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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발 이식 하면 ‘탈모약’ 끊어도 될까?

    모발 이식 하면 ‘탈모약’ 끊어도 될까?

    모발 이식을 마친 뒤에도 환자들은 자주 묻는다. “이제 탈모약은 끊어도 되나요?”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오래 고민했고, 비용과 시간을 들였고, 회복 과정도 지나왔으니 이제는 탈모 치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로서는 수술이 하나의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은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모발 이식은 탈모 치료의 끝이라기보다, 탈모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정리하는 치료에 가깝기 때문이다.많은 사람이 모발 이식 후 탈모약을 먹는 이유를 ‘심은 머리가 빠지지 않게 하려고’라고 생각한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후두부에서 옮겨온 모낭은 대체로 남성형 탈모의 영향을 덜 받는다. 실제로 더 중요한 문제는 이식한 머리가 아니라, 그 주변에 원래 남아 있던 머리카락이다. 남성형 탈모는 수술했다고 멈추지 않는다. 앞머리를 심어도 정수리의 탈모는 계속 진행될 수 있고, 헤어라인을 보강해도 중간부 모발은 시간이 지나며 가늘어질 수 있다. 그래서 수술 직후에는 좋아 보였던 결과가 몇 년 뒤에는 다시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일이 생긴다.이때 약물치료의 의미가 생긴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형 탈모에서 오래 사용된 대표적인 약이다. 남성호르몬이 DHT로 바뀌는 과정을 줄여, 유전적으로 민감한 모낭이 점점 가늘어지는 속도를 늦춘다. 모발 이식 후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군에서 비복용군보다 생착률, 모발 밀도, 만족도가 더 좋았다는 연구들도 있다. 한 전향 비교 연구에서는 수술 후 1년간 탈모약을 복용한 군이 비복용군보다 생착률과 모발 밀도 증가에서 우세했다. 그렇다고 모발 이식을 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젊고, 가족력이 강하고, 정수리나 중간부에 아직 남아 있는 모발이 많다면 약물치료의 이득이 크다. 이런 경우 약은 이식모를 위한 치료라기보다 앞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는 기존 모발을 지키기 위한 치료다. 반대로 나이가 비교적 많고, 탈모 진행이 오래 안정되어 있으며, 이식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약 없이 경과를 보는 선택도 가능하다. 또 탈모 없이 단순히 이마가 넓거나 헤어라인 모양을 교정하는 목적의 모발 이식 역시 탈모약 복용은 필요 없다. 같은 모발 이식이라도 환자의 나이, 탈모 속도, 가족력, 남은 모발의 양에 따라 수술 후 관리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약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 탈모약하면 많은 환자가 성기능 부작용을 먼저 떠올린다. 성욕 감소, 발기 기능 변화, 사정량 변화 등이 보고되어 있고, 드물게 기분 변화에 대한 논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서 미루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탈모는 계속 진행된다. 시작 전 상태를 확인하고, 복용 후 변화를 관찰하고, 불편감이 생기면 용량이나 복용 간격, 약제 변경, 중단 여부를 조정하면 된다. 충분히 알고 대처할 수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DHT 억제 효과가 더 강해 진행이 빠른 탈모나 피나스테리드 반응이 부족한 경우 고려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모발의 성장기 유지와 굵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젊은 남성형 탈모 환자 상당수에게 약물치료는 모발 이식 수술 결과를 더 오래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의무처럼 적용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술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탈모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해하는 일이다. 모발 이식은 이미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치료이고, 약물치료는 앞으로 비어갈 부분을 늦추는 치료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수술 후 약을 먹는 일이 덜 억울해진다.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머리카락 몇 가닥이 더 나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고개를 피하지 않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덜 신경 쓰고, 바람이 불어도 머리를 붙잡지 않고, 물이나 땀에 젖어도 괜찮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모발 이식과 약물치료는 결국 그 목적을 위해 함께 쓰이는 도구다. 수술했으니 약이 필요 없다는 말도, 약을 먹지 않으면 수술이 의미 없다는 말도 아니다. 좋은 치료는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지금 남아 있는 모발과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보며,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권하는 것. 모발 이식 후 탈모약에 대한 대답도 결국 거기에서 시작된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6/07/06 21:03
  • ‘러브버그 레시피’ 등장… 식용곤충 시대, 정말 오는 거야?

    ‘러브버그 레시피’ 등장… 식용곤충 시대, 정말 오는 거야?

    러브버그 활동 시기를 맞아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구 트위터)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갑자기 러브버그의 식용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구한 이들이 경험담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정도 가둬 뱃속을 비운 뒤 먹어야 신맛이 덜 난다”, “날로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시지 않더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멸치와 함께 볶고 라임즙으로 맛을 낸 러브버그’의 레시피까지 등장했다. 진화의 관점에서 곤충과 새우는 모두 절지동물에 속해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친척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곤충이 조리 방식에 따라 새우나 갑각류와 비슷한 풍미를 낸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곤충을 먹고 비슷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다양한 곤충을 식재료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역시 누에 번데기를 먹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지금도 통조림 제품을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멕시코에서는 개미알인 에스카몰레(escamole)가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나무 뿌리 주변에서 흙째 캐내어 체로 내리면 반투명한 흰색의, 쌀알 크기의 알을 얻는다. 버터에 볶거나 오믈렛에 넣어 먹는데 코티지치즈와 맛과 질감이 비슷하다. 나비와 나방 235종, 딱정벌레 344종, 개미, 벌, 말벌 313종 등 전 세계적으로 일이천 종의 곤충을 먹는 가운데 놀랍게도 바퀴벌레의 자리마저 있다. 따라서 러브버그를 먹는 것도 아주 낯선 일만은 아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곤충을 일상적인 식재료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현재 육류 생산은 막대한 물과 사료를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많아 환경 부담이 크다. 또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축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위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곤충은 지속 가능한 대안 단백질로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식용곤충 시장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식용 곤충 판매액은 271억원으로, 2020년 240억 3,000만원 대비 12.5%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 10종이 식용으로 등록돼 있다.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사람에게 필요한 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을 적절한 비율로 함유한 완전단백질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메뚜기는 100g당 철분 비율이 8~20mg으로, 철분이 풍부한 쇠고기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전반적으로 식용 곤충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재료이며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 B12, 리보플라민 등의 비타민도 갖췄다. 다만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러브버그 같은 야생 곤충을 먹는 건 아무래도 자제하는 게 좋다. 이처럼 곤충은 두루 유용한 식재료지만 곧 모두가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 보기는 어렵다. 영양과 건강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모든 음식을 그 두 가지 기준으로만 선택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 주춤하고 있지만 이미 대량생산 중인 식물성 대체육이나 개발 중인 배양육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게 언제든, 곤충을 밥상에 올릴 시기가 누구의 예상보다 빠르게 올 것만은 확실하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6/07/06 07:00
  • 불면의 역설… 잠은 왜 애쓸수록 달아날까

