려는 행동은 점점 다툼으로 번졌고 다툼은 이별 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다 막상 상대가 떠날 것 같으면 매달리고 붙잡으며 또다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런 반복은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이러한 대인관계 패턴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어린 시절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경우, 사랑은 위로이자 동시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이 시작되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가정환경이 안정적이진 않았어요. 어머니는 늘 우울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돌봐주지 않았어요. 결국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전 어머니를 방치한 아버지가 용서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자란 그녀는 자신과 타인, 그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다. 두려움을 감추고 외로움은 화려함으로 포장했다. 밖에서의 화려한 삶과 사랑이 자신의 본 모습이라고 느꼈다. 그 때만이 유일하게 행복했다. 유감스럽게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엔 “나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불안은 상대를 향한 분노로, 극단적인 감정 기복으로, 반복되는 다툼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공허함을 채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은 허무감만 남긴다는 점이다.이런 마음의 상태에서는 사랑이 위로가 되기보다 상처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기 쉽다. 사랑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 사랑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그녀의 진단은 경계성 인격장애에 가깝다. 감정 기복, 불안정한 관계, 투사, 상대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반복이 드러나는 환자였다. 강렬한 관계 후의 파탄과 재결합이 반복되는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점도 심각했다. 어렸을 때 겪었던 어머니의 우울증과 죽음,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 역시 그녀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안겼다. 치료의 시작은 “왜 나는 이런 사랑을 반복하는가?”를 비난 없이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관계를 되짚어 보면서 자신이 너무 불안해서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허함을 타인을 통해 단번에 채우려 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불안을 스스로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상대의 사랑은 나를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다. 상대도 나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관계도 안정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를 붙잡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떠나가더라도 무너져 버리지 않을 자신감이 쌓여야 한다. 그래야 사랑도 덜 불안하고 덜 아프며 덜 공허해진다.공허한 사랑의 반복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볼 때 사랑은 더 이상 상처를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심리적 공간이 된다. 사랑이 불안한 사람은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경우가 많다.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고 또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편안하고 안정된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환자와 몇 년째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6/03/18 07:30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100세 시대 삶의 질 흔드는 질환…아쿠아블레이션이 바꾼 치료 선택지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100세 시대 삶의 질 흔드는 질환…아쿠아블레이션이 바꾼 치료 선택지

    ◇노화로 커지는 전립선, 배뇨 장애 넘어 합병증 위험전립선비대증은 남성의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방광 아래에 있는 생식기관인 전립선은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크기가 커지곤 한다. 이때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좁히면서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을 본 뒤에도 잔뇨감이 남고 밤낮으로 화장실을 찾게 되는 등 다양한 불편을 겪는다. 이를 방치할 경우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방광 건강이 크게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칼럼안현규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2026/03/17 11:24
  • 마음의 병 때문에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들

    마음의 병 때문에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들

    진료실 의자에 앉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그 아이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그것은 세월이 만든 것도, 유전자가 정해놓은 운명도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고통의 자국. 의학적으로 ‘발모벽’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아이의 내면이 지르는 비명이 두피 위로 삐져나온 것이다. 성인 탈모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나에게도 아이들의 빈 정수리는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를 좀 봐달라는 마음의 간절한 신호이기 때문이다.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아홉 살에서 열세 살 사이,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그 안에서는 큰 고민이 있다. 머리카락을 뽑기 직전의 참기 힘든 긴장감이 툭 하고 모근이 뽑혀 나가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거짓말 같은 해방감과 만족감으로 변한다. 이 비극적인 보상 회로가 뇌에 새겨지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로 손을 뻗게 된다. 진료를 해보면 그 손길 끝에는 늘 촘촘한 학원 시간표나 교실 안의 외로움, 혹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좌절감이 있다. 아이는 입 대신 손가락으로 자신의 불안을 두피 위에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발모벽의 흔적은 일반적인 매끄러운 원형 탈모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울퉁불퉁하며, 직접 잡아당긴 탓에 끊어진 머리카락 길이가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넘어 눈썹이나 속눈썹까지 손을 대기도 하고, 심한 경우 뽑은 머리카락을 먹기도 한다.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신체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징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이 아이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이미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치료는 습관 교정법을 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그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주먹을 꽉 쥐는 식으로 다른 행동을 끼워 넣는 과정이다. 증상이 너무 심할 때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정교한 의학적 처치보다 강력한 것은 아이를 감싸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제나 학업 압박을 그대로 둔 채 치료에만 매달리는 것은 구멍 난 댐을 손가락으로 막는 격이다. “왜 뽑았니”라는 날이 선 추궁 대신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나지막한 공감이 아이의 손을 머리에서 내려오게 한다.다행히 아이들의 모공은 정직하다. 자신을 해치던 손길이 멈추고 마음의 안정이 채워지면, 두피에는 다시 정직하게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3개월 정도의 집중적인 치료 후 다시 빽빽해진 아이의 정수리를 확인하게 되면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복원해야 할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다.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거나 두피에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어른들이 개입해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결국, 아이의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이의 손을 말없이 따뜻하게 맞잡아주는 어른들의 사려 깊은 마음이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3/16 21:21
  • [의학칼럼]안구건조증 원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 IPL 치료 도움 가능성

    [의학칼럼]안구건조증 원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 IPL 치료 도움 가능성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눈의 피로와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장시간 화면을 바라보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안구건조증은 눈이 뻑뻑한 정도의 불편함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눈의 피로와 시야 불편을 유발해 일상생활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인공눈물 중심 관리에서 나아가 눈물막 상태를 고려한 다양한 관리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의 양이 부족하거나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눈꺼풀 안쪽에 위치한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관련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마이봄샘은 눈물의 기름층을 형성해 눈물이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마이봄샘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거나 통로가 막히면 기름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눈물이 빠르게 증발하고, 이로 인해 눈의 건조함과 이물감, 충혈,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기 쉽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눈표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이러한 안구건조증 관리 방법 중 하나로 IPL(Intense Pulsed Light) 치료가 활용된다. IPL은 여러 파장의 빛을 이용해 눈꺼풀 주변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마이봄샘 기능 개선을 돕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은 피부과에서 활용하던 방식이었으나, 이후 마이봄샘 기능 이상과 관련된 안구건조증 관리에 활용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IPL 치료는 눈꺼풀 주변 염증완화와 마이봄샘의 기능 개선을 통해 눈물막 환경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통증 부담이 크지 않으며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안구건조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전용 IPL 장비인 ‘옵티라이트’가 안과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옵티라이트는 기존 피부 치료용 IPL 장비와 달리 안구건조증 치료를 목적으로 설계된 장비로 알려졌다. 이는 눈 주변 구조를 고려한 장비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동반된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안구건조증 환자 중에는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눈 상태에 따라 IPL 치료 등이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은 증상과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개인 상태에 맞는 관리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윤삼영 첫눈애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윤삼영 첫눈애안과 대표원장2026/03/16 16:25
  • 약국 소화제는 ‘이렇게’ 선택하세요

