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의 毛나리자(모발 나려면 이것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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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피부와 두피는 호르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드름과 탈모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분자생물학적으로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두 증상 모두 안드로겐 수용체라는 동일한 안테나를 통해 남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학계는 이 남성호르몬의 과도한 신호를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전신의 호르몬 균형이 안 맞게 되면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거나, 이미 발생한 염증을 사후에 수습하는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클라스코테론 성분의 바르는 여드름 치료제는 이러한 치료의 접근을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 제제는 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경로 자체를 억제하거나 이미 생긴 염증을 뒤늦게 회복시키는 대신 안드로겐 수용체 자체를 선점해서 호르몬이 수용체에 붙어서 작용할 기회를 뺏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남성호르몬이 세포 안에서 작동하려면 수용체라는 자물쇠에 결합해야 하는데, 클라스코테론이 이 자물쇠에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진짜 호르몬이 결합할 공간을 원천적으로 막아서는 원리다. 전신의 호르몬 체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표적 부위의 남성호르몬 활성만 선택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접근법으로 보인다.

실제 임상 데이터를 살펴보면, 52주간 진행된 장기 임상 시험에서 환자들의 피지 분비량은 베이스라인 대비 47% 감소했으며, 12주 시점에서는 염증성 여드름이 46% 줄어드는 등 호전 반응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약물이 가진 안정적인 누적 효과다. 바르는 레티노이드 계열의 약물이 강한 효과가 있는 대신 극심한 건조증과 자극을 일으켜 중도 포기를 부를 수 있는 것과 달리, 클라스코테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효 성분이 서서히 축적되며 부드럽고 완만하게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 피부 장벽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습력을 일부 개선했다는 결과는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반응이어서 피부 건조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겠다. 좀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새로운 호르몬 차단제의 기전은 여드름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탈모로 향했다.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것은 탈모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르는 호르몬 차단제는 먹는 탈모 약의 전신 부작용 우려를 비껴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막 출시된 1% 크림 제형을 두피에 무작정 바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탈모 임상에서 의미 있는 모발 증가를 확인한 유효 농도는 1%가 아닌 5% 수준이며, 얼굴용으로 개발된 크림 특유의 유분은 머리카락을 뭉치게 할 뿐 아니라 정작 약물이 도달해야 할 두피 기저층으로의 흡수를 방해한다. 두피에 빠르게 스며들도록 설계된 액상 형태의 5% 전용 치료제가 임상을 거쳐 정식으로 출시될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과학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다.

2027년에 3상에 들어간다면 실제 탈모용으로 출시는 아직 수년은 더 걸릴 것인데, 탈모인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 있다. 단독 치료로는 아직 못 미덥지만, 기존 치료의 효과를 좀 더 배가시키는 용도로서의 사용은 한번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먹는 여드름 약이나 탈모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 부작용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표적 부위의 방어력을 한층 높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한 약 하나로 몸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거친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는 몸의 균형을 신경 쓰면서 약효도 기대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신약들은 단순히 질환을 고치는 수단의 추가를 넘어, 일상의 편안함을 지키며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