    불면의 역설… 잠은 왜 애쓸수록 달아날까

    밤 열두 시가 넘어도 식지 않는 여름밤.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다. ‘지금 잠들면 다섯 시간은 잘 수 있다.’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뜨니 세 시. ‘네 시간….’ 마음이 급해진다. ‘자야 해, 자야 해.’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애를 쓰는 밤일수록, 잠은 오히려 더 멀리 달아난다.잠을 ‘너무 자려고 하는’ 병진료실에서 불면을 호소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침대에 일찍 눕고, 조명을 바꾸고, 좋다는 차를 마시고, 수면 영상을 틀어놓는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괴로워한다.정신의학에는 ‘정신생리성 불면(psychophysiological insomnia)’이라는 진단명이 있다. 오늘도 잠들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 잠들려고 애쓰는 그 긴장 자체가 몸을 깨워버려 불면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름이 붙어 있을 만큼 흔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잠을 ‘못 자는’ 병이라기보다, 잠을 ‘너무 자려고 하는’ 병에 가깝다.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의지가 너무 강해서 생기는 일인 셈이다.잠은 스위치가 아니다왜 이런 역설이 벌어질까. 잠은 마음먹는다고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은 몸과 마음의 긴장이 충분히 가라앉았을 때, 조건이 무르익으면 저절로 찾아오는 상태다.그런데 ‘오늘은 꼭 자야 해’라는 다짐은 뇌에 전혀 다른 신호로 전달된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는 순간, 뇌는 시험 전날처럼 바짝 깨어난다. 의학에서는 이를 ‘과각성(hyperarousal)’이라고 부른다. 잠들려는 노력이, 뇌에는 깨어 있으라는 명령이 되는 것이다. 애쓰면 애쓸수록 잠이 달아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역설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정신과 의사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은 잠을 손 가까이 내려앉은 비둘기에 비유했다. 비둘기는 신경 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곁에 머문다. 그러나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그는 불면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정반대의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잠들려고 애쓰는 대신, 차라리 눈을 뜨고 깨어 있어 보라고. 잡으려는 손을 거두자, 역설적으로 비둘기가 다시 내려앉았다.우리 삶에서 애쓸수록 달아나는 것들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삶에는 애쓸수록 달아나는 것들이 잠 말고도 더 있다.행복이 그렇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자꾸 확인하고 행복해지려 조바심을 낼수록,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사랑이 그렇고, 마음의 평온이 그렇다. ‘편안해져야 해’라고 다그치는 순간 마음은 더 굳어진다.세상의 일에는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애쓸수록 잘되는 일과, 애쓸수록 달아나는 일. 공부와 운동과 일은 대체로 앞의 것이다. 노력한 만큼 쌓이고, 붙잡은 만큼 손에 남는다. 그러나 잠과 행복과 사랑은 뒤의 것이다. 이것들은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졌을 때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에 가깝다.우리가 밤마다, 그리고 삶에서 자주 불행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둘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달아나는 종류의 일에, 붙잡는 방식의 노력을 들이미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더 깊이 빠진다. 살면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었기에, 잠 앞에서도 더 열심히 노력해버리는 것이다.수면을 곁으로 부르기 위해, 내려놓는 연습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작은 연습을 권하고 싶다.먼저, 침대에서 ‘자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이다. 누운 지 20분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버티는 대신 차라리 일어나라. 어두운 거실에서 지루한 책을 뒤적이다가, 졸음이 다시 찾아올 때 침대로 돌아가면 된다. 침대는 잠과 씨름하는 링이 아니라, 잠이 찾아왔을 때 맞이하는 자리여야 한다.둘째, 시계를 침실에서 치우는 것이다. ‘이제 몇 시간 남았다’는 계산이야말로 각성의 가장 좋은 연료다. 셋째,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자야 한다’에서 ‘쉬면 된다’로. 잠이 오지 않아도 어두운 방에 편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 몸은 상당 부분 회복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어주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제야 잠이 슬며시 찾아오곤 한다.결국 잠자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노력을 내려놓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손을 뻗는 대신 손바닥을 펴고 가만히 기다리는 일. 어쩌면 잠은 매일 밤 우리에게 그 연습을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오늘 밤, 당신은 무엇을 붙잡으려 애쓰다 잠들지 못하고 있는지요?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7/03 21:03
  • “읽기 느린 아이, 무조건 연습시키기 전에 확인할 것 있다”

    “읽기 느린 아이, 무조건 연습시키기 전에 확인할 것 있다”

    난독증은 흔히 ‘책을 잘 읽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충분한 교육 환경과 반복 학습에도 불구하고 읽기와 쓰기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면 단순한 학습 부진이 아니라 난독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난독증은 지능이나 교육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언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학습장애다.난독증은 단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져 읽기 속도와 정확성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어휘 습득과 배경지식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난독증이 지적 능력 저하나 시력·청력 이상, 교육 기회의 부족만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약 5% 내외에서 관찰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의 약 7%가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읽기 능력이 낮다고 해서 모두 난독증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읽기 부진은 지적장애나 경계성 지능, 주의력결핍, 언어발달 지연,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난독증은 이러한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특이적 읽기장애’라는 점에서 구별된다.난독증 아동은 읽기를 회피하거나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또래보다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경우가 많다. 글을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이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맞춤법 오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언어 발달이 늦거나 음운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끝말잇기와 같은 언어 놀이를 어려워하는 모습이 함께 관찰될 수 있다.난독증은 뇌의 언어 처리 네트워크와 관련된 기능적 차이로 설명된다. 특히 좌측 대뇌반구의 언어 처리 영역에서 음운 처리와 글자-소리 연결, 읽기 자동화 과정의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따라서 난독증은 학습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기반을 가진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난독증 진단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구조화된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낱말 읽기와 무의미 단어 읽기, 문장 및 문단 읽기 이해 능력을 평가하며, 특히 무의미 단어 읽기 검사는 암기한 단어가 아닌 실제 해독 능력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음절과 음소를 구분하는 능력, 음운 기억, 소리를 조작하는 능력 등 음운 처리 능력을 함께 평가해 읽기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난독증은 언어 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난독증 아동의 약 절반은 발달성 언어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는 언어 발달 지연을 함께 경험한다. 쓰기 어려움도 흔하게 나타나지만, 이는 읽기 문제에서 비롯된 이차적인 결과인 경우가 많다.치료는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훈련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읽기 훈련과 음운 인식 훈련, 언어치료가 기본이 되며,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보조기술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 시간 연장이나 구술평가 등 학습 지원을 병행하면 아이의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다.가정에서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소리 내어 함께 책을 읽고, 오디오북이나 자막을 활용하며, 리듬과 운율을 이용한 언어 놀이를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이의 어려움을 ‘노력 부족’으로 여기기보다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난독증은 아이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다. 적절한 평가와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는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읽기의 어려움은 출발선이 다를 뿐이며,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장2026/06/29 17:20
  • [의학칼럼] 갑자기 심해진 비문증, 망막박리 초기 신호일 수도

    [의학칼럼] 갑자기 심해진 비문증, 망막박리 초기 신호일 수도

    눈 앞에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갑자기 많이 보이거나, 번개가 번쩍이는 것처럼 빛이 보인다면 단순 피로나 노화로 인한 증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특히 시야 한쪽이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가려지거나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망막박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망막박리는 치료 시기에 따라 시력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지는 질환망막은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으로, 카메라의 필름처럼 빛을 받아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망막이 여러 원인으로 원래 위치에서 떨어지는 상태를 망막박리라고 한다. 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시세포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박리 범위와 진행 정도에 따라 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될 때는 가능한 한 빠르게 안과 진료를 받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비문증과 광시증, 놓치기 쉬운 초기 신호망막박리는 갑자기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이 비문증과 광시증이다. 비문증은 날파리나 실, 검은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며, 광시증은 실제 빛이 없는데도 번개가 번쩍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이 모두 망막박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광시증이 반복된다면 망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시야 가장자리부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커튼이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생긴다면 망막박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진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도근시와 외상, 주요 위험 요인망막박리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 중 하나는 고도근시다. 안구가 길어질수록 망막이 얇아지고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노화에 따른 유리체 변화, 눈 외상, 과거 안과 수술, 가족력 등이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망막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진단과 치료, 상태에 따라 달라져망막박리는 산동 안저검사를 통해 망막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망막 단층촬영이나 안구초음파 등을 시행해 박리 범위와 황반 침범 여부를 평가한다. 검사 과정에서는 망막에 찢어진 부위가 있는지, 박리가 어느 범위까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망막열공만 발생한 단계라면 레이저 치료가 고려될 수 있으며, 이미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위와 원인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유리체절제술, 공막돌륭술, 가스 주입술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치료 방법은 환자의 눈 상태와 병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까지 박리가 진행된 경우에는 치료 후 시력 회복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망막박리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기 쉽지만, 평소와 다른 시야 변화가 느껴진다면 반드시 안과 검진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허장원 더원서울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허장원 더원서울안과 원장2026/06/26 11:04
  • 생양배추 다이어트, 갑상선 망가뜨릴 수 있다