    약국 소화제는 ‘이렇게’ 선택하세요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경우 가까운 약국을 찾아 “소화제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 소화제는 약국에서 흔하게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분 또한 제각기 다르다. 증상에 맞는 올바른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소화제가 어떻게 분류·권장되는지 유형을 정리해 보겠다.소비자가 “체한 것 같고 소화불량 증상이 있다”고 말할 때, 약사가 주는 소화제의 종류는 그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지 ▲음식은 평소와 비슷하게 먹었는데 체했는지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한지에 따라 소화제 선택이 달라지고 ▲가스가 차면서 복부 팽만이 있는지 ▲위장 경련 등 배가 아픈지에 따라 약의 종류가 추가될 수 있다.첫 번째, 평소보다 너무 많이 먹고 체한 경우다. 명절 연휴나 뷔페, 회식 자리에서 평소 음식량을 초과해 섭취한 날에 명치가 꽉 막힌 듯하고, 음식물이 목 끝까지 차오른 듯한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위장이 스스로 분비할 수 있는 소화효소의 한계치를 넘어설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온 경우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소화효소제다. 소화효소제는 말 그대로 음식물을 전부 소화 시켜주는 약이라서 위장, 소장에 있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모두 처리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흔한 소화효소제로 ‘훼스탈플러스’, ‘베아제’ 등이 있는데, 어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가에 따라 소화효소제 선택도 달라진다. 훼스탈플러스는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나물 종류의 질긴 식이섬유가 많은 한국형 식단 소화에 특화된 약이고, 베아제는 서구형 식단인 기름진 고기에 특화된 약이다. ‘훼스탈골드’는 훼스탈플러스보다 가스 제거 성분이 강화됐고, ‘훼스탈슈퍼자임’은 지방·단백질 소화력이 강화된 약이다. ‘닥터베아제’는 베아제보다 지방 소화효소인 리파제가 2배 강화된 소화제다. 만약 더 강한 소화효소제가 필요하다면 ‘다제스’ 같은 3중 소화제가 더 많은 음식을 소화시켜줄 수 있다.두 번째, 평소랑 똑같이 먹었는데 체한 경우다. 식사량은 평소와 같거나 오히려 적었는데 위가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느낌이 든다면, 소화효소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위장의 ‘운동성 저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위장은 근육으로 이뤄진 주머니다. 연동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액과 섞고 십이지장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이 근육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이를 ‘위 배출 지연’이라고 한다. 이때는 소화효소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장운동 촉진제가 필요하다.대표적인 위장운동촉진제 일반의약품은 마시는 액상소화제와 한방 과립제가 있다. ‘베나치오’, ‘까스활명수’, ‘위청수’, ‘생록천’ 같은 액상소화제에는 위배출지연을 개선하고 위장에서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주며 위장의 염증을 완화하면서 위장 점막을 보호해주는 생약제제들이 들어있다. 한방 과립제도 효과가 좋은데, ‘소체환’이나 ‘향사평위산’ 같은 한방제제 일반의약품을 소화제 알약과 같이 먹으면 좋다.세 번째,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경우다. 음식을 먹기 전이나 조금만 먹었는데도 조기 포만감과 함께 명치 부근이 쓰리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위산이 과다 분비돼 위 점막을 자극하고 있거나, 이미 경미한 위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극적인 위산을 중화시켜 점막을 보호하는 제산제가 일차적인 해결책이 된다.대표적인 제산제로는 ‘겔포스엘 현탁액’, ‘개비스콘 듀얼액선 현탁액’, ‘트리겔 현탁액’, ‘알마겔에프 현탁액’ 등이 있다. 겔포스엘은 제산 작용과 함께 위장운동 촉진 작용이 있는 약이고, 개비스콘 듀얼액션은 역류성 식도염처럼 타는 듯한 식도 불편감에 특히 좋은 약이다. 트리겔 현탁액은 위점막 마취 성분이 포함돼서 위장 통증과 과도한 위산분비 억제에 좀 더 효과가 있는 약이고, 알마겔에프는 기본형 제산제로서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저기에 두루두루 쓰기 좋은 약이다. 네 번째, 배에 가스가 가득 차거나 더부룩하고, 트림 또는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경우다. 소화불량과 함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고 가스가 차서 팽만감이 심하다면 가스제거제 성분이 잘 들어간 소화제를 찾아야 한다.대표적인 가스제거제는 ‘시메티콘’, ‘디메치콘’이라는 성분이 있다. 가스제거제 단일제로 따로 판매하기도 하고, 소화제에 시메치콘이나 디메치콘이 포함된 소화효소제가 있다. 복부팽만이 심한 경우에는 가스제거제가 많이 들어간 소화제를 선택해야 한다.다섯 번째,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나 복통이 있는 경우이다. 배가 아픈 경우에는 ‘스코폴리아’ 성분의 진경제가 함께 들어간 소화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진경제가 함께 포함된 소화제는 배가 아프다고 보채는 아이들이나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 느껴지는 어른들에게 효과가 좋다.그 외에 소화제 중에서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이담제인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이 들어간 소화제가 있는데, 이 성분은 지방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기름진 식사 후 체한데 효과가 좋다. 소화뿐 아니라 기름 성분이 장내 유해균에 의해 가스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복부 팽만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음식물이 장을 매끄럽게 통과해 얹힌 게 내려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소화제 복용 시 주의 사항은 첫째, 소화효소제 알약은 씹거나 부숴 먹지 않는다. 대부분 소화효소제는 위산에 효소가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겉면에 장용 코팅이 돼있다. 부숴 먹으면 위장 안에서 효소가 모두 불활성화돼 효과가 사라진다. 둘째, 알레르기 반응에 주의한다. 판크레아틴 등 많은 소화효소는 돼지나 소의 췌장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혹시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제산제가 포함된 약은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계)나 철분제의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소화제 복용 전 약사와 상담해 두 시간 이상의 투약 간격을 둬야 한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3/16 09:20
  • 능력자는 나인가, 아니면 AI인가?

