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회복은 무릎에서 시작하고 삶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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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대표원장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무릎을 만났다. 관절염으로 닳아버린 무릎, 스포츠 손상으로 파열된 인대, 넘어지면서 부러진 고관절, 그리고 수술 후 재활의 과정을 견뎌내는 환자들까지. 의사인 나는 늘 환자의 몸을 진찰하고, 검사 결과를 분석하며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고민해 왔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단지 무릎이 아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몇 해 전 한 환자분이 수술을 앞두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원장님, 사실 무릎이 아픈 것보다 손주랑 공원에 못 가는 게 더 힘들어요.”

또 다른 환자분은 등산을 포기한 뒤 우울감이 찾아왔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점점 집에만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 듣는 이런 이야기 들은 통증의 원인이나 수술 방법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무릎은 단순한 관절이 아니다. 우리는 무릎으로 걷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시장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한다. 무릎이 아프다는 것은 단순히 관절 하나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경험일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통증의 감소만이 아니다. 그들은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고, 친구를 만나고 싶으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결국 환자들이 되찾고 싶은 것은 건강한 관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다운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복은 단순히 상처가 아물거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종종 수술의 성공 여부를 영상검사나 수치로 평가한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성공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계단을 혼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주와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회복의 증거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질병 중심 의료’에서 ‘삶 중심 의료’로의 전환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환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치료 이후 어떤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오래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나는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결국 의료가 지향해야 할 곳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의 역할은 단지 병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다시 자신의 역할과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환자들에게 묻는다.

“무엇이 가장 하고 싶으십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 속에 치료의 방향이 있고, 회복의 목표가 있으며,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회복은 무릎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은 삶에서 완성된다.

(*이 칼럼은 김태균 티케이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