    생양배추 다이어트, 갑상선 망가뜨릴 수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의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양배추입니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높아 샐러드나 즙 형태로 매일 챙겨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생양배추를 매일 먹으면 갑상선이 망가진다’, ‘갑상선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실제로 양배추를 비롯한 십자화과 채소에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 과정에 영향을 주는 ‘고이트로겐’이라는 성분이 함유 돼 있습니다. 1928년 진행된 동물 실험에서는 토끼에게 양배추를 주식으로 주었더니 갑상선종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88세 여성이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과인 생청경채를 매일 1~1.5kg씩 수개월간 먹은 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점액수종 혼수상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례가 의학 저널에 보고되기도 했습니다.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먹는 생양배추도 갑상선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음식일까요? 오늘은 양배추 생식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근거로 파헤쳐 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생양배추 다이어트는 갑상선에 나쁘다?정답은 △ 입니다.핵심 근거1. 과거 양배추가 갑상선 비대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계기는 1928년의 토끼 실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료의 대부분을 양배추로만 채운 극단적인 조건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88세 중국 여성의 사례 역시, 혈당 조절을 위해 매일 1~1.5kg의 생청경채를 수개월간 먹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인간의 일반적인 식단 체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2016년에 발표된 연구(Felker, 2016)는 이를 수치로 정리해줍니다. 이 연구가 검토한 과거 인체 실험에서, 갑상선의 방사성 요오드 흡수는 고이트린 194μmol을 섭취했을 때 억제되었지만, 77μmol 수준에서는 전혀 억제되지 않았습니다. 즉, 갑상선의 요오드 흡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데에만도 최소 194μmol의 고이트린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먹는 채소들에는 고이트린을 유발하는 전구물질(프로고이트린)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해당 연구의 채소별 함량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100g 섭취만으로 위험 역치에 근접하거나 넘을 수 있는(100μmol 초과) 채소는 러시아 및 시베리아 케일, 일부 방울양배추, 일부 콜라드 등 극소수 품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하는 상업용 브로콜리, 브로콜리 라브, 무청, 일반 케일 등 대다수의 십자화과 채소들은 100g당 프로고이트린 함량이 10μmol 미만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프로고이트린 1 μmol은 이론적으로 고이트린 최대 1 μmol로 전환되며, 실제 인체에서는 전환이 100%에 못 미쳐 그보다 적게 작용합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 2026/06/26 09:15
  • 의료기술 혁신,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말할 때

    의료기술은 더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를 위해 발전해 왔다. 새로운 의료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우리의 평가는 분명했다. 환자에게 더 정확한 진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이 더해지고 있다. 바로 "이 기술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의료는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이지만, 동시에 상당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영상의학과에서 사용하는 MRI와 CT 같은 첨단 영상진단 장비는 뛰어난 성능만큼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MRI는 초전도 자석을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액체 헬륨을 사용한다. 헬륨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희소 자원으로 의료뿐 아니라 반도체,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최근에는 공급 안정성과 자원 효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 현장에서도 헬륨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또한 MRI는 퀜칭(Quench, 액체 헬륨이 기화해 유출되는 현상)에 대비해 헬륨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퀜치 파이프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장비 설치와 운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MRI는 높은 진단 성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원 관리와 시설 운영 측면에서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장비인 셈이다.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MRI 기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 도입된 헬륨 프리 MRI는 완전 밀폐형 마그넷 구조를 적용해 기존 MRI보다 훨씬 적은 양의 헬륨만으로 초전도 자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퀜치 파이프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장비 설치 과정의 제약을 일부 줄일 수 있게 됐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진단 성능을 희생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정확한 진단과 환자 안전이다.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자원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이제 의료기술의 혁신은 단순히 더 높은 성능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정확한 진단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진단의 정확성, 검사의 안전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기술이 자원과 에너지를 얼마나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의료기술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이 칼럼은 김지혜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지혜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2026/06/25 07:30
  •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시야 선명도·연속성 높이려면?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시야 선명도·연속성 높이려면?

    나이가 들면서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백내장’은 중장년층에게 가장 흔하게 찾아오는 퇴행성 안질환 중 하나다. 초기에는 단순한 노안으로 오인해 방치하기 쉽지만, 수정체 혼탁이 진행될수록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해도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가독성이 떨어져 일상생활 전반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과거의 백내장 수술이 단순히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원거리나 근거리 중 하나의 초점만 맞추는 단초점 방식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의학 기술은 노안과 근시, 난시까지 동시에 교정하여 수술 후 안경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프리미엄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진화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안과 업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차세대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렌즈가 바로 알콘(Alcon) 사의 ‘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Clareon PanOptix Pro)’다.◇높은 빛 효율, 야간 빛 번짐과 흐림 현상 최소화기존의 다초점 렌즈는 구조적 특성상 야간 운전 시 빛 번짐(Halo)이나 눈부심(Glare), 혹은 어두운 곳에서 시야가 다소 흐려지는 대비감도 저하 현상이 한계로 지적되곤 했다. 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는 이러한 기존 다초점 렌즈의 취약점을 광학 기술(ENLIGHTEN NXT)을 통해 정교하게 보완한 것이 핵심이다.새로운 광학 설계를 통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 에너지의 활용 효율을 기존 대비 약 94%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반대로 시야를 방해하는 빛 산란은 약 50% 줄였다. 빛 손실이 줄어들고 효율이 높아진 만큼, 환자들은 저조도 환경이나 야간에도 한층 더 밝고 또렷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빛 번짐이나 눈부심으로 인해 일상에 큰 불편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1.6%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시각적 안정성이 입증됐다.◇연속적인 시야 확보,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중간거리 시력 강화클라레온 팬옵틱스 프로의 또 다른 강점은 ‘연속적인 시야의 자연스러움’에 있다. 에너지 브릿지(Energy Bridge) 기술이 반영되어 원거리부터 중간거리, 근거리까지 시선이 이동할 때 끊김 없이 부드러운 시야 전환을 제공한다.특히 컴퓨터 모니터 작업, 자동차 계기판 및 내비게이션 확인, 요리 등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중간거리(60cm~1.5m)’ 영역의 선명도를 향상시켰다. 이로 인해 수술 후 스마트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운전을 하거나 모니터를 바라볼 때 초점이 자연스럽게 맞춰져,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시야의 질과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성공적인 시력 교정의 핵심, ‘퍼스널 인공수정체’ 접근법아무리 우수한 성능을 가진 프리미엄 인공수정체라 할지라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백내장 수술은 평생 단 한 번 진행하는 수술이며, 한 번 삽입한 인공수정체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한 반영구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신 렌즈의 이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안구 구조, 난시 여부, 망막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검안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직업, 야간 운전 빈도, 취미 생활(골프, 독서, 스마트폰 사용량 등) 등 라이프스타일을 완벽히 고려한 ‘퍼스널 인공수정체’ 매칭이 이루어져야만 수술 후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만약 최근 들어 시야가 부쩍 흐려지거나 복시 현상, 빛 번짐 등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고, 본인의 눈과 삶에 가장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우기를 권장한다.(*이 칼럼은 성열석 알파서울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성열석 알파서울안과 대표원장2026/06/24 17:37
  • [의학칼럼]여름이라 찜찜한데, 녹내장 수술 미루면 안 될까?