    능력자는 나인가, 아니면 AI인가?

    AI의 쓰나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다. 인류의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 예가 있었나 싶다. 스마트폰만 해도 아이폰이 개발된 2007년 이후 5~7년 정도 지난 후에야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에 반해, AI 대중화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는 오픈AI의 ‘챗GPT’ 공개가 2022년 11월이니, AI의 확산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이젠 공부를 할 때나 업무를 할 때나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현재 대학에서도 ‘AI를 잘 사용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덕분인지, 학생들의 과제들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화려한 그래픽과 논리적인 내용 전개. 학생들의 보고서가 전문 학자들의 논문을 속된 말로 뺨치는 수준까지 올라온 느낌이다. 그러면 이즈음에 드는 의문. 실력이 좋은 것은 AI일까, 아니면 학생들인 걸까?확실한 것은 최근 학생들은 AI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AI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AI 도움 없이 문제를 풀도록 했다. 실험 결과 중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AI의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수행이 더 높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AI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 역시 더 높았다는 점이다. 즉, 성적이 좋았던 것은 AI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런 부분은 가볍게 무시하고 스스로의 능력이 좋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자신 능력에 대한 과잉 확신 문제는 AI 사용에 관한 중요한 부정적 증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여러 연구들에서 AI를 많이 사용하며 시험을 준비한 집단에서 실제 시험 성적은 낮게 나오는 반면,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원래 큰 사고는 실력은 없고, 확신이 강한 사람이 친다고 했는데, 어찌 보면 AI를 사용하는 우리가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지점이다.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본래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할 때 본인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어쩌다 우연히 외국인들과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동네 태권도 도장 몇 달 다닌 솜씨를 자랑하며, ‘태권도 마스터’인양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앞에 앉아있던 이탈리아인이 태권도 공인 2단이어서 머쓱한 적이 있었다. 태권도 종주국의 국민이라는 점이 나에게 태권도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생긴 촌극이었다.이렇듯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자아(self)를 확장하고 싶은 기본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자아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자아를 집단으로 확장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런 과정에서 확장된 자아의 능력을 본인의 능력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그뿐 아니다. 우리는 어떤 정보가 매끄럽고 쉽게 이해되는 느낌을 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깊이 따지지 않은 채 “내가 잘 알고 있다”거나 “내가 이해했다”고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처리 ‘유창성 오류’라고 한다. 일타 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을 때는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가서 들춰보면 실제로 이해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처리 유창성 오류’의 대표적인 예다. 처리 유창성은 내가 아닌 타인의 능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위의 예에서 강의가 쉽게 이해됐다면 그것은 강사의 능력이지 나의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리 유창성이 나의 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높인다.또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는데, 특히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그 정보를 얻은 출처에 대한 기억이 더 약하다. 혹시 친구에게 “야, 너만 알고 있어. 사실은…”이라며 최신 소문을 전했는데, “야! 그거 내가 말해준거잖아!”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서는 기억하지만, 그 기억이 어떻게 머릿속에 입력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이에 더해, 만일 자신이 그 기억 속 정보에 손을 댔다면, 그 정보의 출처를 자신의 머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어디에선가 읽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출처 기억 오류로 인해 어디서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소실되고 다른 상황에서 우연히 그 문장이 떠오르면, 그 문장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것으로 믿어버린다. 역시 타인의 결과물을 자신의 능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잘못 오해하는 경우가 된다.이런 점에서 AI 능력을 내 능력이라고 믿어버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자아를 확장해 왔고,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살아왔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의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세우는지에 있다.능력은 결과물의 화려함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를 스스로 설명하고 수정하며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AI를 잘 사용하는 시대를 넘어, AI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6/03/13 09:20
  • [의학칼럼]백내장 수술의 완성도, '0.1mm 전낭 절개'의 정밀함에 달렸다

    [의학칼럼]백내장 수술의 완성도, '0.1mm 전낭 절개'의 정밀함에 달렸다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백내장은 노년층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질환이 되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은 대중화되었지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시력의 질’은 집도의의 미세한 손끝 차이에서 결정된다.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전낭 절개’의 미학백내장 수술의 핵심 공정 중 하나는 수정체를 싸고 있는 얇은 주머니인 ‘전낭’을 절개하는 것이다. 이 전낭을 얼마나 매끄럽고 일정한 원형으로 절개하느냐에 따라 삽입된 인공수정체의 위치가 결정된다.만약 절개창이 삐뚤어지거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인공수정체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질 수 있다. 이는 곧 난시 유발이나 시력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가 수술 후 느끼는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즉, 0.1mm의 미세한 오차가 수술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셈이다.◇기존 기구의 한계를 넘는 ‘수직 설계’의 도입필자는 수만 례의 임상 경험을 거치며 기존 수술 기구들이 가진 구조적 한계에 주목해 왔다. 기존 방식으로는 의도한 궤적을 완벽하게 따라가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따를 때가 있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필자가 직접 고안한 ‘수정체 전낭 절개를 위한 수술용 가위’는 진행 방향과 절개 방향이 수직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역학적 구조는 수술자가 의도한 선을 따라 오차 없이 정교하게 원형 절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이 기술은 의료 선진국인 일본 특허청(JPO)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특허 등록을 완료하며 그 진보성을 인정받기도 했다.◇‘최소 침습’으로 통증은 줄이고 회복은 빠르게의료기기의 발전은 단순히 정확도 향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 ‘최소 침습’ 구현이 필수다. 가위날(블레이드)의 크기를 극소화하면 각막 절개창을 아주 작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수술 후 발생하는 유발 난시를 최소화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핵심 요소다.또한, 의료진의 손목 피로도를 낮추는 인체공학적 설계는 장시간 이어지는 수술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수술 환경을 제공한다.◇K-의료기기, 글로벌 안과 수술의 표준을 향해까다로운 일본 특허 획득에 이어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도 특허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 얻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국내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안과 수술의 표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백내장 수술은 ‘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질 높은 시력을 제공하느냐’의 단계로 진화했다. 앞으로도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환자들이 수술 후 제2의 인생을 더욱 선명하게 누릴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이 칼럼은 박형주 ​강남도쿄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형주 ​강남도쿄안과 ​대표원장​2026/03/11 13:30
  • [의학칼럼] 밤마다 화장실 찾는 남성들…평생 약 대신 단 1회 시술 ‘유로리프트’

    [의학칼럼] 밤마다 화장실 찾는 남성들…평생 약 대신 단 1회 시술 ‘유로리프트’

    ◇중장년 남성 흔한 질환,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밤에 두세 번 이상 화장실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배뇨 장애가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 남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나이 들어서 그렇다”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남고, 밤마다 화장실을 찾는 야간뇨가 반복되더라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방광 기능 저하나 신장 기능 악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약물치료와 수술 사이, 새로운 치료 대안 등장현재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고 증상을 관리한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어지럼증, 역행성 사정 같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전립선 절제 수술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신 또는 척추마취 부담, 입원과 회복 기간, 장기간 소변줄 유지 등으로 고령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이처럼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면서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그 중간 단계 치료로 ‘유로리프트(Urolift·전립선결찰술)’가 주목받고 있다.◇유로리프트, 막힌 요도를 구조적으로 넓히는 시술유로리프트는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특수 임플란트를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양측으로 고정하여 요도를 넓혀주는 방식이다. 막혀 있던 요도를 구조적으로 확장해 배뇨를 개선하는 치료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발생 위험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시술 시간은 약 10~20분 정도로 비교적 짧고 국소마취로도 시행할 수 있다. 고령 환자나 항응고제·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환자가 시술 직후부터 배뇨 개선을 체감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치료로 평가된다.60대 직장인 박모 씨 역시 몇 년째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밤마다 세 번 이상 화장실을 오가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낮 동안 피로가 누적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비뇨의학과 진료를 통해 유로리프트 시술을 받은 뒤 배뇨 증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야간뇨로 인한 불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전립선 치료,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의료진’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내시경 시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방법 선택에서 의료진의 경험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도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섬세한 구조를 갖고 있어 반복적인 내시경 조작이나 과도한 압박이 누적될 경우 염증이나 흉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요도 협착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립선비대증 환자 중 상당수가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유로리프트는 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절제 수술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전립선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술 자체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진단부터 시술, 이후 경과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 의료진인가’를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2026/03/10 13:29
  • 신체 산재에서 정신 산재로… 기업은 노동자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신체 산재에서 정신 산재로… 기업은 노동자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산업재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신체 사고를 떠올린다. 추락이나 기계 사고 같은 장면이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산업안전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결과 산업현장의 사고 중심 신체 산재는 과거보다 줄어드는 흐름을 보여 왔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산업재해를 바라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산재, 바로 정신 산재다.우리는 지금 ‘초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경쟁을 넘어 이제는 인간과 AI의 경쟁까지 이어지는 시대다. 쉼 없이 달려야 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늘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는다. 마음이 쉴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피로는 결국 직장과 산업 현장으로 이어진다. 직무 스트레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직장 내 갈등과 감정 소진도 흔해졌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적응의 문제로 여겼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진다.”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본다. 직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20억 근무일이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5천만 명이 1년 동안 일하지 못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손실은 약 1조 달러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2016년에 비해 2024년에 약 7배 가까이 증가했다.실제로 진료실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회사에 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느 대기업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닌데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지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판단이 느려진다. 작은 실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그 실수는 때로 사고로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마모되면 제동 거리가 길어진다. 위험을 인식해도 멈추는 시간이 늦어진다.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그래서 산업재해를 줄일 방안은 장비와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제 기업 경영에도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직원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안전한가. 직원의 마음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의 안전과 생산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지치면 조직의 공기는 쉽게 거칠어진다. 작은 말이 갈등으로 번진다. 오해가 쌓이고, 신뢰가 약해진다. 반면, 마음이 안정된 직원은 집중력이 높다. 판단이 분명하며, 동료와의 관계도 부드럽다.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조직에는 활력이 생긴다. 그래서 산업안전의 개념도 이제 신체 안전을 넘어 정신 안전으로 확장되고 있다.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친 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 변화가 가능해진다. 기업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면, 사람의 힘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5달러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기업이 직원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6.5달러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도 보고된다.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마음이 지친 일터는 결국 위험해진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결국 산업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6/03/10 13:18
  • 하루 세 번 양치질 열심히 해도 '이것' 놓치면 충치 생긴다

    하루 세 번 양치질 열심히 해도 '이것' 놓치면 충치 생긴다

    “하루 세 번 꼬박 양치하는데도 충치가 생겼어요.” “단 음식도 거의 안 먹는데 왜 그런 걸까요?”치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치는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치만으로 충치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충치는 생각보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이다.충치는 치아 표면에 남아 있는 음식물과 세균이 만들어낸 산(酸)이 치아를 녹이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양치하느냐’보다 치아 표면에 세균이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느냐다. 음식을 먹으면 입안의 세균은 당분을 분해하면서 산을 만들어낸다. 이 산은 보통 20~30분 동안 치아 표면을 공격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이 점차 약해지고 결국 충치가 발생한다. 그래서 양치를 비교적 잘하는 사람에게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충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첫째, 간식이나 단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습관이다. 식사 후 양치를 하더라도 그 사이에 단 음료나 간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치아는 계속 산에 노출된다. 음식의 양보다 섭취 횟수가 충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둘째, 치아 사이 관리가 부족한 경우다. 실제 충치의 상당수는 치아 사이에서 발생한다. 칫솔은 치아 표면의 약 60% 정도만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 세균이 남기 쉽다.셋째, 치아 형태와 배열의 영향이다. 치아의 홈이 깊거나 치아 배열이 촘촘한 경우 음식물이 끼기 쉽고 세균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양치를 열심히 하더라도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넷째, 타액(침)의 역할도 중요하다. 침은 입안의 산을 중화하고 세균 활동을 억제하는 자연적인 방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 약물 복용 등으로 입안이 건조해지면 이러한 보호 기능이 약해지면서 충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충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가 “아프면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충치는 초기에는 대부분 통증이 없다. 통증이 느껴질 때는 이미 충치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 충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신경까지 진행되면 신경치료가 필요하거나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늘 “충치는 아프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관리 습관이 필요하다. 식사 후에는 가능한 한 양치를 하고, 치아 사이 관리를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단 음료나 간식 섭취 횟수를 줄이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초기 충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완전히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치과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치료보다 예방, 그리고 자연치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칼럼기고자=이세호 종로서울에이스치과 대표원장2026/03/09 10:42
  • 당신이 먹은 케이크의 생크림,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 알고 있나요?