    [의학칼럼]여름이라 찜찜한데, 녹내장 수술 미루면 안 될까?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기도 한다. 눈이 침침하거나 피로하다고 느껴도 노화로 넘기기 쉬운데,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많은 환자가 녹내장을 안압이 높은 질환으로만 알고 있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여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당뇨, 고혈압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시신경과 시야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력검사에서 글자가 잘 보인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어렵다.녹내장 진료를 받으려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수술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녹내장 치료는 보통 안약 치료에서 시작하며, 상태에 따라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안약이나 레이저 치료만으로 안압 조절이 충분히 안 되거나 시야 손상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여름철에는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커지는 환자도 많다. 더운 날씨와 땀, 강한 자외선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늦어지거나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내장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계절이 아니라 안압 상태, 시신경 손상 정도, 시야 변화,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다.녹내장 수술은 눈 속의 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만들어 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섬유주절제술이나 녹내장 배출장치 삽입술 등이 있으며, 환자의 눈 상태와 진행 정도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수술은 시력을 좋아지게 하는 목적보다는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다만 여름철 녹내장 수술 후에는 생활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처방받은 안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사용하고, 눈을 비비거나 누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수영장, 사우나, 찜질방처럼 물과 열, 습기가 많은 환경은 일정 기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에는 강한 햇빛과 먼지 자극을 줄이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휴가나 장거리 이동 계획이 있다면 수술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녹내장 수술 후에는 초기 안압 변화와 회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원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 직후 병원 방문이 어렵거나 물놀이 일정이 잡혀 있다면 회복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녹내장 수술은 계절보다 환자의 안압 조절 상태와 시신경 손상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수술 자체보다 회복기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녹내장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안약, 레이저, 수술 중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안압과 시야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위험 요인이 있거나 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들었다면 꾸준히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형주 강남도쿄안과 원장2026/06/24 14:20
  • [의학칼럼] 시력교정 고민? '스마트노바라식' 전 확인할 점

    [의학칼럼] 시력교정 고민? '스마트노바라식' 전 확인할 점

    여름을 앞두고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사용의 불편함 때문에 시력교정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땀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안경이 흘러내리거나, 물놀이와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렌즈 착용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시력교정술은 계절보다 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패턴, 회복 관리 가능성을 먼저 살펴 결정해야 한다.스마트노바라식은 각막에 큰 절편을 만들지 않고, 2mm작은 절개창을 통해 시력교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막 두께, 근시와 난시 정도, 눈물막 상태 등을 확인한 뒤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같은 시력이라도 각막 모양이나 안구건조 정도가 다르면 적합한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정밀 검사가 중요하다.◇여름철 시력교정, 회복 관리까지 고려해야여름에는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생활 관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놀이, 장거리 여행, 야외 운동 일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술 후에는 의료진이 안내한 기간 동안 눈을 비비거나 강한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하며, 수영장이나 바닷물처럼 눈에 오염 자극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은 일정 기간 주의가 필요하다.또한 자외선이 강한 계절에는 외출 시 선글라스나 모자를 활용해 눈 자극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휴가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수술 전 상담에서 회복 기간과 내원 일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복기 주의사항을 지킬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작은 절개 방식과 안구 움직임 보정스마트노바라식에서 주목되는 요소 중 하나는 작은 절개 방식과 눈의 움직임을 고려한 보정 기능이다. 사람의 눈은 수술대에 누우면 미세하게 회전하거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난시 교정 축이나 레이저 조사 위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계획과 실제 수술 과정의 차이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스마트노바라식에 적용되는 보정 기능은 수술 중 눈의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하고 레이저 조사 위치를 맞추는 데 활용된다. 다만 이러한 기능이 모든 결과를 동일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시력 안정 과정은 각막 상태, 난시 정도, 눈물막 상태, 생활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안구건조와 빛 번짐, 수술 전 확인 필요시력교정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안구건조와 야간 빛 번짐이다. 스마트노바라식은 각막 표면에 큰 절편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되지만, 수술 후 일시적인 건조감이나 이물감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평소 렌즈 착용 시간이 길거나 냉방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에는 수술 전 눈물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야간 빛 번짐 역시 수술 방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공 크기, 난시 정도, 각막 형태, 눈물막 안정성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전 검사에서 눈의 구조와 시기능을 충분히 평가하고, 예상 가능한 불편감과 회복 과정을 미리 설명 받는 것이 필요하다.여름철에는 시력교정술 문의가 늘지만, 중요한 것은 계절이 아니라 본인의 눈 상태와 회복 관리 가능성이다. 스마트노바라식 역시 정밀 검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장점과 한계, 주의사항을 함께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 여름철 시력교정을 고려하고 있다면 단순히 빠른 회복만 기대하기보다 수술 전 검사와 수술 후 관리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김상명 하늘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상명 하늘안과 원장2026/06/24 14:18
  • [의학칼럼] ICL 렌즈삽입술, 수술 전 정밀검사가 중요한 이유

    [의학칼럼] ICL 렌즈삽입술, 수술 전 정밀검사가 중요한 이유

    시력교정술이라고 하면 스마일라식, 라섹과 같은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막 상태나 근시·난시 정도, 생활 패턴 등에 따라 안내렌즈삽입술(렌즈삽입술)을 고려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깎지 않고 눈 안에 특수 렌즈를 삽입해 근시와 난시를 교정하는 방법이다. 각막을 보존할 수 있어 각막이 얇거나 초고도근시로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어려운 경우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눈 상태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기존 시력교정술 후 재교정이 필요한 경우, 노안교정에서도 적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렌즈삽입술은 단순히 눈 안에 렌즈를 넣는 수술이 아니다. 주로 사용되는 후방렌즈형 ICL은 환자의 눈 구조에 맞는 렌즈 크기와 도수를 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근시 도수라 하더라도 전방 깊이, 수정체 위치, 안구 길이, 각막 크기, 동공 크기 등에 따라 적합한 렌즈 크기와 수술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특히 ICL 렌즈삽입술에서는 수술 후 렌즈와 수정체 사이의 간격인 볼팅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팅이 너무 낮으면 렌즈가 수정체와 가까워질 수 있고, 너무 높으면 전방각이나 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술 후 렌즈가 눈 안에서 어떤 위치를 유지할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수술 전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ICL 렌즈삽입술 전에는 전방 깊이, 안축장, 각막 크기, 수정체 상태, 각막내피세포, 전방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전안부 OCT 장비를 이용해 렌즈가 위치하게 될 눈 안 공간과 수정체의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고 수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장비의 보유 여부만큼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실제 수술 계획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ICL 렌즈삽입술에서는 빛 조건에 따른 ICL 렌즈의 생체 내 움직임을 미리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이나믹 볼팅(Dynamic vaulting)’ 현상은 빛의 양에 따라 동공 크기가 변화하면 렌즈와 수정체 사이의 거리인 볼팅도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어둡고 밝은 환경에서 사전 검사를 진행해 수술 후 렌즈의 위치를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렌즈 크기와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필자와 본원이 10여 년 전 안과 분야 국제 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AJO)’에 발표한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ICL 수술의 결과는 수술실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환자마다 다른 눈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렌즈를 선택하며, 수술 후 렌즈의 위치, 안압, 각막내피세포 상태 등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렌즈삽입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수술 전 정밀검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렌즈 크기와 수술 계획을 개별적으로 수립하는지, 수술 후 장기적인 경과 관찰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ICL은 개인의 눈 구조에 맞는 정확한 검사와 판단이 선행될 때 보다 안정적인 시력교정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술이다.   (*이 칼럼은 최진영 아이리움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최진영 아이리움안과 대표원장2026/06/24 11:27
  • ‘잠시 쉬려고 들어간 곳인데’… 당신을 가두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잠시 쉬려고 들어간 곳인데’… 당신을 가두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처음에는 내가 선택했지만, 나중에는 그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알코올 중독자의 고백이다. 하루를 마치고 스트레스도 풀 겸 술 한 잔 마시는 일은 흔하다. 술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줄여주며 잠시나마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술이 선택이 아니라 ‘필요’처럼 느껴질 때 시작된다.외래에서 만나는 다른 환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든 날에만 술을 마셨습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집에 돌아와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 술을 마시면 잠시 견딜 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특별히 힘든 일이 없어도 퇴근길만 되면 술 생각이 났습니다. 마시고 나면 후회하고 내일은 안 마셔야지 다짐해도 며칠 지나면 또 반복됐습니다. 나중에는 ‘나는 어차피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까지 들고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습니다.”게임 중독도 다르지 않다. “게임을 켤 때는 잠깐만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판이 두 판이 되고 결국엔 새벽이 되어서야 컴퓨터를 끄게 됩니다. 화면이 꺼진 뒤에는 재미보다 공허함이 더 크게 남습니다.“중독은 단순히 즐거움을 찾는 행동만은 아니다. 물론 즐거움도 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즐거움 이상의 기능, 우울, 분노, 허무감 같은 감정을 잠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독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지금의 스트레스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술은 오랜 인류 역사에서 인간의 삶에 존재했다. 잠시나마 정서적 고통을 잊게 해주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때로는 의례와 축제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술이 조절되지 않을 때이다. 술로 인해 감정 표현이 과해지고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게임, 쇼핑, 도박, 성적 행동, 스마트폰 사용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중독 양상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주고 불편한 감정을 잠시 끊어주며 문제 행동을 반복시켜 결국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정신역동적으로 보면, 중독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잠시 피하려는 방식일 때가 많다. 외로움, 불안, 수치심 같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조절하기보다 술이나 게임을 통해 즉시 다른 상태로 이동하려 한다. 이런 회피가 반복되면 감정을 견디고 표현하는 능력은 약해지고 결국 더 큰 공허와 불안이 남는다. 뇌도 차츰 고통을 빠르게 피하는 길에 익숙해진다. 술, 게임, 도박 같은 행동은 도파민을 통해 뇌의 보상체계를 자극해 즉각적인 쾌감이나 해소감을 준다. 뇌는 이 빠른 보상을 기억하고 스트레스나 불편한 감정이 생길 때마다 같은 행동을 다시 찾게 된다. 반복될수록 갈망은 강해지고 스스로 조절하는 힘은 약해진다.중독 피해는 개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알코올 문제는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반복되는 약속과 실망, 폭언과 갈등, 경제적 문제, 건강 악화가 함께 따라온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도와주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노와 좌절, 그리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중독은 한 사람의 병이지만 그 고통은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흔들어 놓는다.중독 치료는 단순히 참는 훈련이 아니다. 의지만으로 시작한 변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반대로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치료도 지속되기 어렵다. 중독 치료는 반복이 시작되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유혹이 쉬운 환경을 줄이며 술이나 게임이 대신하던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집에 술을 두지 않기, 술자리 피하기, 앱과 결제 수단 차단하기, 충동이 올라올 때 10분만 다른 행동 해보기 같은 작은 전략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치료자, 가족, 자조모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실패로만 여기지 말고 반복이 시작된 지점을 찾아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회복의 일부다. 가족 역시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힘들 때는 함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독은 나약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탈출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문이 닫혀버릴 수 있다. 중독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지만 반복의 구조를 이해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바뀔 수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6/06/24 08:00
  • [의학칼럼] 회복은 무릎에서 시작하고 삶에서 완성된다

    [의학칼럼] 회복은 무릎에서 시작하고 삶에서 완성된다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무릎을 만났다. 관절염으로 닳아버린 무릎, 스포츠 손상으로 파열된 인대, 넘어지면서 부러진 고관절, 그리고 수술 후 재활의 과정을 견뎌내는 환자들까지. 의사인 나는 늘 환자의 몸을 진찰하고, 검사 결과를 분석하며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고민해 왔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단지 무릎이 아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몇 해 전 한 환자분이 수술을 앞두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원장님, 사실 무릎이 아픈 것보다 손주랑 공원에 못 가는 게 더 힘들어요.”또 다른 환자분은 등산을 포기한 뒤 우울감이 찾아왔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점점 집에만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 듣는 이런 이야기 들은 통증의 원인이나 수술 방법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무릎은 단순한 관절이 아니다. 우리는 무릎으로 걷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시장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한다. 무릎이 아프다는 것은 단순히 관절 하나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경험일 수 있다.그래서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통증의 감소만이 아니다. 그들은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고, 친구를 만나고 싶으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결국 환자들이 되찾고 싶은 것은 건강한 관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다운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복은 단순히 상처가 아물거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종종 수술의 성공 여부를 영상검사나 수치로 평가한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성공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계단을 혼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주와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회복의 증거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질병 중심 의료’에서 ‘삶 중심 의료’로의 전환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환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치료 이후 어떤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오래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나는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결국 의료가 지향해야 할 곳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의 역할은 단지 병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다시 자신의 역할과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환자들에게 묻는다.“무엇이 가장 하고 싶으십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 속에 치료의 방향이 있고, 회복의 목표가 있으며,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회복은 무릎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은 삶에서 완성된다.(*이 칼럼은 김태균 티케이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태균 티케이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2026/06/23 15:20
  • [의학칼럼]장마 때 심해지는 요통과 하지 방사통… ‘신경 압박’ 확인을

    [의학칼럼]장마 때 심해지는 요통과 하지 방사통… ‘신경 압박’ 확인을

    매년 장마철이 다가오면 “비가 오려니 허리가 쑤신다”며 평소보다 심해진 척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은 궂은 날씨 때문이라 여기고 파스나 소염진통제로 버티곤 한다. 하지만 허리 통증을 넘어 엉덩이와 다리까지 저리거나 찌르는 듯한 ‘하지 방사통’이 반복된다면, 이를 날씨 탓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척추관협착증이나 추간판탈출증으로 신경이 압박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흐린 날 심해지는 통증, 정말 날씨 탓일까?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릴 때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진다고 느끼는 환자는 실제로 많다. 다만 날씨가 통증을 악화시키는 기전은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현재로서는 기압과 기온, 습도의 변화가 이미 예민해진 관절과 신경의 통증 민감도에 영향을 주고, 궂은 날씨로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지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변화도, 척추관협착증이나 추간판탈출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평소 잠잠하던 통증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따라서 흐린 날마다 통증이 반복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날씨 자체가 아니라 증상의 양상이다. 가벼운 허리 통증이 일시적으로 심해지는 정도인지, 아니면 다리 저림과 방사통, 보행 장애 같은 신경 압박 증상이 지속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보존적 치료의 한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척추 질환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다. 실제로 많은 초기 환자는 이러한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디스크가 심하게 파열돼 신경을 압박하거나, 퇴행성 변화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관절이 척추관을 좁히고 있는 중증 환자에게는 보존적 치료만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소염진통제나 주사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좁아진 척추관이나 돌출된 디스크와 같은 구조적인 원인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도 통증이 호전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거나, 6주 이상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는데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수술을 포함한 보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수술적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때많은 환자가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다 증상을 악화시킨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척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심한 신경 압박이 장기간 지속되면 수술로 압박을 제거하더라도 근력 저하나 감각 이상, 통증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① 심한 간헐적 파행: 짧은 거리를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 아프거나 저려서 멈춰야 하고,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 앉아 쉬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가라앉는 경우② 운동 마비: 발가락이나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걸을 때 발끝이 끌리는 족하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③ 진행하는 감각 저하: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또는 발의 감각이 점점 둔해지거나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경우④ 대소변 기능 이상: 소변이나 대변을 보기 어렵거나 조절되지 않고, 회음부 감각까지 둔해지는 경우에는 마미증후군의 가능성이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최소침습 수술로 원인만 확실하게 제거척추 수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큰 절개와 광범위한 조직 손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척추 수술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최소침습적 치료를 지향한다. 대표적인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수 밀리미터(mm) 크기의 작은 절개 두 곳을 통해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삽입해 진행한다.고화질 내시경으로 신경과 주변 구조물을 확대해 확인하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뼈와 근육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신경을 압박하는 파열된 디스크나 비후된 인대 등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과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길 수 있으며, 전신 상태를 충분히 평가한다면 고령자나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장마철에 유독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 증상을 무조건 날씨 탓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방사통과 보행 장애, 근력 저하가 반복되거나 점차 심해진다면 척추 신경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통증을 무작정 참으며 치료시기를 놓치기보다는 척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자신의 신경 압박 정도와 증상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김동욱 신세계서울병원 척추센터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동욱 신세계서울병원 척추센터 원장2026/06/23 14:23
  • [의학칼럼] 라식·라섹 망설여질 때… ‘스마일프로’ 고려를