    당신이 먹은 케이크의 생크림,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 알고 있나요?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알려지며 ‘식물성 식재료가 동물성 식재료보다 몸에 좋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크림이다. 동물성 크림이 식물성 크림보다 단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자를 진짜, 후자를 가짜라고 그래도 큰 무리가 없다. 동물성 크림은 소의 젖에서 추출한 유크림이다. 균질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그대로 두면, 표면에 몽글몽글하게 맺히는 지방층이 바로 크림이다. 아직 몇몇 시판 제품에서 이런 크림을 맛볼 수 있는데, 보통 원심력으로 분리해 미색에 가까운 흰색의 걸쭉한 크림을 대량 생산한다. 국내에서 ‘생크림’이라는 품명으로 팔리는 제품의 (유)지방 함유량은 38퍼센트, 지방 함유량이 높을수록 더 풍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걸쭉한 액체인 크림을 거품기 등으로 휘저으면 크림 속의 지질이 물리 및 화학적 변화를 겪는다. 그 결과 3차원의 네트워크 혹은 구조물을 형성하면서 공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므로 부피가 커진다. 이를 ‘올린 크림’이라 일컫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생크림 케이크의 겉면에 바르는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액체가 바를 수 있는 진짜 크림이 되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모든 생크림 케이크는 이런 동물성 크림으로 마무리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무엇보다 동물성 크림은 가공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유청이 배어 나오고 형태가 무너지기 쉽다. 당일 생산·당일 판매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재고를 보관하거나 냉동 유통을 거쳐야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품에는 부담이 된다.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식물성 크림이다. 팜핵유(야자열매씨 기름)와 물, 그리고 설탕 등에 원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이 일시적으로 혼합된 상태를 이루게 도와주는 유화제(레시틴,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등)와 각종 첨가물을 섞어 만든 것이다.식물성 크림(보통 ‘식물성 휘핑크림’이라는 품명으로 팔린다)은 동물성 크림에 비해 가공성 및 안정성이 훨씬 좋다. 애초에 공업적으로 최적화를 이룬 제품이다 보니 쉽게 올릴 수 있고 케이크에 발라 형태를 잡으면 잘 무너지지도 않으며 동물성 크림에 비해 오래간다. 그렇다면 식물성 크림을 써서 만든 케이크가 우리 소비자에게도 더 나은 선택인 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식물성 크림은 유크림 한 가지 원료로 이루어진 동물성 크림을 모사한 초가공식품이다. 단지 안정성 및 가공성만 좋은 게 아니라 사실 단가도 낮은 대체재로 일단 맛부터 좋지 않다. 유크림만큼 고소하고 풍성하지도 않을뿐더러 입천장에 달라붙는 듯한 불쾌한 뒷맛과 느낌을 남긴다. 더군다나 주재료인 팜핵유는 높은 트랜스지방산의 함유량으로 심혈관계에, 유화제는 장내 미생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건강 양쪽 모두에서 사실 동물성 크림이 더 좋은 식재료이니 이를 쓴 케이크를 열심히 찾아 먹는 게 바람직하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6/03/09 07:30
  •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돈·성공·명성 아닌 ‘이것’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돈·성공·명성 아닌 ‘이것’

    193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연구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다. 연구진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하며, 그들의 건강과 관계, 직업, 그리고 삶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런데 이 연구가 내린 결론은 조금 의외였는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 예컨대 돈이나 성공, 명성이 아니었다.우리는 사람보다 화면과 더 오래 산다연구는 처음 724명의 참가자로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인터뷰하고, 건강 상태와 삶의 변화들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고, 연구에는 그 자녀 세대와 손주 세대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3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 일이 잘 풀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지금의 문제들이 정리되면 그때는 가족들과도 더 웃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을 돌아보면 인간관계가 늘 삶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했을 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58일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4851일을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보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행복의 비밀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하버드 연구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건강과 행복을 예측한다.” 돈이나 명성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되고, 정신적·신체적 노화도 더 늦게 나타났다. 사회적 계층이나 지능, 심지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보다도 인간관계가 장수와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이 결과를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즉,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이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의미다. 월딩어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happiness)이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연구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행복은 대개 순간적인 감정에 가깝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반면 웰빙은 삶 전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자면 행복은 파도와 같다.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반면 웰빙은 바다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종종 순간적인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지만,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웰빙, 즉 삶의 안정적인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웰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구조에 가깝다. 가장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그리고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로부터도 더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로움은 만성질환, 기억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도 외로움이 지속되면 삶 전체의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라는 것이다.행복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렵다흥미롭게도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예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Dance’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춤추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지 않을까.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3/06 19:32
  • [의학칼럼]다빈치 SP 로봇 활용 자가고정 메쉬 탈장수술 국제학술지 게재

    [의학칼럼]다빈치 SP 로봇 활용 자가고정 메쉬 탈장수술 국제학술지 게재

    본원이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임상 성과를 거두며 탈장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필자는 다빈치 SP 로봇을 활용해 자가고정 메쉬를 적용한 양측 서혜부 탈장 교정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관련 수술 기법과 임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Asian Journal of Surgery에 게재했다.이번 수술은 40년 이상 양측 서혜부 탈장을 앓아온 60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환자는 반복적인 탈장 교액으로 응급실을 찾는 등 일상생활에심각한 제약을 받아왔으며, 장기간 지속된 탈장으로 인해 복벽 약화와 유착 가능성까지 동반된 고난도 사례였다.필자는 다빈치 SP 기반 단일공 복강경 접근법을 통해 복강 내 진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 양측 탈장을 동시에 교정하고 자가고정 메쉬를 정확히 배치해 복벽을 견고하게 보강했다. 환자는 수술 다음날 바로 퇴원했으며 통증이 현저히 감소하고 합병증 없이 빠른 회복을 보였다. 단일 절개에 따른 미용적 장점과 함께 만성 통증 및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자가고정 메쉬는 봉합이나 추가 고정 없이도 미세 돌기 구조로 조직에 부착되는 장점이 있지만, 단일공 수술에서는 삽입 과정 중 메쉬가 의도치 않게 먼저 부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술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자가고정 메쉬를 특수 방식으로 말아 삽입한 뒤 단계적으로 전개하는 ‘Hansol-roll’ 접기 기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단일 통로에서도 메쉬의 방향성과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돼 복잡하고 오래된 탈장에서도 안정적인 복벽 보강이 가능하다. 특히 단일공 로봇수술에 자가고정 메쉬를 적용한 양측 탈장 교정 사례는 세계 최초 보고로 알려져 학술적 가치 또한 주목된다.이번 수술에 사용된 다빈치 SP 시스템은 단일 절개창을 통해 카메라와 다관절 기구를 동시에 삽입하는 플랫폼으로, 좁은 수술 공간에서도 높은 자유도와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일 절개에 따른 흉터 최소화, 다관절 로봇 팔을 통한 정밀 박리와 메쉬 배치, 복벽 손상 최소화에 따른 통증 감소, 빠른 회복과 짧은 입원 기간 등이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필자는 다빈치 SP를 이용한 탈장수술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으며, 이후 본원에서 해당 술식을 발전시켜 임상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탈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액이나 장폐색 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최소침습적 접근으로 정확하게 교정하는 것이 장기 예후에 도움이 된다. Hansol-roll 기법과 같은 기술적 진보는 단일공 로봇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가고정 메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탈장 유형과 응용 분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이번 연구 결과는 단일공 로봇 기반 탈장수술의 치료 성과와 안전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수술 표준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부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부원장2026/03/05 14:40
  • 웃음과 사랑이 만드는 면역의 기적[아미랑]