    [의학칼럼] 라식·라섹 망설여질 때… ‘스마일프로’ 고려를

    여름휴가와 방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시력교정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안과를 찾는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라식, 라섹, 스마일라식, 스마일프로 등 다양한 수술 중 “나에게 맞는 수술법이 무엇인가”이다. 성공적인 시력교정을 위해서는 각 수술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고, 의료기관의 장비와 인프라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가장 먼저 비교해야 할 부분은 라식, 라섹의 차이점이다. 대표적인 시력교정술인 라식은 각막에 두꺼운 절편(뚜껑)을 만든 후 레이저로 시력을 교정하고 다시 덮는 방식이다. 통증이 적고 다음 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빨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라섹은 각막의 가장 바깥층인 상피 세포를 얇게 벗겨낸 뒤 레이저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각막 절편을 만들지 않아 외부 충격에 강하고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 군인이나 소방관 등 활동적인 직업군에 유리하다. 다만 상피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시력 회복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두 수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결합한 것이 바로 스마일라식이다. 스마일라식은 펨토초 레이저를 사용해 각막 내부에 교정량만큼의 실질(렌티큘)을 만든 뒤, 약 1~2mm의 미세한 절개창을 통해 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막 절편을 만들지 않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각막 구조 보존에 유리하며, 수술 후 통증과 안구건조증이나 빛 번짐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술 다음 날부터 세안, 샤워, 가벼운 운동 등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가 가능해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스마일프로가 등장하며 시력교정술의 정밀성과 효율성이 더욱 향상됐다. 스마일프로는 독일 자이스(ZEISS)사의 최첨단 펨토초 레이저 장비인 비쥬맥스800(VISUMAX 800)을 사용해 시행된다. 기존 스마일라식이 레이저 조사에 약 24초가 소요됐다면, 비쥬맥스800을 활용한 스마일프로는 레이저 조사 시간을 약 10초 이내로 대폭 단축시켰다. 수술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면서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낮춘 것은 물론, 수술 중 안구가 고정 장치에서 풀리는 ‘석션 로스(Suction Loss)’의 위험성까지 원천적으로 줄였다.또한, 환자의 시축과 동공 중심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정확한 위치 보정을 돕는 ‘센트럴라인(CentraLign)’ 기능과 난시 축의 회전을 정밀하게 보정하는 ‘오큘라인(OcuLign)’ 시스템이 탑재돼, 고도근시나 까다로운 난시를 가진 환자들에게도 더욱 정교하고 질 높은 시력교정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다만, 아무리 정교하고 고도화된 최첨단 수술이라 할지라도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개인의 각막 두께와 형태, 근시·난시 정도, 안구건조증 유무, 직업 및 생활환경 등에 따라 적합한 수술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전 정밀검사를 통해 개인별 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스마일 수술은 의료진이 미세한 절개창을 통해 각막 실질을 직접 정밀하게 꺼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따라서 해당 병원이 자이스사로부터 지정된 ‘공식 인증 병원’인지, 집도의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인증 닥터’인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시력교정술은 단순히 안경을 벗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단순히 주변의 후기나 저렴한 비용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숙련된 안과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 및 철저한 사전 정밀 검사를 선행해야 한다. 나아가 풍부한 임상 경험과 세계적 기준의 첨단 장비를 체계적으로 완비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평생 밝고 깨끗한 시야를 안전하게 지키는 지름길이다.(*이 칼럼은 김재봉 광주신세계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재봉 광주신세계안과 대표원장2026/06/23 14:01
  • “바르는 호르몬 차단제” 여드름 넘어 탈모 치료 돌파구 될까

    “바르는 호르몬 차단제” 여드름 넘어 탈모 치료 돌파구 될까

    피부와 두피는 호르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드름과 탈모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분자생물학적으로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두 증상 모두 안드로겐 수용체라는 동일한 안테나를 통해 남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학계는 이 남성호르몬의 과도한 신호를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전신의 호르몬 균형이 안 맞게 되면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거나, 이미 발생한 염증을 사후에 수습하는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최근 국내에 출시된 클라스코테론 성분의 바르는 여드름 치료제는 이러한 치료의 접근을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 제제는 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경로 자체를 억제하거나 이미 생긴 염증을 뒤늦게 회복시키는 대신 안드로겐 수용체 자체를 선점해서 호르몬이 수용체에 붙어서 작용할 기회를 뺏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남성호르몬이 세포 안에서 작동하려면 수용체라는 자물쇠에 결합해야 하는데, 클라스코테론이 이 자물쇠에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진짜 호르몬이 결합할 공간을 원천적으로 막아서는 원리다. 전신의 호르몬 체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표적 부위의 남성호르몬 활성만 선택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접근법으로 보인다.실제 임상 데이터를 살펴보면, 52주간 진행된 장기 임상 시험에서 환자들의 피지 분비량은 베이스라인 대비 47% 감소했으며, 12주 시점에서는 염증성 여드름이 46% 줄어드는 등 호전 반응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약물이 가진 안정적인 누적 효과다. 바르는 레티노이드 계열의 약물이 강한 효과가 있는 대신 극심한 건조증과 자극을 일으켜 중도 포기를 부를 수 있는 것과 달리, 클라스코테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효 성분이 서서히 축적되며 부드럽고 완만하게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 피부 장벽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습력을 일부 개선했다는 결과는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반응이어서 피부 건조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겠다. 좀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새로운 호르몬 차단제의 기전은 여드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탈모로 향했다.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것은 탈모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르는 호르몬 차단제는 먹는 탈모 약의 전신 부작용 우려를 비껴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막 출시된 1% 크림 제형을 두피에 무작정 바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탈모 임상에서 의미 있는 모발 증가를 확인한 유효 농도는 1%가 아닌 5% 수준이며, 얼굴용으로 개발된 크림 특유의 유분은 머리카락을 뭉치게 할 뿐 아니라 정작 약물이 도달해야 할 두피 기저층으로의 흡수를 방해한다. 두피에 빠르게 스며들도록 설계된 액상 형태의 5% 전용 치료제가 임상을 거쳐 정식으로 출시될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과학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다.2027년에 3상에 들어간다면 실제 탈모용으로 출시는 아직 수년은 더 걸릴 것인데, 탈모인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 있다. 단독 치료로는 아직 못 미덥지만, 기존 치료의 효과를 좀 더 배가시키는 용도로서의 사용은 한번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먹는 여드름 약이나 탈모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 부작용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표적 부위의 방어력을 한층 높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한 약 하나로 몸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거친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는 몸의 균형을 신경 쓰면서 약효도 기대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신약들은 단순히 질환을 고치는 수단의 추가를 넘어, 일상의 편안함을 지키며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6/06/22 21:33
  • 우울증에서 사라진 설렘과 기쁨을 회복하려면

    우울증에서 사라진 설렘과 기쁨을 회복하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런 감정도 안 느껴져요.”우울증을 앓고 있는 중년 여성 환자가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는 느낌이 없고, 좋아하던 노래를 들어도 멀리서 소음이 들리는 것 같고, 가족과 함께 있어도 혼자 유리벽 안에 갇힌 것 같다고 했다. 그녀의 말투는 단조로웠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슬프다기보다 텅 빈 사람처럼 보였다.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무쾌감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무쾌감증은 단순히 귀찮거나 의욕이 떨어진 상태가 아니다. 기쁨, 흥미, 감동을 느끼는 능력 자체가 약해진 상태다. 우울증을 슬픔의 병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많은 환자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슬픔보다 기쁨의 상실이다. 울고 싶을 만큼 슬픈 것도 힘겹지만, 즐거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더 큰 고통이다. 우울증이 완치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도 바로 이 무쾌감증 때문이다.무쾌감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게을러진 것도 아니다. 기쁨을 느끼고 기대하는 뇌의 보상회로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보상회로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걸 하면 즐거울 것 같다, 만족할 것이다”라고 기대하게 하고, 실제로 그 경험을 했을 때 “다시 해보고 싶다”는 신호를 만들어내는 체계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이 회로가 둔해지기 때문에 설렘이 없어지고 기쁨을 느끼지도 못하게 된다.  항우울제 치료는 무쾌감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은 기분과 동기를 조절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서 보상회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약만으로는 설렘과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저절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행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기분 상태와 상관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무쾌감증이 심하면 “활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좋은 경험을 하면 만족감을 느끼게 될 거야”라는 기대 자체가 사라진다. 기대가 없으니 행동하지 않게 되고, 행동하지 않으니 기쁨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어진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내면의 기분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몸을 써야 좋아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회복하기 위해 아주 작게라도 움직여야 한다. “5분만 걸어보자.” “샤워만 해보자.” “커튼만 열어보자.” “화분에 물만 주자.” 사소해 보이는 이런 활동들이 무뎌진 보상회로를 다시 깨운다.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오래 시달리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둔하게 만든다. 너무 많이 느끼면 아프니까 덜 느끼려고 한다. 문제는 고통만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기쁨도 함께 차단된다는 데 있다. 마음을 계속 억누르고 살면 슬픔뿐 아니라 즐거움도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무쾌감증의 치료에는 감각을 다시 깨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 한 잔을 마실 때도 잠시 멈춰 차가운 물이 입안을 지나 목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을 느껴본다. 걸을 때는 발바닥이 땅을 누르는 감촉을 알아차려 본다. 손끝에 닿는 바람, 햇빛이 피부에 머무는 느낌, 커피 뚜껑을 여는 순간 올라오는 향을 의식해본다. 감각이 깨어나야 생기가 돌아온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정신의학자인 조반니 파바 교수는 심리적 웰빙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치료법을 제안했다. 바로 웰빙치료다. 웰빙치료는 고통만 파고들지 않는다. 고통의 그늘 속에서도 “만족스럽고, 괜찮았던” 순간을 찾아낸다. 환자에게 “무엇이 당신을 괴롭혔나요?”라고 묻기보다 “지난 하루 중 그래도 괜찮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고 묻는다. 웰빙치료에서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편안했거나 괜찮았던 순간을 기록한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누구와 함께 있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우울은 하루 전체를 하나의 어두운 덩어리로 뭉쳐버린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힘들었던 것 같고,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아주 짧게라도 괜찮았던 순간이 숨어 있다. 점심 뒤 햇볕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걷을 때의 평온함,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어깨를 쫙 폈을 때의 개운함, 귤껍질을 벗길 때 코끝을 채우는 상큼함, 세상이 금빛으로 물드는 골든 아워의 황홀함, 세탁기에서 막 꺼낸 수건의 따뜻함,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곡의 전주가 시작될 때의 설렘.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야 한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겨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가 아니라 “순간순간 솟는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웰빙치료는 단순히 좋았던 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느낌이 왜 사라졌는지도 함께 살핀다. 예를 들어 산책하며 잠시 안정감을 느꼈는데 곧바로 “내가 지금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그 생각이 기쁨을 중단시킨 것이다. 친구와 대화하며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곧 “내가 이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올라왔다면, 그것이 긍정적 경험을 밀어낸 것이다. “나에게는 인생을 즐길 자격이 없다”, “이 정도에 만족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잠시 찾아온 기쁨마저 쫓아낸다. 기쁨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밀어내고, 의심하고, 죄책감으로 바꾸는 자동사고를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조금씩 교정해야 한다. 좋은 순간을 기록하는 일은 그 순간을 한 번 더 사는 일이다. 기억은 단순한 저장 창고가 아니다. 다시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그때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재경험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무엇이 내 마음을 회복시키는지 알게 된다. 몸을 움직였을 때, 비교를 멈췄을 때, 현재에 주의를 기울였을 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을 때 마음의 생기가 조금씩 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무쾌감증에서 벗어나는 길은 거대한 행복을 찾는 데 있지 않다. 무뎌진 감각을 다시 깨우고, 작은 행동을 반복하고, 사라지기 쉬운 기쁨의 순간을 붙잡는 데 있다. 우울이라는 잡초를 뽑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자리에 작은 화초를 심어야 한다. 기쁨은 전광판처럼 번쩍이지 않는다. 은은한 등불에 가깝다. 작아서 자주 지나치지만, 그 희미한 빛들이 모여 삶을 다시 밝힌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26/06/22 21:02
  • 뜨거운 햇볕 받아낸 두피에도 위로를… 여름 탈모 극복법 4가지

    뜨거운 햇볕 받아낸 두피에도 위로를… 여름 탈모 극복법 4가지

    무더운 여름이면 ‘머리가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며 탈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실제로 계절 변화와 두피 환경 변화는 탈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보다 철저한 두피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탈모의 원인 중 유전성 탈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탈모 원인이다. 남성의 경우 남성형 탈모, 여성의 경우 여성형 탈모라고 하는데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는 유전성 탈모는 의학적으로 안드로겐성 탈모증이라고 한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이는 모낭(모발이 자라나는 곳)이 위축되고 결국 모발 성장이 멈추게 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모낭 위축은 10대부터 시작될 수 있지만,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시작된다. 여성의 경우, 유전성 탈모의 첫 번째 눈에 띄는 징후는 일반적으로 전체적인 모발 가늘어짐이나 가르마가 넓어지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유전성 탈모의 첫 징후는 흔히 앞머리선이 뒤로 밀리거나 정수리에 탈모반이 생기는 것이다. 여름철에 탈모가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강한 자외선 노출은 두피를 손상시킨다. 두피에 지속적으로 자외선이 노출되면 모낭 주변에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발 성장 주기에 영향을 주어 탈모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정수리 부위는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기 쉬워 탈모가 진행 중인 사람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강렬한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두피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뜨거운 햇살아래 외출 시에는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을 직접 차단하면 두피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땀이 많이 차는 모자를 장시간 착용하면 두피 통풍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마부위까지 모자가 덮을 경우 이마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히 벗어 환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두 번째,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땀과 피지 분비가 증가하면서 과도한 피지는 두피 모공을 막고 세균이나 곰팡이의 증식을 유발할 수 있다. 두피 염증, 지루성 두피염,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건강한 모발 성장을 방해한다. 여름철에는 두피에 땀과 피지가 많이 쌓이므로 저녁에 샴푸하여 하루 동안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샴푸는 손톱이 아닌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시행하고, 미지근한 물로 충분히 헹궈야 한다. 두피가 오랫동안 습한 상태로 유지되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기 때문 젖은 머리는 바로 말리는 것이 좋다. 두피 가려움이 지속된다면 가려움을 완화시켜주는 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려움 완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분 중 하나는 징크피리치온이다. 비듬을 유발하는 균을 억제하고 지루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을 완화시켜 비듬용 삼푸성분으로 유명하다. 이외에 청량감을 주는 멘톨성분이 사용되기도 하고 두피모공 내 과도한 피지와 각질을 줄여주는 살리실산 성분이 사용되기도 한다. 손상된 피부장벽을 회복시켜 가려움을 완화시키는 덱스판테놀 성분도 사용된다. 두피 가려움은 탈모의 시작 사인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렵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도움되는 성분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세 번째, 여름철 수영장과 바닷물 노출이 증가하는데 수영장의 염소 성분과 바닷물의 높은 염분은 모발의 수분을 빼앗아 건조하게 만들고 모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손상된 모발은 쉽게 끊어지고 가늘어져 일시적으로 탈모가 심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므로 수영이나 물놀이 후 즉시 샴푸를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수영장 소독제 성분은 모발 단백질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약산성 샴푸를 이용하여 두피는 맛사지 하듯, 머리카락은 전반적으로 샴푸를 하여 남아있는 소독제를 헹굴 수 있도록 감고, 샴푸 후에는 트리트먼트나 컨디셔너로 모발 끝을 위주로 영양과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여름철 헤어스타일은 탈모와 연관되기도 하는데 매끈한 포니테일, 콘로우, 꽉 묶은 업스타일 등의 헤어 스타일은 모발에 지속적인 당김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당김은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당김에 의한 탈모를 ‘견인성 탈모’라고 하는데 꽉 조이는 헤어스타일을 하거나 두피에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누구나 견인성 탈모를 경험할 수 있다. 머리가 가늘거나 탈모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헤어스타일을 결정할 때 당김이 없는 헤어스타일을 해주는 것이 좋다. 직업적으로는 머리를 계속 묶고 있어야 하거나 발레 전공자 등 머리를 위로 묶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도 견인성 탈모의 위험이 높다. 이런 경우 헤어라인 주변의 땋은 머리를 느슨하게 하는게 도움이 된다. 머리가 길수록 무거워져 더 많이 당겨지므로 머리 길이를 조금 짧게 하는 것도 좋다. 붙임머리를 하고 있다면 짧은 시간 동안만 하길 권하고 통증이나 두피 자극이 느껴지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 붙임머리의 타입은 접착제를 사용하는 붙임머리보다는 꿰매는 방식의 붙임머리를 하는 게 탈모예방에는 도움이 된다.탈모가 걱정이라면 머리를 꽉 묶는 스타일은 피하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거나 잡아당기는 습관이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이미 약한 모발을 더욱 약하게 만들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빗질할 때는 부드럽게, 스타일링할 때만 살짝 빗는 것이 좋고 고데기, 스트레이트 아이론, 핫콤 사용은 자제하고,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도구들은 모발에 열을 가해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드라이어는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하여 사용하고 가능하면 드라이어 대신 자연 건조시키는게 더 좋다.네 번째 여름철 노출의 계절이 되면서 체중 감량을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 철분, 아연 등의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휴지기 탈모가 발생할 수 있어 모발에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필요하다. 살코기, 생선, 달걀, 콩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철분, 비타민 D, 아연 등 모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오틴, 철분, 단백질 또는 아연 등 영양소 중 하나 이상이 부족하면 눈에 띄는 탈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탈모에는 건강한 식단이 필수이다. 셀레늄, 비타민 A, 비타민 E 등 특정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영양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탈모 원인을 알아볼 수 있다. 흡연을 한다면 끊는 게 필요한데 흡연은 전신에 염증을 유발하여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함께 탈모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탈모의 초기 징후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꽉 당기는 헤어스타일을 자주 한다면, 매달 이마 주변의 끊어진 머리카락이 있는지, 앞머리선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보이는지, 머리카락이 꽉 당겨지는 부위의 탈모반이 보이는지 등을 체크해서 초기 탈모 징후를 확인해 봐야 한다. 하루 100개 이상의 모발이 지속적으로 빠지는 경우, 정수리나 가르마가 눈에 띄게 넓어지는 경우, 이마가 M자 모양으로 점점 넓어지는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은 단순한 계절성 변화가 아닌 탈모 질환일 수 있으므로 머리가 많이 빠진다고 느껴진다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칼럼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2026/06/22 15:30
  • [의학칼럼] 만성 발목 불안정증, 방치하면 관절염 유발