    웃음과 사랑이 만드는 면역의 기적[아미랑]

    사람의 몸은 전부 알기 어려운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6개의 뼈가 1톤가량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망막의 1억3000만 개의 세포는 세상 그 어떤 카메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상을 포착해줍니다. 1.4kg밖에 안 되는 작디작은 뇌 속에는 50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고, 하루에 10만 번 이상 펄떡펄떡 뛰는 심장도 있습니다.인간이라는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신비하고 기적입니다. 인간의 육신이 죽어서 남기는 것은 비누 서너 장을 만들 수 있는 지방과 코크스(구멍이 많은 고체 탄소연료), 성냥개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황뿐이라는 유물론적인 세계관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코크스, 황과 같은 것들이 인간의 모든 생애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인간 생명 기적의 중심에는 생체 방어 기구가 있습니다. 생체 방어 기구, 즉 면역 체계가 조화롭게 구성돼 있기에 우리 몸에 침투하는 균을 막아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간이 정신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가장 자연스러운 치료 방법은 인간이 가진 이런 본질에 입각한 치료법일 겁니다. 인체가 기본적으로 가진 면역력을 최대한 증강시키는 겁니다. 병이 가벼울 때는 의학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자연 치유력을 존중하는 치료가 좋습니다.감기에 걸리면 저는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고, 잘 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하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독한 감기라 하더라도 하루 만에 이겨내기도 하고, 길어도 며칠을 넘기지 않습니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7일 정도면 낫는 병입니다. 약을 먹으나 자연치유에 의지하거나 치료 기간은 동일하다는 뜻입니다.똑같은 방법을 암을 치료하는 데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속에 암세포가 있더라도 암에 걸리기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 수명 또한 연장된다면 암세포가 몸에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암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잘 달래어 같이 잘 사는 것은 암과 싸워 이겨낼 신통한 방법이 없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잘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치료일 겁니다.공존의 지혜를 익히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겁니다. “왜 암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나요? 전부 없애주세요!” 완전히 없앨 수만 있다면 당연히 완전히 없애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암 치료를 위한 첫 번째 방법도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통해 일차적으로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는 겁니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회복이 빠른 음식을 먹고, 마음을 편안히 먹는 일이 필요합니다.암 치료를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가진 면역력을 극대화해서 암에 잘 견딜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증강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물론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역을 강화해 암에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는 나을 수 있다는 확신, 스트레칭, 체조, 필라테스 같은 운동, 항암력을 높여주는 식품,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약이나 식품, 신앙, 아로마 치료, 웃음 치료, 눈물 치료, 암 가족 치료 등도 치료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이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건 가족 간의 사랑과 회복, 마음의 평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환자들에게 ‘JTP’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JTP란 기쁨(Joy), 감사(Thanks), 기도(Pray)의 영어 첫 글자만 딴 겁니다. 일상생활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면 암으로 인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생명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모든 일상에서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이런 삶의 재발견을 통해 진정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 암에 걸리기 전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심신이 기쁨을 느끼면 세포가 춤을 춥니다. 그러면 면역력이 저절로 높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만 걸려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면역력 관리를 잘했다면 덜 아프게 됩니다.인체가 가진 면역력은 면역증강제로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육체와 영혼의 건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면역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많이 웃고 사랑하셔서 면역력을 한껏 올려보시길 바랍니다.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칼럼이병욱 드림(대암클리닉 원장)2026/03/05 09:00
  • [의학칼럼]반복되는 시야 흐림, 백내장 수술 이후 관리까지 살펴야

    [의학칼럼]반복되는 시야 흐림, 백내장 수술 이후 관리까지 살펴야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시야가 전반적으로 뿌옇고 빛이 번져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수정체 혼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의 시작일 수 있으며,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백내장은 눈 속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탁해지며 빛이 망막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수정체의 혼탁 범위가 작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비감이 떨어지고, 색이 빛바래 보이거나, 야간에 불빛이 퍼져 보이는 변화가 뚜렷해진다. 이러한 단계에서 이른 시기에 백내장 수술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수정체 혼탁이 과도하게 진행되기 전에 수술을 시행하면 과정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초기 수정체의 혼탁이 곧바로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시력 저하 정도와 생활 불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미세 절개와 초음파 수정체 유화술의 발전으로 회복 기간이 단축되는 추세지만, 수술 이후의 관리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인 백내장 수술 후 주의사항에는 정해진 점안약을 사용하는 것, 눈을 비비지 않는 것, 일정 기간 격렬한 운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을 피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한 세안이나 샤워 시 눈에 물이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수술 직후에는 시야가 맑아졌다고 느끼더라도, 염증 반응이나 안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인공수정체에 눈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눈부심이나 이물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된다. 다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시야가 갑자기 흐려질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수술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공수정체를 지지하는 후낭이 혼탁해지는 현상으로, 흔히 후발성 백내장으로 설명된다. 글자가 다시 겹쳐 보이거나 밝은 빛 주변에 번짐이 심해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외래에서 레이저 시술을 통해 혼탁 부위를 열어주는 방식의 야그 레이저 후낭절개술이 시행된다. 시술 이후에도 염증 반응이나 안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백내장은 수술을 통해 혼탁을 제거할 수 있지만, 눈 건강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 차단 안경을 착용하고, 혈당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기본적인 눈 건강 관리법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눈 상태를 보다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시력 저하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보다는, 현재 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백내장은 비교적 치료 방법이 정착된 질환이지만, 수술 시기 판단과 수술 이후 관리 그리고 후낭 혼탁 발생 확인까지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수정체 혼탁의 진행 정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변화가 느껴질 때 즉시 대응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시야의 질이 나빠졌다면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수술 여부뿐 아니라 이후의 관리 계획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백내장은 치료와 관리가 함께 이어질 때 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모든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이 칼럼은 김동주, 김민한, 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동주, 김민한, 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2026/03/04 15:28
  •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자잘한 선택도 있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택도 있다. 대학 진학이라든지 직업과 배우자의 선택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환자들이 선택에 대한 후회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생겨 병원을 찾아오곤 한다. “그 직장을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 괜히 돈을 좀 많이 준다는 말에 혹해가지고 이 모양이 되어버렸어요.”“그 당시에 그 사람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 사업에 투자를 안 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망하진 않았을 텐데요. 이제는 재기하기도 어려운 나이인데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죽고만 싶어요.”   “그 사람과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요. 그 사람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불행 속에서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면담 중 직장에 대한 원망, 경제적인 결정이나 결혼 생활에 대한 후회가 쏟아진다. 죽고 싶다는 말은 아마도 실제로 죽고 싶다는 뜻이라기보다 더는 감당할 힘이 없다는 호소일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물론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 선택에 일정 부분 책임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누구를 탓하는 것은 마음이 너무 아플 때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투사)이기도 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진 상황이 상대의 책임도 크긴 하겠지만 내 책임도 있다. 한번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을 겪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과 정보를 바탕으로 나와 내 주변 환경을 평가해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 매 순간마다 상황이나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선택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판단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도피의 방법으로 선택을 한 환자들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를 곁에서 많이 지켜보았다.   때때로 떠밀리듯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받거나 압력에 못 이겨 선택해 놓고 후회하는 식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압력을 이겨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거절에 대한 불이익은 어떻게 감당하지? 두려운 마음이 든다. 적당히 타협하는 선택이 나를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뒤따른다.선택과 의사결정은 주로 전두엽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상태에서는 뇌의 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감정 처리 영역의 반응성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당장의 불안이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반복된 실패 경험이나 낮아진 자존감, 경제적 압박과 주변의 기대와 같은 여러 요인이 겹치면 선택이 점점 더 왜곡된 방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감정이 가장 격해진 순간에서의 선택은 한 번 더 미루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차분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직이나 이혼처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무쪼록 인생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만약 이미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힘든 고비를 겪고 있다면 감정을 잘 추스르며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 동시에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선택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일이 100% 내 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남의 탓도 아니다. 나 역시 내 선택이 올바른 판단의 결과이길 늘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3/04 07:30
  • [의학칼럼] 각막 보존하는 시력교정 대안, 렌즈삽입술 선택 기준은?

    [의학칼럼] 각막 보존하는 시력교정 대안, 렌즈삽입술 선택 기준은?

    시력교정술의 주요 선택지로 언급되던 라식·라섹·스마일라식 등 레이저 시력교정술의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각막 보존을 우선 가치로 두는 렌즈삽입술(ICL)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각막을 절삭하는 방식과 달리, 특수 렌즈를 홍채 뒤쪽에 위치시키는 접근은 각막 구조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과거에는 레이저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검토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고도근시·고도난시뿐 아니라 각막 조건을 고려해 처음부터 렌즈삽입술을 우선순위에 두고 비교·상담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은 단순히 “각막을 깎지 않는다”는 특징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눈의 전방 깊이, 수정체와의 거리, 각막 내피세포 수, 안압 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렌즈삽입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사전 검사 과정을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닥터아이씨엘안과는 렌즈삽입술을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철저하고 디테일하게 구축했다. 이에 수술 전 단계에서 3차원 기반 안구 측정 장비를 활용해 전방 깊이와 렌즈 삽입 공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수술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표준화했다. 단순 시력 수치뿐 아니라 눈의 구조적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특히 해당 의료진은 국제 학회에서 안내렌즈 관련 교육과 지도를 담당하는 엑스퍼트 인스트럭터(최상위 전문 교육자)로 활동하며, 다년간 축적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 프로토콜을 정립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병증 관리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수술 여부는 개별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이 자주 질문하는 부분 중 하나는 수술 후 느낄 수 있는 이물감이다. 렌즈삽입술 후의 이물감은 대개 회복 초기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렌즈 자체가 눈 표면에 직접 닿아 생기는 감각이라기보다, 수술 후 항생제·소염제 점안과 회복 과정에서 각막·결막 표면이 다소 건조해지거나 예민해지면서 건조감·따가움·뻑뻑함 등이 ‘이물감’으로 인지되기 때문이다. 각막을 절삭하는 라섹과 달리 각막 상피의 재생 과정을 필수로 동반하는 수술은 아니라는 게 차이로 언급되지만, 수술 직후에는 개인차에 따라 염증 반응과 눈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손 위생·점안 관리 등 청결 유지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레이저 교정과의 비교 역시 자주 이뤄진다. 라섹은 각막을 재형성하는 방식으로 시력 개선 효과가 입증되나, 각막 두께가 얇은 경우 적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반면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은 각막을 보존하면서도 고도 근시 교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두 수술은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보다 눈의 구조적 조건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레이저 시력교정술과의 비교에서도 최근에는 렌즈삽입술의 구조적 우위가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라식·라섹 등 레이저 수술은 각막을 깎아 변형시키는 방식이기에 각막이 얇거나 안구건조증이 심한 경우, 혹은 특정 유전자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엄격히 제한된다. 특히 건조한 환경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직업군이라면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제약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가역성’에 있다. 레이저 수술은 한 번 절삭한 각막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방식인 반면,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온전히 보존한다. 만약의 경우 렌즈를 제거하기만 하면 언제든 수술 전 상태로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은, 안전성 측면에서 렌즈삽입술이 우수한 선택지로 평가받는 결정적인 이유다.렌즈삽입술을 고려할 때는 수술 자체보다도, 수술 전 평가와 사후 관리 체계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안내렌즈의 크기 결정, 삽입 위치, 고도근시 관리 등은 장기적인 안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술은 단기간의 시력 개선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눈의 구조적 특성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 택해야 한다. 각막을 보존하는 방식이 필요한지, 레이저 교정이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은 정밀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며,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방법을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이 칼럼은 이동훈 닥터아이씨엘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이동훈 닥터아이씨엘안과 원장2026/03/03 14:35
  • 탈모, ‘장-두피 축’의 문제로 접근해야