    [의학칼럼] 만성 발목 불안정증, 방치하면 관절염 유발

    흔히 ‘발목을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겪는 부상이다. 가벼운 부상으로 여겨 며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초기 치료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손상된 인대가 느슨해진 상태로 굳어지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발목 외측에는 전거비인대 등 관절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돕는 인대들이 있다. 문제는 한 번 파열되거나 늘어난 인대를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가 붙기는 하지만 정상 길이가 아닌 늘어난 상태로 아무는 ‘나쁜 치유’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뼈를 단단히 잡아주어야 할 인대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발목이 수시로 꺾이는 불안정증이 만성화된다.만성 발목 불안정증은 단순히 자주 삐끗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행 시 발목이 흔들리면 종아리 통증, 아킬레스건염 등 주변 조직의 2차 질환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발목 관절 내부의 지속적인 미세 충격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도 ‘발목 관절염’으로 급격히 진행될 수 있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증상 초기에는 보조기 착용이나 인대 강화 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평지를 걸을 때도 발목이 돌아가거나, 보호대 없이는 스포츠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정증이 심하다면 수술적 치료인 ‘발목 인대 봉합술(변형 브로스트롬 술식)’을 고려해야 한다.끊어진 인대만 봉합하던 과거와 달리 파열된 인대를 1차로 봉합한 후 주변의 관절낭과 지대 등 연부조직까지 2차로 견고하게 묶어주는 수술로, 수술 후 발목의 지지력을 고도로 높여주며, 재파열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최근의 인대 봉합술은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0.5~1cm 정도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관절내시경을 삽입하여 진행된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아 통증과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이 매우 빠르다. 또한 수술 중 모니터를 통해 발목 관절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만성 불안정증으로 인해 동반될 수 있는 연골 손상까지 동시에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인대가 정상 길이로 회복되지 못하면 관절 내부가 지속해서 손상되므로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복합 봉합술은 통증이 적고 2박 3일 정도의 짧은 입원으로도 가능해 사무직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다만 수술 후 체계적인 재활이 중요하다. 인대가 뼈에 완전히 다시 붙기까지는 약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수술 후 초기 4주간 보조기나 깁스로 발목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며, 조깅이나 러닝 같은 스포츠 활동은 최소 3개월 이후 단계적으로 복귀해야 재파열을 막을 수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고난도 집도인 만큼,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고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임경한 가자연세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경한 가자연세병원 원장2026/06/19 16:20
  •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이란?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이란?

    노인에게 ‘부적절한 약물’은 결코 복용해서는 안 되는 금지 약물이 아니라, ‘복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을 의미한다. 젊은 층에 비해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니, 처방하고 복용할 때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피라는 일종의 ‘경고등’인 셈이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이 약물이 처방되면, 마치 독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많다.의료진은 대안이 없거나 질병 치료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훨씬 클 때 이 약물들을 불가피하게 처방하곤 한다. 따라서 부적절 약물 목록에 포함된 약이 처방됐다고 해서 잘못된 처방은 아니다. 그만큼 용량 조절과 부작용 모니터링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지침은 일괄적인 기준일 뿐 의사나 약사의 임상적 판단과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대체할 수 없으며, 처벌이나 규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나이가 들면 체내 지방은 늘고 수분은 줄어들며, 약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 때문에 똑같이 한 알을 먹어도 노인의 몸속에서는 약효가 훨씬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 또한 약물이 뇌로 쉽게 유입돼 혼란, 섬망, 어지러움 같은 부작용이 더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약물들은 다음과 같다.콧물감기약, 알레르기약, 가려움증 완화제, 일부 수면유도제 같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우리 몸의 부교감 신경을 억제하는 강한 ‘항콜린 부작용’을 동반한다. 노인이 복용하면 입 마름, 시야 흐림, 변비, 배뇨 장애 등이 생기기 쉽다. 특히 뇌의 아세틸콜린 기능이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되거나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는 ‘섬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디아제팜, 로라제팜, 알프라졸람 같은 불면증·불안증 치료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노인에게 진정 효과가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중추신경을 억제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근육을 이완시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는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노인의 낙상은 고관절 골절로 이어져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므로, 되도록 작용 시간이 짧은 약을 선택해 최소량만 사용해야 한다.일부 삼환계 항우울제는 앞서 언급한 항콜린 부작용과 함께, 앉았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뚝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또한 심한 어지러움을 일으켜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요양병원 등에서 치매 환자의 행동심리 증상 조절을 위해 쓰이는 항정신병약물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나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고, ‘추체외로 부작용’이라고 불리는 근육경직 등으로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선택하고 전문가의 모니터링 하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량으로 사용해야 한다.무릎 관절염이나 허리 통증으로 어르신들이 자주 복용하는 소염진통제는 노인에게 위점막 보호 물질의 합성을 방해해 위장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줄여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 혈압 상승이나 부종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심부전이 있는 노인 환자라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노인의 약물 처방은 환자와 가족의 선호도, 치료 목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단순히 ‘부적절 약물이니 무조건 끊겠다’는 식의 태도는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켜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보다는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처방을 검토하는 것이 국제적인 지침이다.이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 단골 의사와 단골 약사를 두자. 여러 병원을 다니며 약을 모으면 중복 복용과 부작용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하나의 병원과 약국을 지정해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영양제 포함)을 한눈에 관리 받으면 좋다.둘째, ‘최소량 법칙’을 기억하자. 노인의 약물 치료는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증량하는 것이 철칙이다.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임의로 약을 먹거나 늘려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만 복용해야 한다.셋째, 몸의 변화를 기록하고 적어두거나 주변사람에게 이야기 하도록 하자. 주의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 평소보다 더 어지럽거나, 입이 심하게 마르거나, 소변보기가 힘들어지거나, 자꾸 멍해진다면 즉시 약사나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약물 부작용의 신호일 수 있다.‘노인 부적절 약물’이라는 단어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약물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전문가와 함께 주의 깊게, 최소량으로, 적절하게 잘 쓰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6/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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