    탈모, ‘장-두피 축’의 문제로 접근해야

    탈모를 설명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호르몬’과 ‘유전’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을 공격하고, 정해진 유전적 시나리오에 따라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는 논리는 탈모를 이해하는 가장 견고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을 보면, 이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가득하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형제라도 탈모의 속도가 판이하고, 동일한 약물을 처방해도 누구는 기적적인 회복을, 누구는 거의 무반응을 보인다. 이 부분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탈모는 모낭이라는 개별 조직의 고립된 결함인가, 아니면 모낭이 뿌리내린 환경 전체의 붕괴인가.최근의 연구들은 후자, 즉 환경에 주목한다. 모낭을 식물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의 치료는 식물의 유전자를 개량하거나 성장 촉진제를 주입하는 데만 매몰돼 있었다. 정작 식물이 자라는 ‘토양’의 질은 간과해 온 것이다. 여기서 토양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다. 두피는 매끈한 피부 조직이 아니라 수많은 세균과 곰팡이가 뒤섞여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정원이다. 이들은 피지 분비를 조절하고 외부 유해균의 침입을 막아내며 피부 장벽이라는 방어선을 구축하는 보이지 않는 파수꾼들이다.탈모가 진행 중인 두피를 들여다보면 정교한 정원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 특정 균주가 비정상적으로 득세하거나 전반적인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메마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단순히 탈모에 따라오는 현상이 아니다.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미세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 신호는 모낭의 성장주기를 갉아먹으며 머리카락을 조기 휴지기로 몰아넣는다. 결국, 모낭은 어느 날 갑자기 기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척박하게 오염되면서 서서히 숨이 끊어지는 과정을 겪는 셈이다.흥미로운 사실은 이 변화의 물결이 두피라는 국소적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신 보고들은 탈모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정상군과 확연히 대조된다는 점을 증명해내고 있다. 우리 몸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상주하는 내장 기관은 전신 염증의 관제탑이다. 장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여기서 발생한 염증 신호는 혈류를 타고 온몸을 유랑하다 가장 취약하고 민감한 조직인 모낭을 공격한다. 이른바 ‘장-두피 축(Gut-Scalp Axis)’의 존재는 탈모가 결코 머리끝에서만 일어나는 지엽적인 사건이 아님을 보여준다.이런 통합적 관점은 치료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치료가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성장을 강제로 시키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모낭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두피 염증을 낮추고 장벽을 복구하며 미생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유도하는 과정은 단순한 보조 요법이 아니다. 모낭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조건이다.결국 머리카락은 신체의 안과 밖이 교류하며 빚어낸 생태계의 지표다. 한 가닥 모발의 굵기는 유전자의 명령만큼이나 두피의 청결도와 장내 환경의 안정성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 탈모라는 현상을 모낭 내부의 문제로 가두는 좁은 시야를 거두고,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 잃어버린 모발을 되찾는 진정한 열쇠는 모낭이라는 점(Point)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이루는 균형이라는 면(Plane) 위에 놓여 있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3/02 21:03
  • 봄나물과 한약재, 뭐가 달라?

    봄나물과 한약재, 뭐가 달라?

    아직 바람이 차지만 그래도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밥상이다. 어느새 밥상에는 봄 제철 나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봄을 알리는 여러 가지 맛 좋은 제철 나물은 여럿이지만 그 중 한약재와 착각할 수 있는 것들도 제법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방풍나물이다. 방풍나물은 갯기름나물(식방풍)을 말하는데 봄철 연한 잎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도 좋고, 고기를 싸서 먹거나 겉절이, 장아찌를 해 먹어도 좋다. 그런데 간혹 이 갯기름나물(식방풍)을 두고 한약재인 방풍과 헷갈려 풍을 막아준다고 하며 설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풍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한약재인 방풍은 식방풍과는 다른, 미나리과 방풍속에 속하는 방풍의 뿌리를 말하며 봄철 향기 그윽한 갯기름나물(식방풍)은 아예 다른 종의 식물이다. 한약재 방풍(防風)은 풍(외부의 자극)을 막아준다는 의미인데, 그 이름 그대로 항염증, 면역조절 작용, 항알레르기작용, 항산화, 해열 등의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진통, 항관절염 작용도 뛰어나다. 이러한 방풍의 효능을 가장 잘 살린 처방으로는 옥병풍산이 있다.한의학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잘 나는 자한증(自汗症)을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보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첫 번째 처방이 방풍이 주로 들어간 옥병풍산이다. 옥병풍산은 황기, 백출, 방풍 단 3가지 약재로만 구성된 처방인데 그 효과만큼은 무엇보다도 뛰어나 중국에서는 COPD, 천식, 폐렴 치료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약이며 최근에는 알레르기비염,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 질환에도 이용된다.그럼, 우리가 나물로 먹는 식방풍(갯기름나물)에는 아무런 효능도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식방풍은 한의학에서는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기침, 감기, 두통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갯기름나물이라는 이름답게 coumarins과 에센셜오일이 풍부하며 이를 바탕으로 심폐 보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연구 결과 아세틸콜린 및 히스타민 유도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가 즐겨 먹는 잎 부위에는 항-비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이런 방풍나물(갯기름나물)과 방풍과 같은 헷갈리는 봄철 나물이 또 있다. 바로 두릅나무의 새순인 두릅(참두릅)과 땅두릅의 뿌리인 독활이다. 땅두릅의 새순 역시 식용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두릅과 땅두릅 역시 종이 다르다.우리가 아는 두릅은 두릅나무의 상단 혹은 중간에서 자라는 새순이라면 땅두릅의 새순은 뿌리에서 자라 땅으로 올라오는 새순을 말하는데 이 땅두릅의 뿌리를 독활이라는 한약재가 된다.독활은 거풍, 제습, 활혈, 진통의 효과를 지닌 관절 통증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약재로서 허리 통증이나 하지 통증에 상당히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고 노인들의 허리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의 대표 처방인 독활기생탕의 군약(대표약)으로 쓰인다.반면, 참두릅의 경우에는 별달리 약재로 쓰인 기록은 딱히 없으나 간혹 참두릅과 땅두릅의 정보가 혼용되어 두릅에 대한 설명에 독활의 정보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하지만 비록 방풍나물에 풍을 막아주는 효과가 없고, 참두릅이 독활과 같은 약리적인 효과는 없다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약이 되는 훌륭한 제철 음식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봄철 밥상에서 충분히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6/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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